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문화 재편 2026③] 스크린골프의 도시화, 필드 밖에서 만들어진 새 골퍼
시간 부족과 비용 장벽 사이, 상가·지하 공간·데이터 플랫폼으로 옮겨간 한국형 오프코스 골프
[KtN 최기형기자]2026년 1분기 골프존의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141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7.4% 줄었다. 매출은 1,118억 원으로 13.9% 감소했다. 한국 스크린골프의 대표 기업 실적에 나타난 조정은 한 기업의 부진만으로 읽히지 않는다. 코로나19 시기 필드 골프와 함께 커졌던 실내 골프 수요가 소비심리 둔화, 레저 선택지 확대, 필드 수요 변화와 맞물려 두 번째 국면으로 들어섰다는 신호에 가깝다.
전국 골프장 내장객은 2025년 4,641만여 명으로 전년보다 2.1% 줄었다. 운영 중인 골프장은 2026년 1월 1일 기준 527개소다. 필드 골프는 여전히 4,600만 명대 이용 규모를 유지하지만, 성장세는 꺾였다. 높은 그린피와 캐디피, 카트비, 주말 예약 경쟁, 하루 단위 이동 시간은 필드 골프를 반복 가능한 생활 여가보다 계획이 필요한 고비용 활동으로 만든다. 스크린골프는 바로 그 틈에서 도시의 시간표 안으로 들어왔다.
한국의 스크린골프는 골프장 밖 대체재가 아니라 독자적인 생활 인프라로 성장했다. 필드에 나가기 전 연습하는 공간, 퇴근 뒤 동료와 만나는 공간, 회식 문화를 대신하는 게임형 모임, 데이터로 스윙을 확인하는 레슨 공간이 한 장소 안에 겹쳐졌다. 골프채를 잡는 행위는 유지됐지만, 골프가 놓인 장소는 잔디에서 상가 건물과 지하 공간, 복합상업시설로 이동했다. 한국형 오프코스 골프의 특징은 바로 이 도시성에 있다.
미국 시장의 흐름은 한국이 먼저 겪은 변화를 다른 방향에서 확인시킨다. National Golf Foundation은 2025년 미국의 골프 참여자가 4,810만 명이라고 집계했다. 이 가운데 2,910만 명은 코스에서 플레이했고, 1,900만 명은 드라이빙레인지, 실내 시뮬레이터, 골프 엔터테인먼트 시설 같은 오프코스 활동만 했다. NGF는 오프코스 골프가 초보자가 코스에 나가기 전 자신감과 익숙함을 쌓는 진입로로 기능한다고 설명했다.
R&A의 2025 글로벌 참여 보고서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미국과 멕시코를 제외한 지역에서 성인과 주니어 1억1,220만 명이 다양한 형태의 골프에 참여했고, 오프코스 골프 참여자는 6,830만 명으로 제시됐다. R&A는 짧은 형식, 드라이빙레인지 활동, 시뮬레이터 기반 경험이 시간 제약이 큰 환경에서 골프의 관련성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필드 18홀 중심의 골프관이 전 세계적으로 흔들리고 있는 셈이다.
한국은 글로벌 오프코스 성장의 후발주자가 아니다. 오히려 스크린골프를 가장 빠르게 일상화한 시장에 가깝다. 골프장 접근성이 높은 미국·영국·호주와 달리, 한국의 대도시 거주자는 주말 필드 라운드를 위해 긴 이동 시간과 높은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스크린골프는 자동차 이동, 동반자 조율, 날씨, 계절, 예약 경쟁을 줄였다. 서울과 수도권의 직장인은 퇴근 뒤 2시간 안팎의 실내 라운드로 골프 경험을 압축했고, 플랫폼은 예약·스코어·매장·랭킹·대회 기능을 묶어 이용자를 붙잡았다.
도시형 골프는 계층의 문턱도 다르게 만들었다. 필드 라운드는 장비, 의류, 차량 이동, 하루 일정, 동반자 네트워크가 함께 필요하다. 스크린골프는 1회 비용과 시간 부담을 낮췄고, 입문자는 필드보다 덜 노출된 환경에서 스윙을 시작할 수 있었다. 중산층 직장인, 청년 골퍼, 여성 골퍼, 혼자 연습하는 이용자에게 스크린골프는 필드의 예절과 시선 압박을 줄인 통로가 됐다. 다만 접근성이 곧 평등을 뜻하지는 않는다. 프리미엄 매장, 레슨 패키지, 장비 구매, 데이터 기반 훈련 서비스가 붙으면서 실내 골프 안에서도 가격대와 이용층은 다시 나뉜다.
골프존의 2025년 3분기 실적은 국내 시장 포화의 단면을 드러냈다.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1,208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3% 줄었고, 영업이익은 153억 원으로 44.4% 감소했다. 2026년 1분기에도 매출과 영업이익 감소가 이어졌다. 스크린골프가 더 이상 신규성만으로 성장하던 시장이 아니라, 점포 경쟁, 교체 수요, 소비심리, 필드 수요 변화의 영향을 동시에 받는 성숙 시장으로 바뀌었다.
스크린골프장의 변화는 자영업과 도시 상권의 변화와도 연결된다. 상가 공실, 야간 소비, 직장인 유동인구, 주거지 인근 생활상권은 스크린골프 매장의 입지를 결정한다. 한때 안정적인 창업 모델로 받아들여졌던 스크린골프장은 장비 투자비, 임대료, 인건비, 가맹·비가맹 경쟁, 시설 노후화 부담을 함께 떠안았다. 이용자에게는 부담 낮은 골프였지만, 운영자에게는 고정비와 회전율의 사업이 됐다. 스크린골프의 대중화 뒤편에는 도시 자영업의 경쟁 구조가 놓여 있다.
실내 골프는 회식 문화의 변화도 흡수했다. 과거 골프는 접대와 회원제 클럽, 주말 라운드의 이미지가 강했다. 스크린골프는 술자리 중심의 회식을 대체하거나 줄인 형태의 직장 모임으로 자리 잡았다. 경기 시간이 비교적 짧고, 실력 차이가 있어도 게임형 보정과 팀전 구성이 가능하며, 날씨에 영향받지 않는다. 필드 골프가 관계를 선별하는 공간이라면, 스크린골프는 관계를 가볍게 연결하는 공간으로 기능했다.
데이터는 스크린골프를 단순한 실내 오락과 구분하는 핵심 요소다. 볼 스피드, 발사각, 스핀, 비거리, 구질, 클럽 패스, 임팩트 정보는 이용자가 자신의 스윙을 수치로 받아들이게 만든다. 필드에서는 감각과 동반자의 조언에 의존하던 초보 골퍼도 스크린 안에서는 숫자를 통해 실력을 확인한다. 골프는 감각의 스포츠에서 데이터로 관리되는 자기개선 활동으로 이동했고, 레슨 시장도 그 변화를 따라 재편됐다.
데이터 기반 골프의 확산은 건강관리와 자기관리 문화와도 만난다. 실내 골프는 18홀 걷기 운동과 같지 않다. 운동량은 필드 라운드보다 제한적이고, 장시간 반복 스윙은 허리·팔꿈치·손목 부담을 만들 수 있다. 대신 도심 안에서 꾸준히 연습할 수 있고, 비거리와 스윙 변화를 추적할 수 있으며, 짧은 시간 안에 집중 훈련이 가능하다. 건강 트렌드와 만나는 지점은 “골프를 친다”는 행위 자체가 아니라, 운동량과 회복, 부상 관리, 레슨 주기, 생활 리듬을 설계하는 방식에 있다.
세대 변화도 스크린골프를 다른 위치로 밀어 올렸다. 20·30대 신규 골퍼에게 골프는 처음부터 필드에서 시작하는 스포츠가 아니었다. 유튜브 레슨, 숏폼 스윙 영상, 스크린 매장, 중고 장비, 플랫폼 랭킹, 지인과의 실내 게임을 거쳐 필드로 이동하는 경로가 더 자연스럽다. 골프장의 드레스 코드와 라운드 예절을 먼저 배우는 방식보다, 앱과 센서, 매장 예약, 스코어 인증을 통해 골프에 들어가는 방식이 늘었다. 골프의 입문 순서가 바뀌면서 골프문화의 권위도 달라지고 있다.
여성 참여 확대와도 맞물린다. NGF는 2025년 미국의 온코스 여성 골퍼가 810만 명을 넘었고, 온코스 골퍼 중 여성 비중이 28%라고 집계했다. 여성은 초보자, 주니어, 오프코스 전용 참여자에서도 상대적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R&A도 주요 시장에서 9홀·18홀 외 다른 형식의 성인 골프 참여자 중 여성 비중이 53%라고 제시했다. 실내·짧은 형식·게임형 골프가 신규 참여자의 성별 구성을 바꾸는 통로가 되고 있다.
한국의 스크린골프는 대중화를 앞당겼지만, 필드 골프와의 연결은 더 복잡해졌다. 스크린에서 좋은 스코어를 내는 이용자가 필드에서 같은 만족을 얻는다는 보장은 없다. 잔디 상태, 바람, 경사, 벙커, 러프, 경기 진행 속도, 동반자 예절은 스크린이 완전히 대체하기 어렵다. 그래서 스크린골프는 필드의 하위 경험이 아니라 다른 규칙과 감각을 가진 별도 문화로 봐야 한다. 같은 클럽과 공을 쓰지만, 도시형 실내 골프와 야외 필드 골프는 시간, 몸, 관계, 비용을 다르게 조직한다.
국내 시장 조정은 스크린골프의 쇠퇴보다 역할 변화에 가깝다. 신규 입문자를 무한히 끌어들이던 성장 구간은 지나갔고, 이용자는 더 까다로워졌다. 매장 환경, 센서 정확도, 화면 품질, 레슨 연계, 가격, 접근성, 주차, 프라이버시가 선택 기준으로 들어왔다. 단순히 방을 많이 열고 기계를 설치하는 방식으로는 지속적인 이용을 만들기 어렵다. 스크린골프장은 게임장, 연습장, 레슨센터, 커뮤니티 공간의 성격을 동시에 요구받고 있다.
2026년의 한국 골프문화에서 스크린골프는 필드 밖 대기실이 아니다. 골프가 도시인의 시간 빈곤, 중산층 비용 부담, 플랫폼 소비, 데이터 자기관리, 회식 문화 변화와 만나며 만들어낸 독립적인 문화 공간이다. 필드 골프가 여전히 상징자본과 자연 경험을 갖고 있다면, 스크린골프는 접근성과 반복성, 짧은 시간, 수치화된 실력을 제공한다. 골프장의 잔디 밖에서 만들어진 새 골퍼들은 한국 골프의 저변을 넓혔고, 동시에 골프가 더 이상 하나의 장소와 하나의 계층으로 설명되지 않는 시대를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