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m Ford⑦] 후디 위에 롱코트, 하이더 아커만이 바꾼 편안함의 격식

[Tom Ford⑦] 후디 위에 롱코트, 하이더 아커만이 바꾼 편안함의 격식

2026-06-20     임우경 기자
Haider Ackermann Deepens the House's Vocabulary for Tom Ford Pre-Fall 2026 Collection. 사진=Tom Ford,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임우경기자]회색 후디와 팬츠 위로 검은 롱코트가 곧게 내려온다. 선명한 블루 트레이닝 셋업에도 같은 코트를 걸쳤고, 발끝에는 운동화 대신 뾰족한 스틸레토를 배치했다. 하이더 아커만(Haider Ackermann)은 톰 포드(Tom Ford) 2026 프리폴 컬렉션에서 편안한 옷을 별도의 캐주얼 영역에 두지 않았다. 가죽과 울, 대형 가방과 날렵한 구두를 더해 후디와 조거 팬츠까지 브랜드의 정제된 옷장 안으로 끌어들였다.

톰 포드의 기존 인상은 몸에 맞춘 슈트와 광택 있는 가죽, 저녁 시간대의 관능에 가까웠다. 아커만은 해당 요소를 지우지 않으면서 활동 범위를 넓힌다. 엄격한 코트 안에 스웨트 셋업을 넣고, 부피가 큰 셰어링에는 로퍼를 신긴다. 옷의 격식을 소재 하나로 결정하지 않고 상하의 비례와 액세서리, 신발의 조합으로 조정한 방식이다.

갈색 가죽 재킷은 셔츠형 재킷보다 단단하고 전통적인 슈트 재킷보다는 유연하다. 어깨에는 각을 남기고 허리는 몸에 가깝게 정리했으며, 가죽 라펠과 앞섶의 스티치는 옷의 윤곽을 또렷하게 표시한다. 가늘게 줄무늬가 들어간 셔츠는 단추를 일부 열어 목 주변의 긴장을 낮췄다.

갈색과 아이보리, 검은색으로 한정된 색채는 안정적이다. 재킷과 악어무늬 가방, 벨트가 비슷한 갈색 계열 안에서 움직이고 검은 팬츠가 하체의 무게를 잡는다. 가방의 질감과 금속 잠금장치, 벨트 버클까지 한꺼번에 드러나면서 상체 중앙의 세부는 다소 밀집됐다. 재킷의 가죽 표면과 셔츠의 줄무늬만으로도 충분한 대비가 만들어지는 만큼 가방까지 강한 질감을 더한 선택은 취향을 탄다.

가죽 재킷과 셔츠의 조합은 업무복으로 옮기기 쉽다. 몸에 붙는 가죽 팬츠나 깊은 노출 없이 소재의 광택만으로 톰 포드의 성격을 남겼기 때문이다. 다만 어깨와 허리가 정확히 맞아야 하는 재킷은 느슨한 출근복보다 자세와 체형을 분명히 드러내는 옷에 가깝다.

Haider Ackermann Deepens the House's Vocabulary for Tom Ford Pre-Fall 2026 Collection. 사진=Tom Ford,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짙은 갈색 셰어링 코트는 어깨와 소매, 몸통에 넉넉한 부피를 만든다. 안쪽에는 후드가 달린 베이지 셋업을 넣고 바짓단을 발목에서 조였다. 아우터와 이너웨어 모두 부드럽고 두꺼운 소재라 상체와 하체가 한꺼번에 둥글게 부풀지만, 제한된 갈색 계열이 전체를 하나로 묶는다.

커다란 검은 가방은 셰어링의 부피를 줄이지 않고 오히려 확대한다. 가방을 몸 앞에 겹쳐 들면서 코트의 중심이 가려지고 상체에 무게가 집중됐다. 수납성과 보온성을 중시한 현실적인 조합으로 읽히는 한편, 옷과 가방의 크기가 모두 커 작은 체격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

검은 로퍼는 두꺼운 셰어링과 조거 팬츠 아래에서 가볍게 마무리된다. 운동화를 선택했다면 전형적인 라운지웨어에 가까워졌겠지만 얇은 밑창과 금속 장식이 있는 로퍼를 배치해 실내복의 인상을 줄였다. 맨발처럼 발목을 드러낸 연출은 사진에서는 무게를 덜어내지만 추운 계절의 실제 착용 방식과는 거리가 있다.

코발트 블루 후디와 조거 팬츠는 다섯 스타일 가운데 색채가 가장 강하다. 상하의를 같은 색으로 맞춰 몸 중앙에 하나의 긴 색면을 만들고, 검은 롱코트가 양옆을 감싼다. 밝은 블루를 포인트 상의 정도로 제한하지 않고 전신에 사용했지만 검은 코트가 노출 면적을 좁혀 색의 강도를 조절한다.

Haider Ackermann Deepens the House's Vocabulary for Tom Ford Pre-Fall 2026 Collection. 사진=Tom Ford,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후디의 캥거루 포켓과 허리 밴드, 팬츠의 드로스트링과 발목 리브는 전형적인 트레이닝복의 구조다. 별도의 장식이나 복잡한 절개를 넣지 않아 색 자체가 디자인의 중심이 된다. 아커만은 트레이닝복을 슈트처럼 바꾸기보다 원형을 유지하고, 바깥에 걸친 코트와 신발로 착용 환경을 이동시켰다.

가늘고 높은 스틸레토는 조거 팬츠와 가장 큰 간격을 만든다. 운동복과 정장용 구두를 섞은 방식은 시각적으로 즉각적이지만 이동성과 착용감에서는 타협이 필요하다. 최근 스포츠웨어를 테일러드 아우터와 날렵한 액세서리에 결합하는 흐름과 맞닿지만, 런웨이의 대비를 일상에서 그대로 재현하기는 쉽지 않다.

회색 스웨트 셋업은 블루보다 색의 강도를 낮추고 실루엣을 넓혔다. 후디는 몸에 붙지 않고 허리 아래로 느슨하게 내려오며 팬츠는 발등을 덮을 만큼 길고 넓다. 검은 코트의 반듯한 앞선이 회색 원단의 흐르는 주름을 양옆에서 정리한다.

블루 셋업이 발목을 조여 가벼운 운동복의 형태를 유지했다면 회색 팬츠는 와이드 슬랙스와 가까운 비례를 택했다. 스웨트 소재와 정장 팬츠의 길이를 결합한 셈이다. 다만 부드러운 원단이 발목과 신발 위에 많이 쌓여 걸을 때 밑단 관리가 필요하고, 높은 굽이 아니면 하체가 무겁게 처질 가능성이 있다.

대형 검은 가방과 각진 선글라스는 회색 셋업의 느슨함을 다시 통제한다. 가방은 코트와 색이 이어져 안정적이지만 크기가 커서 상체의 후디와 경쟁한다. 편안한 셋업을 고급 소재의 액세서리로 끌어올리려는 방향은 분명해도 가방까지 크게 부풀린 구성에서는 가벼운 일상복보다 이동용 옷장의 인상이 강해진다.

Haider Ackermann Deepens the House's Vocabulary for Tom Ford Pre-Fall 2026 Collection. 사진=Tom Ford,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짧은 갈색 재킷과 데님은 스포츠웨어와 테일러링 사이에서 가장 현실적인 선택지를 제시한다. 재킷은 허리 위에서 끝나고 칼라와 소매 끝에는 골 조직을 넣어 블루종의 구조를 따른다. 어깨는 지나치게 넓히지 않고 몸통에 적당한 여유를 남겼다.

블루 스트라이프 셔츠는 재킷과 데님 사이를 연결한다. 셔츠에 걸어둔 선글라스와 버건디 벨트, 로퍼는 색을 한곳에 집중시키지 않고 상체와 발끝에 나눠 놓는다. 짙은 녹색 가방은 갈색 재킷과 데님 블루 사이에 새로운 색을 더하지만 채도가 낮아 튀지 않는다.

발목 위에서 끊기는 스트레이트 데님과 낮은 로퍼는 앞선 스틸레토 스타일보다 이동성이 높다. 재킷과 가방의 소재가 격식을 더하면서도 신발과 팬츠의 형태는 편안함을 유지한다. 다만 셔츠의 줄무늬, 벨트, 선글라스, 가방, 로퍼에 여러 색이 나뉘어 있어 이번 묶음의 다른 단색 스타일보다 집중도는 낮다.

색채는 갈색과 검은색, 회색을 바탕으로 코발트 블루를 크게 삽입했다. 갈색 가죽 재킷과 셰어링, 짧은 블루종은 농도와 질감이 달라도 따뜻한 축을 형성한다. 검은 코트와 가방, 구두는 캐주얼한 소재를 정리하고 회색은 두 영역 사이에서 중간색을 맡는다.

블루 트레이닝 셋업은 제한된 팔레트 안에서 강한 전환을 만든다. 색의 선택은 대담하지만 형태는 가장 익숙한 후디와 조거 팬츠다. 새로운 실루엣을 제시하기보다 강한 색과 클래식한 검은 코트의 대비로 변화를 만든 만큼, 컬렉션 전체의 디자인 확장보다 스타일링 제안에 가까운 면도 있다.

Haider Ackermann Deepens the House's Vocabulary for Tom Ford Pre-Fall 2026 Collection. 사진=Tom Ford,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헤어와 메이크업은 옷의 성격이 바뀌어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뒤로 밀착한 짧은 헤어와 정돈된 피부, 좁거나 각진 선글라스가 반복된다. 캐주얼웨어까지 같은 태도로 통일하는 효과는 있지만, 후디와 데님이 지닌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충분히 풀어주지는 않는다.

전체적인 조화는 격식과 편안함의 비율을 조정하는 데서 나온다. 가죽 재킷에는 셔츠와 팬츠를, 셰어링에는 조거 셋업과 로퍼를, 후디에는 롱코트와 스틸레토를 배치했다. 어느 착장도 캐주얼웨어만으로 끝나지 않고 단단한 소재나 날렵한 액세서리를 한 가지 이상 포함한다.

스틸레토와 대형 가방의 반복은 한계로 남는다. 편안함을 컬렉션의 새로운 범위로 끌어왔지만 신발과 액세서리는 여전히 긴장된 톰 포드의 인물을 요구한다. 실제 생활에서는 운동화나 낮은 로퍼, 중간 크기의 가방으로 바꿔야 후디와 조거 팬츠의 기능성이 온전히 살아난다.

정장과 운동복을 완전히 나누지 않는 사람, 출근과 이동·약속이 하루 안에 이어지는 사람에게 잘 맞는다. 후디 위에 코트를 입거나 데님에 가죽 재킷을 더하는 데 익숙하면서 소재와 가방에서 격식을 보완하는 취향에도 적합하다. 갈색과 회색을 주로 입되 강한 색을 한 벌 정도 받아들일 수 있다면 코발트 블루 셋업도 선택지가 된다.

몸을 조이는 슈트보다 부드러운 팬츠와 후디를 선호하는 사람에게는 앞선 프리폴 스타일보다 접근하기 쉽다. 반대로 높은 굽과 큰 가방을 불편하게 느끼거나 옷차림의 요소를 최소화하는 사람에게는 연출이 과하게 느껴질 수 있다. 이번 구성에서 아커만은 톰 포드의 긴장을 없애기보다 편안한 옷 위에 다시 얹었다. 그 결과 활용 범위는 넓어졌지만, 완전히 힘을 뺀 톰 포드까지 나아가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