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OTT⑦] 가입 후 30일 잔존율 1%, 베트남 OTT의 프리미엄 IP 경쟁

설치는 빠르고 이탈도 빠른 시장, 스포츠·예능·오리지널 콘텐츠로 결제 이유 만드는 플랫폼들

2026-06-20     전성진 기자
베트남 OTT 재편, K콘텐츠의 새 진입로.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전성진기자]베트남 엔터테인먼트 앱의 신규 설치 이용자 잔존율은 가입 1일차 약 8%, 7일차 약 2%, 30일차 약 1% 수준으로 제시됐다. 동남아시아 평균도 1일차 약 9%, 7일차 약 3%, 30일차 약 1%로 큰 차이가 없다. 베트남 OTT 시장은 이용자 유입보다 이용자 유지에서 더 큰 압박을 받고 있다. 앱을 설치한 이용자 대부분이 한 달 안에 빠져나가는 시장에서 플랫폼의 경쟁은 콘텐츠 보유량보다 반복 접속을 만드는 능력으로 옮겨가고 있다.

화제작 하나는 앱 설치를 이끌 수 있다. 인기 드라마, 축구 경기, 예능 클립, e스포츠 중계는 단기간에 이용자를 끌어모은다. 다만 콘텐츠 소비가 끝난 뒤 다음 결제로 이어지지 않으면 플랫폼 매출은 오래 버티기 어렵다. 베트남 OTT 사업자들이 데이터 무과금 요금제, 프리미엄 스포츠 중계권, 현지 오리지널, 한국 예능 포맷을 동시에 붙잡는 배경에는 낮은 잔존율이 놓여 있다.

광고 기반 무료 시청 모델은 이용자 유입에는 유리하지만, 프리미엄 콘텐츠 비용을 감당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스포츠 중계권, 고품질 오리지널 시리즈, 인기 해외 콘텐츠 판권은 모두 큰 비용을 요구한다. 플랫폼은 광고 수익만으로 투자금을 회수하기 어렵고, 유료 구독형 모델로 이용자를 옮겨야 한다. 베트남 이용자 가운데 무료 기반이나 광고가 적은 모델을 선호하는 비중이 여전히 높다는 점은 구독 전환 속도를 늦추는 요인이다.

TV360은 통신요금과 OTT 이용을 묶는 방식으로 이용자 이탈을 줄이려 한다. 비엣텔 이동통신망을 기반으로 한 TV360은 월 95,000동의 TV95K, 월 150,000동의 5G150 같은 전용 요금제에 데이터 무과금 혜택을 붙였다. 이용자는 TV360을 볼 때 별도 데이터 비용을 부담하지 않는다. 와이파이 접근성이 일정하지 않은 지역이나 모바일 데이터 요금에 민감한 이용자에게 데이터 무과금은 구독료만큼 중요한 선택 기준이 된다.

데이터 무과금 요금제는 앱을 일상적인 시청 경로로 만드는 장치다. 이용자가 드라마 한 편이나 경기 하나를 보기 위해 앱을 설치한 뒤, 데이터 요금 부담 없이 계속 접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TV360은 방송 채널, 고화질 영상, 통신요금 결합을 함께 묶어 월간 활성 이용자 1,000만 명을 넘어섰다. 베트남 OTT 시장에서 통신망은 단순한 전송 수단이 아니라 이용자 유지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

FPT Play는 프리미엄 스포츠 중계권으로 결제 이유를 만든다. 2026년 초부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베트남 독점 중계권을 확보했고, 5.5시즌 동안 2,100여 경기를 지상파, 케이블, IPTV, 모바일, 소셜 네트워크 등 여러 경로로 중계하는 체계를 갖췄다. 축구 리그는 시즌 내내 일정이 이어지고, 응원 팀과 선수 팬덤이 반복 접속을 만든다. 드라마 한 편이 끝난 뒤 빠져나가는 이용자와 달리, 스포츠 팬은 경기 일정에 따라 플랫폼을 다시 찾는다.

FPT Play는 경기 중계에 실시간 라이브 채팅, 선호 팀 배지, 득점 장면 즉시 재생, 현지 해설위원과 인플루언서가 참여하는 전술 분석 프로그램을 붙였다. 경기를 틀어 주는 데서 그치지 않고, 팬덤 활동과 짧은 클립 소비, 해설 콘텐츠를 한 플랫폼 안에 넣는 방식이다. 프리미어리그 중계권은 단순 판권이 아니라 구독자를 시즌 단위로 묶는 상품이 됐다.

VieON은 현지 오리지널과 한국 예능 포맷의 현지화로 다른 길을 택했다. ‘복면가왕 베트남’, ‘1박 2일 베트남’은 한국 예능의 기획 구조를 가져오면서도 베트남 스타, 언어, 음악, 지역 정서에 맞게 다시 제작됐다. 베트남 시청자는 한국 원작의 이름값만 소비한 것이 아니라 베트남어로 진행되는 자국 예능으로 받아들였다. 현지화 예능은 플랫폼 안에서 반복 제작 가능한 콘텐츠 자산으로 남는다.

VieON의 베트남어 오리지널 드라마와 예능도 이용자 유지에 기여한다. 가족 관계, 연애, 세대 감각, 대중음악 취향을 담은 콘텐츠는 해외 대작과 다른 접점을 만든다. 로컬 플랫폼은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OTT가 쉽게 따라 하기 어려운 현지 언어와 출연자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 이용자는 익숙한 스타와 생활 감각을 따라 플랫폼에 머물고, 플랫폼은 오리지널 콘텐츠를 통해 자사 정체성을 강화한다.

베트남 OTT 시장에서 프리미엄 IP는 장르별로 다른 기능을 한다. 스포츠 중계권은 경기 일정에 맞춘 반복 접속을 만든다. e스포츠는 젊은 팬덤과 실시간 시청을 끌어온다. 예능 포맷은 현지 출연진과 결합해 시즌제로 이어질 수 있다. 드라마와 오리지널 시리즈는 플랫폼의 브랜드 이미지를 만든다. 낮은 잔존율 앞에서 플랫폼은 단일 흥행작보다 여러 이용 습관을 동시에 붙잡는 IP 조합을 찾고 있다.

한국 콘텐츠 기업의 베트남 진출도 조회수 중심의 접근에서 벗어나야 한다. 작품 한 편의 화제성은 초기 트래픽을 만들 수 있지만, 플랫폼의 30일 잔존율을 바꾸는 데는 한계가 있다. 베트남 플랫폼이 필요로 하는 콘텐츠는 이용자를 다시 오게 만들고, 결제 이유를 제공하며, 소셜미디어 확산까지 이어질 수 있는 패키지에 가깝다. 드라마 완성작, 예능 포맷, 음악 경연, e스포츠 IP, 팬덤형 라이브 콘텐츠를 따로 볼 것이 아니라 플랫폼의 이용 주기와 함께 설계해야 한다.

LCK와 DRX 협력은 한국 e스포츠 IP가 베트남 플랫폼의 잔존율 전략 안으로 들어갈 수 있음을 보여준다. TV360은 하노이에서 열린 LCK 팀 로드쇼를 통해 4K 스트리밍, 기술 지원, 프로모션, 5G 데이터 혜택을 연결했다. 팬덤은 행사를 보고 끝나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경기 일정, 선수 콘텐츠, 하이라이트, 커뮤니티 반응이 이어지면 플랫폼 재방문을 만든다. 한국 e스포츠 IP는 베트남 통신사 플랫폼의 요금제와 결합할 수 있는 자산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한국 예능 포맷도 같은 맥락에서 다시 읽힌다. ‘복면가왕 베트남’과 ‘1박 2일 베트남’은 완성작 수출보다 긴 수익 흐름을 만들 수 있는 방식이다. 포맷 라이선싱은 베트남 플랫폼이 현지 출연진과 제작진을 붙여 자국 콘텐츠로 운영할 수 있게 한다. 시즌이 이어질수록 플랫폼 안에 팬덤과 이용 습관이 쌓인다. 한국 제작사는 원작 포맷과 제작 노하우를 제공하고, 베트남 플랫폼은 현지 시청자 접점을 맡는 구조가 가능하다.

베트남 플랫폼의 수익 모델은 광고 기반 무료 시청, 구독형 유료 서비스, 통신요금 결합, 콘텐츠 선공개, 고화질 영상, 다중 기기 접속을 함께 섞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어느 한 가지 방식만으로 낮은 잔존율을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무료 이용자를 붙잡고, 일부를 유료 구독자로 옮기며, 프리미엄 IP로 결제 이유를 만들고, 통신요금 결합으로 이탈을 줄이는 복합 전략이 필요하다.

한국 콘텐츠의 협상력도 이 지점에서 갈린다. 베트남 플랫폼에 필요한 것은 단순히 인기 있는 한국 작품이 아니다. 가입자를 오래 붙잡을 수 있는 편성 묶음, 현지 제작으로 확장 가능한 포맷, 불법 유통을 줄일 수 있는 권리 관리, 팬덤을 움직일 수 있는 라이브 콘텐츠가 함께 필요하다. 한국 기업이 베트남 시장에서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으려면 작품 판매 가격보다 플랫폼의 유료 전환과 잔존율 개선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지를 제시해야 한다.

가입 후 30일 잔존율 약 1%라는 숫자는 베트남 OTT 시장의 속도를 압축한다. 이용자는 빠르게 들어오고 빠르게 빠져나간다. TV360은 통신요금 결합으로, FPT Play는 프리미어리그로, VieON은 현지 오리지널과 한국 예능 포맷으로 이용자를 붙잡으려 한다. 한국 콘텐츠의 베트남 진출도 같은 숫자 위에서 다시 계산돼야 한다. 작품 한 편의 판매보다 반복 접속, 시즌제 팬덤, 현지 제작, 통신사 결합 상품 안에서 살아남는 IP 전략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