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정부 정책 분석④] AI 고속도로, 데이터센터와 전력망에서 갈리는 실행력

GPU 26만 장·울산 AI 데이터센터·수도권 클라우드 경쟁…10조1000억 원 AI 예산, 전력·냉각·보안·공공조달 속도가 성과 지표

2026-06-07     임우경 기자
SK그룹과 아마존웹서비스(AWS)는 약 7조 원을 투입해 울산에 국내 최대 규모 AI 데이터센터를 짓기로 했고, 2029년까지 100MW급으로 완전 가동하는 계획을 공개했다. 

[KtN 임우경기자] 울산 미포국가산단에 들어서는 AI 데이터센터는 이재명정부 AI 전략의 인프라 지도를 바꿔 놓았다. SK그룹과 아마존웹서비스(AWS)는 약 7조 원을 투입해 울산에 국내 최대 규모 AI 데이터센터를 짓기로 했고, 2029년까지 100MW급으로 완전 가동하는 계획을 공개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향후 1GW 규모 확장 구상도 언급했다. AI 3대 강국 구상은 모델 개발이나 반도체 공급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GPU가 돌아갈 데이터센터, 전력을 공급할 송전망, 열을 빼낼 냉각 설비, 클라우드 운영 능력이 같은 속도로 움직여야 산업정책이 된다.

이재명정부가 말하는 ‘AI 고속도로’는 추상적 비유가 아니다. 정부는 2026년 AI 3대 강국 도약을 위한 대전환 예산으로 10조1000억 원을 편성했고, 인재 양성과 인프라 구축에 7조5000억 원을 배정했다. 피지컬 AI와 공공 AI, 독자 AI 모델, 산업 AX가 모두 컴퓨팅 인프라를 전제로 한다. 모델을 학습시키고, 기업 서비스를 운영하고, 공공 행정망에 AI를 붙이려면 안정적인 GPU 접근권이 필요하다. 정부가 2030년까지 첨단 GPU 26만 장 확보를 내세운 배경도 여기에 있다.

엔비디아가 공개한 한국 AI 인프라 협력 구상은 정부와 기업의 역할을 동시에 드러낸다. 엔비디아는 한국 정부와 산업계가 26만 장 이상 GPU를 활용해 국가 AI 인프라와 AI 팩토리를 구축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국가 AI 컴퓨팅센터와 NHN클라우드, 카카오, 네이버클라우드 등 국내 클라우드 · IT 사업자에 최신 GPU 5만 장 이상을 배치하는 계획에 포함됐다. 삼성전자, SK그룹, 현대차그룹은 각각 5만 장 규모 AI 팩토리 구상에 들어갔고, 네이버클라우드는 기업·피지컬 AI 워크로드용으로 6만 장 이상 GPU 인프라를 확대하는 축에 배치됐다.

엔비디아는 한국 정부와 산업계가 26만 장 이상 GPU를 활용해 국가 AI 인프라와 AI 팩토리를 구축한다고 밝혔다.  /사진=@NVIDIANetworkng.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숫자의 크기만으로 실행력을 단정할 수는 없다. GPU 26만 장은 국가 AI 경쟁력의 필요조건이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다. 첨단 GPU는 전력, 냉각, 네트워크, 보안, 운영 인력, 데이터 거버넌스가 함께 붙어야 산업 인프라로 작동한다. 고성능 GPU 서버는 랙당 전력밀도가 높고 발열이 크다. 기존 인터넷 데이터센터와 같은 설비 운영 방식만으로는 대규모 AI 학습·추론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 AI 데이터센터 정책이 단순한 건물 인허가가 아니라 전력계통, 냉각 기술, 클라우드 서비스, 공공 조달까지 포괄해야 하는 이유다.

SK텔레콤은 울산 AI 데이터센터를 1GW급으로 확장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회사는 울산을 남부권 거점으로 두고 가산, 서남권 데이터센터까지 묶어 국내 주요 권역의 AI 인프라를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AWS와 중장기 연구개발 협력을 통해 엣지 AI, AI-RAN, 피지컬 AI 클라우드 기술을 강화하고, 엔비디아 RTX PRO 6000 블랙웰 GPU 2000장 이상을 도입해 제조 AI 클라우드를 구축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통신사가 AI 데이터센터 개발자이자 클라우드 운영자, 제조 AI 인프라 사업자로 이동하는 흐름이다.

KT클라우드는 수도권 AI 데이터센터 경쟁의 다른 축이다. KT클라우드는 가산 AI 데이터센터를 열고 국내 상업용 데이터센터로는 처음 액체 냉각 기술을 상용화했다고 밝혔다. 가산 AI 데이터센터는 총 수전 용량 40MW, IT 용량 26MW 규모로 조성됐고, 최신 GPU 서버 발열을 제어하기 위해 D2C 방식의 리퀴드 쿨링을 적용했다. AI 데이터센터 경쟁이 서버 면적 확보에서 전력 효율, 냉각 방식, 고집적 랙 운영 능력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다.

GPU 서버 발열을 제어하기 위해 D2C 방식의 리퀴드 쿨링을 적용했다. /사진=NVIDIA,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공공 AI 확산도 클라우드 인프라 없이는 속도를 내기 어렵다. KT클라우드는 AI 파운드리의 공공 클라우드 상품을 출시하고 RAG 스위트와 벡터DB가 클라우드 보안인증 중등급을 획득했다고 밝혔다. 공공기관과 지방자치단체가 생성형 AI를 도입하려면 보안 인증, 전용망, 데이터 반출 통제, 감사 기록, 조달 절차가 맞아야 한다. 공공 AI는 민간 챗봇을 행정망에 얹는 문제가 아니다. 보안·책임·접근권·계약 절차를 갖춘 클라우드 운영 체계가 있어야 실제 업무 전환으로 이어진다.

AWS의 추가 투자 계획은 한국 AI 인프라가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의 아시아 전략 안으로 들어갔음을 보여준다. AWS는 2031년까지 한국에 최소 50억 달러를 투자해 신규 AI 데이터센터를 짓겠다고 밝혔다. 해당 발표는 APEC 계기 맷 가먼 AWS CEO와 이재명 대통령의 면담 과정에서 나왔다. AWS는 앞서 SK그룹과 울산 데이터센터 투자를 발표했고, 수도권 외곽에 신규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계획도 언급됐다.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의 투자는 국내 GPU 접근성을 키우는 동시에 한국 클라우드 사업자와 공공 데이터 주권 논의도 함께 키운다.

AI 데이터센터의 병목은 전력에서 먼저 드러난다. 울산처럼 산업단지와 발전·에너지 인프라가 가까운 지역은 대규모 데이터센터 입지로 주목받는다. 수도권은 수요와 인력이 집중돼 있지만 송전망, 부지, 주민 수용성, 전력 인입에서 제약이 크다. AI 고속도로를 전국 산업정책으로 만들려면 데이터센터를 어디에 지을지, 전력을 어떤 방식으로 공급할지, 지역 산업과 어떤 수요를 만들지까지 함께 설계해야 한다. 지역균형 전략과 AI 인프라 전략이 분리될 수 없는 이유다.

정부가 AI 데이터센터 투자를 세액공제나 인허가 완화로만 밀어붙이면 운영 단계의 에너지 비용과 안전 기준이 뒤따라오지 못할 수 있다. /사진=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냉각 기술도 정책 지표가 된다. AI 서버는 기존 웹서비스 서버보다 발열 부담이 크고, 고집적 GPU 클러스터는 공기 냉각만으로 효율을 맞추기 어렵다. 액체 냉각, 폐열 활용, 전력 사용 효율, 무중단 운영, 소방 기준, 침수·누수 대응, 장비 교체 프로세스가 데이터센터 경쟁력의 일부로 바뀌고 있다. 정부가 AI 데이터센터 투자를 세액공제나 인허가 완화로만 밀어붙이면 운영 단계의 에너지 비용과 안전 기준이 뒤따라오지 못할 수 있다.

공공 자원 배분도 민감한 변수다. GPU와 데이터센터가 대기업과 대형 클라우드 사업자에 집중되면 스타트업, 대학, 연구기관, 지역 기업의 접근성은 제한될 수 있다. 정부가 국가 AI 컴퓨팅센터와 클라우드 사업자를 통해 GPU를 공급하려는 이유는 이 격차를 줄이기 위한 것이다. 다만 실제 배분 방식, 사용료, 우선순위, 연구·상업 이용 구분, 보안 등급별 접근권이 정교하게 설계되지 않으면 인프라 확충은 일부 기업의 비용 절감 수단에 그칠 수 있다.

가트너는 AI 수익화를 자율운영, 인력 증폭, 의사결정 개선, 새로운 가치 창출로 설명한다. 같은 기준을 AI 인프라에 적용하면 데이터센터의 성과도 서버 규모가 아니라 활용률과 산업 전환 효과로 봐야 한다. GPU가 얼마나 많이 들어왔는지보다 어떤 기업과 연구자가 썼는지, 제조 현장의 디지털트윈과 로봇 학습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공공서비스 처리시간과 오류율을 얼마나 낮췄는지, 신규 AI 서비스 매출을 얼마나 만들었는지가 더 중요한 지표가 된다.

AI 고속도로는 이재명정부 AI 전략의 하부 구조이자 가장 비싼 검증 지점이다. 울산 AI 데이터센터, SK텔레콤의 1GW 확장 구상, KT클라우드의 액체 냉각 상용화, 네이버클라우드와 국내 클라우드 사업자의 GPU 인프라 확대, AWS의 추가 투자는 한국 AI 산업의 실행력을 키울 수 있는 기반이다. 남은 변수는 전력망 확충, 냉각 기술 안정성, 공공 클라우드 보안 기준, GPU 배분 구조, 지역 데이터센터 수용성, 국내 클라우드 기업의 사업 지속성이다. AI 3대 강국 구상은 모델 발표와 반도체 수출을 넘어, 데이터센터의 전력계량기와 GPU 활용률에서 먼저 성적표를 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