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열 인사이트②] 박희열의 초록과 붉은색, 생명감과 긴장의 색채

‘Ambition’·‘Love Autumn’·‘A Happy Day’·‘Route of Dream’에 드러난 색의 구조

2026-06-28     박준식 기자
[박희열 인사이트②] 박희열의 초록과 붉은색, 생명감과 긴장의 색채.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박준식기자]‘Ambition’의 하늘은 붉고, ‘The Mystery Nature’의 태양도 붉다. ‘Love Autumn’의 수목은 가을빛으로 타오르고, ‘L 'appartment(Summer)’의 인물과 새도 붉은 계열로 놓인다. 박희열(Hee Yeol, Park)의 회화에서 붉은색은 풍경의 일부가 아니라 작품의 정서를 빠르게 끌어올리는 색이다. 초록은 산과 숲, 들판과 수풀을 채우며 붉은색을 받쳐준다. 박희열의 색채는 자연의 실제 색을 따르기보다 감정의 온도에 맞춰 풍경을 다시 배열한다.

초록은 박희열 회화에서 가장 넓게 반복되는 색이다. ‘The Mystery Nature’의 산과 풀숲, ‘A Happy Day’의 들판, ‘Route of Dream’의 산길, ‘Love Autumn’의 수목은 모두 초록의 층으로 구성된다. 한 가지 초록이 아니라 짙은 초록, 밝은 초록, 노란빛을 머금은 초록이 겹치며 자연의 밀도를 만든다. 초록은 산과 풀, 나무의 외형을 설명하는 색에 머물지 않는다. 캔버스 전체에 생명감과 질감을 쌓는 재료로 쓰인다.

‘The Mystery Nature’에서는 붉은 태양과 초록 풀숲이 직접 맞선다. 태양은 풍경 위에 걸린 대상이라기보다 작품의 온도를 결정하는 중심에 가깝다. 산과 수풀은 초록의 덩어리로 밀집하고, 붉은색은 자연 안쪽에서 감정의 압력을 만든다. 자연은 고요한 관찰 대상이 아니라 에너지가 쌓인 공간으로 바뀐다. 이 작품에서 색채는 배경을 꾸미는 요소가 아니라 자연의 성격을 바꾸는 구조다.

Ambition 97 × 116.8cmAcrylic on canvas

‘Ambition’은 붉은색의 작동 방식이 더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작품이다. 붉은 하늘 아래 도시의 윤곽과 식생이 함께 놓인다. 건축물은 세밀한 도시 풍경으로 묘사되기보다 어두운 실루엣처럼 남고, 앞쪽의 식생은 초록의 밀도로 살아난다. 제목이 암시하는 욕망의 정서는 붉은 하늘과 도시의 배치로 강화된다. 자연과 문명이 대등하게 맞서는 구성이라기보다, 붉은색이 도시와 식생을 같은 긴장 속에 묶는 방식에 가깝다.

Love Autumn 97 × 116.8cmAcrylic on canvas

‘Love Autumn’에서는 붉은색이 계절의 감각을 만든다. 붉게 물든 수목은 가을의 색으로 읽히지만 단순한 계절 묘사로만 끝나지 않는다. 초록 산과 붉은 나무가 겹치며 자연의 생기와 시간의 농도가 함께 놓인다. 붉은색은 풍경의 온도를 높이고, 초록은 그 온도를 붙잡는 바탕이 된다. 박희열의 가을은 차분히 가라앉은 계절보다 색이 농축된 시간에 가깝다.

A Happy Day 97 × 116.8cmAcrylic on canvas

‘A Happy Day’에서는 초록 들판 위에 노란 꽃과 붉은 꽃이 흩어진다. 밝은 색의 꽃들은 초록의 반복을 흔들며 리듬을 만든다. 제목이 가리키는 긍정적 정서는 색의 배열에서 빠르게 전해진다. 들판과 꽃의 결합은 접근성이 높다. 관람자는 작품 앞에서 복잡한 상징을 거치기보다 밝은 색채의 박자를 먼저 받아들인다. 다만 밝은 정서가 제목과 색채를 통해 곧장 전달되는 만큼, 감정의 방향이 빨리 정리되는 측면도 있다.

Route of Dream 97 × 116.8cmAcrylic on canvas

‘Route of Dream’은 분홍빛 하늘과 초록 산, 꽃이 놓인 길을 결합한다. 길은 시선을 안쪽으로 데려가고, 산은 실제 지형보다 기억 속 풍경처럼 남는다. 분홍빛 하늘은 장소의 현실감을 낮추고 꿈과 이동의 기운을 앞세운다. 초록 산과 꽃길이 만드는 밝은 정서는 작품명을 통해 한층 분명해진다. 제목과 색채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일 때 작품은 쉽게 다가오지만, 감상의 폭은 상대적으로 좁아질 수 있다.

박희열의 색채는 아크릴이라는 재료의 성질과도 맞물린다. 아크릴은 선명한 발색과 빠른 건조가 특징인 재료다. 박희열은 유화의 두꺼운 물성보다 색의 층과 반복적인 붓질을 통해 자연의 표면을 만든다. ‘A Happy Day’의 노란 꽃, ‘Route of Dream’의 분홍빛 하늘, ‘Winter Sapporo’의 푸른 설경은 자연의 실제 색보다 정서의 온도를 앞세운다. 색은 대상의 외피가 아니라 작품을 조직하는 언어로 쓰인다.

푸른색과 분홍빛은 초록과 붉은색의 강한 대비를 보완한다. ‘Winter Sapporo’의 푸른 설경은 붉은 하늘의 작품들과 다른 정서를 만든다. 눈과 달빛은 움직임보다 정지를 앞세우고, 청색 계열은 차갑지만 비어 있지 않은 풍경을 만든다. ‘Route of Dream’의 분홍빛 하늘은 현실의 대기보다 기억과 꿈의 색에 가깝다. 박희열은 자연을 계절의 사실로 옮기기보다 색채의 온도로 나눈다.

색의 반복은 박희열 회화의 일관성을 만든다. 초록은 자연의 밀도, 붉은색은 감정의 온도, 푸른색은 정지감, 분홍빛은 기억의 비현실성을 담당한다. 이 구분은 작품을 빠르게 읽게 한다. 동시에 작품마다 색의 의미가 일정한 방향으로 반복될 때 감정의 결이 단순해질 위험도 생긴다. 초록이 곧 생명, 붉은색이 곧 열정이나 긴장, 푸른색이 곧 고요로 연결되면 작품은 선명해지지만 오래 머무는 층위는 줄어든다.

색채가 작품의 밀도를 만드는 순간은 색과 대상이 서로를 밀어낼 때가 아니라 붙잡을 때다. ‘The Mystery Nature’에서 붉은 태양과 초록 풀숲은 자연의 에너지를 하나의 구조로 묶는다. ‘Ambition’에서 붉은 하늘과 도시 윤곽은 제목의 정서와 결합하며 긴장을 만든다. ‘Love Autumn’에서는 붉은 수목과 초록 산이 계절의 농도를 만든다. 반대로 색이 제목의 감정을 지나치게 빠르게 설명할 때 작품은 명료해지지만 해석의 여지는 줄어든다.

[박희열 인사이트②] 박희열의 초록과 붉은색, 생명감과 긴장의 색채.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한국 현대회화에서 강한 색채는 낯선 전략이 아니다. 자연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기보다 색의 감정으로 재구성하는 방식은 표현주의적 회화, 서정적 풍경화, 색채 중심 회화의 여러 흐름과 맞닿아 있다. 박희열의 회화는 전통 산수의 여백이나 묵색의 긴장을 따르지 않는다. 자연을 비워내기보다 채우고, 절제하기보다 색의 온도를 높인다. 이 선택은 작품을 대중적으로 읽히게 만들지만, 색채의 압력이 구성의 균형을 앞설 때 회화적 긴장은 약해질 수 있다.

박희열의 색채를 읽을 때 중요한 기준은 색의 선명함 자체가 아니다. 초록과 붉은색이 얼마나 강한가보다, 색이 산과 숲, 도시와 길, 꽃과 인물의 관계를 얼마나 설득력 있게 묶는지가 더 중요하다. 색이 대상의 구조와 맞물릴 때 풍경은 기억의 색으로 바뀐다. 색이 감정의 결론을 먼저 말할 때 풍경은 설명적인 이미지에 가까워진다.

‘Ambition’, ‘The Mystery Nature’, ‘Love Autumn’, ‘A Happy Day’, ‘Route of Dream’은 박희열 색채의 서로 다른 쓰임을 보여준다. 붉은 하늘은 욕망과 긴장을 만들고, 붉은 태양은 자연의 에너지를 밀어 올린다. 붉은 수목은 계절의 농도를, 노란 꽃과 초록 들판은 밝은 생명감을, 분홍빛 하늘과 산길은 기억과 이동의 감각을 만든다. 색이 자연을 바꾸는 방식은 작품마다 다르지만, 박희열 회화에서 풍경은 늘 색을 통과한 뒤 정서의 구조로 다시 놓인다.

박희열의 초록과 붉은색은 작품을 쉽게 각인시키는 힘을 갖는다. 동시에 반복되는 색채 공식이 작품의 해석을 빠르게 닫을 가능성도 품고 있다. 색과 대상이 긴밀하게 결합한 작품에서는 자연이 살아 있는 기억의 구조로 남고, 색이 감정의 설명으로 앞설 때는 풍경의 복합성이 줄어든다. 박희열 회화의 색채는 생명감과 긴장, 접근성과 단순화의 가능성을 함께 지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