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이 건넨 ‘풍요의 뿔’…이재명 대통령, 바티칸서 확인한 평화 구상
이재명 대통령, 레오 14세 교황에 방한 제안…바티칸서 한반도 평화 지지 요청 ‘풍요의 뿔’과 ‘구름기둥’ 선물에 담긴 한국 번영 메시지…G7 앞두고 종교외교·평화외교 결합
[KtN 김 규운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바티칸 사도궁에서 레오 14세 교황에게 내년 방한을 공식 제안하고, 한반도 긴장 완화와 남북협력 구상에 대한 교황청의 지지를 요청했다.
□ 바티칸 사도궁에서 꺼낸 ‘교황 방한’ 카드
이재명 대통령이 유럽 순방 중 바티칸 사도궁에서 레오 14세 교황과 만났다. 교황궁 앞에는 태극기가 게양됐고, 근위대가 도열한 가운데 이 대통령은 레오 14세 교황의 영접을 받았다.
이 대통령은 교황에게 “만나뵙게 돼서 반갑습니다”라고 인사한 뒤, 내년 서울 세계청년대회를 계기로 한 방한을 제안했다. 서울 세계청년대회는 전 세계 가톨릭 청년들이 모이는 대형 국제 행사다. 교황 방한이 성사될 경우 한국은 종교 행사를 넘어 평화와 청년, 국제연대를 함께 다루는 외교 무대를 확보하게 된다.
□ “한반도 평화 정책에 대한 국민의 염원” 전달
면담의 핵심 의제는 한반도 평화였다. 이 대통령은 레오 14세 교황에게 한반도 긴장 완화와 남북협력에 대한 한국 정부의 구상을 설명하고, 교황청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지를 요청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면담 뒤 “교황님께 한반도 평화 정책에 대한 우리 국민의 염원과 우리 정부의 구상에 대해서 말씀을 드리고, 교황청의 한반도 평화와 화해의 목표를 위한 변함없는 지지와 관심을 재확인하였습니다”라고 밝혔다.
교황의 북한 방문 가능성과 관련한 대화도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구체적인 일정이나 방식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교황청이 한반도 평화와 화해 문제를 계속 주시하고 있다는 점은 이번 면담을 통해 다시 확인됐다.
□ ‘풍요의 뿔’에 담긴 한국 번영의 의미
레오 14세 교황은 이 대통령에게 자신의 ‘제59차 세계 평화의 날 담화’와 ‘사도궁 책’, ‘풍요의 뿔’ 도자기를 선물했다.
풍요의 뿔, 코르누코피아는 성 베드로 대성당 성체 경당 바닥 장식을 재현한 작품이다. 뿔 안에 과일, 곡물, 꽃이 넘쳐흐르는 형상은 풍요와 번영을 뜻한다. 교황청은 풍요의 뿔이 성령의 열매와 은총이 풍성하게 넘쳐나는 의미를 지니며, 고갈되지 않는 생명의 선물을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이재명 대통령은 국민을 올바른 길로 이끌고, 이를 통해 대한민국에 풍요와 번영이 넘치길 바란다는 선물의 뜻을 전해듣고 이에 대해 깊은 감사를 전했다”고 밝혔다.
□ 파롤린 국무원장이 전한 ‘구름기둥’의 상징
피에트로 파롤린 교황청 국무원장은 라파엘로의 유명 프레스코화를 재현한 도자기 작품을 이 대통령에게 선물했다. 작품에는 구약성경 탈출기 13장 20절부터 22절까지에 나오는 ‘구름기둥’이 담겼다.
구름기둥은 이집트를 탈출하던 이스라엘 백성을 인도한 상징이다. 어둠 속에서 방향을 제시하고, 공동체를 보호하며, 긴 여정의 길을 열어주는 의미를 갖는다. 파롤린 국무원장의 선물은 새 정부가 국민을 올바른 길로 이끌고, 대한민국에 풍요와 번영이 넘치기를 바란다는 뜻으로 전달됐다.
레오 14세 교황의 ‘풍요의 뿔’이 한국의 번영을 향한 축복에 가깝다면, 파롤린 국무원장의 ‘구름기둥’은 지도자의 방향과 책임을 강조한 메시지에 가깝다. 두 선물은 의전용 기념품을 넘어 새 정부를 향한 교황청의 외교적 기대를 담았다.
□ 유흥식 추기경 “두 분이 죽이 잘 맞으실 것”
유흥식 추기경은 레오 14세 교황이 한국과 한반도 평화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유 추기경은 “이 표현이 맞는지 모르겠는데, 두 분이 ‘죽이 잘 맞으실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이어 “교황님은 한국 천주교회가 잘, 천주교회뿐만 아니라 한국이 잘 정말 평화롭게 되기를 정말 바라고 계시기 때문에…”라고 덧붙였다. 발언의 무게는 교황청이 한국을 단순한 방문 대상국으로만 보지 않는다는 데 있다. 한국 천주교회, 서울 세계청년대회, 한반도 평화 의제가 하나의 흐름으로 맞물려 있다는 뜻이다.
□ 동포 간담회로 이어진 유럽 순방 메시지
이 대통령은 교황청 일정을 마친 뒤 이탈리아 동포 간담회에서 재외동포 지원 확대 방침도 밝혔다. 한글학교 운영비를 대폭 늘리고, 입양 동포들이 자신의 뿌리를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대통령은 “가족 찾기, 모국방문, 국적회복, 언어·문화 교육 등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지원을 대폭 확대해 나가겠다는 약속을 다시 드립니다”라고 말했다.
바티칸에서는 한반도 평화와 교황 방한을 논의했고, 동포 간담회에서는 해외 한인 사회와 국가의 연결을 강조했다. 유럽 순방의 메시지가 안보·평화 외교에서 재외동포 정책으로 이어진 대목이다.
□ G7 정상회의 앞둔 한반도 평화 외교
이 대통령은 이탈리아 순방 일정을 마무리한 뒤 프랑스 에비앙으로 이동해 G7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바티칸 면담에서 확인한 교황청의 한반도 평화 지지는 G7 다자외교를 앞둔 외교적 기반이 된다.
이번 방문은 이재명 정부가 한반도 문제를 군사·안보 의제에만 두지 않고, 종교 외교와 청년 국제행사, 재외동포 정책까지 연결하려는 흐름을 보여준다. 레오 14세 교황의 ‘풍요의 뿔’과 파롤린 국무원장의 ‘구름기둥’은 한국의 번영과 지도자의 방향을 상징한 선물이지만, 외교적으로는 새 정부가 한반도 평화 담론을 국제사회 안에서 넓혀가려는 출발점으로 남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