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ul Nash 심층기획④] 사울 내쉬 STANCE, 메시·라이크라 남성복의 판매 한계
레슬링 경기복과 변형 수트 앞세운 SS27, 체형·노출·관리·가격에서 갈리는 구매 기준
[KtN 박채빈기자]사울 내쉬(Saul Nash)가 밀라노에서 공개한 2027 봄·여름 컬렉션 ‘STANCE’는 레슬링 경기복의 선을 강하게 끌고 왔다. 깊게 파인 상의, 피부가 비치는 메시 니트, 몸에 붙는 라이크라, 방수 셔츠, 후드가 붙은 핀스트라이프 재킷이 런웨이에 올랐다. 쇼장에서는 한눈에 들어오는 옷들이었지만, 매장에서 소비자가 같은 옷을 고를 때는 계산이 달라진다. 체형에 맞는지, 자주 입을 수 있는지, 세탁이 쉬운지, 가격만큼 오래 입을 수 있는지가 구매를 가른다.
밀라노 포르차 에 코라조(Forza e Coraggio)의 체육공간은 컬렉션과 잘 맞았다. 레슬링 싱글릿, 컴프레션 톱, 메시 소재, 방수 아우터는 운동하는 몸을 떠올리게 했다. 런웨이에서는 경기복과 남성복의 결합이 빠르게 읽혔다. 매장에서는 옷의 설명보다 착용자의 몸과 생활이 먼저 들어온다. 사울 내쉬의 ‘STANCE’는 품목별로 판매 가능성이 크게 갈릴 수밖에 없는 컬렉션이었다.
가장 먼저 걸리는 부분은 노출이다. 메시 니트와 라이크라는 여름 남성복의 가벼움을 보여주지만, 피부와 근육의 윤곽을 숨기지 않는다. 레슬링 경기복에서 가져온 깊은 암홀과 짧은 길이도 같은 부담을 만든다. 런웨이에서는 몸을 드러내는 방식이 컬렉션의 인상을 세운다. 거리, 식당, 출근길, 여행지에서는 같은 옷에 다른 시선이 붙는다. 옷을 입는 사람의 체형과 노출에 대한 태도가 상품성을 좌우한다.
남성복 시장은 새로움을 받아들이면서도 실제 옷장 안에서는 보수적으로 움직인다. 신축성 있는 팬츠, 가벼운 재킷, 통풍되는 셔츠는 이미 익숙한 품목이 됐다. 피부가 비치는 상의와 몸에 붙는 쇼츠는 다른 범주에 놓인다. 기능이 있어도 입을 장소가 좁으면 구매 횟수도 줄어든다. 사울 내쉬의 강한 착장은 브랜드를 알리는 데에는 효과적이지만, 넓은 판매 품목으로 바로 이어지기 어렵다.
수트와 스포츠웨어를 섞은 재킷은 판단이 더 갈린다. 핀스트라이프 재킷에는 후드가 붙었고, 등판에는 팔과 등이 움직이기 쉽게 만든 장치가 들어갔다. 앞에서는 수트처럼 보이고 뒤에서는 운동복에 가까운 인상이 남는다. 매장에서는 소비자가 언제 입을 옷인지 바로 떠올릴 수 있어야 한다. 출근복으로는 덜 단정하고, 주말 재킷으로는 가격과 관리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
기능성 소재가 많아질수록 원가도 올라간다. 메시, 라이크라, 방수 원단, 울, 스웨이드가 한 벌 안에 섞이면 원단 관리와 봉제가 복잡해진다. 패널이 많고 절개가 많을수록 제작 시간도 길어진다. 독립 디자이너 브랜드는 대량 생산으로 가격을 낮추기 쉽지 않다. 판매가가 높아지면 소비자는 옷이 얼마나 자주 입히는지 더 냉정하게 본다.
세탁과 수선도 구매 뒤에 따라붙는다. 메시 소재는 걸림과 늘어짐에 약할 수 있고, 라이크라는 오래 입으면 탄성이 줄 수 있다. 방수 원단은 코팅 상태가 중요하다. 울 재킷에 후드나 기능성 패널이 붙으면 일반적인 관리 방식으로 충분한지도 확인해야 한다. 소비자는 옷을 살 때 디자인을 먼저 보지만, 몇 번 입은 뒤에는 관리 편의성이 만족도를 결정한다.
사울 내쉬의 옷은 모델의 몸과 움직임 위에서 가장 잘 살아난다. 런웨이에서는 강한 무기가 된다. 매장에서는 같은 조건을 기대하기 어렵다. 몸에 붙는 상의와 짧은 하의는 체형 차이를 크게 드러낸다. 사이즈를 키우면 원래의 긴장감이 줄고, 몸에 맞추면 노출이 커진다. 남성복 매장에서 쉽게 풀기 어려운 대목이다.
판매 품목으로 더 현실적인 쪽은 따로 있다. 나일론 립스톱 셋업, 방수 셔츠, 긴 레인코트, 움직이기 쉬운 팬츠는 소비자가 용도를 빨리 이해할 수 있다. 더운 날 입기 좋고, 비가 올 때 쓸 수 있고, 여행과 주말 외출에도 맞출 수 있다. 메시 상의나 라이크라 쇼츠보다 이런 제품이 먼저 매장에 안착할 가능성이 크다.
신발 협업도 비슷한 계산을 피하기 어렵다. 보트슈즈 형태에 메시와 스웨이드, 드로스트링 여밈을 더한 슈즈는 클래식한 여름 신발과 기능성 신발 사이에 놓였다. 보트슈즈의 느슨한 형태는 남았지만, 소재와 여밈에서는 활동적인 인상이 강했다. 클래식 신발을 찾는 소비자에게는 낯설고, 기능성 신발을 찾는 소비자에게는 장식이 많은 제품처럼 받아들여질 수 있다.
밀라노 남성복 2027 봄·여름 시즌에서는 얇은 재킷, 부드러운 팬츠, 통풍되는 셔츠, 여행에 맞는 아우터가 늘었다. 기온과 이동, 관리 편의성을 따지는 소비자가 많아진 결과다. 남성복 시장은 멋있어 보이는 옷만으로 버티기 어렵다. 고객은 옷을 입을 수 있는 날의 수를 계산한다. 사울 내쉬의 ‘STANCE’는 런웨이에서 남긴 인상과 실제 착용 횟수 사이의 간격이 품목별로 크게 갈렸다.
독립 디자이너 브랜드에는 눈에 남는 착장이 필요하다. 규모가 크지 않은 브랜드일수록 한 시즌 안에 분명한 인상을 만들어야 한다. 레슬링 경기복과 수트를 섞은 ‘STANCE’는 그 역할을 했다. 매출을 떠받치는 옷은 다른 방식으로 필요하다. 자주 팔릴 수 있는 셔츠, 팬츠, 아우터, 신발이 뒤따르지 않으면 강한 런웨이는 브랜드 인지도에 머물 수 있다.
사울 내쉬가 더 넓은 소비자를 만나려면 노출을 줄인 제품군이 먼저 보강돼야 한다. 전체가 비치는 메시 상의보다 겨드랑이와 등판에 통풍을 넣은 셔츠, 라이크라 쇼츠보다 움직이기 쉬운 팬츠, 변형 수트보다 가벼운 방수 재킷이 매장에서는 더 현실적이다. 소비자는 브랜드가 말하는 실험보다 내일 입을 수 있는 옷인지를 먼저 본다.
2027 봄·여름 ‘STANCE’는 사울 내쉬의 이름을 다시 각인시키기에는 충분했다. 레슬링 경기복에서 가져온 선, 메시와 라이크라의 밀착감, 방수 소재와 테일러링의 결합은 눈에 남았다. 판매 단계에서는 기준이 더 까다로워진다. 런웨이에서 강한 옷과 매장에서 오래 팔리는 옷은 같지 않다. 사울 내쉬가 매장 안에서 더 오래 버티려면 강한 착장보다 자주 입히는 셔츠, 팬츠, 아우터의 완성도가 더 중요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