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트렌드2026⑨] Michael Kors Spring 2026, 흰 셔츠와 린넨 팬츠로 가벼워진 뉴욕의 여름

맨해튼 첼시에서 공개된 마이클 코어스 컬렉션, 휴양지의 느슨함을 일상복 안으로 끌어온 선택

2026-06-28     박인경 기자
사진=마이클 코어스(Michael Kors)

[KtN 박인경기자]마이클 코어스(Michael Kors)의 Spring/Summer 2026 쇼는 지난해 9월 11일 뉴욕 맨해튼 첼시의 옛 선적 터미널에서 열렸다. 첫 모델은 흰 실크 셔츠와 검은 팬츠를 입고 나왔다. 셔츠는 몸에 달라붙지 않았고, 팬츠는 다리를 조이지 않았다. 브라운 벨트와 클러치가 착장을 잡아줬지만, 전체 인상은 무겁지 않았다. 뉴욕 패션위크 첫날, 마이클 코어스가 먼저 꺼낸 옷은 힘을 준 재킷이나 화려한 드레스가 아니라 바람이 통하는 셔츠와 걸을 때 자연스럽게 흔들리는 팬츠였다.

쇼장은 휴양지 분위기를 직접 끌어들인 공간으로 꾸며졌다. 종이 랜턴과 식물, 편안한 의자가 놓인 창고형 공간은 해변 근처 별장을 떠올리게 했다. 마이클 코어스는 따뜻한 지역을 여행하며 본 느슨한 옷차림에서 출발했다. 인도네시아와 프렌치 폴리네시아 사람들의 카프탄, 부드럽게 떨어지는 팬츠, 몸을 죄지 않는 옷차림이 출발점이었다. 다만 런웨이에 오른 옷들은 해변에서만 입는 휴양복으로 머물지 않았다. 뉴욕의 일상, 공항과 호텔, 사무실과 저녁 약속을 오가는 옷으로 다듬어졌다.

CFDA Annual Report 2025 초반부에는 Michael Kors Spring/Summer 2026 런웨이 이미지가 배치됐다. 보고서 표지에 오른 Tory Burch Spring/Summer 2026과 나란히 보면, 두 브랜드는 미국 패션이 오랫동안 붙잡아온 일상성과 판매력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보여준다. 토리 버치(Tory Burch)가 색과 비즈, 자수로 클래식한 품목에 변화를 줬다면, 마이클 코어스는 흰 셔츠와 린넨 팬츠, 느슨한 재킷과 드레이프 드레스로 여름 옷차림을 가볍게 풀었다.

흰 셔츠는 이번 쇼를 읽는 첫 단서였다. 마이클 코어스는 가장 익숙한 옷을 맨 앞에 세웠다. 흰 실크 조젯 셔츠는 허리선을 조이지 않고 길게 떨어졌고, 검은 팬츠는 얇은 소재가 겹쳐지며 움직임을 만들었다. 첫 착장은 새로움을 큰 소리로 말하지 않았다. 대신 여름철 뉴욕에서 하루를 보내는 사람이 실제로 손을 뻗을 만한 옷을 보여줬다. 흰 셔츠 한 벌과 검은 팬츠 한 벌로도 충분히 차려입은 인상을 만들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었다.

재킷은 이전보다 힘을 뺐다. 에크루 린넨 블레이저, 린넨 윈드 코트, 칼라 없는 재킷, 민소매에 가까운 블레이저가 이어졌다. 어깨와 허리를 세워 몸을 또렷하게 만드는 재킷보다, 셔츠와 탱크톱 위에 가볍게 걸치는 재킷이 많았다. 더운 계절에는 재킷이 권위의 상징보다 체온과 격식을 함께 조절하는 옷이 된다. 마이클 코어스는 재킷을 버리지 않고, 무게만 덜어냈다.

팬츠는 넓어졌다. 린넨 팬츠, 플리츠 팬츠, 배럴 팬츠, 드레이프 퀼로트가 여러 차례 등장했다. 통이 넓다고 해서 모두 편안한 옷이 되는 것은 아니다. 허리선이 무너지거나 밑단의 선이 흐트러지면 곧바로 헐렁해 보인다. 마이클 코어스의 팬츠는 주름과 벨트, 소재의 떨어짐으로 균형을 잡았다. 걸을 때 흔들리지만 흐트러지지 않는 옷을 만들려는 선택이었다.

린넨은 컬렉션 곳곳에 쓰였다. 에크루 린넨 블레이저, 린넨 거즈 튜닉 셔츠, 린넨 플리츠 팬츠, 린넨 윈드 코트가 차례로 등장했다. 린넨은 구김이 생기는 소재다. 마이클 코어스는 구김을 없애려 하기보다 여름 옷의 자연스러운 표정으로 받아들였다. 하루 종일 이동하는 사람에게는 완벽하게 각 잡힌 옷보다 가볍고 통풍이 되는 옷이 더 필요하다. 이번 컬렉션의 린넨은 그런 현실적인 요구를 겨냥했다.

색은 크게 튀지 않았다. 블랙, 화이트, 브라운이 바탕을 이뤘고, 에스프레소와 아몬드, 에크루, 앤트러사이트 같은 흙빛 계열이 이어졌다. 후반부에는 구아바와 골드 톤이 들어갔지만 전체 분위기를 뒤집을 정도는 아니었다. 마이클 코어스는 선명한 색으로 계절감을 밀어붙이지 않았다. 오래 입기 쉬운 색을 바탕에 놓고, 액세서리와 소재의 광택으로 변화를 줬다.

드레이프는 옷에 움직임을 만들었다. 실크 조젯 카울 블라우스, 울 크레이프 드레이프 퀼로트, 카울 드레스, 조젯 저지 팬츠처럼 천이 몸을 따라 흐르는 품목이 반복됐다. 마이클 코어스의 드레이프는 장식보다 착용감에 가까웠다. 몸의 선을 그대로 드러내기보다, 걸을 때와 앉을 때 옷이 다르게 움직이도록 했다. 더운 날씨에 몸에 붙는 옷을 피하려는 소비자에게 필요한 방식이다.

카프탄과 파레오, 사파리 셔츠도 눈에 띄었다. 흰 린넨 거즈 카프탄과 파자마 팬츠, 블랙 포플린 사파리 셔츠와 러치드 파레오, 에스프레소 실크 시어서커 블라우스와 사루엘 팬츠는 휴양지의 옷차림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런웨이에서는 핸드백, 벨트, 재킷과 함께 놓였다. 마이클 코어스는 휴양복을 그대로 가져오지 않고, 뉴욕에서 입을 수 있는 외출복으로 낮췄다.

액세서리는 느슨한 옷을 정리하는 데 쓰였다. 긴 펜던트, 굵은 벨트, 구조가 분명한 백이 셔츠와 팬츠 사이에 들어갔다. 몸에서 떨어지는 옷이 많을수록 허리와 목선, 손에 시선을 잡아줄 장치가 필요하다. 이번 쇼의 벨트와 목걸이, 클러치는 장식을 과하게 늘리기보다 옷의 균형을 잡는 쪽에 가까웠다.

밤의 옷도 무겁지 않았다. 금빛 라메 블라우스와 캐스케이드 스커트, 에스프레소 사틴 셔츠드레스, 브래스 레더 트렌치가 등장했지만 실루엣은 여전히 흐르고 움직였다. 반짝임은 있었지만, 몸을 조이는 드레스나 과장된 볼륨으로 가지 않았다. 저녁 모임에 갈 수 있으면서도 오래 서 있고 이동할 수 있는 옷이 남았다.

마이클 코어스가 이번 시즌에 붙잡은 변화는 기후와도 맞닿아 있다. 여름이 길어지고 실내외 온도 차가 커지면서 두꺼운 수트와 몸에 붙는 드레스는 점점 부담스러워진다. 큰 도시에서 일하고 이동하는 소비자에게는 가벼운 재킷, 넓은 셔츠, 통풍이 되는 팬츠, 몸에서 떨어지는 드레스가 더 현실적인 선택이 된다. Spring/Summer 2026 컬렉션은 여름 휴양복의 낭만보다 더워진 일상의 필요에 가까웠다.

마이클 코어스의 강점은 옷을 한 벌씩 떼어 팔 수 있게 만드는 데 있다. 흰 셔츠, 린넨 재킷, 와이드 팬츠, 브라운 벨트, 플랫 샌들, 구조적인 백은 전체 착장을 그대로 따라 입지 않아도 소비자 옷장에 들어갈 수 있다. 런웨이의 완성된 한 벌보다 셔츠 하나, 팬츠 하나, 벨트 하나가 따로 선택될 수 있다는 점은 마이클 코어스가 오래 유지해온 판매 방식과 맞아떨어진다.

가격을 납득시켜야 하는 시장에서는 이런 옷일수록 더 엄격하게 평가된다. 흰 셔츠는 원단의 밀도, 칼라의 힘, 어깨선, 소매 길이가 곧바로 드러난다. 린넨 팬츠는 앉았다 일어났을 때 주름이 어떻게 남는지, 걸을 때 밑단이 어떻게 떨어지는지가 중요하다. 드레이프 드레스는 천이 몸을 지나가는 선이 무너지면 바로 티가 난다. 장식이 적은 옷은 숨을 곳이 없다.

리세일 시장에서도 장단점은 분명하다. 블랙과 화이트, 브라운 계열의 셔츠와 팬츠, 린넨 재킷은 오래 입기 좋다. 유행의 흔적이 강하지 않아 몇 시즌 뒤에도 활용할 수 있다. 반대로 비슷한 대체재가 많기 때문에 중고 시장에서 특별한 가격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 단순한 옷이 오래 남으려면 브랜드명보다 원단과 착용감, 형태가 먼저 버텨야 한다.

Tory Burch Spring/Summer 2026과 비교하면 차이는 더 분명해진다. 토리 버치는 폴로 셔츠와 스커트, 재킷 위에 강한 색과 비즈, 자수를 올렸다. 마이클 코어스는 흰 셔츠와 팬츠, 린넨 재킷, 드레이프 드레스로 옷의 힘을 뺐다. 토리 버치가 익숙한 품목을 장식으로 바꿨다면, 마이클 코어스는 익숙한 품목을 더 가볍게 만들었다. 두 브랜드 모두 미국식 일상복 안에 있지만, 소비자를 설득하는 방식은 서로 다르다.

마이클 코어스의 Spring/Summer 2026은 수트를 없앤 컬렉션이 아니다. 수트가 맡아온 단정함을 흰 셔츠와 넓은 팬츠, 린넨 재킷, 드레이프 드레스가 나눠 가진 시즌이다. 더운 날씨와 긴 이동, 가격 비교, 오래 입을 옷에 대한 요구가 커질수록 마이클 코어스의 옷은 소재와 비율, 착용감으로 평가받게 된다. 흰 셔츠 한 벌과 린넨 팬츠 한 벌이 가격을 설명해야 하는 시장에서 브랜드의 경쟁력은 과한 장식보다 옷의 기본기에서 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