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lenciaga⑥] 발렌시아가 2027 봄, 몸을 드러내고 다시 감싸는 옷
시스루 드레스·백리스 구조·브라톱이 만든 노출과 차단의 균형
[KtN 박인경기자]발렌시아가 2027 봄 컬렉션은 몸을 감추는 옷만으로 구성되지 않았다. 보라색 시스루 드레스는 몸의 윤곽을 얇은 천 너머로 드러내고, 흰 백리스 드레스는 등 전체를 크게 연다. 로고 브라톱은 상체를 직접적으로 드러내며, 맨몸 위에 걸친 흰 로브형 아우터는 앞섶을 열어 몸의 중심을 노출한다. 컬렉션은 몸을 숨기기보다 드러낸 뒤 다시 조정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피에르파올로 피치올리(Pierpaolo Piccioli)가 디자인한 2027 봄 컬렉션의 제목은 ‘Unsized – A Lightness of Being’이다. 발렌시아가는 몸을 창작의 출발점으로 삼는 접근을 내세웠고, 옷은 몸 주변에 놓인 뒤 천 리본과 드레이프로 조정된다. 노출도 같은 흐름 안에 있다. 몸은 드러나지만, 드러난 몸이 그대로 방치되지는 않는다.
보라색 시스루 드레스는 가장 직접적인 룩이다. 얇은 천은 몸의 선을 가리지 않고, 긴 소매와 긴 기장은 몸 전체를 감싼다. 투명한 소재가 노출을 만들지만, 천의 길이와 낙차는 동시에 차단막을 만든다. 가벼운 드레스처럼 출발한 옷은 착용자의 몸과 천 사이에 긴장을 남긴다.
흰 백리스 드레스는 앞과 뒤의 차이를 크게 만든다. 앞쪽은 긴 흰 천으로 정리되고, 뒤쪽은 등을 넓게 연다. 드레스는 몸을 완전히 덮는 옷과 몸을 드러내는 옷 사이에 놓인다. 노출은 등으로 집중되고, 흰색 천의 면적은 착장 전체를 차분하게 묶는다. 발렌시아가가 이번 시즌에 반복한 여백은 피부를 드러내는 방식에서도 이어진다.
로고 브라톱과 시스루 플리츠 스커트의 조합은 스포츠웨어와 이브닝웨어를 한 착장 안에 넣는다. 브라톱은 운동복에 가까운 직접성을 갖고, 시스루 플리츠 스커트는 긴 기장과 얇은 소재로 몸 주변에 흐르는 선을 만든다. 부츠는 하체의 무게를 잡아주며 노출의 가벼움을 낮춘다. 몸을 드러내는 상의와 길게 내려오는 하의가 서로 다른 속도를 만든다.
맨몸 위에 걸친 흰 로브형 아우터는 노출과 보호를 동시에 쓴다. 앞은 열려 있고, 소매와 밑단은 크게 확장된다. 상체의 중심은 드러나지만 양팔과 몸 주변은 넓은 천으로 감싸인다. 착장은 자유로운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긴 천과 큰 실루엣이 몸을 다시 둘러싼다. 발렌시아가가 말하는 ‘언사이즈드’는 몸을 풀어놓는 데서 끝나지 않고, 어느 지점에서 옷이 몸을 다시 잡는지까지 계산한다.
큰 코트와 로브는 노출을 누그러뜨리는 장치로도 쓰인다. 드레스와 브라톱, 시스루 소재가 몸을 열어놓는다면, 코트와 아우터는 착장 바깥에 큰 껍질을 만든다. 어깨와 소매, 밑단이 커지면서 노출된 몸은 옷 안쪽으로 들어간다. 피부가 드러난 부분과 천으로 가려진 부분 사이의 차이가 실루엣을 만든다.
금속 장식도 시선을 조정한다. 목을 감싼 체인, 팔 위에 놓인 커프형 장식, 길게 떨어지는 귀 장식은 피부와 천 사이에 또 다른 경계를 만든다. 금속은 몸을 꾸미는 역할에만 머물지 않는다. 노출된 부위 주변에 무게를 만들고, 시선을 특정 지점에 붙든다. 몸을 드러낸 착장일수록 장식은 더 강하게 개입한다.
이번 컬렉션의 노출은 선정적인 효과만을 목표로 삼지 않는다. 몸의 일부를 열고, 긴 천으로 덮고, 큰 아우터로 다시 감싸며, 금속 장식으로 시선을 고정한다. 드러내는 방식보다 드러낸 뒤 조정하는 방식에 더 많은 장치가 들어간다. 단순한 노출 경쟁으로 보기 어려운 이유다.
다만 조정된 노출이 모든 착장에서 자연스럽게 설득되는 것은 아니다. 보라색 시스루, 브라톱과 플리츠, 맨몸 위 로브는 룩북에서 강한 이미지를 만들지만 실제 착용 상황은 제한적일 수 있다. 노출의 강도, 속옷 처리, 이동 중의 안정감, 착용자의 체형별 부담은 매장 피팅에서 바로 드러날 문제다.
발렌시아가 2027 봄 컬렉션은 몸을 중심에 놓으면서도 몸을 그대로 노출하지 않는다. 시스루 드레스는 얇은 천으로 가리고, 백리스 드레스는 등만 열어두며, 브라톱은 긴 스커트와 부츠로 균형을 잡는다. 로브형 아우터는 맨몸을 드러내면서 동시에 큰 천으로 감싼다. 피치올리의 발렌시아가는 몸을 자유롭게 풀어놓기보다, 노출과 차단 사이에서 옷의 위치를 다시 정한다.
다음 평가는 룩북 속 긴장감보다 실제 착용의 안정감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 피부를 드러내는 옷은 사진에서 강한 인상을 남기지만, 소비자는 움직임과 시선, 관리 방식까지 함께 판단한다. 발렌시아가가 제시한 노출과 차단의 균형은 매장에 놓인 제품의 소재 두께, 안감 처리, 수선 가능성, 가격대에서 다시 확인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