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K-콘텐츠④] 멕시코 OTT와 K-드라마, 스페인어권 유통망의 확대
넷플릭스·디즈니+·지상파 편성으로 넓어진 한국 영상콘텐츠의 현지 접점
[KtN 전성진기자]멕시코 방송시장은 지상파, 유료 케이블, OTT·스트리밍 플랫폼이 동시에 경쟁하는 구조로 재편되고 있다. 텔레비사(Televisa), TV 아스테카(TV Azteca) 같은 전통 미디어와 이지(Izzi), 메가케이블(Megacable), 토탈플레이(Totalplay) 등 유료 케이블 사업자가 여전히 시장을 지탱하지만, 성장의 중심은 넷플릭스(Netflix), 유튜브(YouTube), 디즈니+(Disney+) 등 온라인 플랫폼으로 이동하고 있다.
멕시코의 전통 방송 매출은 2024년 73억 달러에서 2030년 90억 달러로 커질 전망이다. 연평균 성장률은 3.8% 수준으로 제시됐다. 현재 약 30억 달러로 추산되는 OTT 시장은 연평균 20% 성장해 2030년 이후 전통 방송 매출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됐고, 2033년에는 160억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라틴아메리카에서 OTT 성장 속도가 가장 빠른 국가로 멕시코가 거론되는 이유다.
전통 방송의 광고료는 매년 3~5%씩 줄어드는 반면, 디지털 플랫폼은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멕시코 유료 텔레비전 구독자는 2025년 3분기 기준 전년 같은 기간보다 6.3% 감소한 것으로 제시됐다. 스마트TV 기준 시청시간에서는 2025년 12월 전통 미디어가 42%, 스트리밍이 24.3%를 차지했다. 휴대전화, 태블릿, 노트북을 통한 시청이 별도로 집계되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실제 온라인 영상 소비의 체감 비중은 더 클 가능성이 있다.
멕시코 OTT 시장은 외국 콘텐츠 의존도가 높다. 2024년 기준 OTT 플랫폼에서 제공되는 콘텐츠 가운데 외국 제작 콘텐츠 비중은 95.1%에 달했고, 멕시코 국내 제작물은 4.2%, 공동 제작물은 0.7%에 그쳤다. 외국 콘텐츠 수급이 플랫폼 경쟁의 기본 조건으로 자리 잡은 시장에서 한국 드라마와 영화는 비교적 빠르게 진입할 수 있는 구조를 만났다.
장르 선호도도 한국 영상콘텐츠에 불리하지 않다. 멕시코에서 인기 있는 영화 장르는 드라마 22%, 코미디 12%, 다큐멘터리 9%, 액션 7%, 스릴러 5% 순으로 제시됐다. 시리즈 장르에서는 드라마 19%, 코미디 12%, 애니메이션 9%, 다큐멘터리 8%, 로맨스 7% 순이었다. 한국 드라마가 강점을 보여온 멜로, 가족, 장르물, 스릴러, 청춘물은 멕시코 이용자의 주요 시청 범주와 맞닿아 있다.
온라인 비디오와 유료TV를 이용하는 연령대는 18~24세 26.4%, 25~34세 28.6%로 나타났다. 두 연령대를 합치면 전체 이용자의 절반을 넘는다. 라틴아메리카의 K-콘텐츠 수요 지표에서도 에콰도르 28%, 페루 27%, 멕시코 21%가 높은 수요 국가로 제시됐다. 젊은 시청층이 온라인 영상 소비를 주도하고, 한국 콘텐츠 수요도 이 연령대에서 강하게 형성되는 구조다.
멕시코에서 한국 영화와 드라마는 OTT 플랫폼, 지상파 채널, 극장 직접 개봉을 통해 유통된다. 가장 큰 통로는 OTT다. 넷플릭스는 라틴아메리카 주요 플랫폼 가운데 K-콘텐츠 보유량이 가장 많은 플랫폼으로 제시됐고, 아마존보다 두 배를 넘는 규모의 한국 콘텐츠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영화와 시리즈뿐 아니라 한국 아이돌 다큐멘터리와 콘서트 콘텐츠까지 제공하면서 K-콘텐츠를 장르 단위가 아니라 팬덤 기반 콘텐츠군으로 묶어내고 있다.
디즈니+는 넷플릭스와 다른 방식으로 한국 콘텐츠를 배치하고 있다. 대규모 제작비와 한국 톱스타 배우 캐스팅을 앞세운 소수의 작품을 중심으로 공개하는 전략이 눈에 띈다. HBO 맥스(HBO Max)는 CJ ENM과 전략적 콘텐츠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K-콘텐츠 역량을 강화하는 방향을 택했고,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Amazon Prime Video)는 선별적 공개를 넘어 직접 투자와 공동제작 방식으로 한국 콘텐츠 제작에 참여하고 있다.
멕시코 현지 플랫폼도 한국 콘텐츠 유통에 참여하고 있다. 텔레비사가 운영하는 OTT 플랫폼 빅스(Vix)는 일부 K-콘텐츠를 유통한다. 텔레비사의 카날 5(Canal 5)는 2025년 ‘K-드라마 하우스(Casa de los K-Dramas)’를 정규 편성해 ‘여신강림’, ‘도깨비’ 등을 황금시간대에 내보냈다. TV 아스테카는 ‘나는 로봇이 아니야’, ‘미남이시네요’ 등을 카날 7(Canal 7)에 편성했고, 홈페이지 안에 K-Pop과 K-콘텐츠 섹션을 별도로 운영했다.
지상파 편성은 OTT와 다른 의미를 갖는다. OTT가 이미 한국 콘텐츠를 찾아보는 이용자에게 접근한다면, 지상파는 아직 한국 드라마를 능동적으로 검색하지 않는 시청자에게 노출될 수 있다. 황금시간대 편성은 현지 방송사가 한국 드라마를 틈새 콘텐츠가 아니라 일정 수준의 대중성을 가진 편성 자산으로 본다는 뜻이다. 스페인어 더빙과 자막, 현지 편성 시간, 가족 단위 시청 습관이 결합되면 K-드라마는 팬덤 기반 콘텐츠에서 일반 시청층 콘텐츠로 이동할 수 있다.
TVOD 시장도 별도 흐름을 만든다. 2024년 비디오 서비스 설문에서 편당 결제 방식에서는 아마존 비디오가 27%로 가장 높은 점유율을 보였고, 구글 플레이·구글TV 20.2%, 유튜브 무비즈 앤 쇼즈 18.1%가 뒤를 이었다. 이지 15.5%, 토탈플레이 13.5%, 메가케이블 12.2%, 아이튠즈·애플TV 7.8%도 함께 제시됐다. 구독형 플랫폼, 지상파, 편당 결제형 서비스가 함께 존재하는 멕시코 시장에서는 작품 성격에 따라 유통 방식을 나눠 잡을 여지가 크다.
한국 영상콘텐츠의 멕시코 진출은 작품 판매만으로 끝나기 어렵다. 멕시코는 스페인어권 시장이고, 라틴아메리카 더빙 산업의 주요 거점 가운데 하나다. 더빙 품질, 현지 배우·성우 활용, 플랫폼별 자막 표준, 시청 연령대에 맞춘 홍보 문구가 작품 소비에 영향을 준다. 한국 드라마의 감정선과 장르적 속도가 현지 시청자에게 자연스럽게 전달되려면 번역을 넘어 현지화의 밀도가 필요하다.
멕시코의 영상정책 변화도 한국 콘텐츠 기업이 함께 봐야 할 변수다. 새 영화·영상법안에는 멕시코 자국 영화의 최소 상영 기간을 기존 7일에서 14일로 늘리고, 극장 내 멕시코 콘텐츠 상영 비율을 최소 10% 수준으로 유지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넷플릭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디즈니+, HBO 맥스 같은 글로벌 OTT 플랫폼에 멕시코 콘텐츠 카테고리 구성을 의무화하는 방향도 제시됐다. AI 합성 음성의 무단 사용을 제한하고 더빙 산업 종사자와 성우의 권리를 보호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한국 콘텐츠 기업에는 두 갈래의 대응이 필요하다. 한쪽에서는 넷플릭스, 디즈니+, HBO 맥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같은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멕시코 시청자에게 접근해야 한다. 다른 한쪽에서는 텔레비사, TV 아스테카, 빅스 같은 현지 유통망과 더빙·편성·홍보 전략을 함께 조정해야 한다. 멕시코는 외국 콘텐츠 비중이 높은 시장이지만, 동시에 자국 콘텐츠 보호와 더빙 산업 권리 보호를 강화하는 시장이기도 하다.
멕시코 OTT 시장의 성장은 K-드라마와 한국 영화에 분명한 기회를 제공한다. 젊은 시청층, 빠른 스트리밍 성장, 외국 콘텐츠 수급 구조, 지상파 편성 확대, 플랫폼별 K-콘텐츠 경쟁이 함께 놓여 있다. 다음 단계의 성패는 작품 수급량보다 현지 언어, 시청 습관, 플랫폼 선택, 방송 편성, 저작권·더빙 규정에 맞춘 실행력에서 갈릴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