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자산③] 인도 불법 스트리밍, K콘텐츠 집행 속도전
2029년 불법복제 피해 173억 달러 전망…델리 고법 ‘동적 금지명령’으로 미러 사이트 차단 확대
[KtN 전성진기자]인도 디지털 콘텐츠 시장에서 불법 스트리밍과 미러 사이트 차단이 권리 보호의 핵심 전선으로 떠올랐다. 디지털 불법복제가 통제되지 않을 경우 2029년까지 인도 온라인 비디오 부문에서 최대 24억 달러의 수익 손실과 1억5800만 명의 사용자 감소가 추정된다. 불법 저작물 복제에 따른 경제적 피해 규모는 방송, 온라인 비디오, 영화 부문을 합쳐 2024년 128억 달러에서 2029년 173억 달러까지 커질 것으로 제시됐다. K팝, K드라마, 영화, 온라인 공연, 스포츠형 라이브 콘텐츠가 인도 플랫폼과 팬덤 시장을 넓히는 사이, 권리 집행은 삭제 요청을 넘어 실시간 차단과 반복 침해 대응으로 이동하고 있다.
인도 불법복제 피해 구조에서 가장 빠르게 커지는 영역은 온라인 비디오다. 2021년 20억 달러였던 온라인 비디오 부문 피해 규모는 2024년 42억 달러, 2026년 59억 달러, 2029년 86억 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같은 기간 방송 부문 피해는 80억 달러에서 68억 달러로 완만하게 줄어드는 흐름을 보인다. 영화 부문은 2021년 5억 달러에서 2029년 19억 달러로 증가한다. 불법복제의 중심이 전통 방송 신호 탈취보다 온라인 스트리밍, 토렌트, 미러 사이트, 모바일 접속 기반의 유통 구조로 옮겨가고 있다는 뜻이다.
K콘텐츠 기업에는 온라인 비디오 부문의 확대가 직접적인 변수다. 드라마와 영화는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에 올라가고, 음원과 공연 영상은 짧은 클립과 재업로드 영상으로 번질 수 있다. 팬덤이 커진 시장에서는 자막본, 편집본, 리액션 영상, 비공식 다시보기 링크가 빠르게 퍼진다. 공식 플랫폼 공개와 동시에 불법 링크가 검색 결과와 소셜미디어를 타고 유통되면, 현지 라이선스 계약의 매출 기반도 흔들린다. 인도 시장에서 저작권 보호는 사후 경고장 발송보다 플랫폼 모니터링, 도메인 추적, 법원 차단 명령, ISP 협조가 결합된 집행 체계로 다뤄져야 한다.
불법 스트리밍은 단순한 저작권 침해에 그치지 않는다. 불법 스트리밍 웹사이트와 토렌트 플랫폼은 이용자를 악성 소프트웨어에 노출시키는 경로가 되기도 한다. 인도 경영대학원(ISB)의 ‘The Piracy-Malware Nexus in India’ 보고서는 불법 복제 플랫폼이 일반 웹사이트보다 악성 소프트웨어, 피싱, 스팸 노출 위험이 9~15배 높고, 18~24세 연령대가 가장 취약한 집단으로 확인됐다고 정리했다. 콘텐츠 권리 보호와 이용자 보안 문제가 같은 문제권 안으로 들어온 셈이다.
인도 법원은 반복적으로 되살아나는 불법 사이트에 대해 동적 금지명령(Dynamic+ Injunction)을 활용하고 있다. 2025년 12월 18일 델리 고등법원의 워너 브라더스 엔터테인먼트 대 Animesugez.to 사건에는 워너 브라더스, 넷플릭스, 디즈니, 애플, 크런치롤 등 주요 국제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이 원고로 참여했다. 다수 웹사이트가 ‘프렌즈’, ‘스트레인저 씽’, ‘원더 우먼’, ‘배트맨’ 등 저작권 있는 영화와 TV 프로그램을 공식 삭제 요청에도 불구하고 불법 스트리밍·배포한 사안이었다. 법원은 침해 웹사이트에 저작권 콘텐츠의 호스팅과 스트리밍 중단을 명령하고, 도메인 등록기관과 인터넷서비스제공자(ISP)에 72시간 이내 차단을 지시했다. 별도 소송 없이 미러 사이트를 추가 차단할 수 있는 동적 금지명령도 발령했다.
동적 금지명령은 기존 차단 명령보다 침해 구조에 더 가까이 접근한다. 불법 사이트는 도메인이 차단되면 철자 일부를 바꾸거나 숫자를 덧붙이고, 서버와 접속 경로를 바꿔 다시 나타난다. 저작권자가 새 도메인마다 별도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면 집행 속도는 침해 확산 속도를 따라가기 어렵다. 동적 금지명령은 동일하거나 실질적으로 같은 침해 사이트, 후속 도메인, 미러 사이트를 추가로 차단할 수 있게 만들어 권리자의 대응 시간을 줄인다. K드라마, 영화, 온라인 콘서트처럼 공개 직후 초반 시청량이 수익을 좌우하는 콘텐츠에는 이 속도가 중요하다.
2025년 5월 29일 델리 고등법원의 JioStar India Pvt. Ltd. 대 criclk.com 사건도 같은 흐름에 놓인다. 원고는 JioHotstar OTT 플랫폼을 통해 2025년 잉글랜드-인도 투어의 독점 디지털 미디어 권리를 보유한 기업이었다. 쟁점은 경기 시작 몇 분 전에 불법 도메인이 활성화되는 반복적 불법 스트리밍 위협이었다. 법원은 ITE 2025 경기 스트리밍 중단 명령, 72시간 이내 차단, Dynamic+ Injunction을 발령했다. 생중계 콘텐츠에서 불법 링크가 경기 직전 열리고 차단 뒤 다른 주소로 재등장하는 구조를 법원이 직접 고려한 판결이다.
스포츠 중계 판례는 K콘텐츠에도 시사점이 크다. 라이브 공연, 팬미팅, 쇼케이스, 온라인 콘서트, 유료 스트리밍 이벤트는 스포츠 중계처럼 시간성이 강하다. 불법 링크가 행사 직전 또는 공개 직후 퍼지면 사후 손해배상만으로는 수익 손실을 회복하기 어렵다. 인도에서 K팝 온라인 공연이나 드라마 선공개 이벤트를 진행하는 기업은 플랫폼 계약 단계부터 불법 중계 감시, 도메인 차단 요청, 증거 수집, 법원 신청 절차를 함께 설계해야 한다. 현지 배급사와 OTT 사업자에게 단순 홍보 권한만 맡기는 방식으로는 반복 침해 대응이 늦어질 수 있다.
인도 정부와 주정부의 미디어 기술 지원도 콘텐츠 집행 환경과 맞물려 움직이고 있다. 중앙정부는 정보방송부(MIB) 주최 국제시청각엔터테인먼트서밋(WAVES)을 통해 애니메이션, 게임, AI, OTT, 디지털 미디어 분야의 창작자와 기술기업, 투자자, 정책 입안자를 모으고 있다. AVGC-XR 분야 스타트업 육성, 디지털 인프라 확대, 관련 기술 혁신 지원 정책도 강화되고 있다. 카르나타카 주정부는 AVGC-XR 3.0 정책을 통해 애니메이션, VFX, 게임, 만화, 확장현실 분야의 기술 개발, 스타트업 성장, 인프라 구축, 재정적 인센티브를 추진하고 있다.
지식재산권 집행 체계도 디지털화되고 있다. DPIIT와 CIPAM은 출원 전자 접수 IT 시스템, AI·머신러닝 기반 상표 검색 시스템, 특허·상표·디자인 등록증의 디지털 발급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지식재산권 집행 툴킷은 경찰이 위조와 불법복제 등 지식재산권 범죄를 처리하는 데 활용되는 지원 도구다. 마하라슈트라 지식재산권 범죄 전담반(MIPCU)은 디지털 플랫폼상의 IP 도용 근절을 위한 민관 협력 모델로 언급된다. 영화의 무단 녹화와 상영을 금지하는 처벌 조항을 신설한 2023년 영화법 개정도 콘텐츠 보호 체계의 일부로 작동한다.
K콘텐츠 기업의 대응은 세 단계로 나뉜다. 공개 전에는 인도 내 저작권 등록과 권리자 지위 입증 자료를 확보하고, 플랫폼별 공식 권리자 등록을 마쳐야 한다. 공개 직후에는 유튜브, 메타, OTT 플랫폼, 검색엔진, 소셜미디어의 침해 신고 채널을 상시 운영하고, 불법 도메인과 미러 사이트 증거를 보존해야 한다. 침해가 반복되면 델리 고등법원을 통한 Dynamic+ Injunction 신청, ISP 차단 요청, 형사 고발, 세관 단속까지 함께 검토해야 한다. 보고서도 K팝·음악 분야에는 현지 저작권 등록, 인도 OTT 플랫폼과 정식 라이선스 체결, Dynamic+ Injunction 활용을 대응 방안으로 제시하고, K드라마·영화 분야에는 CBFC 등급 분류 취득, ISP 차단 신청, MPA·ACE와의 공동 대응을 제시한다.
인도 불법 스트리밍 시장의 확대는 콘텐츠 기업에 두 가지 숫자로 압축된다. 온라인 비디오 피해는 2029년 86억 달러로 커질 수 있고, 전체 불법복제 피해는 173억 달러로 제시됐다. 같은 기간 인도는 대규모 콘텐츠 투자와 디지털 플랫폼 성장을 이어가는 시장이기도 하다. 매출 기회와 침해 위험이 함께 커지는 구조다. 한국 콘텐츠 기업이 인도에서 확보해야 할 권리는 작품 파일이나 음원 자체에 그치지 않는다. 공개 시점, 도메인 차단, 플랫폼 신고 권한, 현지 법원 대응, 파트너별 책임 범위까지 계약과 집행 계획 안에 넣어야 수익을 지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