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ul Nash 심층기획①] 사울 내쉬 STANCE, 레슬링 경기복으로 드러난 착용성의 한계

메시·라이크라·방수 소재로 만든 SS27 남성복, 강한 런웨이 인상과 좁은 선택지

2026-06-24     박채빈 기자
Saul Nash Explores Masculinity and Movement With SS27 "STANCE" Collection. 사진=Saul Nash,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박채빈기자]밀라노 포르차 에 코라조(Forza e Coraggio) 무대에는 레슬링 경기복처럼 깊게 파인 상의와 피부가 비치는 메시 니트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영국 디자이너 사울 내쉬(Saul Nash)는 2027 봄·여름 컬렉션 ‘STANCE’에서 스포츠웨어와 수트를 한 무대에 올렸다. 몸에 붙는 라이크라, 방수 셔츠, 나일론 셋업, 후드가 붙은 핀스트라이프 재킷까지 나왔지만, 강한 인상만큼 실제 착용 범위는 좁아 보였다.

레슬링 싱글릿은 컬렉션 전반을 끌고 간 가장 뚜렷한 형태였다. 어깨와 겨드랑이 주변을 크게 비운 상의, 상체를 따라 올라가는 곡선, 몸을 단단하게 잡아주는 컴프레션 톱이 반복됐다. 경기복에서 가져온 선은 멀리서도 쉽게 읽혔다. 동시에 착용자의 몸도 많이 드러났다. 옷보다 몸의 조건이 먼저 보이는 컷이 많았고, 런웨이 밖에서 입을 수 있는 사람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Saul Nash Explores Masculinity and Movement With SS27 "STANCE" Collection. 사진=Saul Nash,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메시 니트와 라이크라는 여름 남성복의 가벼움을 보여주는 소재였다. 메시 니트는 얇고 통풍이 잘되는 질감을 살렸고, 라이크라는 몸의 움직임을 따라붙었다. 스포츠웨어가 가진 활동성은 살아났다. 다만 피부와 근육의 윤곽이 드러나는 옷은 일상에서 쉽게 받아들여지기 어렵다. 거리나 식당, 여행지에서는 일부 스타일링으로 가능하더라도, 사무실이나 격식이 필요한 자리까지 넓히기에는 무리가 있다.

사울 내쉬가 레슬링 경기복에서 가져온 노출은 단순히 과감한 장식으로 끝나지 않았다. 깊게 파인 암홀과 몸을 따라붙는 상의는 남성의 몸을 정면으로 드러냈다. 남성복에서 흔히 쓰이는 넓은 재킷, 두꺼운 셔츠, 닫힌 수트와는 전혀 다른 방식이다. 이 선택은 컬렉션을 단번에 기억하게 만들었지만, 입는 사람에게는 체형과 노출에 대한 부담을 함께 떠넘겼다.

Saul Nash Explores Masculinity and Movement With SS27 "STANCE" Collection. 사진=Saul Nash,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방수 셔츠와 나일론 립스톱을 쓴 옷은 비교적 현실적으로 보였다. 밝은 옐로와 오렌지 계열의 나일론 셋업, 긴 레인코트, 방수 셔츠는 더운 계절의 남성복으로 옮겨 생각할 수 있다. 땀, 비, 이동, 가벼운 착용감은 실제 소비자가 옷을 고를 때 따지는 조건이다. 사울 내쉬의 옷이 매장에서 힘을 얻는다면 메시 상의나 라이크라 쇼츠보다 나일론 셋업과 방수 아우터 쪽이 먼저일 가능성이 크다.

수트는 판단이 더 갈리는 영역이었다. 핀스트라이프 재킷에는 후드가 붙었고, 승마복을 떠올리게 하는 길고 곧은 선이 더해졌다. 펜싱복에서 가져온 듯한 등판은 팔과 등이 움직이기 쉽게 처리됐다. 앞에서는 재킷처럼 보이지만, 뒤에서는 운동복에 가까운 인상이 남았다. 쇼장에서는 눈에 띄는 옷이지만, 실제 구매 단계에서는 애매하게 읽힐 수 있다. 수트를 찾는 사람에게는 덜 단정하고, 스포츠 재킷을 찾는 사람에게는 덜 편해 보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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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지와 재킷에 들어간 장치도 판매 현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 있다. 걸을 때 벌어지는 다트, 등판에 여유를 둔 재킷, 여러 소재를 섞은 패널은 몸이 움직일 때 효과가 난다. 그러나 옷은 한 번 입고 끝나지 않는다. 세탁과 수선, 내구성, 가격이 따라붙는다. 런웨이 사진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문제들이 실제 구매 단계에서는 더 크게 작용한다.

신발도 같은 애매함을 안고 있었다. 보트슈즈 형태에 메시와 스웨이드, 드로스트링 여밈을 더한 슈즈는 클래식한 여름 신발과 기능성 신발 사이에 놓였다. 보트슈즈 특유의 느슨한 형태는 남았지만, 소재와 끈 처리에서는 더 활동적인 인상이 강했다. 클래식한 신발을 원하는 소비자에게는 낯설고, 기능성 슈즈를 찾는 소비자에게는 장식이 많은 제품처럼 보일 수 있다.

사울 내쉬가 다룬 남성성은 단정하게 닫힌 수트나 넓은 어깨의 재킷과 달랐다. 레슬링 경기복의 밀착감, 펜싱복의 보호감, 승마복의 긴 선, 방수 아우터의 실용성이 한 무대에 섞였다. 몸을 감추기보다 드러내는 옷이 많았고, 얇은 소재와 짧은 길이, 몸에 붙는 상의가 자주 나왔다. 남성복에서 잘 다루지 않던 노출을 밀어붙였지만, 그만큼 입는 사람을 많이 고르는 컬렉션이 됐다.

Saul Nash Explores Masculinity and Movement With SS27 "STANCE" Collection. 사진=Saul Nash,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운동복에서 가져온 요소들은 겉모양에만 머물지 않았다. 압박감, 통풍, 탄성, 방수, 신축성처럼 스포츠웨어가 실제로 가진 기능이 재단과 소재 안에 들어갔다. 몸을 잡아주는 상의, 바람이 통하는 메시, 움직임을 따라가는 라이크라, 비를 막는 셔츠와 아우터가 같은 컬렉션 안에서 이어졌다. 다만 신체 노출과 밀착감이 강해 옷보다 몸이 먼저 보이는 순간도 많았다. 디자인은 눈에 잘 들어왔지만, 쓰임새가 넓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밀라노 남성복 2027 봄·여름 시즌에서는 가벼운 소재와 얇은 옷, 몸에 가까운 실루엣이 늘었다. 더운 계절의 남성복이 무거운 재킷과 두꺼운 셔츠만으로 버티기 어려워진 흐름과 맞물린다. 사울 내쉬는 그 흐름을 가장 세게 밀어붙인 디자이너 중 한 명이었다. 세게 밀어붙인 만큼, 일상복으로 받아들이기에는 부담도 커졌다.

2027 봄·여름 ‘STANCE’는 레슬링 경기복에서 가져온 선을 수트와 아우터, 신발까지 이어간 컬렉션이었다. 메시와 라이크라는 남성의 몸을 감추기보다 드러내는 쪽으로 쓰였고, 방수 소재와 나일론 셋업은 기능성 남성복으로 옮겨갈 여지를 보였다. 강한 이미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사울 내쉬의 이번 컬렉션은 눈에 남는 옷을 보여줬지만, 실제 착용성과 판매 가능성에서는 더 많은 확인이 필요한 컬렉션으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