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K-콘텐츠③] K-Pop 굿즈에서 K-뷰티까지, 팬덤이 여는 소비재 시장
응원봉·앨범·화장품·라면으로 이어지는 멕시코 한류 소비망
[KtN 전성진기자]멕시코 K-Pop 팬들의 소비는 음원 재생에서 멈추지 않는다. 2024년 대비 굿즈 소비는 다른 음악 장르 팬보다 61% 늘었고, K-Pop 관련 시장에서 굿즈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37%로 집계됐다. 2023년 K-Pop 관련 온라인 사업자는 전년보다 54% 증가했고, 관련 제품 온라인 판매 매출도 44% 늘었다. 온라인몰 직접 주문 비중은 53%, SNS 구매 비중은 27%로 나타났다.
멕시코시티(Ciudad de México), 과달라하라(Guadalajara), 몬테레이(Monterrey)는 K-Pop 공연과 팬덤 활동이 집중되는 도시다. 대형 공연장과 스타디움, 팬미팅, 커버댄스, 바자회, SNS 기반 판매망이 한곳에 모이면서 K-Pop은 음악 장르를 넘어 소비재 시장의 유입 경로로 작동하고 있다. 젊은 인구가 많은 대도시의 팬덤 활동은 음원 스트리밍, 공연 관람, 굿즈 구매, 한국 식품·화장품 소비를 같은 흐름 안에서 움직이게 한다.
굿즈 시장의 품목도 넓다. 응원봉, 의류, 사진첩, 앨범, 바이닐, 액세서리 등이 주요 소비 품목으로 자리 잡았다. 공연 일정은 구매 시점을 앞당긴다. TWICE의 멕시코 공연은 2024년 2월 열렸지만, 응원봉 구매 수요는 2023년부터 이미 높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팬덤 소비는 공연 당일 매출만이 아니라 공연 공지, 티켓 예매, 현지 모임, SNS 공유 과정에서 단계적으로 발생한다.
쇼피코리아의 2023년 K-Pop 카테고리 TOP 상품 집계에서 멕시코의 대표 상품은 ‘TWICE OFFICIAL LIGHTSTICK ∞ VER. 3 CANDYBONG’이었다. 2021~2023년 K-Pop 세부 카테고리 성장률에서도 멕시코는 CD·DVD·블루레이 부문 702.2%, 굿즈 부문 363.5%, 포토 앨범 부문 70.2%를 기록했다. 동남아 시장보다 한국과의 지리적 거리는 멀지만, K-Pop 관련 상품 수요는 주요 아시아 시장과 비교할 수 있는 수준으로 커졌다.
멕시코 대도시의 K-Pop 바자회는 팬덤경제가 오프라인으로 확장되는 통로다. K-Pop Bazar, Bazar Kermés, KFest 같은 행사는 SNS를 통해 정보가 확산되고, 100개가 넘는 판매대가 참여하는 규모로 열리기도 한다. 판매 품목은 한국에서 수입한 공식 굿즈와 팬 제작 액세서리에 그치지 않는다. 라면, 과자, 한국 화장품, 뷰티 제품도 함께 판매되고, 커버댄스 경연과 랜덤댄스 프로그램이 결합되면서 판매 행사와 팬덤 축제가 동시에 진행된다.
K-뷰티는 K-Pop 팬덤의 소비 확장과 맞물린 대표 분야다. 멕시코 화장품 시장은 라틴아메리카에서 브라질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시장이며, 2023년 화장품 판매는 전년보다 25% 증가했다. 메르카도 리브레(Mercado Libre)와 아마존 멕시코(Amazon México)에는 한국 제품 코너가 마련돼 있고, 메르카도 리브레에서는 한국 브랜드 71개, 1400여 종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코스트코(Costco)를 비롯한 대형 유통업체들도 한국 뷰티 제품을 온·오프라인에서 취급하고 있다.
한국 화장품 소비는 아이돌의 이미지 소비, 드라마 속 피부 표현, SNS 인플루언서 콘텐츠와 함께 움직인다. 멕시코 소비자는 단순한 브랜드 노출보다 실제 사용 후기, 가격 접근성, 온라인 구매 편의성, 현지 유통망을 함께 본다. 프리미엄 제품과 기능성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흐름도 확인된다. K-뷰티는 팬덤의 충동구매 품목이 아니라, 멕시코 화장품 소매시장의 성장과 맞물린 소비재 산업으로 들어서고 있다.
K-푸드도 비슷한 경로를 따라 확산되고 있다. 한국 드라마와 뮤직비디오에 노출된 라면, 떡볶이, 한국식 치킨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코스트코, 월마트(Walmart), 소리아나(Soriana) 같은 대형 유통 체인은 한국 라면, 즉석밥, 만두, 볶음밥, 과자, 음료를 유통하고 있다. OXXO와 세븐일레븐(7-Eleven) 같은 편의점에서도 한국 라면과 일부 한국 주류 제품을 찾아볼 수 있다. 메르카도 리브레와 아마존 같은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도 한국 식품 판매가 활발하다.
멕시코 한국 식당의 고객 구성도 달라지고 있다. 현지인 비중이 높아지고, 가족 단위 방문과 K-Pop 팬클럽 이벤트가 한국인이 운영하는 카페나 식당에서 진행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한국 식품의 멕시코 수출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2025년 기준 라면이 전체의 35%를 차지했다. 라면은 K-푸드 수출에서 가장 눈에 띄는 품목이면서, 드라마·음악·SNS 콘텐츠와 결합하기 쉬운 상품이다.
멕시코 팬덤경제의 특징은 콘텐츠와 소비재의 경계가 빠르게 낮아진다는 점이다. K-Pop 팬은 음악을 듣고, 안무를 따라 하고, 응원봉을 사고, 바자회에 가고, 한국 화장품과 라면을 구매한다. K-Drama 시청자는 음식, 뷰티, 언어, 여행 관심으로 이동한다. 음원과 영상은 상품 구매의 출발점이 되고, 오프라인 행사는 온라인 팬덤을 실제 소비로 바꾸는 접점이 된다.
한국 콘텐츠 기업과 소비재 기업에는 멕시코 시장을 따로 나눠 접근하기 어려운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 음악사는 공연과 굿즈 공급망을 함께 설계해야 하고, 식품·화장품 기업은 팬덤 커뮤니티와 온라인몰, 대형 유통망을 동시에 봐야 한다. 현지 팬덤은 이미 구매력을 가진 소비층으로 움직이고 있다. 멕시코 K-콘텐츠 시장의 다음 단계는 음원 순위보다 팬덤이 어디에서 만나고, 무엇을 사고, 어떤 유통망을 통해 반복 소비하는지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