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orgio Armani③] 조르지오 아르마니 SS27, 데님처럼 보인 샨퉁 실크

리넨·메쉬 니트·성근 조직으로 낮춘 옷의 무게, 폭염 속 남성복이 가벼워지는 방식

2026-06-26     박채빈 기자
Giorgio Armani Leans Into a Lax & Leisurely SS27. 사진=Vogue Runway,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박채빈기자]2026년 6월 22일 밀라노 팔라초 오르시니(Palazzo Orsini) 안뜰에 오른 조르지오 아르마니(Giorgio Armani) SS27 남성복은 색보다 소재에서 먼저 차이가 났다. 레오 델 오르코(Leo Dell’Orco)가 맡은 160여 벌은 리넨 팬츠와 코튼 셔츠, 메쉬 니트, 성글게 짠 니트, 데님처럼 보이는 샨퉁 실크를 반복해 더운 계절의 남성복을 가볍게 정리했다. 재킷과 팬츠의 형식은 남겼지만, 옷감의 두께와 표면, 피부와 옷 사이의 간격은 이전보다 한층 느슨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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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넨 팬츠는 이번 컬렉션에서 가장 자주 보인 품목 가운데 하나였다. 팬츠는 다림질로 각을 세우기보다 구김과 흐름을 살리는 쪽에 가까웠다. 바지는 넓게 퍼지지 않았지만, 몸을 조이는 방식도 아니었다. 다리에서 약간 떨어지는 폭과 마른 표면이 함께 보였다. 흰색과 모래색, 회색 계열의 리넨은 색보다 촉감으로 계절감을 만들었다.

코튼 셔츠와 얇은 상의들도 같은 방향에 놓였다. 칼라는 열렸고, 상의는 바지 안에 완전히 정리되지 않았다. 소재가 가벼워지자 착장도 단단히 고정되지 않았다. 셔츠는 재킷 안에서 격식을 받치는 품목이라기보다, 더운 계절에 재킷의 무게를 덜어주는 층으로 쓰였다. 목과 손목, 허리 주변의 여백이 늘면서 수트의 긴장도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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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쉬 니트와 성글게 짠 니트는 피부 위에 바람이 지나갈 틈을 만들었다. 촘촘한 조직의 니트가 몸을 감싸는 방식과 달리, 이번 니트들은 구멍과 결을 그대로 보였다. 얇은 상의 위로 재킷을 걸쳐도 전체가 무겁게 보이지 않았다. 니트는 가을·겨울의 포근한 품목이 아니라, 여름 남성복 안에서 통풍과 질감을 맡는 소재로 쓰였다.

샨퉁 실크는 이번 컬렉션에서 가장 눈에 띄는 소재 실험이었다. 셔츠와 비구조적 재킷 일부는 겉으로는 데님의 거친 표면을 닮았다. 가까이 보면 매끈하게 광을 낸 고급 실크가 아니라, 마른 결이 살아 있는 직물에 가까웠다. 데님의 시각적 익숙함과 실크의 가벼운 물성을 함께 가져간 방식이다. 아르마니가 오래 다뤄온 고급 소재가 이번에는 반짝임보다 착시와 표면감으로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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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데님도 이전보다 많이 보였다. 다만 컬렉션의 방향은 청바지 중심의 캐주얼로 흘러가지 않았다. 데님처럼 보이는 실크, 리넨 팬츠, 성근 니트, 긴 재킷이 한 흐름 안에 놓이면서 작업복과 수트, 휴양복의 경계가 조금씩 겹쳤다. 격식을 완전히 버리지 않으면서도 옷감의 표면은 더 건조하고 느슨해졌다.

스웨이드와 가죽도 무겁게 쓰이지 않았다. 두껍고 광택 있는 표면보다 얇고 마른 질감이 앞섰다. 여름 컬렉션에서 스웨이드와 가죽은 자칫 답답하게 보일 수 있지만, 이번 런웨이에서는 낮은 색과 가벼운 재단 안에 섞였다. 거친 소재가 튀어나오기보다 리넨과 니트의 건조한 분위기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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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의 변화는 재킷의 인상도 바꿨다. SS27의 재킷은 조금 길어졌지만, 옷감이 가벼워 몸을 세게 누르지 않았다. 부드러운 어깨선 아래로 내려오는 재킷은 수트의 형식을 남기면서도 착용감은 덜어냈다. 비구조적 재킷은 안감과 심지를 강조하기보다 겉감의 흐름을 살렸다. 재킷이 길어졌는데도 무거운 정장처럼 보이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브닝웨어도 소재와 구조를 줄이는 쪽으로 정리됐다. 검은색 팬츠와 셔츠, 간결한 재킷은 장식이 많지 않았다. 턱시도 특유의 선을 강하게 세우기보다, 칼라와 라펠을 덜어낸 착장이 이어졌다. 밤의 남성복에서도 무게를 덜어내려는 방향이 보였다. 화려한 장식보다 검은색 직물의 표면과 몸에서 떨어지는 선이 더 크게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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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소재 구성은 밀란 남성복 시즌의 더운 날씨와도 맞물린다. 피티 우오모와 밀란 남성복 SS27 기간에는 폭염이 이어졌고, 여러 브랜드가 리넨과 실크 혼방, 통기성 있는 테일러링, 가벼운 상의를 앞세웠다. 조르지오 아르마니 SS27 역시 그 흐름 안에 있었다. 다만 아르마니가 기후 문제의 해법을 내놓았다고 쓰기는 어렵다. 정확히는 더운 계절에도 재킷과 팬츠를 유지하려는 남성복이 소재의 무게를 낮추는 쪽으로 움직인 것이다.

리넨과 메쉬 니트, 샨퉁 실크는 이번 컬렉션의 장점을 분명하게 만들었다. 옷은 실제로 입을 수 있는 쪽에 가까웠고, 더운 계절의 남성복이 재킷을 포기하지 않고도 가벼워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반대로 소재의 표면과 낮은 채도에 많은 부분을 기대면서, 강한 장식이나 새로운 비율의 변화는 적었다. 촉감과 착용감은 선명했지만, 시각적 충격은 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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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지오 아르마니 SS27 남성복은 소재로 컬렉션의 방향을 잡았다. 리넨은 구김과 흐름을 남겼고, 메쉬 니트는 바람이 지나는 조직을 보였으며, 샨퉁 실크는 데님처럼 보이는 표면으로 고급 소재의 인상을 바꿨다. 160여 벌의 긴 흐름 안에서 가장 설득력 있는 대목도 여기 있었다. 레오 델 오르코의 이번 남성복은 색보다 옷감, 장식보다 표면, 선언보다 착용감에 가까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