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정부 정책 분석①] 젠슨 황 방한, AI 3대 강국의 산업 좌표

엔비디아가 찾은 한국의 HBM·로봇·클라우드 역량…10조1000억 원 AI 예산, 공급망·데이터센터·전력망에서 실효성 가늠

2026-06-06     임우경 기자
엔비디아가 찾은 한국의 HBM·로봇·클라우드 역량…10조1000억 원 AI 예산, 공급망·데이터센터·전력망에서 실효성 가늠/사진=skhynix_official.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임우경 · 박준식기자]젠슨 황(Jensen Huang) 엔비디아 최고경영자의 서울 일정은 AI 산업의 중심축이 어디로 이동하고 있는지를 압축해 드러냈다. 황 CEO는 방한 기간 현대차, LG,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네이버와의 협력 가능성을 언급했고, 한국을 제조업과 로보틱스가 결합할 수 있는 시장으로 평가했다. 엔비디아가 한국에서 확인한 것은 단순한 AI 수요가 아니라 HBM 공급망, 제조업 기반, 로봇·자동차·클라우드 역량이었다. 이재명정부가 내세운 AI 3대 강국 구상도 이 지점에서 정책 문서를 넘어 산업 현장의 시간표와 맞물리기 시작했다.

황 CEO의 방한은 갑작스러운 일정이 아니었다. 엔비디아는 앞서 대만 컴퓨텍스 기간에 한국 기업 전용 파트너 행사를 열고 SK하이닉스, 삼성전자, LG전자, 네이버 측과 만났다. 엔비디아가 대만 협력사 중심으로 관리해 온 공급망 흐름에 한국 기업 전용 회동을 더한 셈이다. AI 반도체 수요가 GPU에서 HBM,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피지컬 AI로 확장되면서 한국 기업군의 전략적 위치도 달라졌다.

sk하이닉스 최태원 회장과 NVIDIA 젠슨 황/사진=skhynix_official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HBM 공급망의 중심에 서 있다. 황 CEO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플랫폼에 들어갈 HBM4 공급 자격을 갖췄다고 밝혔다. AI 서버 성능은 GPU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대규모 모델 학습과 추론이 늘어날수록 고대역폭 메모리 공급 안정성, 패키징, 전력 효율, 발열 관리가 데이터센터 증설 속도와 직결된다. 한국 반도체 산업은 메모리 호황의 수혜를 넘어 글로벌 AI 인프라의 병목을 푸는 산업으로 재배치되고 있다.

이재명정부의 AI 예산 확대는 이러한 산업 재편과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다. 정부는 2026년 AI 3대 강국 도약을 위한 대전환 예산으로 10조1000억 원을 편성했다. 산업·생활·공공 전 분야 AI 도입에 2조6000억 원, 인재 양성과 인프라 구축에 7조5000억 원을 투입한다. 피지컬 AI 선도 국가 달성을 위해 로봇, 자동차, 조선, 가전, 반도체, 팩토리 등 주요 산업 분야에 향후 5년간 약 6조 원을 투입하겠다는 계획도 제시됐다.

이 대통령, 젠슨 황 접견...엔비디아 GPU 26만 장 공급 '한국 ‘AI 인프라 대도약’  사진=2025 10.31   MBC 영상 갈무리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정책의 출발점은 AI 모델 개발에만 있지 않다. 국가AI전략위원회가 확정한 ‘대한민국 인공지능행동계획’은 99개 실행과제와 326개 정책권고로 구성됐다. AI 혁신 생태계 조성, 범국가 AI 기반 대전환, 글로벌 AI 기본사회 기여가 3대 정책축이다. 저작물의 AI 활용 제도, 보안 취약점 발굴 체계, 민간·공공 AI 데이터 거버넌스, 신청 없는 복지서비스, AI 기본사회 추진계획이 함께 들어갔다. AI는 산업정책을 넘어 행정, 복지, 보안, 저작권, 교육 체계를 함께 바꾸는 국정 운영의 기반 기술로 올라섰다.

엔비디아와 한국 정부·기업의 연결은 이미 대규모 인프라 협력으로 구체화됐다. 엔비디아는 한국 정부, 삼성전자, SK그룹, 현대차그룹, 네이버클라우드와 함께 AI 인프라 확대 계획을 발표했고, 한국 정부는 국가 AI 컴퓨팅센터와 국내 클라우드·IT 기업을 통해 최신 엔비디아 GPU 5만 장 이상을 배치하는 구상을 내놓았다. 삼성전자, SK그룹, 현대차그룹도 각각 5만 장 규모의 GPU 기반 AI 팩토리 구축 계획을 포함했다. 네이버클라우드는 대규모 AI 컴퓨팅 역량 확대의 한 축으로 배치됐다.

 현대차와 LG, 네이버가 이번 방한 일정의 주요 기업으로 거론된 대목은 AI 경쟁의 무대가 챗봇과 검색 서비스를 넘어 제조 현장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진=2025 10.31   MBC 영상 갈무리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현대차와 LG, 네이버가 이번 방한 일정의 주요 기업으로 거론된 대목은 AI 경쟁의 무대가 챗봇과 검색 서비스를 넘어 제조 현장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현대차는 자율주행, 로봇,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스마트팩토리와 연결된다. LG는 가전, 로봇, 스마트홈, 제조 공정, 에너지 관리 역량을 갖고 있다. 네이버는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한국형 AI 모델, 디지털트윈, 로봇 친화형 공간 운영 경험을 동시에 보유한 기업이다. 황 CEO가 한국의 다음 주요 분야로 로보틱스를 지목한 이유도 제조업 기반과 피지컬 AI 수요가 맞물리는 구조에서 찾을 수 있다.

네이버클라우드와 엔비디아의 협력은 피지컬 AI의 방향을 보여주는 사례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엔비디아의 피지컬 AI 플랫폼 코스모스를 활용해 서울의 실제 도로 환경과 공간 구조를 재현한 ‘서울 월드 모델’을 공개했고, 국내 지도 데이터와 서울 전역에서 수집한 120만 장의 파노라마 이미지를 학습에 활용했다. AI가 텍스트와 이미지를 생성하는 단계를 넘어 실제 도시, 도로, 차량, 로봇의 움직임을 예측하고 검증하는 인프라로 확장되는 흐름이다.

엔비디아가 찾은 한국의 HBM·로봇·클라우드 역량…10조1000억 원 AI 예산, 공급망·데이터센터·전력망에서 실효성 가늠_정부는 2030년까지 첨단 GPU 26만 장을 확보하고, 2026년 5월 AI데이터센터법을 제정했다고 밝혔다. /사진=@NVIDIANetworkng.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과기정통부가 최근 제시한 1년 성과에도 AI 인프라가 전면에 놓였다. 정부는 2030년까지 첨단 GPU 26만 장을 확보하고, 2026년 5월 AI데이터센터법을 제정했다고 밝혔다. 민간·공공 AX 적용 대상으로 반도체 공장, 정부 행정망, 예산심의가 제시됐고, AI 반도체, AI 모델, AI 서비스를 묶은 풀스택 수출도 정책 성과 항목에 포함됐다. AI 3대 강국 구상은 GPU 확보, 데이터센터, 전력망, 클라우드 운영, 보안 기준이 함께 움직일 때 산업정책으로 기능한다.

가트너의 2026년 2분기 분석은 이러한 흐름을 ‘자율 비즈니스’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AI 수익화는 단순한 업무 자동화보다 자율운영, 인력 증폭, 의사결정 개선, 새로운 가치 창출에서 나온다. 한국 정부의 AI 전략도 예산 규모나 발표 횟수만으로 평가되기 어렵다. 공장과 행정망,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반도체와 클라우드, 제조기업과 플랫폼 기업의 운영 방식이 함께 바뀌어야 정책의 실체가 만들어진다.

젠슨황 방한 T1 페이커와의 시간/사진=T1 LoL @T1LOL Instagram.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젠슨 황 방한으로 이재명정부의 AI 전략은 더 이른 시점에 산업 현장의 평가를 받게 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HBM 공급 안정성, 현대차와 LG의 제조·로봇 전환 속도, 네이버의 클라우드·AI 모델 역량,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확충 속도가 같은 시간표 위에 올라섰다. AI 3대 강국 구상은 예산 10조1000억 원보다 HBM4 공급, GPU 활용률, AI 데이터센터 가동률, 제조업 생산성 개선, 공공 AI의 처리 속도와 오류율로 먼저 판가름 날 가능성이 크다.

남은 변수는 구체적 계약과 집행 속도다. 엔비디아와 한국 기업의 협력 범위, HBM4 공급 물량, AI 데이터센터 입지와 전력 확보, 피지컬 AI의 실제 제조 현장 적용, 공공 AI의 오류 대응 체계가 순차적으로 드러나야 한다. 젠슨 황 방한은 AI 3대 강국 구상의 홍보 이벤트가 아니라 한국 산업정책이 글로벌 AI 공급망 안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첫 압축판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