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SUM 심층기획④] KLOINM, 파동을 차로 옮긴 감각의 구조
흑백 파동 이미지와 티 블렌딩, 보는 작품을 몸으로 받아들이는 경험으로
[KtN 박준식기자]컵과 원통형 용기 위로 흑백 파동 이미지가 번진다. 선은 한곳에 멈추지 않고 겹치고 밀려나며, 작은 기물의 표면에서 진동과 울림의 감각을 만든다. 동대문구 아르코(DDM ARCO)에서 열리는 ‘ADVERSUM’에서 KLOINM은 파동을 벽면의 이미지에 가두지 않는다. 파동은 컵의 표면을 지나 손으로 옮겨지고, 차의 향과 온도, 맛을 거쳐 관람객의 몸 안으로 들어간다. 전시는 2026년 6월 2일부터 7월 28일까지 이어진다.
KLOINM의 작업에서 차는 전시 바깥의 부대 요소가 아니다. 컵, 용기, 파동 이미지, 향과 맛이 한 구조 안에 놓인다. 관람객은 작품을 바라보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손에 닿는 컵의 질감, 차의 온도, 입안에 남는 맛, 향의 잔상이 함께 움직인다. 시각으로 시작된 감상은 미각과 후각, 손의 감각으로 넓어진다.
흑백 파동 이미지는 컵과 원통형 용기 위에서 거리감을 바꾼다. 벽에 걸린 이미지는 일정한 간격을 두고 바라보는 대상이지만, 컵과 용기는 손 가까이에 놓인다. 파동이 기물의 표면으로 옮겨지는 순간 작품과 관람객 사이의 거리는 짧아진다. 멀리서 보던 이미지는 손안의 표면이 되고, 손안의 표면은 차를 마시는 행위와 함께 몸 안의 감각으로 이어진다.
차를 마시는 시간은 전시장 안의 속도를 늦춘다. 작품 앞을 지나가던 관람객은 컵을 들고 잠시 머문다. 향을 맡고, 온도를 느끼고, 맛의 잔상을 따라가는 동안 감상의 리듬도 달라진다. KLOINM은 긴 설명문으로 관람객을 붙잡지 않는다. 차 한 모금이 지나가는 시간 안에 파동 이미지를 몸의 감각으로 옮긴다.
‘Tea as Art Itself’라는 문구는 KLOINM 작업의 방향을 압축한다. 차는 작품을 보조하는 서비스가 아니라 작품의 일부로 놓인다. 전시장 안의 차는 향과 맛을 가진 액체이면서, 파동 이미지가 입혀진 기물과 함께 작동하는 조형 요소다. 컵의 표면, 용기의 형태, 차의 색과 향, 음용의 시간이 한 구조 안에서 맞물린다.
주제별 티 블렌딩도 같은 흐름 위에 있다. 작가가 주제에 따라 블렌딩한 차를 관람객과 나누는 행위는 단순한 미각 체험을 넘어, 작품을 몸으로 받아들이는 경험으로 확장된다. 음용은 관람객의 몸을 매개로 작품과 주제를 물리적·감각적으로 결합시키는 과정으로 제시됐다. 곰보배추를 주원료로 한 자연 재료와 전문 F&B 회사 협업 계획도 함께 언급됐다. 다만 기사에서 다룰 수 있는 범위는 전시가 제안한 감각 구조까지다. 특정 성분의 의학적 효능이나 치료 효과는 별도 검증이 필요한 영역이다.
KLOINM의 차는 치유를 말하지만, 전시장 안에서 먼저 작동하는 층위는 감각이다. 향은 기억을 부르고, 맛은 몸 안에 머문다. 손에 든 컵은 작품과 관람객 사이에 물리적인 접점을 만든다. 치유라는 말이 수사로 흐르지 않으려면, 차가 실제로 전시장 안에서 어떤 시간을 만들고 어떤 감각을 남기는지부터 보아야 한다. KLOINM의 작업은 이 대목에서 힘을 얻는다.
컵과 용기는 작은 크기 때문에 더 직접적으로 다가온다. 거대한 설치물은 관람객 앞에 놓여 몸을 멈추게 하지만, 작은 기물은 손 가까이에서 감각을 바꾼다. 컵 표면의 흑백 파동은 작품을 손에 드는 경험으로 바꾸고, 차를 마시는 행위는 파동 이미지를 몸 안으로 들여보낸다. 작품과 기물, 이미지와 음용, 시각과 미각의 경계가 한 공간 안에서 흔들린다.
파동은 움직임의 이미지다. 물결처럼 퍼지고, 소리처럼 번지고, 몸 안에서 감각의 잔상으로 남는다. KLOINM이 파동을 컵과 차의 구조 안으로 가져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고정된 그림으로만 남아 있던 이미지는 손의 움직임을 따라 이동하고, 차의 향과 맛을 만나 신체의 기억으로 바뀐다. 파동은 눈으로 보는 선을 넘어, 마시는 시간 속에서 다시 발생한다.
KLOINM의 흑백은 임하나 작가의 검은 오브제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인다. 임하나 작가의 설치가 관람객 앞에 놓인 압력과 부재를 물리적으로 세운다면, KLOINM의 차와 파동 이미지는 감각을 몸 안으로 들여보낸다. 같은 흑백이지만 한쪽은 외부의 사물로 다가오고, 다른 한쪽은 내부의 잔상으로 남는다. ‘ADVERSUM’ 안에서 KLOINM이 맡은 역할은 이 내부 감각의 통로에 있다.
용기는 테이블 위에 놓이고, 컵은 관람객의 손으로 옮겨진다. 파동 이미지는 벽에 고정된 상태를 벗어나 작은 기물의 표면을 따라 이동한다. 차의 향과 맛은 다시 몸 안에 남는다. KLOINM은 파동을 눈으로 보는 이미지에 묶어두지 않고, 손과 입, 호흡과 체류의 시간으로 확장한다.
최근 전시 현장에서 감각 매체가 중요해진 흐름도 이 작업과 맞닿아 있다. 관람객은 작품을 본 장면만 기억하지 않는다. 전시장 안에서 얼마나 머물렀는지, 어떤 향을 맡았는지, 손에 무엇을 들었는지, 어떤 맛이 남았는지도 함께 기억한다. 향, 맛, 촉감, 이동 경로, 체류 시간은 작품 해석을 돕는 주변 요소에 머물지 않는다. KLOINM의 차는 전시가 기억되는 방식을 시각 바깥으로 넓힌다.
KLOINM의 작업을 단순한 티 체험으로 좁히면 ‘ADVERSUM’ 안의 역할이 약해진다. 차는 관람객을 편안하게 하는 음료이기 전에, 작품과 몸 사이의 거리를 조정하는 장치다. 컵을 드는 순간 손과 입, 후각과 미각이 동시에 움직인다. 관람객의 몸은 작품 바깥에 선 관찰자에 머물지 않고, 전시의 감각을 받아들이는 자리가 된다.
‘ADVERSUM’이 역경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전시라면, KLOINM은 마주함을 몸의 내부로 옮긴다. 검은 오브제가 관람객 앞에 놓인다면, 차는 관람객 안으로 들어간다. 바깥의 사물과 내부의 감각이 같은 전시장 안에서 만나고, 보는 행위와 마시는 행위가 하나의 구조 안에 묶인다.
전시는 7월 28일까지 이어진다. KLOINM의 컵과 차 도구, 흑백 파동 이미지와 티 블렌딩은 작품을 눈앞의 대상으로만 두지 않는다. 관람객은 컵을 들고 향을 맡고, 차의 온도와 맛을 몸 안에 남긴다. ‘ADVERSUM’의 마주함은 KLOINM의 작업을 거치며 시선의 경험에서 신체의 경험으로 옮겨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