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lenciaga③] 발렌시아가 2027 봄, 커진 실루엣과 가벼운 구조 사이

롱코트·와이드 팬츠·드레이프 드레스가 만든 여백의 실험

2026-06-15     박인경 기자
Balenciaga Unveils Spring 2027 Exploring the Concept of "Unsized". 사진=Balenciaga,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박인경기자]발렌시아가 2027 봄 컬렉션에서 가장 먼저 보이는 변화는 몸보다 큰 외곽선이다. 검은 롱코트는 어깨와 몸통을 넓게 감싸고, 흰 로브형 아우터는 열린 앞섶과 큰 소매로 몸 주변에 넓은 여백을 만든다. 와이드 데님 팬츠는 발등을 덮고 바닥 가까이 내려오며, 드레이프 드레스는 몸을 따라 흐르다 옆선과 밑단에서 다시 부풀어 오른다.

옷의 크기는 커졌지만 구조가 단단하게 굳어 있지는 않다. 코트와 드레스, 로브형 아우터는 몸을 갑옷처럼 가두기보다 몸 주변에 천을 띄워 놓는 쪽에 가깝다. 어깨선은 존재하지만 어깨를 강하게 누르지 않고, 소매는 크지만 팔의 움직임을 완전히 봉쇄하지 않는다. 재단선보다 천의 낙차, 길이, 폭이 실루엣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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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르파올로 피치올리(Pierpaolo Piccioli)가 디자인한 이번 컬렉션의 제목은 ‘Unsized – A Lightness of Being’이다. 발렌시아가는 2027 봄 시즌을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Cristóbal Balenciaga)의 쿠튀르 정체성을 다시 살피는 컬렉션으로 제시했고, 몸을 창작의 출발점으로 삼는 접근을 ‘언사이즈드’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옷은 몸에 맞춰 고정되기보다 몸 주변에 놓이고, 천 리본과 드레이프로 조정된다.

풍선형 실루엣은 부피를 위아래로 나눈다. 둥글게 커지는 소매, 허리 아래에서 넓어지는 팬츠, 몸통 주변에 공기를 남기는 아우터는 실제 몸의 선을 감춘다. 발렌시아가가 말하는 자유가 실제 착용감으로 이어지려면 옷의 크기와 몸의 움직임 사이에 균형이 필요하다. 부피가 커질수록 착용자는 옷 안에서 작아지고, 큰 형태를 감당해야 하는 부담도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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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이프는 또 다른 중심축이다. 보라색 시스루 드레스와 검은 드레이프 드레스, 흰 드레스, 셔츠형 트레인은 천이 몸을 타고 내려오는 방식을 전면에 세운다. 천은 몸에 붙었다가 떨어지고, 허리와 어깨, 등 주변에서 방향을 바꾼다. 장식처럼 보이는 흐름이 실제로는 옷의 형태를 잡는 장치로 쓰인다.

코쿤형 아우터는 몸을 직접 드러내지 않으면서 외곽선을 크게 만든다. 검은 코트와 회색 재킷, 흰 로브형 아우터는 몸을 감싸는 껍질처럼 놓인다. 안쪽에는 데님, 셔츠, 맨몸, 브라톱, 시스루 소재가 배치된다. 바깥은 크게 감싸고 안쪽은 비교적 가볍게 비우는 구성이 반복되면서, 컬렉션은 무거운 외형과 가벼운 내부 사이의 대비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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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팬츠는 착장의 중심을 아래로 내린다. 발등을 덮는 긴 밑단과 넓은 통은 걸음의 속도를 늦춰 보이게 한다. 데님은 일상복에 가까운 소재지만, 폭과 길이가 커지면서 쿠튀르적 부피를 얻는다. 발렌시아가의 데님은 편한 옷으로만 남지 않고, 컬렉션 전체의 하단부를 받치는 구조가 된다.

셔츠형 트레인은 익숙한 옷의 형태를 과장한다. 셔츠는 가장 일상적인 옷 가운데 하나지만, 등 뒤로 긴 천이 이어지는 순간 이브닝웨어의 영역으로 넘어간다. 청바지와 함께 놓인 긴 흰 셔츠는 이번 시즌의 방향을 압축한다. 아이템은 일상복에 가깝고, 길이와 낙차는 생활복의 범위를 넘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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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루엣의 힘은 룩북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큰 옷은 모델의 몸 주변에 강한 외곽선을 만들고, 긴 천은 정지된 컷에서도 움직임을 예상하게 한다. 검은색과 흰색, 데님 블루의 대비는 부피의 차이를 쉽게 읽게 만든다. 다만 룩북에서 강한 실루엣이 실제 착용에서 편한 옷으로 이어질지는 별도 확인이 필요하다. 긴 밑단, 큰 소매, 넓은 팬츠는 이동과 보관, 관리에서 부담을 만들 수 있다.

발렌시아가는 소재로 부피의 부담을 줄이려 한다. 2027 봄 컬렉션에는 페더웨이트 테크노 태피터, 더블 캐시미어, 키드 모헤어, 포플린, 여러 워싱의 데님이 제시됐고, 일부 다층 착장은 1kg 미만으로 설명됐다. 시각적으로 큰 옷을 실제로 가볍게 만들겠다는 방향은 분명하다. 무게가 줄었다고 착용의 불편이 모두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천의 길이, 폭, 세탁과 보관 방식은 소비자가 매장에서 확인해야 할 변수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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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치올리의 발렌시아가는 발렌시아가의 과거 실루엣을 현재의 옷과 섞는다. 풍선형, 드레이프, 코쿤은 하우스의 역사적 형태에 가깝지만, 2027 봄 컬렉션에서는 데님과 테크웨어, 브라톱, 스니커즈, 부드러운 가방과 함께 놓인다. 쿠튀르의 부피가 거리의 옷과 만나는 대목에서 이번 시즌의 변화가 드러난다. 성패는 개념의 선명함보다 실제 옷의 착용감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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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렌시아가 2027 봄 컬렉션의 실루엣은 몸을 압박하지 않는 여백에서 출발한다. 코트는 몸에서 떨어지고, 드레스는 천의 낙차로 형태를 만들며, 팬츠는 하단의 부피로 착장의 중심을 낮춘다. 룩북은 커진 옷을 가볍게 보이도록 구성했지만, 실제 제품은 다른 판단을 기다린다. 매장에 놓인 옷이 몸을 편하게 풀어줄지, 큰 실루엣을 착용자에게 떠넘길지는 착용감과 가격, 소재 관리 방식에서 확인될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