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자산④] 인도 AI 합성 콘텐츠, 플랫폼 책임 확장
IT 규칙 2026년 개정으로 표시 의무·사용자 고지·메타데이터 추적 도입
[KtN 전성진기자]인도 디지털 지식재산권 규제가 저작권자 단독 대응에서 플랫폼 공동 책임으로 이동하고 있다. IT(중개자 가이드라인 및 디지털 콘텐츠 윤리강령) 규칙 2021의 2026년 개정은 소셜미디어 플랫폼,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 등 디지털 중개자에게 특허·상표·저작권 또는 기타 소유권을 침해하는 콘텐츠의 업로드·공유·표시를 금지하는 이용약관과 개인정보 처리방침을 명확히 게시하도록 요구한다. AI 생성·합성 콘텐츠에 대해서는 표시 의무, 사용자 고지, 메타데이터 추적 규정이 도입됐다. 딥페이크, 무단 복제물, 합성 미디어가 K팝 아티스트의 얼굴과 음성, 드라마 장면, 공연 영상, 공식 이미지까지 건드리는 시장에서 권리 보호의 책임선이 플랫폼 운영 체계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
인도 IT 규칙 2021은 2026년 2월 10일 기준으로 갱신된 문서에서 ‘합성 생성 정보’를 별도 개념으로 다룬다. 규칙은 인공지능 또는 알고리즘을 통해 생성·수정·변형된 오디오, 시각, 시청각 정보가 실제 인물이나 현실 사건과 구별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보일 경우를 규제 대상으로 놓는다. 다만 색 보정, 노이즈 제거, 자막, 번역, 접근성 개선처럼 원정보의 의미를 왜곡하지 않는 통상적 편집은 합성 생성 정보에서 제외된다.
개정 규칙은 중개자의 이용약관과 사용자 고지 의무를 강화한다. 중개자는 이용자가 다른 사람의 권리 없이 보유한 정보를 게시하거나, 특허·상표·저작권 등 소유권을 침해하는 정보를 호스팅·표시·업로드·수정·게시·전송·저장·공유하지 않도록 합리적 노력을 해야 한다. 허위 정보, 타인 사칭, 컴퓨터 바이러스, 불법 정보에 대한 제한도 같은 조항 안에 들어간다. K콘텐츠 기업이 플랫폼에 침해 신고를 넣을 때 단순 삭제 요청만으로는 부족하고, 어떤 권리가 어느 콘텐츠에서 침해됐는지, 원본과 침해물의 동일성 또는 실질적 유사성이 무엇인지, 신고 권한을 누가 갖는지까지 정리해야 하는 이유다.
AI 합성 콘텐츠 조항은 이용자에게도 직접적인 고지 구조를 만든다. 중개자가 합성 생성 정보의 생성·변형·게시·전송·공유를 가능하게 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이용자에게 위반 시 처벌이나 제재가 따를 수 있음을 알려야 한다. 위반 정보는 즉시 접근 차단 또는 삭제될 수 있고, 사용자 계정 정지·종료, 위반 사용자 식별과 피해자에 대한 신원 공개, 관계 기관 신고로 이어질 수 있다. 합성 콘텐츠가 단순한 팬 창작물과 구별되는 지점은 여기서 생긴다. 실제 인물처럼 보이는 얼굴, 음성, 몸짓, 발언을 조작한 콘텐츠가 권리 침해나 사칭, 허위 정보와 결합하면 플랫폼 내부 제재와 법적 절차가 동시에 작동할 수 있다.
K팝과 배우 산업에서는 AI 합성 콘텐츠가 초상, 음성, 상표, 저작권을 한꺼번에 침범할 수 있다. 아티스트의 얼굴을 합성한 광고 이미지, 허락 없이 만든 AI 커버 음원, 드라마 장면을 변형한 가짜 예고편, 배우의 목소리를 흉내 낸 홍보 영상, 공식 로고와 유사한 이미지를 붙인 비공식 상품 영상은 각각 다른 권리 영역에 닿는다. 음원은 저작권과 음반 권리, 얼굴과 목소리는 인격적 권리와 퍼블리시티성 권리, 그룹명과 로고는 상표, 굿즈 이미지는 디자인과 저작권 문제로 번질 수 있다. 인도에서 AI 합성 콘텐츠 규제가 강화되면 권리자는 플랫폼 신고 단계에서 침해 유형을 더 세밀하게 나눠야 한다.
신고 처리 절차도 빨라지고 있다. 규칙은 고충 담당자가 신고를 24시간 이내 접수하고, 접수일로부터 7일 이내 처리하도록 정한다. 일부 삭제 요청성 신고는 더 빠른 조치를 요구받을 수 있다. 플랫폼이 정부기관의 적법한 요청을 받을 경우 보유 정보나 협조를 가능한 한 빨리 제공해야 하며, 일반적으로 72시간 이내라는 시한도 규칙에 담겼다. 권리자에게는 침해물 발견 시점부터 증거 보존, 신고서 작성, 원권리 입증, 플랫폼별 접수 채널 활용까지 시간을 줄이는 운영 체계가 필요해진다.
인도 규제의 방향은 권리자에게만 모든 부담을 지우지 않는 쪽으로 움직인다. KOCCA 인도비즈니스센터 보고서는 온라인 지식재산권 보호가 저작권 소유자 단독 책임에서 디지털 중개자를 포함하는 공동 책임 모델로 전환되고 있다고 정리한다. 중개자는 지식재산권 침해 관련 신고를 24시간 이내에 접수하고 일정 기간 내 처리해야 하며, 권리자는 장기간의 법원 절차 없이 침해 콘텐츠에 더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플랫폼을 통한 신고와 법원 집행이 분리된 절차가 아니라 단계적으로 연결되는 구조다.
K콘텐츠 기업의 계약서도 바뀌어야 한다. 인도 현지 배급사, OTT 플랫폼, 팬 커뮤니티 운영사, 굿즈 유통사와 맺는 계약에는 콘텐츠 사용 범위만이 아니라 AI 변형 금지, 합성 음성·이미지 제작 제한, 플랫폼 신고 권한, 원본 메타데이터 보존, 침해 계정 정보 요청 절차, 삭제 요청 비용 부담을 넣어야 한다. 현지 파트너가 마케팅을 위해 팬 제작물이나 AI 편집물을 활용할 수 있는 범위도 명확히 나눠야 한다. 허용된 2차 창작과 무단 합성 콘텐츠의 경계가 흐려지면, 현지 흥행이 끝난 뒤 권리 회수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디지털 음악 권리 판례도 계약 해석의 중요성을 키우고 있다. 보고서는 2025년 봄베이 고등법원이 음악 권리의 ‘영구적 양도’가 디지털 및 비물리적 매체를 통한 이용권까지 포함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고 정리한다. 스트리밍과 온라인 유통 플랫폼의 상업적 현실을 반영한 판단이다. K팝 음원, OST, 뮤직비디오, 공연 실황, 숏폼용 클립을 인도에서 유통할 때 ‘디지털 이용’, ‘비물리적 매체’, ‘AI 학습 또는 변형 이용’, ‘플랫폼 내 2차 배포’ 같은 표현을 계약서에 세밀하게 구분해야 하는 배경이다.
영화 저작권 분쟁에서도 사전 권리 정리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보고서는 봄베이 고등법원이 영화 ‘Sky Force’ 관련 저작권 분쟁에서 개봉 중단 요청을 기각하며, 개봉 막바지에 제기된 지연 주장이 불균형적인 상업적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고 정리한다. 개봉 직전 소송으로 유통을 멈추는 방식은 법원이 쉽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다는 신호다. 인도에 드라마나 영화를 공급하는 기업은 공개 일정이 확정되기 전에 원작권, 각본, 음악, 포스터, 예고편, 배우 이미지, 현지 홍보물 사용권을 먼저 정리해야 한다.
스타트업과 플랫폼 기업에는 지원제도도 열려 있다. 스타트업 지식재산권 보호 제도(SIPP)는 Startup India 정책 아래 법률 및 전문 지원을 통해 특허·상표·디자인 등록 접근을 돕는다. 협업 지식재산권 및 혁신 생태계 플랫폼(CIPIE)은 지식재산권 서비스, 기술이전, 자국 내 혁신 기술 상용화를 위한 통합 관문 역할을 한다. K콘텐츠와 기술을 결합한 팬덤 플랫폼, 불법복제 탐지 솔루션, AI 자막·더빙 서비스, 캐릭터 IP 관리 시스템은 콘텐츠 기업이면서 동시에 기술 기업의 지식재산권 전략을 요구받는다.
AI 합성 콘텐츠 규제는 K콘텐츠의 인도 진출에 방어 수단과 준수 부담을 함께 만든다. 권리자는 딥페이크와 무단 복제물에 더 빠르게 대응할 근거를 얻지만, 현지 마케팅과 팬 커뮤니티 운영 과정에서 생성형 AI를 활용하는 경우 표시 의무와 사용자 고지, 메타데이터 관리 기준을 따라야 한다. 공식 콘텐츠와 팬 제작물, AI 보조 편집물, 합성 음성·이미지의 경계를 계약과 플랫폼 정책 안에 미리 써두지 않으면 침해 대응 과정에서 권리자와 유통사, 플랫폼의 책임이 엇갈릴 수 있다.
인도 디지털 IP 프레임워크의 변화는 콘텐츠 공개 이후의 사후 대응보다 공개 전 권리 설계를 더 중요하게 만든다. 아티스트명과 로고는 상표로, 음원과 영상은 저작권으로, 굿즈 외관은 디자인으로, AI 변형과 합성 이용은 계약 조항과 플랫폼 신고 체계로 묶어야 한다. 2026년 개정 규칙의 표시 의무와 메타데이터 추적 요건이 실제 플랫폼 운영에서 어느 수준까지 적용되는지, 인도 법원이 AI 합성 콘텐츠와 저작권·상표권 침해를 어떤 기준으로 연결할지가 향후 K콘텐츠 기업의 현지 리스크 관리 기준을 가를 변수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