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청소년공간 쉼표, 다문화 이주민과 부리토·떡갈비로 국제교류
법원읍 쉼표 3호점, 2개월 연속 조이하우스 연계 봉사…운정 등 외부 청소년까지 네트워크 확장
[KtN 임우경기자] 지난 6월 7일 오전, 파주 연풍리에 위치한 이주민 지원 시설 조이하우스 안이 분주해졌다. 파주시 청소년자유공간 '쉼표' 1~3호점 소속 연합 봉사단 청소년 10명이 아프리카 출신 다문화 이주민들과 나란히 서서 부리토를 빚기 시작했다. 반죽을 펴고 재료를 고르는 동안 한국어와 영어, 몸짓이 뒤섞인 대화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5월 17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떡갈비 만들기 나눔 행사에 이어, 두 달 연속 같은 시설에서 열린 교류 자리였다.
두 달, 두 가지 음식, 두 방향의 교류
파주시청소년재단이 운영하는 청소년자유공간 쉼표는 파주 관내 네 곳에 거점 시설을 두고 있다. 이 중 경기도 파주시 법원읍에 자리한 쉼표 3호점이 올 상반기 국제교류 봉사 프로그램을 연달아 기획하며 주목받고 있다.
5월 행사와 6월 행사는 방향이 달랐다. 5월 17일 'K-푸드 체험'은 한국 음식인 떡갈비를 이주민들에게 소개하는 방식이었고, 6월 7일에는 조이하우스 이주민들에게 익숙한 세계 음식인 부리토를 청소년들이 함께 배워 만드는 구조로 무게추를 반대편으로 옮겼다. 첫 회차가 한국 문화를 내보내는 자리였다면, 두 번째는 이주민 문화를 받아들이는 자리였다. 나눔의 방향이 쌍방향으로 설계된 셈이다.
두 행사 모두 파주시청소년재단 청소년자유공간팀 인태희 팀장이 사업을 총괄했다. 참가 인원은 매번 10명 안팎으로 소수 정예 방식을 유지했다.
운정까지 넘어온 청소년들…법원읍 거점의 흡인력
5월 행사에서는 쉼표 1~3호점 기존 이용 청소년 외에 운정 지역 청소년들이 별도로 참여했다. 운정은 파주 신도시 개발의 핵심 축으로, 법원읍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담당 부서는 이를 "외부 청소년 유입"으로 공식 평가했다. 재단 측은 지역 내 시설 이용자 경계를 넘어선 참여 확대가 확인됐다는 데 의미를 뒀다.
파주 이주민 현황과 조이하우스의 위치
파주는 경기북부에서 외국인 거주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도시 중 하나다. 2025년 8월 기준 파주시 총인구는 52만 1,512명을 넘어섰고, 운정신도시 개발 이후 인구 유입이 지속되는 구조다. 안에 결혼이민자, 외국인 근로자 등 다양한 이주 배경을 가진 주민들이 섞여 거주하고 있다. 조이하우스는 연풍리에 자리한 이주민 지원 시설로, 쉼표 3호점과 협력 관계를 이어 왔다.
재단 측은 기존 시설과 기존 네트워크를 연계해 추가 예산 투입 없이 프로그램 다양성을 확보하는 방식을 택했다. 법원읍과 연풍리라는 도심 외곽 지역이 가진 다문화 인프라를 교육 자원으로 재해석한 접근이다.
'글로컬 브릿지' 전략의 타당성과 한계
재단은 쉼표 3호점을 '글로컬 브릿지(Glocal Bridge)'로 정의하고, 관내외 청소년과 이주민 사회를 연결하는 거점 역할을 부여했다. 청소년 시민교육이 교실 강의 중심에서 현장 체험형으로 전환되는 국내외 흐름과 맞닿는 방향이다. 언어 장벽이 낮고 직관적인 매개인 요리를 활용한 방식은 다문화 교육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유효성이 확인돼 온 방법론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계도 명확하다. 두 차례 행사 모두 참가 인원이 10명 수준에 그쳤다. 사업 영향력을 정량적으로 입증하기 어렵고, 이는 향후 예산 확대를 위한 근거 마련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파주시 이주민 구성에서 아프리카 출신 비율은 전체 이주민 커뮤니티의 일부에 불과하다는 점도 대표성 면에서 짚어야 할 지점이다. 조이하우스와의 파트너십 안정성, 연간 사업비 규모 등은 이번 보도자료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음식 조리 중심의 콘텐츠는 초기 진입 장벽을 낮추는 데 효과적이지만, 프로그램이 장기화될수록 문화예술, 언어 교환, 진로 연계 등 고도화된 후속 콘텐츠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참여 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 이주민 측이 교류의 수혜 대상이 아닌 대등한 주체로 참여하는 구조를 얼마나 정교하게 설계하느냐도 사업의 품질을 가르는 변수다.
지역 청소년 정책의 방향 전환 실험
파주시는 2026년 초 위기청소년 조기 발굴과 맞춤형 지원을 위한 청소년 안전망 강화 방침을 발표했다. 다문화 교류 프로그램은 이 안전망의 예방적 기능을 담당하는 영역으로 위치할 수 있다. 2026년 1월 현재 경기도 청소년 인구(9~24세)는 약 210만 명에 달한다. 이 중 파주 관내 청소년은 인구 구조상 다문화 배경 학생 비율이 매년 증가하는 추세에 있어, 교육 현장의 다문화 수용성 강화는 지자체 청소년 정책의 필수 과제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쉼표 3호점이 보여주는 실험은 대규모 예산과 해외 파견 없이도 지역 내 이주민 커뮤니티와의 정기적 접촉을 통해 세계시민의식을 키울 수 있다는 가능성을 구체적인 사례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문화·예산 제약이 큰 비수도권 지역 청소년 시설이 참고할 수 있는 모델이기도 하다.
파주시 청소년자유공간 쉼표는 상반기 연합 활동의 성과와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하반기에도 관내 다문화 시설과의 정기적 연계를 강화하고 외부 청소년 참여 문턱을 낮추는 등 후속 프로그램을 구체화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