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광고경제②] 광고비는 늘지만 검색·오픈웹 몫은 줄어드는 시장

AI 광고 포맷 확산 속 예산 재배치 본격화, 커머스 미디어·폐쇄형 플랫폼·직접 구매로 이동하는 집행 흐름

2026-06-22     최기형 기자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최기형기자]미국 광고주 4분의 3가량은 앞으로 12개월 동안 AI가 총 미디어 지출을 늘릴 것으로 예상했다. 광고시장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돈이 흐르는 길이 바뀌고 있다. 검색광고와 오픈웹 배너가 가져가던 예산 일부는 AI 답변형 광고, 커머스 미디어, 폐쇄형 플랫폼, 직접 매체 구매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광고비 증가가 기존 광고 생태계 전체의 동반 성장을 뜻하지 않는 이유다.

디지털 광고시장은 오랫동안 검색어와 지면을 중심으로 움직였다. 소비자가 ‘운동화 추천’, ‘노트북 가격’, ‘호텔 예약’을 입력하면 광고주는 검색어에 입찰했다. 뉴스·블로그·커뮤니티·전문 사이트는 방문자를 모아 배너와 네이티브 광고를 팔았다. 소셜미디어와 동영상 플랫폼은 이용 시간을 광고 재고로 바꿨고, 광고대행사와 광고기술 기업은 여러 매체의 노출과 클릭, 전환을 묶어 광고주에게 팔았다.

AI가 광고시장에 들어온 뒤 광고주가 사려는 대상은 달라지고 있다. 검색 결과 상단의 자리, 웹페이지의 광고 슬롯, 동영상 앞뒤의 노출만으로는 구매 결정에 충분히 가까이 다가가기 어렵다. 소비자는 AI 답변에서 상품 후보를 확인하고, 추천 피드에서 브랜드를 접하고, 커머스 플랫폼 안에서 비교와 결제를 마친다. 광고주는 소비자의 시선을 사는 데서 한 걸음 더 들어가 추천 목록, 비교표, 구매 후보, 결제 직전의 선택 경로에 예산을 넣기 시작했다.

맥킨지의 2026년 6월 보고서 ‘The agentic advertising economy: From attention to action’는 광고 가치가 소비자의 주목을 확보하는 단계에서 무엇이 보이고, 선택되고, 구매되는지를 좌우하는 단계로 옮겨간다고 분석했다. 미국 광고·마케팅 의사결정자 182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약 75%는 AI 때문에 향후 12개월 총 미디어 지출이 증가할 것으로 봤고, 응답자의 3분의 1은 AI가 광고비 대비 매출 효과, 즉 ROAS를 10% 이상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광고주가 AI 광고에 예산을 배정하는 이유는 비용 절감만이 아니다. AI는 소재 제작을 빠르게 만들고, 타깃팅과 예산 배분을 자동화하며, 상품 탐색에서 결제까지 이어지는 시간을 줄인다. 플랫폼은 이용자 행동 데이터와 구매 데이터를 결합해 광고 성과를 더 촘촘하게 제시한다. 광고주는 같은 예산으로 더 많은 소재를 시험하고, 더 짧은 시간 안에 전환 가능성이 높은 이용자를 찾을 수 있다고 본다.

늘어나는 예산의 상당 부분은 신규 증액이 아니라 기존 광고비의 재배치다. 맥킨지 조사에서 AI 광고 포맷 예산의 23%는 신규 증액분으로 잡혔지만, 34%는 다른 광고 포맷에서 옮겨오는 돈으로 나타났다. 재배치 예산에는 전통 검색엔진 마케팅, 오픈웹 디스플레이·네이티브·오디오·비디오 광고, 소셜미디어 광고, 리테일·커머스 미디어, 이벤트 마케팅, 전통 매체 예산이 포함됐다. 전통 검색과 오픈웹 예산도 AI 광고 포맷의 재원이 되고 있다.

광고시장 전체가 커져도 검색광고, 오픈웹 매체, 중간 광고기술 사업자, 집행 중심 대행사가 같은 비율로 성장하기는 어렵다. AI 답변이 검색 결과의 일부를 대체하면 이용자는 원문 사이트로 이동하지 않고도 정보를 얻는다. 오픈웹 매체는 방문자와 광고 재고를 함께 잃을 수 있다. 검색광고는 여전히 강한 구매 의도 신호를 쥐고 있지만, 소비자의 상품 탐색이 AI 답변과 커머스 플랫폼 내부 추천으로 분산되면 예산 독점력은 약해진다.

직접 매체 구매 확대는 광고비 이동을 더 빠르게 만든다. 맥킨지는 직접 광고 구매가 지난 10년 동안 꾸준히 늘었고, 2019년부터 2024년 초까지 거의 세 배로 증가했다고 짚었다. 조사에서 현재 미디어 지출의 52%는 직접 구매, 26%는 대행사 구매, 22%는 프로그램매틱 구매로 제시됐다. 앞으로 12개월 안에 AI 광고 포맷을 직접 구매하겠다는 광고주 비율은 82%에 달했다.

광고주가 플랫폼과 직접 거래하려는 유인은 뚜렷하다. AI 네이티브 플랫폼과 폐쇄형 플랫폼은 타깃팅, 광고 노출, 구매 전환, 성과 측정을 한 환경 안에서 처리한다. 광고주는 여러 중개망을 거쳐 성과를 추정하는 방식보다 플랫폼 내부에서 전환을 확인하는 방식을 더 단순하게 느낀다. 광고대행사와 광고기술 기업이 맡아온 매체 연결, 집행 조정, 성과 보고 기능은 자동화된 플랫폼 상품 안으로 흡수될 수 있다.

커머스 미디어는 광고비 재배치의 대표적인 수혜 영역으로 떠오른다. 유통 플랫폼은 소비자가 어떤 상품을 검색했고, 어떤 상품을 장바구니에 담았고, 어떤 가격에서 결제했는지를 알고 있다. 광고 노출 뒤 실제 구매가 발생했는지도 상대적으로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AI 쇼핑 에이전트가 상품 후보를 좁히는 환경에서는 구매 데이터, 상품 데이터, 재고, 배송, 리뷰를 한꺼번에 가진 플랫폼의 영향력이 커진다.

검색광고와 커머스 광고의 경계도 흐려지고 있다. 예전에는 소비자가 포털에서 상품명을 검색하고 가격비교 페이지를 거쳐 쇼핑몰로 이동했다. AI 추천과 커머스 플랫폼 내부 광고가 결합되면 탐색, 비교, 결제가 한 공간 안에서 끝난다. 광고주는 검색어 상단 노출만 바라보기보다 AI가 읽을 수 있는 상품 데이터, 실시간 가격과 재고, 리뷰 품질, 배송·반품 조건, 인증 가능한 상품 정보를 함께 관리해야 한다.

오픈웹 매체에는 부담이 직접적으로 쌓인다. 방문자를 많이 모아 광고 지면을 파는 구조는 AI 답변과 플랫폼 내부 소비 확대에 취약하다. 이용자가 검색 결과에서 요약 답변을 읽고 원문 페이지로 넘어가지 않으면 광고 노출 기회는 줄어든다. 광고주는 트래픽이 줄어든 매체보다 구매 전환을 더 가깝게 확인할 수 있는 플랫폼 광고를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 콘텐츠 영향력과 광고 수익이 같은 속도로 움직이지 않는 구간이 넓어진다.

광고대행사는 수수료 기반 집행 모델을 다시 점검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AI는 미디어 플래닝, 예산 배분, 타깃팅, 소재 제작, 리포팅을 자동화한다. 광고주가 플랫폼과 직접 거래하는 비중이 높아지면 대행사의 매체 구매 수수료와 운영 수수료는 압박을 받는다. 대행사가 유지할 수 있는 역할은 단순 집행보다 플랫폼별 성과 비교, AI 최적화 검증, 브랜드 안전성 관리, 상품 데이터 전략, 성과연동형 운영으로 이동한다.

광고기술 기업의 중간 영역도 압축된다. 프로그램매틱 광고시장은 여러 매체의 광고 재고를 연결하고 자동 입찰을 처리하며 성장했다. AI 네이티브 구매 시스템이 단일 플랫폼 안에서 타깃팅, 입찰, 소재, 측정까지 처리하면 공급측 플랫폼, 거래소, 전통 수요측 플랫폼, 범용 미들웨어의 쓰임새는 줄어든다. 독립 측정, 신원 확인, 클린룸, AI 성과 검증처럼 어느 한 플랫폼이 독점하기 어려운 중립 인프라가 남는 영역으로 거론된다.

광고주에게도 편익만 남는 변화는 아니다. 폐쇄형 플랫폼이 제공하는 성과 수치가 정교해질수록 광고주는 플랫폼 내부 최적화에 더 깊이 묶인다. 광고가 어느 위치에 노출됐는지, 어떤 데이터가 추천과 구매 전환에 영향을 줬는지, 자동화 시스템이 브랜드 장기 가치에 어떤 영향을 남겼는지 외부에서 검증하기 어려워진다. 조사 대상 광고주의 42%가 AI 도입에 따른 주요 위험으로 ‘블랙박스 최적화’ 의존을 꼽은 배경도 이 대목과 맞닿아 있다.

중소 광고주는 AI 자동화의 문턱 낮아진 효과를 먼저 체감할 수 있다. 적은 인력으로 여러 소재를 만들고, 플랫폼이 제안하는 방식대로 예산을 자동 배분할 수 있다. 다만 상품 데이터와 판매 이력, 리뷰, 배송 안정성, 고객 응대 기록이 부족한 브랜드는 AI 추천 후보에서 밀릴 가능성도 있다. 광고비를 투입해도 플랫폼이 상품을 충분히 읽지 못하거나 구매 신호가 약하면 전환 효율은 제한된다.

대형 브랜드는 광고비 집행보다 데이터 정비와 플랫폼 협상력이 더 중요해진다. 브랜드 인지도만으로 AI 추천 환경을 장악하기 어렵다. 플랫폼별 상품 데이터 피드, 실시간 가격과 재고, 인증 가능한 기능 정보, 리뷰 관리, 유통 채널별 성과 측정 체계가 광고 성과를 좌우한다. 마케팅 부서가 단독으로 예산을 집행하던 방식에서 영업, 유통, 데이터, 법무, 고객관리 조직이 함께 움직이는 구조로 바뀐다.

AI는 광고비를 줄이는 기술이 아니라 광고비의 목적지를 바꾸는 기술에 가깝다. 돈은 검색어와 웹페이지 광고 지면에서 답변, 추천, 구매 후보, 폐쇄형 성과 측정으로 이동한다. 광고주는 더 많이 쓰려 하지만, 과거와 같은 곳에 더 많이 쓰지는 않는다. 소비자의 관심을 사던 시장은 소비자의 선택 직전에 들어가는 시장으로 재편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