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N.07②] NN.07 SS27, 여름 남성복을 바꾼 소재의 결

시어서커와 팝린, 여름 울과 DWR 원단…장식보다 표면감으로 만든 디자인 변화

2026-06-22     박인경 기자
NN.07 Captures Marseille’s Vibrant Yet Understated Spirit for SS27. 사진=NN.07,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박인경기자]옅은 그레이 집업 재킷의 표면에는 빛이 부드럽게 번지고, 블랙 재킷에는 얇은 세로줄이 낮게 깔린다. 크림 니트는 짧은 털감으로 부피를 만들고, 아이보리 반소매 니트에는 꽃잎 형태의 선 자수가 얹혔다. NN.07의 2027년 봄·여름 컬렉션은 강한 형태보다 소재의 결을 앞세운다. 여름 남성복에서 디자인의 변화가 실루엣의 과장보다 옷감의 표면과 두께, 움직임에서 시작되고 있다.

마르세유의 옅은 블루 벽면 앞에서 옷은 크게 소리 내지 않는다. 베이지, 크림, 라이트 그레이, 브라운, 블랙이 낮은 채도로 이어지고, 레드와 코럴, 페일 블루가 필요한 만큼만 올라온다. 컬렉션의 옷들은 멀리서 봤을 때 단순하지만 가까이 갈수록 조직과 주름, 자수, 워싱, 지퍼, 포켓의 차이가 드러난다. NN.07이 택한 디자인의 무게는 장식의 크기보다 소재의 차이에 놓여 있다.

베이지 후디는 스웨트셔츠의 익숙한 형태를 유지하면서 색과 비율로 차분해졌다. 캥거루 포켓, 리브 밑단, 넉넉한 소매는 편한 옷의 기본 구조를 따른다. 다만 흙빛에 가까운 베이지가 운동복의 인상을 낮추고, 블루 셔츠 밑단이 아래에서 드러나면서 상의가 한 겹 더 정리된다. 후디와 쇼츠 조합은 가볍지만, 색을 낮추고 셔츠를 겹치면서 거리의 옷차림에 가까워졌다.

NN.07 Captures Marseille’s Vibrant Yet Understated Spirit for SS27. 사진=NN.07,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시어서커와 팝린은 여름 셔츠의 방향을 바꾼다. 시어서커는 피부에 달라붙지 않는 요철감으로 계절감을 만들고, 팝린은 얇고 매끈한 표면으로 셔츠의 단정함을 유지한다. 여름 남성복에서 셔츠는 더 이상 얇은 반소매 셔츠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 안쪽에 받쳐 입거나, 재킷과 니트 사이에 넣거나, 후디 아래로 밑단을 드러내면서 옷차림의 층을 만든다.

라이트 그레이 집업 재킷은 소재의 흐름이 가장 잘 드러나는 옷이다. 높은 칼라와 여유 있는 소매, 부드럽게 접히는 몸판은 딱딱한 외투의 힘을 덜어낸다. 표면은 빳빳하게 서지 않고, 빛을 받는 부분마다 미세하게 달라진다. 안쪽의 밝은 셔츠와 블랙 벨트까지 이어지며 재킷은 포멀한 겉옷보다 가벼운 도시복에 가까워진다.

블랙 집업 재킷은 어두운 색 안에서 변화를 만든다. 얇은 세로줄은 멀리서 크게 튀지 않지만, 가까이에서 옷의 밀도를 올린다. 라이트 블루 니트와 밝은 와이드 팬츠가 함께 놓이면서 검은 재킷의 무게가 내려간다. 지퍼와 스냅 버튼, 앞쪽 포켓은 실용적인 구조를 유지하고, 팬츠의 넉넉한 폭은 재킷의 짧은 길이와 균형을 맞춘다.

베이지 핀스트라이프 재킷은 여름 테일러링의 변화를 보여주는 옷이다. 얇은 세로줄과 패치 포켓, 다크 셔츠와 피치 톤 이너가 겹치며 정장보다 부드러운 인상을 만든다. 재킷은 어깨를 강하게 세우지 않고, 셔츠 위에 가볍게 걸친다. 핀스트라이프는 사무복의 긴장감을 남기지만, 색과 소재가 밝아지면서 격식의 무게는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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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울은 컬렉션의 단정함을 붙잡는 소재다. 가볍고 통기성을 고려한 울은 팬츠와 재킷의 형태를 유지하면서도 계절의 무게를 줄인다. 여름 남성복에서 울은 더운 소재라는 인상 때문에 멀어지기 쉽지만, 얇고 드레이프가 살아 있는 원단은 셔츠와 니트, 로퍼를 함께 묶는 역할을 한다. 밝은 와이드 팬츠와 다크 브라운 팬츠가 보여주는 낙차도 이런 흐름 안에 있다.

데님은 워싱으로 무게를 덜었다. 밝은 블루 데님 재킷은 블랙 니트 위에 올라가며 상체를 크게 잡지만, 색이 밝아 두껍게 보이지 않는다. 큰 칼라와 지퍼 라인, 넓은 몸판은 데님 특유의 힘을 남기고, 워싱은 여름 컬렉션 안에서 필요한 가벼움을 만든다. 데님을 계절 밖으로 밀어내기보다 밝은 톤과 넉넉한 실루엣으로 다시 불러온 방식이다.

니트는 계절의 경계를 넓힌다. 크림 톤 니트는 짧은 털감과 둥근 네크라인으로 부드러운 표면을 만든다. 아이보리 반소매 니트는 지퍼 칼라와 꽃잎 선 자수로 단정한 상의에 여백을 남긴다. 블랙 니트에는 빨강, 코럴, 초록 계열의 꽃과 잎이 큼직하게 들어갔다. 여름 컬렉션 안에서 니트는 두께를 과시하는 옷이 아니라, 실내 냉방과 아침저녁의 온도차, 여행지의 이동까지 품는 옷으로 놓였다.

자수와 자카드는 로고를 대신한다. 아이보리 니트의 선 자수는 옷의 빈 공간을 채우고, 블랙 니트의 꽃 자수는 검은 바탕 위에서 색을 올린다. 장식이 커졌지만 착장은 과하게 흐르지 않는다. 니트의 넓은 폭과 차분한 팬츠, 셔츠 밑단이 무늬를 잡아준다. NN.07의 장식은 옷 전체를 뒤덮는 그래픽보다 표면에 남긴 흔적에 가깝다.

NN.07 Captures Marseille’s Vibrant Yet Understated Spirit for SS27. 사진=NN.07,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DWR 기능성 원단과 텐셀 혼방, 리넨 코튼 개버딘 슬럽은 기술 소재와 자연 소재의 경계를 함께 끌어온다. DWR은 물을 튕겨내는 기능으로 이동이 많은 여름 옷에 현실적인 쓰임을 더하고, 텐셀 혼방은 부드러운 낙차와 가벼운 촉감을 만든다. 리넨 코튼 개버딘 슬럽은 데님처럼 보이는 질감을 낼 수 있는 소재로 소개됐다. 여름복의 디자인은 겉모양만이 아니라 착용감과 관리, 움직임까지 함께 따지는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

라이트 그레이 숄더백은 의류와 같은 흐름에 놓인다. 큰 몸체와 외부 포켓, 긴 스트랩, 톤을 맞춘 로고는 실용성과 절제를 함께 갖췄다. 안쪽의 붉은 천은 낮은 색감 속에서 선명한 대비를 만든다. 블랙 백은 직사각형 몸체와 지퍼 포켓, 짧은 손잡이, 숄더 스트랩으로 출근과 여행 사이의 쓰임을 넓힌다. 가방은 옷차림을 장식하는 물건에 머물지 않고, 넉넉한 재킷과 와이드 팬츠의 비율을 함께 만든다.

색은 컬렉션 전체를 묶는 가장 조용한 기준이다. 베이지와 크림, 라이트 그레이, 브라운, 블랙이 바탕을 만들고, 레드 스카프와 꽃 자수, 페일 블루 니트가 중간중간 색을 높인다. 강한 색을 넓게 쓰지 않고 작은 면적으로 배치해 여름의 밝음을 만든다. 색을 크게 터뜨리기보다 낮은 채도 안에서 소재의 결을 드러내는 방식이다.

NN.07의 SS27 컬렉션은 여름 남성복의 디자인을 실루엣 경쟁으로 몰고 가지 않는다. 후디와 쇼츠, 집업 재킷, 핀스트라이프 재킷, 데님 재킷, 니트 폴로, 자수 니트, 큰 숄더백은 모두 익숙한 옷과 물건이다. 차이는 형태의 낯섦보다 표면의 감도에서 나온다. 시어서커의 요철, 팝린의 매끈함, 여름 울의 낙차, 데님의 워싱, 니트의 털감, 캔버스 백의 질감이 옷차림을 바꾼다.

여름 남성복은 점점 더 얇아지고 있지만, NN.07은 얇음만으로 계절을 설명하지 않는다. 가벼운 소재 위에 단정한 선을 남기고, 기능성 원단 위에 낮은 색을 얹으며, 자수와 자카드로 기본형 옷의 표면을 바꿨다. 마르세유의 옅은 벽면 앞에서 컬렉션은 큰 소리 없이 변화를 쌓는다. 디자인의 힘은 과장된 형태보다 손에 닿는 소재와 몸을 따라 움직이는 옷의 결에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