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주권정부 1년⑦] 데이터·우주·방산, 2년 차 성장전략의 기술 기반
국가데이터처·우주항공청·방위사업청 보고로 확인된 AI 인프라, 우주 접근 능력, 첨단 국방 전환
[KtN 박준식기자]6월 2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24회 국무회의 겸 제11차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기술·산업 관련 보고는 한 방향으로 모였다. 데이터는 AI 시대의 국가 인프라로, 우주는 민간 투자를 끌어내야 할 미래 전략산업으로, 방산은 무인체계와 첨단 기술을 결합한 안보·수출 산업으로 제시됐다. 이재명정부 2년 차 성장전략은 반도체 중심의 산업 경쟁력을 넘어 데이터, 우주, 방산, 공공조달을 함께 묶는 기술 기반 확장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임기 2년 차 국정 방향을 설명하며 인공지능 혁명과 에너지 전환을 가속할 물적·제도적 기반을 튼튼히 만들겠다고 밝혔다. 반도체뿐 아니라 로봇, 방산 등 첨단 산업 육성에도 속도를 내겠다고 했다. 글로벌 초격차 경제 강국으로 가기 위해 기술 산업의 폭을 넓히겠다는 방향이 회의 초반부터 제시됐다.
국가데이터처 보고는 이 방향의 행정적 기반을 다뤘다. 데이터는 AI 시대의 핵심 자산으로 규정됐다. 그동안 기관별로 나뉘어 관리되던 데이터를 국가 차원에서 총괄·조정하기 위해 국가 데이터 기본법 제정안이 마련됐고, 지난 5월 의원 발의로 추진됐다고 보고됐다. 활용도와 중요도가 높은 국가 데이터를 지정·관리하고, 데이터 연계와 활용을 지원하겠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국가데이터처 출범은 명칭 변경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통계 생산과 관리에 머무르던 기능을 데이터 정책의 상위 조정 기능으로 넓히겠다는 신호다. AI 경쟁력은 모델 성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정부와 민간이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의 품질, 표준, 연계성, 최신성, 해석 가능성이 함께 갖춰져야 한다. 국가가 보유한 행정·통계 데이터가 분절돼 있으면 AI 활용도 부처별 시범사업에 머물 가능성이 커진다.
정책 맞춤형 융합 데이터 개발도 보고됐다. 국가데이터처는 올해 고령자, 사망자, 주택 소유자에 대한 통계 등록부를 구축해 연내 서비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고령사회 대응, 자살 예방, 부동산 정책 등 생활과 직접 맞닿은 현안을 지원하기 위한 데이터 기반을 만들겠다는 취지다. AI가 통계를 정확히 읽고 활용할 수 있도록 메타데이터 체계도 구축하고 있으며, 국가 통계 전반에 대한 온톨로지 구축 시도도 보고됐다.
AI 시대의 데이터 정책은 자료를 많이 모으는 단계에서 끝나지 않는다. 고령자 통계 등록부는 복지와 의료, 돌봄 정책의 기반이 될 수 있고, 사망자 통계는 자살 예방과 고독사 대응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 주택 소유자 통계는 부동산 정책의 실수요·보유 구조 파악과 연결된다. 데이터가 정책 현안의 실제 대상을 더 정확히 가리킬 때 행정은 평균값이 아니라 위험이 큰 집단과 지역을 향해 움직일 수 있다.
지역균형발전 관련 통계도 확장됐다. 지역별 GDP는 기존 연간 공표에서 분기별 공표로 바뀌었고, 재화와 서비스의 지역 간 이동을 파악하는 지역 공급사용표도 새롭게 개발·공표됐다. 생활인구 작성 지역은 기존 89개에서 107개로 확대됐다. 생활인구는 통신자료와 카드 사용액 등을 활용해 실제 지역에 체류한 인구와 소비 패턴을 파악하는 지표로 설명됐다.
지역균형발전은 예산 배분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어느 지역에 사람이 머무는지, 소비가 어디에서 발생하는지, 산업과 서비스가 어느 지역으로 이동하는지 알아야 정책이 현실에 맞게 설계된다. 주민등록 인구만으로는 관광지, 산업단지, 대학가, 혁신도시, 농어촌 생활권의 실제 변화를 포착하기 어렵다. 생활인구와 지역 공급사용표는 지역정책을 행정구역 중심에서 실제 이동과 소비 중심으로 바꾸는 기반이 된다.
인구위기 대응을 위한 데이터도 보고됐다. 교육, 취업, 주거 등이 혼인과 출산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인구동태 패널이 처음 구축됐고, 청년 통계 등록부와 청년 삶의 질 지표도 개발됐다. 저출생 대응은 출산율 숫자만으로 설계하기 어렵다. 교육비, 취업 안정성, 주거비, 지역 이동, 결혼 시기, 돌봄 부담이 함께 작동한다. 패널 데이터와 청년 통계 등록부는 이 변수들을 끊어 보지 않고 연결해 보려는 시도다.
우주항공청 보고는 성장전략의 또 다른 축을 맡았다. 우주항공청은 우주 주권 확보와 우주경제 활성화를 위한 핵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발사체 분야에서는 지난해 11월 누리호 4차 발사에 성공해 차세대 중형위성을 비롯한 13개 위성을 목표 궤도에 안착시켰고, 올해 하반기로 예정된 후속 발사도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위성 분야에서는 여러 사정으로 일정이 지연됐던 위성 7호와 차세대 중형위성 2호를 각각 지난해 12월과 올해 5월 성공적으로 발사했고, 현재 모두 정상 운영 중이라고 보고됐다. 우주 개발은 발사 성공 한 번으로 산업이 만들어지는 영역이 아니다. 발사체, 위성, 지상국, 부품·소재, 관제, 영상 활용 서비스, 보험과 금융까지 이어지는 생태계가 함께 형성돼야 한다.
우주경제 활성화의 방향도 제시됐다. 우주항공청은 민간기업이 산업을 주도하는 미국과 한국의 산업 여건이 다르다고 보고, 정부가 마중물 역할을 하며 공동 연구개발과 공공 기술 이전을 통해 민간기업 역량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올해 우주항공 예산은 1조 원을 넘어섰고, 우주항공 스타트업을 위한 스페이스 펀드도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비우주 분야 기업의 우주 분야 진출과 기업 투자 증가도 함께 보고됐다.
우주 산업에서 정부의 역할은 단순한 보조금 지원에 머물 수 없다. 국내 기업이 아직 충분한 발사 수요와 민간 투자 기반을 갖추지 못했다면 정부는 초기 수요를 만들고, 공공기술을 이전하며, 시험과 실증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우주 분야는 실패 비용이 크고 개발 기간이 길다. 민간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초기 위험을 줄여주는 장치가 있어야 산업 참여 기업도 늘어난다.
우주경제 시대의 기반은 안정적인 우주 접근 능력이다. 우주항공청은 우리가 만든 위성을 우리 땅에서 원하는 시기에 우리 발사체로 보낼 수 있어야 관련 산업도 함께 성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누리호를 매년 최소 1회 이상 발사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발사 주기가 안정돼야 기업도 사업 계획을 세울 수 있다. 위성을 만들 수 있어도 발사 일정이 불안정하면 서비스 출시와 해외 계약, 보험, 투자 일정이 모두 흔들린다. 매년 최소 1회 이상 발사 체계는 국가 우주개발의 상징적 목표를 넘어 산업 인프라에 가깝다. 정기적인 발사 일정은 부품업체와 위성기업, 데이터 서비스 기업이 함께 움직일 수 있는 시간표가 된다.
방위사업청 보고는 기술전략과 안보전략의 결합을 보여줬다. 지난 1년간 3,600톤급 디젤 잠수함이 진수됐고, 4.5세대 초음속 전투기 KF-21과 전략급 무인기 관련 성과가 보고됐다. 지난 정부에서 감소했던 국방 R&D 투자를 정상화해 국방 기술 주권 기반을 마련했다는 설명도 나왔다. 미래전에 대비한 AI 유·무인 복합체계 전환을 위해 다족 보행 로봇, 스텔스 무인 전투기, 피지컬 AI, 국방 반도체 등 첨단 기술 투자를 확대했다고 보고됐다.
방산은 더 이상 장비 생산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전투기는 소프트웨어와 센서, 데이터링크, 무장 통합 능력이 결합된 플랫폼이고, 잠수함은 탐지·추적·정숙성·무장 운용 기술이 축적된 복합체계다. 무인기와 로봇, 피지컬 AI, 국방 반도체는 병력 감소와 미래전 변화에 대응하는 기반 기술이다. 국방 기술 주권은 완제품 도입보다 핵심 기술과 소프트웨어를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능력에 달려 있다.
획득제도 개선도 병행됐다. 방위사업청은 첨단 무기체계의 특성을 고려한 소프트웨어 중심 무기체계 획득 규정을 제정했고, 민간 기술을 빠르게 적용할 수 있는 공모형 획득 제도도 시범 실시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기존 무기 획득 방식은 대형 장비와 장기 개발에 맞춰져 있었다. 소프트웨어와 AI가 중심이 되는 무기체계는 개발·개량 속도가 빠르고, 민간 기술과의 연결이 중요하다. 획득제도가 느리면 기술은 전장에 도착하기 전에 낡을 수 있다.
K방산 성장 기반도 함께 보고됐다. 방위사업청은 방산 4대 강국 달성을 목표로 2025년 방산 수출 수주액 154억 달러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2023년과 2024년 감소 추세였던 방산 수출 실적이 유럽, 미주, 아시아 등 권역별 방산 협력 추진을 통해 2025년 다시 성장세로 전환됐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방산 수출은 외교·안보·산업정책이 맞물리는 영역이다. 무기 수출은 단순한 판매 계약이 아니라 장기 운용, 교육, 정비, 부품 공급, 기술협력, 금융 지원까지 포함한다. 수출 대상국과의 안보 협력, 국제정세, 현지 산업 협력 조건도 함께 작동한다. 방산 수주액 154억 달러는 산업 성과인 동시에 외교안보 협력망의 확대를 뜻한다.
중소벤처기업의 방산 진입 여건 개선도 중요한 보고 내용이었다. 우주, 반도체, AI 등 첨단 기술을 보유한 중소벤처기업이 방산 혁신기업으로 추가 지정됐고, 지역별 중소벤처기업 지원 기반도 확대됐다. 2026년에는 중소벤처기업의 기술과 제품을 군이 직접 실증하는 사업을 시작했고, 방산 진입을 원하는 스타트업을 단계별로 지원하는 K방산 스타트업 사업도 신설해 추진하고 있다고 보고됐다.
방산 생태계가 대기업 중심으로만 굳어지면 AI·로봇·센서·반도체 분야의 빠른 기술 변화를 흡수하기 어렵다.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은 특정 기술에서 빠르게 움직일 수 있지만, 군 납품과 방산 인증, 실증 기회, 보안 규정, 장기 계약 구조에 진입하는 장벽이 높다. 군이 직접 기술과 제품을 실증하는 사업은 이 장벽을 낮추는 통로가 될 수 있다.
공공조달도 AI 산업 육성의 기반으로 보고됐다. 조달청은 국민주권정부 출범 이후 공공 구매력을 전략적으로 활용해 혁신기업과 AI 산업의 성장판 역할을 하겠다고 보고했다. 정부가 위험을 안고 혁신 제품의 첫 구매자가 되는 혁신조달을 강화했고, 혁신제품 지정은 24%, 공공구매는 11% 늘었다. AI 로봇 등 첨단 전략산업 분야 제품 지정은 44% 증가한 것으로 설명됐다.
AI 기업의 조달시장 진입 지원도 확대됐다. 지난 1년간 AI 우수 혁신제품 신규 지정은 90% 증가했고, AI 소프트웨어 서비스도 크게 늘었다. 납품 실적 면제, 입찰 가점, 계약 절차 간소화 등 진입부터 계약까지 전방위 지원을 강화했다는 설명도 나왔다. 조달청은 물품 예정가격 작성과 공사 원가 계산 등 20개 이상 단위 업무에 AI 에이전트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공공조달은 기술 산업에서 초기 시장을 만드는 강력한 수단이다. 혁신기업은 제품을 만들어도 첫 납품 실적이 없으면 시장에 들어가기 어렵다. 정부가 첫 구매자가 되면 기술은 실험실과 전시회를 넘어 실제 행정 현장으로 들어간다. AI 로봇과 소프트웨어 서비스가 공공조달을 통해 적용되면 기업에는 레퍼런스가 생기고, 행정에는 자동화와 효율화의 경험이 쌓인다.
데이터, 우주, 방산, 조달은 서로 다른 부처의 보고였지만, 산업전략으로 보면 하나의 구조를 이룬다. 데이터는 AI가 학습하고 판단하는 기반이다. 우주는 발사체와 위성, 관측 데이터, 통신 인프라를 통해 미래 산업의 공간을 넓힌다. 방산은 AI·로봇·반도체·무인체계를 안보 영역에서 실증하고 고도화하는 산업이다. 공공조달은 초기 시장을 만들어 혁신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수요 기반을 제공한다.
이재명정부의 기술 산업 정책은 이날 회의에서 단일 주력산업 육성을 넘어 플랫폼형 기반 구축으로 이동했다. 반도체는 여전히 중요한 축이지만, 데이터가 정비되지 않으면 AI 산업은 깊어지기 어렵고, 발사체 일정이 안정되지 않으면 우주기업은 투자 계획을 세우기 어렵다. 획득제도가 느리면 국방 AI와 무인체계는 전력화 속도를 내기 어렵고, 공공조달이 닫혀 있으면 혁신기업은 초기 시장에 진입하기 어렵다.
긍정적 흐름은 기술 산업을 부처별 성과로만 다루지 않았다는 데 있다. 국가데이터처는 데이터의 품질과 활용 체계를, 우주항공청은 발사체와 민간 산업 생태계를, 방위사업청은 국방 기술 주권과 방산 수출 기반을, 조달청은 AI 기업의 초기 수요와 공공시장 진입을 보고했다. 각각의 보고는 2년 차 성장전략이 산업 현장에서 작동하기 위해 필요한 기반 조건을 나눠 맡고 있었다.
변수도 적지 않다. 국가데이터 기본법은 입법과 제도 설계가 뒤따라야 하고, 데이터 연계는 개인정보 보호와 품질 관리가 함께 보장돼야 한다. 우주 산업은 정기 발사 체계와 민간 투자 확대가 실제 계약과 매출로 이어져야 한다. 방산은 첨단 기술 도입 속도와 획득제도 개편, 중소벤처기업의 실증·납품 통로가 맞물려야 한다. 공공조달은 혁신제품 확대와 부실 제품 관리 사이의 균형을 잡아야 한다.
6월 2일 회의 이후 기술 산업 정책은 법·예산·시장 세 영역에서 구체화된다. 국가데이터처는 국가 데이터 기본법과 통계 등록부, AI 친화적 메타데이터 체계를 추진하게 된다. 우주항공청은 누리호 정기 발사 체계와 스페이스 펀드 확대, 민간기업 기술 이전을 이어간다. 방위사업청은 AI 유·무인 복합체계와 소프트웨어 중심 획득제도, K방산 스타트업 지원을 추진한다. 조달청은 AI 혁신제품과 AI 에이전트 도입을 공공시장 안에서 확대하게 된다.
출범 1년을 맞은 국민주권정부의 성장전략은 수출 실적만으로 닫히지 않는다. 데이터가 정책과 AI의 기반이 되고, 우주 접근 능력이 산업 생태계의 시간표가 되며, 방산이 첨단 기술과 수출을 결합하고, 공공조달이 혁신기업의 첫 시장을 열 때 2년 차 산업정책의 폭도 넓어진다. 기술 주권과 산업 성장, 공공 수요가 함께 움직이는 구조가 앞으로의 집행 과정에서 더 선명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