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ul Nash 심층기획③] 기능성 스포츠웨어, 얇고 가벼워진 SS27 남성복
사울 내쉬 STANCE의 메시·라이크라·방수 소재, 판매 현장에서는 노출과 관리 부담
[KtN 박채빈기자]밀라노 남성복 2027 봄·여름 시즌에서 재킷은 가벼워졌고 셔츠는 얇아졌다. 두꺼운 원단과 무거운 안감으로 버티던 여름 남성복은 설 자리가 줄었다. 바람이 통하는 소재, 몸을 따라 움직이는 패턴, 비와 땀을 견디는 기능이 남성복 안으로 더 깊게 들어왔다. 사울 내쉬(Saul Nash)의 ‘STANCE’는 이런 변화를 가장 눈에 띄는 방식으로 보여준 컬렉션이었다.
사울 내쉬가 밀라노에서 내놓은 옷에는 메시 니트, 라이크라 패널, 나일론 립스톱, 방수 셔츠, 긴 레인코트가 함께 등장했다. 모두 스포츠웨어에서 익숙한 소재와 기능이다. 메시 니트는 바람이 통하게 하고, 라이크라는 몸의 움직임을 따라간다. 나일론 립스톱은 가볍고 쉽게 찢어지지 않는 원단으로 알려져 있다. 방수 셔츠와 레인코트는 비와 습기를 막는 쪽에 가까웠다. 사울 내쉬는 기능성 소재를 운동복에만 남겨두지 않고 남성복 재킷과 셔츠, 팬츠로 옮겼다.
여름 남성복에서 통풍은 더 이상 부가 기능이 아니다. 기온이 높아지고 이동 시간이 길어지면서 소비자는 옷을 입은 뒤의 체감 온도를 따진다. 얇은 셔츠와 가벼운 재킷은 보기 좋은 옷이기 전에 오래 입을 수 있는 옷이어야 한다. 사울 내쉬의 메시 니트와 얇은 상의는 이 요구를 직접 겨냥했다. 얇고 바람이 통하는 대신 피부와 근육의 윤곽이 함께 드러났다. 기능을 얻은 만큼 착용자의 부담도 커졌다.
라이크라는 활동성을 보여주는 가장 빠른 소재였다. 몸에 붙고 늘어나며, 움직임을 방해하지 않는다. 스포츠웨어에서는 익숙한 선택이지만 남성복에서는 다른 반응을 만든다. 몸의 굴곡을 그대로 드러내는 옷은 입는 사람을 많이 가른다. 운동할 때는 자연스럽지만 식당, 사무실, 대중교통, 여행지에서는 시선이 달라진다. 기능성 소재가 남성복으로 옮겨올 때 가장 먼저 부딪히는 부분이 바로 노출 수위다.
나일론 립스톱과 방수 소재는 메시와 라이크라보다 현실적인 선택지에 가깝다. 밝은 옐로와 오렌지 계열의 나일론 셋업, 긴 레인코트, 방수 셔츠는 일상 남성복으로 바꿔 생각할 수 있다. 가볍고, 접기 쉽고, 비와 습기에 대응할 수 있는 옷은 여름 매장에서 설명하기도 쉽다. 소비자는 메시 상의보다 방수 셔츠의 용도를 더 빨리 이해한다. 판매 현장에서 먼저 움직일 가능성이 있는 제품도 이쪽이다.
팬츠와 재킷에 들어간 장치도 기능성 스포츠웨어의 영향을 보여준다. 걸을 때 벌어지는 다트, 등판에 여유를 둔 재킷, 여러 소재를 섞은 패널은 몸이 움직일 때 효과가 난다. 재단이 정지된 자세보다 걷는 자세를 더 많이 고려한 셈이다. 남성복에서 편안함을 말할 때 허리 밴드나 넉넉한 품만 떠올리던 시기는 지났다. 팔을 올릴 때, 계단을 오를 때, 비가 올 때, 오래 앉아 있을 때 옷이 얼마나 버티는지가 구매 기준으로 들어왔다.
기능성 소재가 늘어날수록 관리 문제도 커진다. 메시, 라이크라, 방수 원단, 울, 스웨이드가 한 벌 안에 섞이면 세탁 방법이 까다로워진다. 늘어나는 소재는 오래 입을수록 탄성이 줄 수 있고, 메시 조직은 걸림과 손상에 약할 수 있다. 방수 소재는 코팅 유지가 필요하고, 복잡한 절개는 수선비를 올린다. 런웨이에서 보이지 않는 비용이 매장과 옷장에서는 크게 느껴진다.
기능성 스포츠웨어가 남성복으로 들어올 때 가격도 중요해진다. 소비자는 기술 소재라는 설명만으로 높은 가격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가볍고 편한 옷이라면 얼마나 자주 입을 수 있는지, 세탁이 쉬운지, 여러 옷과 맞출 수 있는지까지 따진다. 메시 상의와 라이크라 쇼츠는 눈에 잘 띄지만 착용 횟수가 제한될 수 있다. 방수 아우터, 얇은 셔츠, 신축성 있는 팬츠는 활용 빈도가 더 높다. 상품으로 힘을 얻는 쪽은 대개 후자다.
밀라노 남성복 쇼에서도 가벼운 여름옷과 판매 가능한 옷에 대한 압박은 함께 나타났다. 브랜드들은 얇은 재킷, 부드러운 팬츠, 통풍되는 셔츠를 내놓으면서도 고객이 실제로 살 수 있는 옷인지 계산해야 했다. 사울 내쉬의 ‘STANCE’는 기능성 소재를 가장 강하게 드러낸 컬렉션이었지만, 판매 현장에서는 조정이 필요해 보인다. 전체가 비치는 메시보다 부분 메시, 몸을 완전히 드러내는 라이크라보다 안쪽 패널, 실험적인 수트보다 가벼운 방수 아우터가 더 현실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기능성 스포츠웨어의 확산은 남성복을 편하게 만들었다. 동시에 남성복의 기준을 더 까다롭게 만들었다. 옷은 가벼워야 하고, 땀과 비를 견뎌야 하며, 움직임을 방해하지 않아야 한다. 여기에 사무실과 거리, 여행지와 주말 외출까지 넘나들어야 한다. 기능이 많아질수록 옷 한 벌에 요구되는 역할도 늘어난다.
사울 내쉬의 ‘STANCE’는 기능성 스포츠웨어가 남성복 안으로 얼마나 깊게 들어왔는지 보여줬다. 메시와 라이크라는 몸을 드러냈고, 나일론과 방수 소재는 실제 생활과 가까운 가능성을 보였다. 판매 현장에서 더 오래 살아남을 옷은 강한 사진을 만드는 옷보다 자주 입히는 옷일 가능성이 크다. 2027 봄·여름 남성복에서 기능성은 유행어가 아니라 소비자가 매장에서 바로 따지는 조건으로 옮겨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