[국민주권정부 1년③] 이재명정부, 빚의 벼랑에 선 국민을 제도 안으로 불러들이다

장기연체채권 정리에서 개인파산·면책·복지위기 발굴까지 확장된 민생 금융 구제 논의

2026-06-02     박준식 기자

 

[KtN 박준식기자]2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24회 국무회의 겸 제11차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금융 의제는 증시와 정책금융 성과로 시작해 빚 때문에 삶을 포기하는 사람들의 문제로 깊어졌다. 금융위원회는 코스피 상승, 자사주 소각, 국민성장펀드 완판, 장기연체채권 매입 실적을 보고했다. 이어진 논의는 오래된 채권을 누가 보유하고 있는지, 대부업체 추심을 어떻게 정리할지, 개인파산과 면책 절차를 모르는 사람을 어느 기관이 찾아낼지로 옮겨갔다.

이날 금융위원회 보고에는 자본시장 성과가 먼저 담겼다. 코스피는 글로벌 인공지능 반도체 흐름과 5월 수출 실적 호조에 힘입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것으로 보고됐다. 자사주 소각 규모는 올해 4개월 만에 42조3,000억 원으로 지난해 전체 실적의 두 배 수준에 이르렀고, 국민성장펀드는 출시 5일 만에 전체 물량 6,000억 원이 완판됐다. 하반기 2차 출시 준비도 함께 언급됐다.

금융시장 성과 뒤에는 취약 채무자 보호가 배치됐다. 금융위원회는 장기연체채권 추심으로부터 취약 채무자를 보호하기 위해 매입채권추심업 제도를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강화하는 방안을 보고했다. 새도약기금은 3월부터 5월까지 장기연체채권 9,602억 원을 추가 매입해 11만6,000명에 대한 추심을 중단했고, 지난해 10월 출범 이후 누적 매입 규모는 9조1,000억 원, 대상자는 75만 명으로 집계됐다.

장기연체채권 정리는 이재명정부 민생 금융의 중요한 축이다. 오래된 채무는 회계상 숫자로 남아 있어도 실제 삶에서는 취업 제한, 금융거래 단절, 반복 추심, 가족 해체의 압력으로 작동한다. 일정 기간 이상 갚지 못한 채무가 대부업체와 추심업체를 거치며 계속 유통될 경우, 채무자는 경제활동으로 돌아갈 통로를 찾기 어렵다. 정부가 채권을 매입해 추심을 중단시키는 방식은 금융시장의 부실 정리이면서 동시에 사회 복귀의 최소 조건을 만드는 조치다.

회의에서는 대부업체가 보유한 오래된 채권도 논의됐다. 금융당국은 이미 매각된 7년 이상, 5,000만 원 이하 채권을 업권별로 파악했고, 가장 진도가 더딘 영역으로 대부업체를 꼽았다. 원채권자가 아닌 마지막 단계의 채권 보유자들이 매각 가격과 보상 수준을 두고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는 설명도 나왔다. 오래된 채권이 원금의 낮은 비율로 거래되는 현실, 정부가 5% 수준에서 매입하려는 방안, 상위 대부업체 참여 상황도 함께 거론됐다.

채권 정리 논의는 곧바로 제도 밖의 사람들로 확장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빚 때문에 일가족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례를 언급했다. 개인파산과 면책, 채무조정 제도가 있음에도 제도를 모르거나 접근하지 못해 죽음까지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는 지적이었다. 빚을 끝까지 갚아야 한다는 사회적 압박, 파산과 면책을 부도덕한 일로 보는 인식, 법원 절차에 접근하는 비용 부담이 함께 언급됐다.

회의에서 드러난 문제는 단순히 채무 총액이 아니었다. 채무자가 제도를 모르는 상태로 버티다가 복지망과 법률구조망 어디에도 닿지 못하는 구조가 더 큰 위험으로 제기됐다. 금융기관 채권은 장기연체채권 매입으로 일정 부분 관리할 수 있지만, 개인 간 채무나 불법추심, 사채, 가족 내부 채무는 행정망에 잘 잡히지 않는다. 빚 때문에 극단으로 몰리는 사람은 금융위원회의 채권 통계와 복지부의 위기 가구 명단 사이에서 빠질 가능성이 크다.

개인파산과 면책 절차도 회의의 주요 논의로 올라왔다. 법적으로는 채무자가 지급불능 상태에 빠졌을 때 법원 절차를 통해 파산과 면책을 신청할 수 있다. 채무조정은 신용회복위원회와 서민금융지원센터 등을 통해 연결될 수 있다. 그러나 제도를 모르는 사람, 신청 서류와 절차를 감당하기 어려운 사람, 법무사 비용 등 초기 비용조차 마련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제도는 문서상 존재하는 통로에 머물 수 있다.

이 대통령은 개인파산 신청과 면책 절차를 알려줘도 비용 때문에 신청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언급했다. 파산·면책 처리 비용 지원, 법률구조공단의 역할, 제도 홍보 확대도 함께 거론됐다. 회의에서는 개인파산과 면책을 죄책감이나 낙인으로 바라보는 사회 분위기보다, 갚을 능력이 없는 채무자를 합법적 절차로 정리하고 경제활동으로 복귀시키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흐름이 형성됐다.

총리실은 금융당국과 협의해 대응 체계를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복지부는 자살 상담과 먹거리·복지 연계, 신용회복위원회와 서민금융지원센터 등 관계기관 연계를 설명했다. 위기 가구 조사 과정에서 개인채무와 불법추심 문제를 확인해 관계 부처와 연계하겠다는 답변도 나왔다. 채무 구제는 금융위원회 단독 업무가 아니라 총리실, 금융위, 법무부, 복지부, 법률구조기관이 함께 다뤄야 하는 사안으로 정리됐다.

신용회복위원회는 금융기관 채무를 중심으로 사적 채무조정을 맡는다. 법원은 개인회생과 개인파산·면책을 다룬다. 복지부와 지자체는 위기 가구 발굴과 긴급복지, 자살예방 체계를 운영한다. 법률구조공단은 취약계층의 법률 접근성을 보완할 수 있다. 6월 2일 회의에서 제기된 방향은 이 기관들을 따로 두지 않고, 채무자가 어느 창구에 먼저 닿더라도 적절한 제도로 연결되도록 만드는 데 가까웠다.

복지부 보고는 이 연결망의 한쪽 축을 보여줬다. 최근 12주간 생계 위기 상담과 긴급복지 신청 건수는 증가 동향이 없다고 보고됐고, 의료제품 수급 상황도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됐다. 노인, 노숙인, 쪽방 주민 등 폭염 취약계층에 대한 시설 점검, 안부 확인, 냉방 물품과 냉방비 지원 계획도 제시됐다. 복지 위기 가구, 고독사 위험군, 조손·다문화 1인가구 발굴도 함께 추진된다.

복지망은 생계와 고립을 확인하는 데 익숙하지만, 채무와 추심 위험은 상대적으로 늦게 드러난다. 빚 독촉은 가정 안에서 숨겨지고, 개인파산과 면책은 당사자가 먼저 말하기 전까지 행정망에 포착되기 어렵다. 회의에서 채무 문제를 복지 위기 발굴과 자살예방 체계로 연결한 대목은 이 사각지대를 줄이려는 시도다. 쪽방의 냉방비와 노인의 안부 확인, 조손가구의 생계 지원만으로는 빚에 눌린 위기를 모두 잡아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노역장 유치 문제도 같은 흐름 안에서 다뤄졌다. 이 대통령은 벌금을 내지 못해 노역장에 유치된 사람들의 규모를 물었고, 법무부는 평균 1,550명 정도라고 답했다. 고령이거나 노동능력이 부족해 실제 노역이 어려운 사람이 상당하다는 설명도 나왔다. 사회봉사 대체, 제도 개선, 민간의 벌금 대출 사례로 알려진 장발장은행도 논의됐다. 벌금을 낼 돈이 없어 교정시설에 들어가는 문제는 채무와 형벌, 빈곤이 맞물린 또 다른 영역이었다.

노역장 유치 논의는 채무 구제와 직접 같은 제도는 아니지만, 빈곤이 법적 불이익으로 굳어지는 구조를 보여준다. 돈이 없는 사람은 벌금을 내지 못해 신체의 자유를 잃고, 빚을 갚지 못한 사람은 금융거래와 취업에서 밀려난다. 경제적 곤궁이 법률 절차 접근성을 낮추고, 낮은 접근성이 다시 사회 복귀를 막는 악순환이다. 회의에서 민간 지원 방식과 공적 제도 개선이 함께 언급된 배경도 여기에 있다.

이재명정부의 민생 금융 정책은 이날 회의에서 채권 매입을 넘어섰다. 장기연체채권을 사들여 추심을 멈추는 일은 출발점이다. 그 다음 단계는 채무자를 찾아내고, 상담 창구로 연결하고, 법률구조를 제공하고, 개인파산·면책이나 채무조정 절차를 실제로 밟게 하는 일이다. 파산·면책 비용 지원과 제도 홍보, 불법추심 확인, 복지 위기 발굴이 함께 움직여야 장기연체채권 정리의 효과도 생활 속으로 내려간다.

채무 구제에는 늘 도덕적 해이 논란이 따라붙는다. 회의에서는 이 논란을 정면으로 비켜가지 않았다. 능력이 있는데도 갚지 않는 사람과 오랜 기간 경제활동에서 배제된 사람을 구별해야 한다는 전제가 깔렸다. 7년 이상 장기연체 상태에서 금융거래와 취업 제약을 감수하며 버티는 사람을 일률적으로 도덕적 해이로 몰기 어렵다는 인식도 드러났다. 오래된 부채를 계속 끌고 가는 방식은 채권자에게도, 채무자에게도, 사회 전체에도 효율적이지 않다는 판단이 자리했다.

정책의 긍정적 흐름은 취약 채무자를 시혜의 대상으로만 보지 않았다는 데 있다. 회의에서 채무자는 단순한 지원 대상이 아니라 다시 경제활동에 참여해야 할 시민으로 다뤄졌다. 장기연체채권 매입은 추심 중단으로, 파산·면책은 법률구조로, 복지 위기 발굴은 자살예방과 불법추심 확인으로 이어졌다. 빚의 문제를 금융회사와 채무자 사이의 사적 책임으로만 남겨두지 않고, 행정과 사법, 복지의 연결 체계로 다루려는 방향이 확인됐다.

한계도 남아 있다. 대부업체가 보유한 오래된 채권은 매입 협의가 더디고, 개인 간 채무와 불법추심은 통계로 포착하기 어렵다. 파산·면책 신청 비용을 누가, 어느 기준으로, 어느 절차를 통해 지원할지도 정교하게 설계돼야 한다. 법률구조공단과 신용회복위원회, 지자체 복지창구, 자살예방 상담망이 실제 현장에서 하나의 통로처럼 움직일 수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회의에서 나온 지시는 후속 제도 설계와 예산 배정으로 이어질 때 지속성을 갖는다.

6월 2일 회의 이후 민생 금융 구제는 장기연체채권 정리와 제도 접근성 개선이라는 두 흐름으로 이어진다. 금융위원회는 매입채권추심업 허가제 전환과 장기연체채권 매입을 계속 추진하고, 총리실은 금융·복지·법무 영역을 묶는 대응 체계를 조정하게 된다. 복지부는 위기 가구 발굴 과정에서 개인채무와 불법추심을 확인하는 역할을 맡고, 법무부와 법률구조기관은 파산·면책 접근성을 보완하는 축으로 남는다.

출범 1년을 맞은 국민주권정부의 민생 금융은 금융시장 안정과 취약 채무자 구제를 함께 놓고 있다. 증시 상승과 정책펀드 완판은 경제 회복의 한 단면이지만, 빚 때문에 제도 밖으로 밀려난 사람을 다시 사회로 연결하는 일은 다른 차원의 회복이다. 장기연체채권, 개인파산·면책, 법률구조, 복지 위기 발굴이 하나의 정책망으로 묶일수록 채무 구제는 단순한 탕감 논쟁을 넘어 국민의 재기 통로로 자리 잡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