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문화 종합] 유럽산 ‘안전·복지 서사’, 한국의 ‘건강지능(HQ)’ 소비층을 조준하다

 EU 'Good Food–Good Life' 서울 미디어 행사… 안전·복지 서사로 한국 소비자와 접점 넓혀

2026-06-15     임우경 기자
EU가 공동 후원하고 폴란드 육류산업생산자협회(UPEMI)와 그리스 이마티아 농업협동조합연합(ASIAC)이 운영하는 'EU Good Food – Good Life' 캠페인이 2026년 6월 11일 서울 몬드리안 호텔에서 미디어 대상 행사를 가졌다.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임우경기자] 2026년 6월 10일 벨기에 브뤼셀, EU 이사회 본부. 이재명 대통령과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이 디지털 통상 협정(DTA) 서명식을 마친 뒤 손을 맞잡았다. 같은 주, 서울에서는 EU가 공동 재원을 댄 농식품 판촉 캠페인 'EU Good Food – Good Life'가 미디어 행사를 열고 폴란드산 소고기·돼지고기와 그리스산 키위·황도복숭아 통조림을 한국 언론 앞에 내놓았다. 정상 외교의 거시 무대와 식탁 위의 미시 무대에서, 한국과 유럽의 협력이 같은 시점에 두 층위로 펼쳐진 셈이다.

국익을 협상하는 정부, 이재명 외교의 설계도. 사진=대통령실,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정상외교가 그린 큰 그림

대통령의 이번 유럽 일정은 한-EU 관계를 폭넓게 다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프랑스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열흘간의 유럽 순방길에 올랐다. 순방의 무게중심 가운데 하나가 브뤼셀이었다. 제11차 한-EU 정상회담에서 양측은 상호이익을 보장하는 자유무역협정의 전면적 이행에 기반한 견고하고 활력 있는 경제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경제적 위상도 분명히 드러났다. 이 대통령은 EU가 한국에 있어 중국·미국에 이은 제3위 교역 대상이자 제1위 파트너 투자국가라고 밝혔다. 협력의 폭은 통상을 넘어섰다. 양측은 디지털 통상 협정에 서명했고, 민감정보를 안전하게 공유하기 위한 비밀정보보호협정 체결 협상도 개시하기로 했다. 이어진 이탈리아 국빈방문에서도 협력의 외연이 넓어졌다. 한-이탈리아 정상회담에서 양국 관계를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기로 합의했고, 반도체·항공우주·에너지·바이오 등 30개 이상 주요 기업이 참석한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이 열렸으며, 한-이탈리아 영화 공동제작 협정 문안도 타결됐다.

이 큰 그림이 가리키는 방향은 분명하다. 안보·디지털·문화·산업을 아우르는 전방위 협력의 통로가 한국과 유럽 사이에 넓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EU Good Food – Good Life' 같은 식품 캠페인은 그 통로의 가장 일상적인 끝단에 놓인다.

캠페인은 폴란드 육류산업생산자협회(UPEMI)와 그리스 이마티아 농업협동조합연합(ASIAC)이 운영한다. 2024년부터 2027년까지 3년간 한국과 베트남을 겨냥한 정보·판촉 프로그램으로, 무성장호르몬·무항생제 사육과 추적관리, 동물복지, 지속가능성을 핵심 메시지로 삼는다. /사진=eugoodfood 홈페이지 ,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FTA 무관세, 식탁까지 닿은 협력

캠페인은 폴란드 육류산업생산자협회(UPEMI)와 그리스 이마티아 농업협동조합연합(ASIAC)이 운영한다. 2024년부터 2027년까지 3년간 한국과 베트남을 겨냥한 정보·판촉 프로그램으로, 무성장호르몬·무항생제 사육과 추적관리, 동물복지, 지속가능성을 핵심 메시지로 삼는다.

정상 차원에서 강조된 'FTA의 전면적 이행'은 이 캠페인의 토대와 정확히 맞물린다. 한-EU FTA에 따라 2015년 12월부터 대한국 수입 관세가 모두 폐지됐고, 한국과 폴란드 교역은 이후 더욱 활성화됐다. 폴란드 측은 대한국 무역 역조를 보완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2023년 9월부터 돼지고기 수입을 재개했다. 정상회담장의 '자유무역협정 전면 이행'이라는 문구가, 서울의 식탁에서는 무관세 유럽산 농식품의 구체적 진입으로 번역되는 구조다.

교역 흐름도 우호적이다. 2025년 1~10월 한국 농식품 수출에서 증가율이 높은 권역은 중동(20.4%), 유럽·영국(14.8%), 북미(13.9%) 순이었다. K-푸드가 유럽으로 향하는 동안 유럽산 농식품이 한국으로 들어오는 양방향 교차는, 정상외교가 그린 '호혜적 경제 관계'를 식탁 단위에서 실현한다.

육체적 건강을 넘어 사회적·환경적 건강까지 고려하는 웰니스의 방향으로 소비가 변하고 있다. 단백질 수요도 커졌다.  /사진=흥부놀부_ K-푸드 전통을 지켜온 손맛의 힘. 홍어삼합.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소비 흐름이 만든 접점

캠페인의 안전·복지 서사는 한국 소비자의 실제 변화와 맞닿는다. 신선란 구매 행태 분석에서 일반 신선란 구매는 줄어든 반면, 동물복지란 구매금액은 38.6%, 유정란은 33.2% 증가했다. 육체적 건강을 넘어 사회적·환경적 건강까지 고려하는 웰니스의 방향으로 소비가 변하고 있다. 단백질 수요도 커졌다. 2025년 상반기 닭가슴살 섭취 빈도는 전년 대비 26.7%, 삶은·구운 계란은 30.9% 늘었다. 사육 방식과 영양가치를 스스로 따지는 소비자, 곧 트렌드 코리아 2026이 짚은 '건강지능(HQ)' 소비층에게 무항생제·추적관리 서사는 판단의 근거가 된다.

다만 정상외교의 거시 성과가 식품 캠페인의 미시 성과로 곧장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정상 차원의 협정은 통로를 넓히지만, 매대에서의 선택은 가격·인지도·조리 제안 같은 현장 변수에 달려 있다. 폴란드산이라는 원산지 인지도를 새로 쌓아야 하는 과제, 수입 식품 시장의 가성비 지향이라는 변수는 캠페인이 풀어야 할 몫으로 남는다.

대통령의 유럽 순방은 안보·디지털·산업·문화를 아우르는 협력의 틀을 다졌고, 그 틀의 가장 일상적인 자리에 식탁이 있다. 'EU Good Food – Good Life'는 FTA 무관세라는 토대와 건강지능 소비라는 흐름 위에서 유럽 식탁을 한국에 제안한다.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남은 변수

대통령의 유럽 순방은 안보·디지털·산업·문화를 아우르는 협력의 틀을 다졌고, 그 틀의 가장 일상적인 자리에 식탁이 있다. 'EU Good Food – Good Life'는 FTA 무관세라는 토대와 건강지능 소비라는 흐름 위에서 유럽 식탁을 한국에 제안한다. 한-이탈리아 정상회담에서 K-이니셔티브를 유럽으로 확산해 나가기 위한 여건이 조성될 전망이라고 평가된 것처럼, 유럽 식문화의 한국 확산 역시 같은 교류의 양면이다. 캠페인은 2027년까지 한국과 베트남에서 후속 행사를 이어가며, 정상외교가 넓힌 통로 위에서 그 성과가 실제 수입 통계로 이어질지는 향후 확인할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