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ul Nash 심층기획②] 사울 내쉬, 댄스 무대에서 남성복 런웨이까지

2018년 브랜드 설립 뒤 스포츠웨어 집중, 울마크 프라이즈 이후 커진 제품화 고민

2026-06-25     박채빈 기자
Saul Nash Explores Masculinity and Movement With SS27 "STANCE" Collection. 사진=Saul Nash,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박채빈기자]사울 내쉬(Saul Nash)의 남성복은 수트의 어깨선보다 몸의 움직임에서 먼저 출발했다. 춤과 안무를 거친 이력은 옷에도 남았다. 팔을 올릴 때 당기는 어깨, 허리를 숙일 때 벌어지는 등판, 달릴 때 흔들리는 밑단, 땀이 차는 부위가 사울 내쉬의 옷에서 반복해서 다뤄졌다. 남성복을 격식보다 움직임에 가까운 쪽으로 옮겨온 디자이너라는 점에서 사울 내쉬는 런던 남성복 안에서도 구분되는 이름이 됐다.

사울 내쉬는 2018년 자신의 이름을 단 브랜드를 세웠다. 초기 컬렉션부터 스포츠웨어와 퍼포먼스는 함께 등장했다. 모델은 런웨이를 걷는 데서 끝나지 않았다. 몸을 돌리고, 뛰고, 서로 부딪히고, 무대 위에서 동작을 만들었다. 옷은 정면 사진보다 움직이는 순간에 더 많은 차이를 보였다. 어깨와 겨드랑이 주변을 비우고, 등판에 여유를 두고, 신축성 있는 소재를 섞은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Saul Nash Explores Masculinity and Movement With SS27 "STANCE" Collection. 사진=Saul Nash,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남성복 쇼에서 춤과 스포츠를 앞세우는 방식은 사울 내쉬의 이름을 빠르게 알렸다. 트랙수트, 컴프레션웨어, 메시 니트, 신축성 있는 팬츠가 자주 나왔다. 몸을 잡아주는 상의, 바람이 통하는 조직, 땀과 움직임을 고려한 패널, 팔을 올려도 덜 당기는 재킷이 반복됐다. 정장 브랜드가 라펠과 어깨선을 먼저 보여준다면, 사울 내쉬는 겨드랑이와 등판, 무릎, 허벅지 주변을 먼저 손봤다.

2022년 인터내셔널 울마크 프라이즈 수상은 브랜드 인지도를 높인 계기였다. 사울 내쉬는 메리노 울을 스포츠웨어와 연결한 작업으로 주목받았다. 울은 정장과 니트에 많이 쓰이는 소재지만, 사울 내쉬는 통기성, 보온성, 탄성 같은 성질을 운동복의 기능과 묶었다. 고급 원단을 경기복처럼 움직이게 만들려는 시도였다. 수상 이후 사울 내쉬는 실험적인 남성복 디자이너에서 국제 패션계가 주목하는 신진 디자이너로 올라섰다.

브랜드가 알려진 뒤에도 판매 현장의 기준은 달랐다. 사울 내쉬의 옷은 쇼장에서 강하게 보인다. 몸에 붙는 상의, 짧은 길이, 얇은 메시, 기능성 패널은 사진에서도 쉽게 눈에 들어온다. 매장에서 옷을 고르는 소비자는 더 현실적인 기준을 따진다. 체형에 맞는지, 가격을 감당할 수 있는지, 세탁과 수선이 쉬운지, 출근복이나 주말복으로 입을 수 있는지가 구매를 가른다.

Saul Nash Explores Masculinity and Movement With SS27 "STANCE" Collection. 사진=Saul Nash,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울 내쉬는 일반 애슬레저 브랜드와도 다른 길을 걸었다. 많은 스포츠 브랜드는 운동복을 일상복처럼 보이게 만든다. 사울 내쉬는 운동복의 기능을 더 앞쪽으로 끌어냈다. 몸을 압박하는 선, 피부가 비치는 소재, 팔과 등이 벌어지는 재단, 경기복에서 가져온 절개가 옷의 표면에 드러났다. 이 방식은 브랜드를 빨리 알아보게 만들었다. 같은 이유로 입는 사람도 많이 골랐다.

남성성을 다루는 방식도 기존 남성복과 차이가 있었다. 사울 내쉬는 단정한 수트, 넓은 어깨, 무거운 코트에 기대지 않았다. 몸에 붙는 상의, 짧은 쇼츠, 얇은 니트, 운동복에서 온 곡선을 자주 썼다. 남성의 몸을 감추기보다 드러내는 쪽에 가까웠다. 사울 내쉬의 이름을 알린 요소였지만, 소비자층을 좁히는 요인도 됐다. 노출이 많은 남성복은 취향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체형, 장소, 직업, 생활 방식이 함께 따라붙는다.

Saul Nash Explores Masculinity and Movement With SS27 "STANCE" Collection. 사진=Saul Nash,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2027 봄·여름 ‘STANCE’에서도 같은 특징이 보였다. 레슬링 경기복에서 가져온 깊은 암홀, 몸에 붙는 컴프레션 톱, 피부가 비치는 메시 니트, 방수 셔츠, 움직임을 고려한 재킷과 팬츠가 나왔다. 사울 내쉬가 오래 다뤄온 스포츠웨어의 요소가 다시 등장했다. 새 컬렉션에서도 한계는 함께 보였다. 디자인은 한눈에 들어왔지만, 실제로 입을 수 있는 범위는 넓지 않았다.

기능성 의류 시장이 커진 점은 사울 내쉬에게 기회다. 남성 소비자는 예전보다 가벼운 재킷, 신축성 있는 팬츠, 통풍되는 셔츠에 익숙해졌다. 운동복과 일상복의 경계도 옅어졌다. 시장이 선호하는 기능성은 대체로 조용한 편이다. 티가 많이 나지 않고, 관리가 쉽고, 여러 장소에서 입을 수 있는 옷이 더 넓게 팔린다. 사울 내쉬의 옷은 기능을 숨기기보다 드러낸다. 브랜드의 얼굴은 뚜렷하지만, 매스마켓에서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Saul Nash Explores Masculinity and Movement With SS27 "STANCE" Collection. 사진=Saul Nash,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더 넓은 시장으로 가려면 제품군의 조정이 필요하다. 메시 상의와 라이크라 쇼츠보다 통풍을 일부만 넣은 셔츠, 움직이기 쉬운 팬츠, 가벼운 방수 아우터가 먼저 소비자에게 닿을 가능성이 크다. 쇼장에서 눈에 띄는 옷과 매장에서 자주 팔리는 옷은 다르다. 사울 내쉬의 감각을 유지하면서도 실제 남성이 하루 동안 입을 수 있는 옷으로 옮기는 과정이 필요하다.

사울 내쉬는 춤과 스포츠를 남성복 안으로 끌어온 디자이너다. 2018년 브랜드 설립 이후 몸에 붙는 옷, 통풍되는 소재, 움직임을 고려한 재단을 꾸준히 다뤘고, 울마크 프라이즈 수상으로 국제 패션계의 주목도 받았다. 브랜드의 얼굴은 뚜렷해졌다. 판매 현장에서는 가격, 세탁, 수선, 착용 장소, 제품군이 뒤따라온다. 사울 내쉬의 남성복이 더 넓은 옷장으로 들어가려면 강한 이미지보다 하루를 버틸 수 있는 옷이 먼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