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OTT④] FPT Play, 프리미어리그로 묶는 베트남 OTT 구독자

K+ 퇴장 뒤 스포츠 중계권 집중, 로컬 플랫폼의 프리미엄 경쟁 본격화

2026-06-17     전성진 기자
베트남 OTT 재편, K콘텐츠의 새 진입로.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전성진기자]FPT Play는 2026년 초부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베트남 독점 중계권을 확보했다. 중계권 기간은 5.5시즌, 연간 금액은 약 2,600만 달러로 알려졌다. FPT Play는 2,100여 경기를 지상파, 케이블, IPTV, 모바일, 소셜 네트워크 등 전 채널에서 중계하는 체계를 갖췄다. 베트남 OTT 시장에서 스포츠 중계권은 가입자를 끌어들이는 콘텐츠를 넘어, 프리미엄 구독자를 묶어 두는 핵심 자산으로 올라섰다.

베트남 유료방송 시장에서는 2026년 1월 1일 굵직한 변화가 먼저 있었다. 16년간 베트남 유료방송을 대표했던 K+가 서비스를 종료했고, 모비폰의 인터넷TV 서비스 ClipTV도 같은 날 방송을 중단했다. K+는 베트남국영방송 VTV가 51%, 프랑스 Canal+가 49%를 가진 합작사 VSTV가 운영해 온 서비스였다. 스포츠 중계권과 프리미엄 채널을 앞세웠던 유료방송 사업자가 물러나면서 베트남 영상 플랫폼 시장의 무게중심은 통신사와 ICT 기반 OTT로 더 빠르게 이동했다.

K+가 보유하던 프리미어리그 중계권은 폐업 이후 동남아 지역 EPL 독점 중계권 보유 사업자 JAS를 거쳐 FPT Play로 넘어갔다. AFC 주관 대회 중계권은 TV360으로 이관됐다. 베트남 스포츠 중계권 시장에서 프리미엄 IP가 로컬 통신사 기반 플랫폼으로 집중되는 흐름이 뚜렷해졌다. 채널 사업자가 버티던 유료방송 시대의 판권은 OTT와 통신 인프라를 가진 플랫폼으로 옮겨가고 있다.

FPT Play는 프리미어리그 중계권을 단순 송출 상품으로만 쓰지 않는다. 첼시 FC와 손잡고 실시간 라이브 채팅에 선호 팀 배지를 연동하고, 득점 장면 즉시 재생 기능을 제공하며, 현지 해설위원과 인플루언서가 참여하는 전술 분석 프로그램도 편성했다. 축구 경기를 정해진 시간에 보여주는 데서 끝나지 않고, 팬덤과 실시간 반응, 해설 콘텐츠, 짧은 클립 소비를 한 플랫폼 안에 묶는 방식이다.

프리미어리그는 베트남 OTT 시장에서 드라마나 예능과 다른 성격의 콘텐츠다. 경기는 정해진 시간에 시청자를 불러 모으고, 시즌 내내 반복적인 접속을 만든다. 응원 팀과 선수 팬덤은 가입자의 재방문을 유도한다. 한 편의 드라마가 끝난 뒤 이용자가 빠져나가는 것과 달리, 스포츠 리그는 일정표 자체가 플랫폼의 이용 주기를 만든다. FPT Play가 큰 비용을 들여 프리미어리그를 확보한 배경에는 가입자 유입보다 구독 유지에 대한 계산이 놓여 있다.

베트남 OTT 플랫폼들이 맞닥뜨린 문제도 이 지점과 맞물린다. 현지 엔터테인먼트 앱의 신규 설치 이용자 잔존율은 1일차 약 8%, 7일차 약 2%, 30일차 약 1% 수준으로 제시됐다. 특정 화제작이나 경기 하나를 보기 위해 앱을 설치한 뒤 오래 머물지 않는 이용자가 많다. 광고 기반 무료 시청만으로는 프리미엄 판권과 오리지널 제작비를 회수하기 어렵다. FPT Play의 프리미어리그 전략은 낮은 잔존율을 스포츠 시즌 전체로 묶어 보완하려는 시도에 가깝다.

TV360이 비엣텔의 이동통신망과 데이터 무과금 요금제로 이용자의 체감 비용을 낮췄다면, FPT Play는 스포츠 중계권으로 프리미엄 구독 이유를 만든다. 두 플랫폼 모두 로컬 사업자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가입자를 붙잡는 방식은 다르다. TV360은 통신요금과 OTT를 결합해 접근성을 넓혔고, FPT Play는 프리미어리그 같은 고가 판권으로 유료 구독의 명분을 강화했다. 베트남 OTT 경쟁은 가격 할인과 콘텐츠 독점이 함께 작동하는 시장으로 바뀌고 있다.

FPT Play의 전략은 ICT 그룹 FPT의 사업 기반과도 맞닿아 있다. FPT는 통신과 디지털 서비스 기반을 가진 기업이고, FPT Play는 IPTV와 OTT를 함께 운용하는 플랫폼이다. 프리미엄 스포츠 중계권은 이 기반 위에서 모바일, TV, 소셜 네트워크를 가로지르는 상품으로 설계된다. 이용자는 TV에서 경기를 보고, 모바일에서 주요 장면을 다시 확인하고, 실시간 채팅이나 분석 콘텐츠로 팬덤 활동을 이어갈 수 있다. 플랫폼은 경기 중계 시간을 넘어 이용자의 체류 시간을 늘리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글로벌 OTT에는 스포츠 중계권 중심의 로컬 경쟁이 또 다른 부담으로 다가온다. 넷플릭스처럼 영화·드라마 라이브러리에 강한 플랫폼은 베트남에서 통신요금 결합과 스포츠 독점 중계권을 동시에 앞세운 현지 사업자와 경쟁해야 한다. 월 구독료가 비슷해도, 축구 중계권을 가진 플랫폼과 그렇지 않은 플랫폼의 가입자 유지력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베트남 시장에서는 콘텐츠의 품질뿐 아니라 현지 팬덤이 반복 접속할 이유를 누가 더 많이 갖고 있는지가 중요해졌다.

한국 콘텐츠 기업에도 FPT Play의 행보는 중요한 신호다. 베트남 플랫폼이 원하는 것은 단순한 해외 콘텐츠 공급이 아니다. 가입자를 모으고, 시즌 단위로 붙잡고, 결제 이유를 만들어 주는 IP가 필요하다. 한국 드라마와 예능은 여전히 강한 수요를 갖고 있지만, 스포츠·e스포츠·음악 팬덤처럼 반복 접속을 만드는 콘텐츠 패키지도 베트남 플랫폼의 관심 영역으로 들어왔다. LCK, K팝 공연, 팬미팅형 라이브 콘텐츠, 예능 포맷은 현지 플랫폼의 구독 전략과 결합할 수 있는 자산이다.

CJ ENM과 FPT Play의 예능 포맷 라이선스 계약은 한국 콘텐츠 기업이 베트남 플랫폼과 협력할 수 있는 통로를 보여준다. 완성작 판매는 빠르게 매출을 만들 수 있지만, 플랫폼의 장기 가입자 전략과 결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포맷 라이선싱, 공동 제작, 현지 오리지널화, 팬덤형 라이브 콘텐츠 공급은 FPT Play 같은 플랫폼이 원하는 프리미엄 구독 구조와 더 잘 맞는다. 한국 기업이 베트남 시장에서 협상력을 키우려면 콘텐츠 한 편의 흥행 가능성보다 플랫폼의 가입자 유지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제시해야 한다.

FPT Play가 확보한 프리미어리그 중계권은 베트남 OTT 시장의 판이 어떻게 바뀌는지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유료방송의 빈자리는 로컬 OTT가 채우고, 프리미엄 스포츠 IP는 통신·ICT 기반 플랫폼으로 집중되고 있다. 베트남 OTT 시장에서 스포츠 중계권은 더 이상 부가 콘텐츠가 아니다. 낮은 잔존율과 치열한 구독 경쟁 속에서 이용자를 붙잡는 핵심 장치다. 한국 콘텐츠의 베트남 진출도 이 변화 안에서 다시 계산돼야 한다. 작품을 파는 방식에서 벗어나, 현지 플랫폼의 시즌제 구독, 팬덤 체류, 반복 접속을 만드는 IP 전략으로 옮겨갈 필요가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