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주권정부 1년⑧] 보훈을 시혜에서 국가 의무로 옮긴 6월의 국정 보고

독립유공자 후손 보상 확대·참전유공자 배우자 생계지원·민주유공자 예우·보훈 의료 접근성 강화

2026-06-02     박준식 기자
이재명 대통령, 보훈가족 일일이 맞잡은 손…청와대 영빈관에 울린 ‘감사의 말’  사진=대통령실 갈무리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박준식기자]청와대에서 열린 제24회 국무회의 겸 제11차 비상경제점검회의는 호국보훈의 달 첫 국무회의로 시작됐다.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에 대한 묵념 뒤, 회의 후반부에는 국가보훈부의 국정성과 보고가 이어졌다. 보고의 중심에는 “특별한 희생에 대한 특별한 보상”이 놓였다. 독립유공자 후손 보상, 참전유공자 배우자 생계지원, 민주화운동 희생자 예우, 제대군인 지원, 보훈 의료 접근성 확대가 한 흐름으로 제시됐다.

보훈부 보고는 정책 여건부터 짚었다. 참전유공자의 배우자, 민주화운동 희생자 등 그동안 보훈 사각지대에 놓였던 이들에 대한 혜택 확대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국가유공자 고령화에 따른 의료 수요 증가도 주요 여건으로 제시됐다. 보훈은 과거의 공적을 기리는 의례에 머물지 않고, 생계와 의료, 법적 지위와 사회적 예우를 함께 다루는 제도 영역으로 넓어졌다.

독립유공자 후손 보상 확대는 첫 번째 축으로 보고됐다. 보훈부는 “독립운동하면 3대가 망한다”는 말을 없애겠다는 취지로 지난 4월 독립유공자법을 개정했다고 설명했다. 독립운동을 한 가문의 후손이 최대 3대까지 보상을 받거나, 후대로 내려가더라도 최소 2대는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법을 바꿨다는 내용이다. 수혜 인원은 2,363명으로 보고됐다.

독립유공자 후손 보상은 단순한 급여 확대가 아니다. 독립운동의 대가가 한 세대의 희생으로 끝나지 않고, 가난과 교육 기회 상실, 사회적 기반 약화로 후손에게 이어졌던 역사적 구조를 국가가 뒤늦게 보정하는 일이다. 독립운동은 국가의 뿌리를 세운 행위였지만, 그 결과를 감당한 가족은 오랫동안 생활의 불안정 속에 놓였다. 법 개정은 보훈을 개인의 공적 기념에서 가족 단위의 역사적 보상으로 넓히는 조치다.

참전유공자 배우자 생계지원도 주요 보고 항목이었다. 보훈부는 참전유공자 배우자, 특히 미망인 배우자의 생계지원이 큰 민원이었다고 설명했다. 전체 대상은 약 18만6,000명으로 보고됐고, 올해 3월부터 1만7,000명에게 생계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 임기 안에 모든 배우자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제시됐다.

참전의 희생은 참전 당사자에게만 남지 않는다. 전쟁과 군 복무 이후 가족은 부양, 간병, 생계 부담을 함께 떠안는다. 참전유공자가 세상을 떠난 뒤 배우자가 고령과 빈곤 속에 남는 경우, 보훈은 유공자 생전의 명예 수당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배우자 생계지원은 국가가 전쟁의 희생을 가족의 몫으로만 남겨두지 않겠다는 제도적 응답에 가깝다.

민주유공자법 제정도 보고에 포함됐다. 보훈부는 후반기 국회에서 법 제정을 마무리해 전태일, 박종철, 이한열 등 민주화운동 희생자 635명에 대해 의료와 양로 등 예우를 제공하고, 국가유공자로 예우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민주화운동 희생자를 국가 공동체의 역사 속에서 공식적으로 예우하겠다는 방향이다.

민주화운동 희생자 예우는 보훈의 범위를 군사적 희생에만 묶어두지 않는다는 의미를 갖는다. 대한민국의 헌정 질서와 시민적 권리는 독립운동, 전쟁, 산업화, 민주화의 시간을 거쳐 형성됐다. 민주주의 회복과 인권 확대를 위해 희생한 이들을 국가유공자 체계 안에서 다루는 일은 보훈의 기준을 국가 공동체의 형성 과정 전체로 확장하는 논의다.

제대군인 지원 강화도 함께 보고됐다. 보훈부는 군 경력을 최대 3년까지 호봉과 임금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내년 2월부터 국가와 공공기관에는 100% 적용하고, 민간 부문까지 확대해 나갈 계획도 제시했다. 군 복무 중 부상을 입은 장병에게는 국방부와 협업해 치료부터 보훈 등록까지 통합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설명했다.

제대군인 지원은 병역 의무의 사회적 비용을 어떻게 인정할지와 맞닿아 있다. 청년은 군 복무 기간 동안 학업과 취업, 경력 형성의 시간을 조정해야 한다. 국가와 공공기관에서 군 경력을 호봉과 임금에 반영하는 일은 복무 기간을 단순한 공백으로 보지 않겠다는 뜻이다. 민간 부문 확산은 기업 인사 체계와 비용 부담까지 연결되는 사안인 만큼, 적용 기준과 보상 구조를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

군 복무 중 부상 장병에 대한 통합 지원은 5편에서 다룬 장병 안전 논의와도 맞닿는다. 훈련과 복무 과정에서 다친 장병이 치료, 행정 절차, 보훈 등록을 따로 찾아다녀야 한다면 국가 책임은 끊어진다. 치료부터 보훈 등록까지 이어지는 통합 서비스는 부상자의 회복과 권리 인정 절차를 한 줄로 연결하는 제도다. 장병에게 의무를 요구하는 국가는 부상 이후의 행정 절차까지 책임져야 한다.

보훈 의료 복지는 고령 유공자 증가와 함께 별도 축으로 제시됐다. 고령 유공자가 집 근처에서 편리하게 진료받을 수 있도록 위탁 의료기관을 대폭 확대하겠다는 계획이 보고됐다. 보훈부는 매년 200개씩 위탁 병원을 늘려 이재명정부 임기가 끝나는 2030년에는 전국 위탁 병원을 약 2,000개 규모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보훈 의료의 핵심은 접근성이다. 보훈병원이 대도시에 집중돼 있거나, 거동이 불편한 고령 유공자가 먼 병원까지 이동해야 한다면 제도는 있어도 이용은 어렵다. 위탁 의료기관 확대는 보훈 의료를 특정 병원 중심에서 생활권 중심으로 바꾸는 조치다. 고령 유공자에게 진료 접근성은 복지 편의가 아니라 건강권과 직결되는 문제다.

보훈 예산 문제도 보고 과정에서 언급됐다. 보훈부는 정책 확대가 예산 뒷받침 없이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미국, 호주, 캐나다 등 보훈 선진국의 예산 비중을 언급하며, 대한민국 보훈 예산 비중이 과거보다 낮아진 현실도 제시했다. 보훈 정책이 실제 체감으로 이어지려면 법 개정과 사업 발표뿐 아니라 예산 구조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는 취지였다.

이재명 대통령, 보훈가족 일일이 맞잡은 손…청와대 영빈관에 울린 ‘감사의 말’  사진=2025 06.27  이재명 페이스북 갈무리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예산은 보훈의 진정성을 검증하는 숫자다. 독립유공자 후손 보상 확대, 참전유공자 배우자 생계지원, 민주유공자 예우, 위탁 병원 확대, 제대군인 지원은 모두 재정 투입을 필요로 한다. 보훈을 국가 의무라고 말하면서 예산이 뒤따르지 않으면 제도는 상징에 머문다. 보훈 예산의 우선순위는 국가가 기억을 어떤 방식으로 현실화하는지를 보여주는 기준이 된다.

보훈부는 “모두의 보훈, 일상의 보훈”이라는 기조도 밝혔다. 보훈은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나와 가족의 이야기라는 취지였다. 프로축구 시축과 프로야구 시구, 난지 한강공원 코리아 메모리얼 페스타, 택배 포장지에 보훈 관련 문구를 넣는 방식 등이 보훈문화 확산 사업으로 소개됐다. 올해 약 300개 기념사업을 준비하고 있으며 지방청 단위 행사도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보훈문화 확산은 행사 숫자를 늘리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기념식과 캠페인이 생활 속 접점으로 들어와야 보훈은 특정 세대와 특정 가족의 기억에 머물지 않는다. 택배 포장지, 스포츠 행사, 시민 참여형 축제는 보훈을 일상 언어로 옮기려는 시도다. 다만 일상의 보훈이 홍보성 행사로 흘러가지 않으려면 보상과 의료, 생계지원 같은 실질 정책과 함께 가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의 모두발언도 보훈 논의의 앞쪽에 놓였다. 대통령은 호국보훈의 달 첫 국무회의를 시작하며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공동체가 지켜지기 위해 많은 사람의 희생과 헌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잊지 말아야 하고 기억해야 할 사실들이 있다고도 했다. 보훈부 보고는 이 발언을 제도 영역으로 이어받아 독립유공자, 참전유공자 배우자, 민주화운동 희생자, 제대군인, 부상 장병, 고령 유공자의 생활 문제로 옮겨갔다.

보훈 정책의 긍정적 흐름은 기억과 예우를 생활 보장으로 연결했다는 데 있다. 독립유공자 후손 보상은 역사적 희생의 세대 간 부담을 다루고, 참전유공자 배우자 생계지원은 전쟁의 가족 부담을 국가 책임으로 옮긴다. 민주유공자법은 민주화 희생의 공적 지위를 제도화하고, 제대군인 지원은 병역 의무의 경력 공백을 보정한다. 위탁 의료기관 확대는 고령 유공자의 실제 진료 접근성을 높이는 방향이다.

보훈이 시혜가 아니라 국가 의무라는 말은 정책 집행에서 더 무거워진다. 시혜는 형편에 따라 줄이거나 미룰 수 있지만, 의무는 대상과 기준, 예산과 절차를 명확히 해야 한다. 독립유공자 후손, 참전유공자 배우자, 민주화운동 희생자, 부상 장병, 고령 유공자는 각각 다른 제도와 예산을 필요로 한다. 보훈의 범위가 넓어질수록 지원 기준의 공정성과 지속 가능성도 함께 관리돼야 한다.

보훈 정책의 부담은 대상 확대와 재정 책임 사이에서 발생한다. 독립유공자 후손 보상 확대는 역사적 형평성을 보완하는 조치지만, 후손 범위와 지급 기준을 안정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참전유공자 배우자 생계지원은 고령층 빈곤과 직접 연결되지만, 단계적 확대 속도가 실제 생활비 부담을 따라가야 한다. 민주유공자법은 사회적 합의와 입법 절차를 거쳐야 하고, 위탁 병원 확대는 의료 질 관리와 지역별 균형 배치가 함께 필요하다.

국가유공자 고령화는 보훈 정책의 성격을 바꾸고 있다. 과거의 보훈이 명예와 수당 중심이었다면, 앞으로의 보훈은 의료, 돌봄, 이동, 주거, 생계가 더 중요해진다. 고령 유공자는 병원을 자주 이용하고, 배우자는 생계와 간병 부담을 함께 안는다. 보훈 행정이 기념과 포상 중심에 머물면 고령화의 현실을 따라가기 어렵다. 위탁 의료기관 확대와 배우자 생계지원이 같은 보고 안에 들어간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제대군인과 부상 장병 지원은 보훈의 미래 세대와 연결된다. 전쟁 세대와 독립운동 세대만 보훈의 대상이 아니다. 지금 군 복무를 마친 청년, 훈련과 복무 중 다친 장병, 앞으로 국가가 부를 청년들도 보훈 체계의 신뢰를 보고 국가 의무를 받아들인다. 군 경력 인정과 부상 장병 통합 지원은 병역 의무를 감당한 세대에게 국가가 어떤 방식으로 응답하는지를 보여준다.

6월 2일 회의 이후 보훈 정책은 법 개정, 예산 확보, 의료 접근성, 문화 확산으로 나뉘어 집행된다. 독립유공자법 개정에 따른 후손 보상 확대는 2027년 1월 시행 준비로 이어지고, 참전유공자 배우자 생계지원은 단계적 확대가 필요하다. 민주유공자법은 후반기 국회 입법 절차가 남아 있고, 위탁 의료기관 확대는 매년 200개 추가 지정과 진료 품질 관리가 함께 진행돼야 한다. 제대군인 군 경력 반영과 부상 장병 통합 지원도 관계 부처 협업 속에서 구체화된다.

출범 1년을 맞은 국민주권정부의 보훈 정책은 기념의 언어를 생활의 제도로 옮기는 방향으로 제시됐다. 독립운동의 후손, 참전유공자의 배우자, 민주화운동 희생자, 군 복무를 마친 청년, 복무 중 다친 장병, 고령 유공자의 진료 접근성이 한 정책 흐름 안에 놓였다. 특별한 희생에 대한 특별한 보상은 구호가 아니라 대상자 발굴, 법적 지위 부여, 생계지원, 의료 접근성, 예산 배정으로 확인될 때 국가 공동체의 책임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