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TCHU SS27④] 세추 SS27, 판매용 의류로 남기 어려운 그물 장식

라임 그린 재킷·랩 코트는 가능성, 거대한 그물과 수공 매듭은 생산 부담

2026-06-27     박인경 기자
SETCHU SS27 Is Sartorially “Caught in the Nets”. 사진=Ilaria Orsini,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박인경기자]세추(SETCHU) 2027 봄·여름 컬렉션 ‘Caught in the Nets’는 밀라노 패션위크에서 강한 인상을 남긴 옷과 실제 판매용 의류로 이어질 만한 옷이 뚜렷하게 갈렸다. 검은 낚시 그물과 상체를 덮은 그물 장식, 가죽 끈 매듭은 컬렉션의 주제를 빠르게 전달했지만, 일상적인 착용과 생산을 기준으로 보면 부담이 컸다. 반면 라임 그린 반소매 재킷, 올리브 그린 랩 코트, 비대칭 블랙 드레스는 세추의 옷 만들기가 비교적 또렷하게 남은 착장이었다.

쿠와타 사토시(Satoshi Kuwata)는 이번 컬렉션에서 가봉 어업지대에서 얻은 이미지를 그물과 매듭, 원형 컷아웃으로 풀었다. 회색 스트라이프 슈트 위를 덮은 검은 그물, 밀짚모자에서 상체까지 내려온 여러 색의 그물 장식, 가죽 끈을 엮은 드레스와 스커트 장식은 ‘Caught in the Nets’라는 제목을 바로 설명했다. 다만 주제가 선명할수록 실제 옷으로 남기 어려운 부분도 함께 커졌다.

판매용 의류로 이어질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착장은 라임 그린 반소매 재킷이었다. 짧은 소매와 단단한 형태, 검은 지퍼, 조임끈은 무대용 장식보다 의류 디테일에 가까웠다. 색은 강했지만, 그물이나 큰 장식에 의존하지 않고 재킷 자체의 형태가 먼저 보였다. 생산 과정에서도 거대한 그물 장식이나 수공 매듭보다 관리할 요소가 분명하다. 지퍼와 조임끈의 위치, 봉제선, 원단 두께를 조정하면 실제 판매 라인으로 옮길 여지가 있다.

SETCHU SS27 Is Sartorially “Caught in the Nets”. 사진=Ilaria Orsini,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올리브 그린 랩 코트도 같은 범주에 놓인다. 몸을 감싸는 방식은 비교적 현실적인 외투의 형태에 가까웠고, 안쪽에 더해진 푸시아 컬러는 무대에서 색 대비를 만들었다. 코트는 드레스나 상의보다 활용 범위가 넓고, 과한 장식이 줄어들수록 판매용 의류로 다듬기 쉽다. 다만 강한 색 조합을 그대로 유지할 경우 소비자의 선택 폭은 좁아질 수 있다. 실제 매장용 제품에서는 안쪽 배색, 여밈 방식, 길이 조정이 함께 검토될 가능성이 크다.

비대칭 블랙 드레스와 실크 패널을 사용한 드레스는 세추의 세밀한 옷 만들기가 남은 착장이다. 사선으로 갈라진 선, 감춰진 여밈, 몸을 따라 떨어지는 실크 패널은 그물 장식보다 옷의 형태를 먼저 보게 했다. 이런 드레스는 판매용 의류로 옮길 수 있지만, 생산 과정은 단순하지 않다. 여밈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옷은 안쪽 공정이 복잡해지고, 패널의 위치가 조금만 어긋나도 전체 핏이 달라질 수 있다.

SETCHU SS27 Is Sartorially “Caught in the Nets”. 사진=Ilaria Orsini,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이번 컬렉션에서 판매용 의류로 옮기기 가장 까다로운 부분은 수공 매듭과 가죽 끈 장식이다. 일본식 사각 매듭으로 엮은 가죽 끈은 가까이서 볼수록 손이 많이 간 부분이다. 그러나 같은 모양과 간격을 여러 벌에 반복하려면 제작 시간이 길어지고, 제품마다 차이가 생길 가능성도 커진다. 매듭 하나가 느슨해지거나 끈 하나가 늘어나면 전체 장식의 균형이 흔들릴 수 있다. 수선도 일반적인 봉제 수선보다 까다롭다.

검은 낚시 그물과 상체를 덮는 그물 장식은 더 직접적인 부담을 남긴다. 무대에서는 시선을 붙잡지만, 실제 착용 환경에서는 움직임과 보관이 어렵다. 긴 그물은 의자, 가방, 신발, 주변 사물에 걸릴 수 있고, 형태가 흐트러졌을 때 원래대로 정리하기도 쉽지 않다. 상체를 넓게 덮는 그물 장식은 착용자의 동작을 제한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요소는 판매 제품으로 남기보다 캠페인용 착장이나 특별 제작 의상에 가까운 성격을 띤다.

SETCHU SS27 Is Sartorially “Caught in the Nets”. 사진=Ilaria Orsini,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원형 컷아웃이 반복된 저지 드레스와 톱도 조정이 필요한 부분이다. 둥근 절개는 컬렉션의 분위기를 강하게 만들었지만, 큰 컷아웃은 원단의 늘어남과 형태 변화에 민감하다. 판매용 의류로 만들 경우 컷아웃의 크기를 줄이거나 위치를 바꾸고, 테두리 마감과 안감 처리를 보강해야 한다. 무대에서의 형태를 그대로 가져가면 착용자마다 핏 차이가 크게 나타날 수 있다.

세추 SS27은 판매 가능성이 있는 옷과 그렇지 않은 옷을 한 무대에 함께 올렸다. 라임 그린 재킷, 올리브 그린 랩 코트, 비대칭 드레스는 실제 의류로 다듬을 수 있는 바탕이 있었다. 반면 거대한 그물, 네트 장식, 수공 가죽 매듭은 컬렉션의 제목을 설명하는 데는 효과적이었지만, 생산과 관리 단계에서는 부담이 훨씬 컸다.

‘Caught in the Nets’가 실제 판매용 의류로 이어지려면 무대에서 눈에 띈 장식을 그대로 남기기 어렵다. 그물은 크기를 줄이고, 가죽 끈 매듭은 분량을 덜어내며, 원형 컷아웃은 착용 안정성을 먼저 계산해야 한다. 세추가 이번 컬렉션에서 남긴 가능성은 과한 장식보다 재킷과 코트, 드레스 안에 있었다. 밀라노 무대에서 가장 크게 보인 것은 그물이었지만, 실제 시장에서 남을 수 있는 것은 장식을 덜어낸 옷의 형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