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주권정부 1년④] 물가 3.1%, 수출 호조 뒤 생활비 방어선
중동전쟁발 고유가 속 장바구니 대책·담합 단속·내부신고 포상까지 넓어진 민생 물가 대응
[KtN 박준식기자]2026년 6월 2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24회 국무회의 겸 제11차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재정경제부 보고는 수출 최고치로 시작해 물가 부담으로 옮겨갔다. 5월 수출은 42년 4개월 만의 최대치로 보고됐지만, 같은 회의 안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 3.1%, 석유류 가격 상승, 장바구니 부담, 바가지요금, 담합, 매점매석이 함께 다뤄졌다. 이재명정부 1년의 민생경제는 수출 회복세와 생활비 압박을 동시에 관리하는 국면에 들어섰다.
재정경제부는 중동전쟁 종전 불확실성 속에서 국제유가가 90달러대를 유지하고, 환율이 1,500원대에 머물고 있다고 보고했다. 전쟁 장기화는 원유와 가스, 나프타 수급을 거쳐 생산비와 운송비, 석유류 가격으로 이어졌다. 물가는 통계표의 한 항목에 머물지 않았다. 전쟁 비용이 국내 가계로 옮겨오는 가장 직접적인 통로가 됐다.
수출 지표는 뚜렷한 회복세를 보였다. 5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53.2% 증가한 877억5,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재정경제부는 1984년 1월 이후 42년 4개월 만의 최대치라고 설명했다. 반도체뿐 아니라 컴퓨터, 조선, 2차전지 등 12개 분야가 수출 증가를 이끌었다는 보고도 이어졌다. 연간 수출액 9,000억 달러 상회, 일부 전망으로는 1조 달러 가능성까지 회의장에서 언급됐다.
수출 호조는 국가경제의 회복력을 말해주는 지표였지만, 생활 안정까지 곧장 설명하지는 못했다. 재정경제부는 중동전쟁 여파로 고유가가 지속되면서 석유류 가격이 크게 올랐고,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1%를 기록했다고 보고했다. 최고가격제와 유류세 인하 등 정책 대응이 없었다면 물가 상승률이 3.7% 수준까지 높아졌을 것이라는 추정도 제시했다. 수출과 물가는 같은 경제 회의 안에서 서로 다른 신호를 냈다.
이재명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중동전쟁 장기화로 국민들의 물가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석유 최고가격제와 선제적 물가 관리로 상승폭이 일부 낮아진 점을 언급하면서도, 물가 부담은 여전히 상당하다고 봤다. 물가 상승이 계속되면 취약계층의 충격이 상대적으로 커지고, 실질소득 감소가 양극화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인식도 함께 제시했다.
물가 안정은 성장률이나 수출액의 부속 항목으로 처리되지 않았다. 대통령은 물가 안정 없이는 경제성장과 양극화 개선, 국가의 지속적 발전도 어렵다고 말했다. 장바구니 물가 안정을 위해 정부 비축분 선제 공급, 할인 지원 강화, 할당관세 물량 추가 확대 등 필요한 대책을 각 부처가 신속히 추진하라는 지시도 나왔다. 물가 관리는 민생 안정의 전제 조건으로 놓였다.
정부의 물가 대책은 식탁 품목으로 구체화됐다. 계란은 할인폭을 확대했고, 신선란 2,000만 개를 추가 수입해 가격을 안정시키겠다고 보고됐다. 닭고기는 자조금 등을 활용해 납품단가를 낮추는 방안이 제시됐다. 수산물은 주요 소비 품목과 마른 김 등에 대한 할인 지원을 확대하고, 공급이 줄어 가격이 오르는 품목은 비축 물량을 늘려 대응하기로 했다.
계란과 닭고기, 수산물은 거시경제의 대표 지표가 아니다. 그러나 가계가 매주 가격 변화를 확인하는 품목이다. 수출 최고치가 국가경제의 생산 능력과 대외 경쟁력을 말한다면, 계란 한 판과 닭고기, 수산물 가격은 회복의 온도가 생활 안으로 들어왔는지를 가르는 기준이 된다. 재정경제부 보고가 수출 실적과 장바구니 대책을 함께 제시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고유가 피해 지원도 물가 대응의 한 축으로 보고됐다. 정부는 고유가 피해지원금을 차질 없이 지급 중이며, 지급률은 93.4%, 지급액은 5조7,000억 원으로 설명됐다. 화물·여객차, 농림업용 면세유 등 어려움을 겪는 분야에는 유가 연동 보조금 상향 방안도 제시됐다. 국제유가 상승이 운송비와 농업 생산비로 번지는 만큼, 유류비 부담을 줄이는 조치는 물가 관리와 산업 현장 지원을 동시에 겨냥했다.
생활비 방어선은 식품 가격에만 그치지 않았다. 재정경제부는 부산 BTS 등 대규모 공연 행사 때 바가지요금과 불공정행위가 발생할 수 있다며 6월 8일부터 9일까지 관계부처 합동 특별 현장 점검을 실시하겠다고 보고했다. 숙박업소 위생과 가격 담합 행위도 집중 점검 대상에 포함됐다. 바가지요금으로 소비자 피해가 인정되는 경우 호텔업 등급 결정 평가에 반영해 감점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대규모 행사는 지역경제에 활력을 주지만, 숙박·교통·외식 가격이 단기간에 뛰는 부작용도 동반한다. 정부가 가격 담합과 바가지요금을 물가 대책 안에 넣은 것은 일회성 단속 이상의 의미가 있다. 중동전쟁발 고유가처럼 외부 충격이 큰 시기에는 소비자가 부담하는 비용이 빠르게 늘어난다. 이런 국면에서 시장 교란 행위가 더해지면 물가 부담은 취약계층과 일반 소비자에게 더 크게 전가된다.
이 대통령은 매점매석과 담합 같은 시장 교란 행위에 대해 강한 제재를 주문했다. 한 번 적발돼도 회사가 존립을 걱정할 정도로 철저히 조사하고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취지였다. 재정경제부 보고 뒤에는 불공정행위 신고 보상금 지급 한도 폐지와 내부 신고 포상 문제가 논의됐다.
내부 신고 포상 논의는 물가 대책의 성격을 넓혔다. 이 대통령은 회사 임직원이 담합 실행에 관여한 경우에도 부당이익이 회사에 귀속됐다면 내부 신고에 대해 포상과 제재 감면이 가능해야 하는지 확인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측은 내부 고발자가 행위를 주도했는지, 조사 과정에서 정보를 누락했는지, 협조 이후에도 담합 행위를 했는지 등을 따져 포상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답했다.
담합은 바깥에서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가격을 맞추는 과정은 기업 내부의 의사결정과 업계 네트워크 안에서 이뤄진다. 외부 단속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내부자가 자료와 흐름을 제시할 때 적발 가능성이 높아진다. 불공정행위 신고 보상금 한도 폐지와 내부 신고 포상 논의는 시장질서 교정을 행정 단속에서 정보 구조 개선으로 넓히는 조치다.
이 대통령은 규칙을 어겨 피해를 주고 부당한 이익을 얻는 행위에 대해 엄정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발언은 물가 관리가 가격 억제만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물가 상승기에는 기업의 원가 부담도 커지지만, 위기 상황을 이용해 소비자에게 과도한 부담을 넘기는 행위도 나타난다. 정부의 역할은 정당한 비용 상승과 부당한 이익 추구를 구별해 시장의 신뢰를 지키는 데 있다.
산업통상부 보고도 물가 흐름과 연결됐다. 전쟁 발발 95일째에도 에너지 수급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됐다. 7월까지 원유는 86%, 나프타는 83% 확보됐고, 나프타 가동률도 전쟁 전 평시 수준에 근접한 것으로 보고됐다. 천연가스는 공급 차질 가능성에도 연말까지 대체 물량을 확보한 상태라고 설명됐다.
석유 가격 안정 대책도 함께 제시됐다. 휘발유와 경유 가격은 2주 연속 소폭 하락했고, 네 차례 선정된 367개 착한 주유소는 리터당 평균 15원 이상 저렴하게 판매한 것으로 보고됐다. 최고가격제 시행에 따른 정유사 손실 보전 원칙과 기준을 담은 고시는 조만간 마련하기로 했다. 6월 중 정산위원회를 구성해 손실 보전 절차를 준비하겠다는 계획도 나왔다.
주유소 가격은 가계와 산업 현장이 동시에 체감하는 물가다. 휘발유와 경유 가격은 자가용 운전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화물 운송, 대중교통, 농산물 출하, 택배, 공장 원가까지 연결된다. 정부가 최고가격제, 착한 주유소, 손실 보전을 함께 다룬 것은 가격 안정과 민간 협조, 정당한 보상 사이의 균형을 맞추려는 흐름으로 읽힌다. 주유소와 정유사의 협조가 유지되지 않으면 가격 안정 장치도 오래가기 어렵다.
공급망 품목 관리도 물가 대응에 포함됐다. 요소·요소수 매점매석 금지 고시는 7월까지 2개월 연장됐고, 차량용 요소 공공 비축분은 5월 29일부터 확대되고 있다고 보고됐다. 의료·보건용품과 생필품 원료를 우선 공급하는 정책도 지속하기로 했다. 요소수는 운송과 물류에 직접 연결되는 품목이다. 공급망 불안이 커질수록 물가 대응은 식품 가격뿐 아니라 운송·생산 기반 품목 관리까지 넓어진다.
국채시장 안정 조치도 서민 생활과 연결돼 보고됐다. 재정경제부는 6월 국고채 발행 물량을 5월보다 조정해 시장 안정을 도모하고, 금리 인상에 따른 서민 부담을 줄이겠다고 설명했다. 해외 자금 유입과 해외 복귀 계좌 자금 유입도 함께 보고됐다. 물가는 상품 가격만의 문제가 아니다. 금리, 환율, 국채시장과 함께 움직이고, 생활비 부담은 장바구니와 주유소, 대출 이자에서 동시에 나타난다.
관세청의 민생 물가 관련 보고도 같은 축에 놓인다. 관세청은 통관 단계 현장 점검을 강화해 매점매석을 위한 불법 비축을 차단하고, 할당관세 악용 업체 특별조사를 통해 약 4,600억 원 규모의 불공정 행위를 적발했다고 보고했다. 중동 상황으로 피해를 입은 수출입 기업에는 운임·보험료 상승분을 과세가격에서 제외하고 관세 분납과 납기 연장 등 세정 지원을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물가 대책은 계란과 닭고기, 수산물 할인에 머물지 않았다. 담합, 바가지요금, 내부 신고 포상, 요소수 매점매석 금지, 주유소 가격, 국채시장 안정, 통관 단계 불공정행위 조사까지 하나의 민생경제 대응망 안에서 다뤄졌다. 물가 안정은 가격표를 낮추는 행정에 그치지 않고, 위기 국면에서 비용이 소비자와 취약계층에게 부당하게 전가되는 구조를 줄이는 문제로 확장됐다.
이재명정부의 긍정적 흐름은 물가를 행정 수치로만 보지 않았다는 데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3.1%는 지표이고, 계란·닭고기·수산물 가격은 생활이다. 국제유가 90달러대는 시장 변수이고, 화물·여객차 유류비와 주유소 가격은 현장 부담이다. 담합과 바가지요금은 불공정행위이고, 그 비용은 소비자와 취약계층에게 넘어간다. 회의는 이 연결을 끊지 않고 한 흐름으로 다뤘다.
물가 안정은 부처별 집행에서 구체화된다. 재정경제부는 장바구니 품목의 공급·할인·비축 대책을 이어가고, 공정거래 당국은 담합과 시장 교란 행위 단속, 내부 신고 포상 체계를 정비하게 된다. 산업통상부는 에너지 수급과 석유 가격 안정, 최고가격제 손실 보전 절차를 관리한다. 관세청은 통관 단계의 불법 비축과 할당관세 악용을 점검하고, 공급망 품목 관리와 국채시장 안정 조치도 민생 물가 대응의 일부로 남는다.
수출 최고치와 물가 부담이 같은 회의 안에 놓인 6월 2일의 구도는 정부 2년 차 민생경제의 방향을 압축한다. 성장은 지표로 확인되지만, 생활 안정은 가격표에서 확인된다. 계란과 닭고기, 주유소 가격, 숙박요금, 요소수, 대출 금리까지 관리망에 들어올 때 수출 성과는 국민 생활과 더 가까워진다. 물가 3.1%를 둘러싼 이날 논의는 전쟁 장기화 속 한국 경제가 성장과 생활비, 시장질서를 함께 관리하는 단계에 들어섰음을 말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