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lenciaga①] 발렌시아가 2027 봄, ‘언사이즈드’로 다시 잡은 몸의 기준

고정된 사이즈보다 여백과 조정 가능성 앞세운 피치올리의 첫 방향

2026-06-13     박인경 기자
Balenciaga Unveils Spring 2027 Exploring the Concept of "Unsized". 사진=Balenciaga,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박인경기자]발렌시아가 2027 봄 컬렉션은 옷의 크기를 키우는 데서 멈추지 않았다. 검은 롱코트는 몸에 밀착되지 않고 어깨와 소매, 몸통 주변에 넓은 여백을 남긴다. 흰 로브형 아우터는 앞을 열어 몸의 중심을 드러내면서도 긴 기장과 풍성한 소매로 실루엣의 폭을 키운다. 와이드 데님 팬츠는 발등을 덮고 바닥 가까이 내려오며, 셔츠형 트레인은 등 뒤로 길게 이어진다.

피에르파올로 피치올리(Pierpaolo Piccioli)가 디자인한 발렌시아가 2027 봄 컬렉션의 제목은 ‘Unsized – A Lightness of Being’이다. 발렌시아가는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Cristóbal Balenciaga)의 쿠튀르 정체성을 다시 검토하는 컬렉션으로 2027 봄 시즌을 제시했고, 몸을 창작의 출발점으로 삼는다는 하우스의 원칙을 ‘언사이즈드’라는 개념으로 옮겼다. 의복은 몸 주변에 그려지고, 천 리본을 통해 조정되는 구조로 소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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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사이즈드’는 오버사이즈와 같은 말이 아니다. 오버사이즈가 기존 치수보다 큰 옷을 뜻한다면, 2027 봄 컬렉션의 언사이즈드는 치수 자체를 고정하지 않는 설계에 가깝다. 옷은 크게 보이지만 단순히 몸보다 큰 덩어리로 끝나지 않는다. 소매를 조이고, 허리 주변의 천을 당기고, 몸을 따라 흐르는 천을 다시 붙드는 방식이 반복된다.

검은색은 컬렉션의 기본 골격을 만든다. 블랙 코트, 블랙 셋업, 블랙 드레스, 블랙 백은 옷의 부피를 하나의 덩어리로 묶는다. 흰색과 데님 블루는 덩어리를 나누는 역할을 맡는다. 흰 로브 아래의 청바지, 흰 셔츠형 트레인과 데님 팬츠, 검은 코트 안쪽의 파란 셔츠는 쿠튀르와 일상복 사이의 간격을 좁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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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님은 컬렉션에서 가장 현실적인 옷이다. 다만 발렌시아가의 데님은 편하게 입는 청바지로만 놓이지 않는다. 폭은 과장되고, 밑단은 바닥에 가까우며, 긴 셔츠나 로브형 아우터와 함께 놓인다. 일상복의 소재를 가져왔지만 실루엣은 일상적인 범위를 넘어선다. 피치올리의 발렌시아가는 현실의 옷과 쿠튀르의 구조를 동시에 붙잡으려 한다.

몸의 노출도 같은 방식으로 처리된다. 맨몸 위에 걸친 흰 아우터, 등을 크게 연 흰 드레스, 얇게 비치는 보라색 드레스, 브라톱과 시스루 플리츠 스커트는 몸을 드러낸다. 그러나 노출은 그대로 방치되지 않는다. 긴 천, 넓은 소매, 큰 코트, 부츠, 금속 장식이 시선을 다시 조정한다. 몸은 드러나지만 옷의 구조 안에서 다시 통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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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치올리는 발렌시아가의 과거를 단순 복원하지 않는다. 보그 인터뷰에서 피치올리는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의 옷을 두고 몸과 원단 사이의 공간, 내부 구조 없이 공기로 만들어지는 실루엣에 주목했다고 밝혔다. 이번 컬렉션의 롱코트, 로브, 코쿤형 아우터, 넓은 팬츠는 그 관심을 현재의 옷으로 옮긴 결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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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렉션의 약점도 같은 지점에서 생긴다. 룩북에서는 넓은 팬츠와 긴 트레인, 풍성한 소매가 강한 이미지를 만들지만, 실제 착용에서는 무게와 움직임, 관리 방식이 변수로 남는다. ‘언사이즈드’라는 개념이 명확하더라도, 매장에서 소비자가 입었을 때 몸을 편하게 풀어주는 옷이 될지, 과장된 실루엣을 감당해야 하는 옷이 될지는 별개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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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렌시아가는 2027 봄 시즌에 페더웨이트 테크노 태피터, 더블 캐시미어, 키드 모헤어, 포플린, 여러 워싱의 데님을 제시했고, 일부 다층 착장의 무게가 1kg 미만이라고 밝혔다. 시각적으로 무거워 보이는 옷을 실제로 가볍게 만들겠다는 의도는 분명하다. 다만 소재의 가벼움이 착용의 편안함으로 이어지는지는 제품이 매장에 놓인 뒤 확인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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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렌시아가 2027 봄 컬렉션은 오버사이즈 이후의 방향을 ‘언사이즈드’라는 말로 정리했다. 몸과 옷 사이에 여백을 만들고, 천으로 조정하며, 데님과 쿠튀르, 테크웨어와 테일러링을 한 구성 안에 넣었다. 피치올리 체제의 발렌시아가는 첫 컬렉션에서 몸과 옷 사이의 거리, 조정 가능한 실루엣, 가벼운 소재를 전면에 세웠다. 다음 평가는 룩북의 이미지보다 실제 옷의 무게, 착용감, 가격, 가방과 의류의 판매 반응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