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OTT⑧] K콘텐츠 베트남 진출, 독자 앱보다 현지 플랫폼

TV360·FPT Play·VieON이 쥔 가입자·결제망·규제 대응력, 완성작 수출 이후의 새 협력 공식

2026-06-21     전성진 기자
베트남 OTT 재편, K콘텐츠의 새 진입로.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전성진기자]TV360은 비엣텔의 이동통신망을 등에 업고 월간 활성 이용자 1,000만 명을 넘어섰고, FPT Play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독점 중계권으로 프리미엄 구독자를 붙잡고 있다. VieON은 ‘복면가왕 베트남’과 ‘1박 2일 베트남’ 같은 현지화 예능으로 베트남어 오리지널 콘텐츠의 힘을 키웠다. 2026년 베트남 OTT 시장에서 한국 콘텐츠가 상대해야 할 대상은 단순한 영상 앱이 아니다. 통신망, 결제망, 가입자 데이터, 현지 제작진, 저작권 대응 체계를 함께 가진 로컬 플랫폼이다.

한국 콘텐츠는 베트남 OTT 시장에서 이미 익숙한 상품이다. 한국 드라마와 예능은 현지 플랫폼의 주요 라이브러리 자산으로 편성됐고, 송중기 주연 ‘재벌집 막내아들’처럼 한국 방영과 맞물려 베트남 독점 송출된 작품도 있었다. K드라마, K팝, K예능을 향한 현지 수요는 여전히 유효하다. 다만 2026년의 베트남 시장은 작품 한 편을 팔고 자막을 붙여 공급하던 시기와 달라졌다. 작품을 받아 줄 플랫폼의 비용 구조와 규제 환경이 먼저 바뀌었다.

2024년 12월 25일 전면 발효된 시행령 147호는 베트남에서 활동하는 디지털 콘텐츠 사업자에게 이용자 실명 확인, 서비스 현황 보고, 불법 정보 차단, 수사 협조 의무를 적용했다. 현지 휴대전화 번호나 정부 공인 문서를 통한 계정 확인이 요구되고, 일정 규모 이상의 외국계 사업자는 매년 서비스 현황과 트래픽 지표를 당국에 보고해야 한다. 현지 지사나 대표사무소를 둔 플랫폼은 공안부 산하 사이버안보국의 요구가 있을 경우 24시간 안에 콘텐츠를 삭제하거나 가입자 데이터를 제출해야 한다.

독자 플랫폼 진출은 이 규제 비용을 직접 떠안는 방식이다. 한국 기업이 베트남에 자체 OTT 앱을 내고 직접 가입자를 모으려면 실명 인증, 현지 법인 또는 대응 조직, 트래픽 보고, 콘텐츠 삭제 요청 대응, 가입자 데이터 제출 가능성까지 계산해야 한다. 콘텐츠를 많이 보유한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가입자 인증과 결제, 법무 대응, 당국 보고, 보안 기술까지 사업 운영의 기본 비용으로 들어간다.

현지 플랫폼 제휴는 다른 경로를 제공한다. TV360, FPT Play, VieON은 이미 베트남 안에서 가입자 접점과 결제망, 현지 운영 조직을 갖고 있다. 한국 기업이 완성작, 포맷, 공동 제작, 스포츠·e스포츠 IP, 팬덤형 라이브 콘텐츠를 현지 플랫폼에 공급하면 가입자 인증과 결제, 당국 대응의 상당 부분을 로컬 사업자 인프라에 기대는 방식이 가능하다. 베트남 시장에서 속도와 비용을 함께 고려하면 독자 앱보다 현지 플랫폼 안으로 들어가는 선택이 더 현실적이다.

TV360은 통신사 결합 모델의 힘을 보여준다. 비엣텔 이동통신망을 기반으로 한 TV360은 데이터 무과금 요금제를 앞세워 이용자의 체감 비용을 낮췄다. 월 95,000동의 TV95K, 월 150,000동의 5G150 같은 전용 요금제에 가입하면 TV360 시청에 쓰는 데이터 이용료가 면제된다. 와이파이 환경이 일정하지 않은 지역이나 데이터 요금에 민감한 이용자에게 통신요금 결합은 구독료만큼 중요한 선택 기준이 된다.

한국 콘텐츠가 TV360 같은 플랫폼에 들어갈 때는 단순 방영권 판매를 넘어 통신요금 상품과 결합될 수 있는 구성이 필요하다. 드라마 한 편을 공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즌제 편성, 하이라이트, 출연자 인터뷰, 팬덤형 이벤트, e스포츠 중계, 5G 프로모션과 묶이는 방식이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다. TV360이 LCK와 DRX 협력을 통해 4K 스트리밍, 기술 지원, 전용 요금제 가입자 대상 데이터 혜택을 붙인 흐름은 한국 IP가 통신사 플랫폼의 가입자 전략 안으로 들어갈 수 있음을 보여준다.

FPT Play는 스포츠 중계권을 통해 프리미엄 구독자를 묶고 있다. 2026년 초부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베트남 독점 중계권을 확보했고, 지상파, 케이블, IPTV, 모바일, 소셜 네트워크를 아우르는 중계 체계를 갖췄다. 실시간 라이브 채팅, 선호 팀 배지, 득점 장면 즉시 재생, 현지 해설위원과 인플루언서가 참여하는 전술 분석 프로그램도 붙였다. 경기를 보여주는 데서 끝나지 않고 팬덤 활동과 짧은 영상 소비, 해설 콘텐츠를 한 플랫폼 안에 묶었다.

한국 기업이 FPT Play형 플랫폼을 상대할 때는 반복 접속을 만드는 IP가 중요하다. K드라마 완성작은 초기 관심을 끌 수 있지만, 스포츠 리그처럼 시즌 내내 결제를 유지하게 만드는 힘은 제한적이다. LCK, K팝 공연, 팬미팅형 라이브, 음악 경연, 예능 포맷, 게임형 버라이어티는 베트남 플랫폼의 구독 유지 전략과 더 잘 맞을 수 있다. 플랫폼이 원하는 것은 화제성만 높은 콘텐츠가 아니라 이용자를 다시 들어오게 만드는 편성 자산이다.

VieON은 현지 제작 협력의 방향을 제시한다. ‘복면가왕 베트남’과 ‘1박 2일 베트남’은 한국 예능 포맷을 베트남 스타, 언어, 음악, 지역 정서에 맞게 다시 만든 프로그램이다. 한국 원작의 기획 구조는 남았지만, 시청 경험은 베트남 안에서 다시 만들어졌다. 베트남 시청자는 한국 예능을 번역해 본 것이 아니라 베트남어로 진행되는 자국 예능으로 받아들였다.

포맷 라이선싱과 공동 제작은 완성작 판매보다 긴 수익 흐름을 만들 수 있다. 한국 제작사는 원작 포맷과 제작 노하우를 제공하고, 베트남 플랫폼은 현지 출연자와 제작 환경, 송출망을 붙인다. 시즌이 이어지면 플랫폼 안에 현지 팬덤과 이용 습관이 쌓인다. 완성작 수출은 작품이 끝나면 계약 가치도 줄어들지만, 포맷과 공동 제작은 현지 플랫폼의 오리지널 자산으로 남을 수 있다.

불법 스트리밍 대응도 베트남 진출 전략의 한 축이 됐다. 베트남은 2022년 기준 약 1,550만 명이 불법 스트리밍을 이용했고, 경제적 손실은 연간 약 3억5,000만 달러로 추산됐다. 불법 영화 사이트와 불법 축구 중계 사이트는 대규모 조회수를 끌어모았고, 현지 오리지널 영화도 공개 몇 시간 만에 무단 복제·유통되는 일이 벌어졌다. 한국 콘텐츠가 베트남 플랫폼에 공급되더라도 불법 유통이 빠르게 퍼지면 정식 판권의 가치는 줄어든다.

계약 단계에서 저작권 보호 조건은 더 중요해졌다. 방영권 금액만 볼 것이 아니라 현지 플랫폼이 불법 링크 차단, 무단 업로드 탐지, 콘텐츠 핑거프린팅, 광고 수익 추적, 결제 계좌 확인 협력 체계를 얼마나 갖췄는지 확인해야 한다. 포맷 라이선싱과 공동 제작도 권리 귀속, 2차 활용, 해외 동포 시장 서비스, 숏폼 클립 유통, 불법 복제 대응 조항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 베트남 시장의 수익성은 시청 수요만으로 결정되지 않고 권리 보호의 지속성에 따라 달라진다.

가입 후 30일 잔존율 약 1%라는 숫자도 한국 기업의 전략을 바꾼다. 베트남 엔터테인먼트 앱 이용자는 빠르게 설치하고 빠르게 이탈한다. 플랫폼은 드라마 한 편, 경기 하나, 예능 클립 하나로 들어온 이용자를 붙잡기 위해 통신요금 결합, 스포츠 중계권, 현지 오리지널, 한국 예능 포맷을 동시에 찾고 있다. 한국 콘텐츠 기업이 제시해야 할 상품도 단품 공급에서 패키지형 제안으로 바뀌어야 한다.

드라마는 시즌 편성과 배우 팬덤 콘텐츠를 묶을 수 있고, 예능은 포맷 라이선싱과 현지 제작으로 확장할 수 있다. 음악 IP는 경연 프로그램, 라이브 공연, 팬미팅, 숏폼 클립으로 나뉠 수 있다. e스포츠는 경기 중계, 선수 콘텐츠, 하이라이트, 현장 행사, 통신요금 프로모션과 결합할 수 있다. 베트남 플랫폼이 필요로 하는 것은 작품 목록이 아니라 가입자 유입, 유료 전환, 반복 접속, 권리 보호까지 함께 작동하는 콘텐츠 묶음이다.

이재명 정부의 콘텐츠 국가전략산업화와 실용외교는 이 지점에서 후방 배경으로 놓인다. 국내 정책이 제작비 지원에만 머물면 베트남 플랫폼과의 협상력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원천 IP 확보, 포맷 개발, 해외 공동 제작, 저작권 보호 기술, 현지 법무 대응, 재외공관을 통한 기업 지원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콘텐츠 외교도 문화행사와 홍보 중심에서 현지 규제 대응, 저작권 보호, 플랫폼 파트너 발굴, 통상 협의 지원으로 넓어져야 한다.

베트남 OTT 시장은 한국 콘텐츠에 닫힌 시장이 아니다. 모바일 시청 기반은 넓어지고 있고, K드라마와 K예능, K팝, e스포츠를 향한 수요도 이어지고 있다. 다만 진입로가 달라졌다. 독자 앱으로 직접 가입자를 모으는 방식은 규제 비용과 결제망, 인증 체계, 저작권 보호 부담을 크게 안는다. 현지 플랫폼과 손잡는 방식은 베트남 사업자의 가입자 기반과 운영 인프라를 활용하면서 한국 IP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

2026년 베트남 OTT 시장에서 한국 콘텐츠의 진출 공식은 완성작 판매에서 멈추기 어렵다. TV360형 통신사 결합, FPT Play형 스포츠·팬덤 IP, VieON형 현지 오리지널 제작, 불법 스트리밍 대응, 낮은 잔존율 개선이 함께 계산돼야 한다. 작품을 파는 전략보다 플랫폼의 이용자를 오래 붙잡는 전략이 더 큰 무게를 갖는다. 베트남 OTT의 다음 경쟁은 콘텐츠를 많이 가진 사업자가 아니라, 현지 가입자와 결제, 규제 대응, 팬덤, 권리 보호를 한꺼번에 묶는 사업자가 가져갈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