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열 인사이트④] 박희열 회화의 인물과 새, 상징은 어디까지 열리는가

‘L 'appartment(Summer)’·‘A Moment of Serenity’·‘Namsan Buddist Heart’에 놓인 자유·고요·기원의 이미지

2026-06-30     박준식 기자
L 'appartment(Summer) 97 × 130cmAcrylic on csnvas

[KtN 박준식기자]박희열(Hee Yeol, Park)의 자연 회화에는 인물과 새, 불상과 바위가 자주 들어온다. 산과 숲, 물가와 길이 풍경의 바탕을 이룬다면, 인물과 새, 불상과 바위는 작품의 의미를 한곳으로 모으는 대상이다. 풍경은 배경으로 물러나지 않고, 인물과 상징물은 자연과 분리되지 않는다. 박희열의 회화에서 자연 속 존재들은 감정의 방향을 만들고, 관람자가 작품에 들어가는 통로가 된다.

‘L 'appartment(Summer)’는 인물과 새가 함께 놓인 대표적인 작품이다. 초록 숲 앞에 붉은 드레스를 입은 인물이 서 있고, 곁에는 붉은 새가 자리한다. 드레스와 새의 붉은색은 숲의 초록과 강하게 대비된다. 인물은 자연 안에 서 있지만 숲에 묻히지 않는다. 새 역시 주변 요소로 흩어지지 않고 인물과 나란히 작품의 중심 정서를 만든다.

이 작품에서 붉은 드레스와 새는 자유, 이동, 소통의 이미지로 읽히기 쉽다. 숲은 닫힌 공간처럼 밀집하지만, 인물의 옷자락과 새는 그 밀도를 가르며 움직임을 만든다. 상징은 분명하다. 관람자는 인물과 새의 관계를 비교적 빠르게 읽을 수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작품의 접근성이 생긴다. 다만 의미가 빠르게 잡히는 만큼 해석이 오래 지연되지는 않는다. 박희열의 상징이 가진 장점과 부담이 같은 작품 안에서 드러난다.

A Moment of Serenity 97 × 116.8cm Acrylic on canvas

‘A Moment of Serenity’는 인물 초상에 가까운 작품이다. 초록 배경 앞에 여성 인물이 정면에 가깝게 놓이고, 검은 머리와 붉은 의상, 보랏빛 장식이 강한 색의 대비를 이룬다. 표정은 과장되지 않는다. 얼굴의 세부 감정보다 색채와 자세가 정서를 먼저 만든다. 작품명에 담긴 ‘Serenity’는 고요와 평정을 가리키지만, 강한 색의 대비 때문에 고요는 단순한 안정감으로만 읽히지 않는다. 초록과 붉은색 사이에서 인물은 차분함과 긴장을 함께 품는다.

박희열의 인물화는 인물의 개별 서사를 세밀하게 설명하는 방향과는 거리가 있다. ‘A Moment of Serenity’에서 인물은 특정 인물의 삶을 상세히 말하기보다 내면의 상태를 상징하는 존재로 놓인다. 얼굴은 크게 흔들리지 않고, 시선은 감정을 바깥으로 쏟아내지 않는다. 감정은 표정에서 폭발하기보다 색채 속으로 가라앉는다. 초상이라기보다 내면의 정지를 다룬 회화에 가깝다.

Thought 72.7 × 50.0cm Acrylic on canvas

‘Thought’ 역시 사유의 상태를 제목으로 직접 제시한다. 작품명은 감상의 방향을 어느 정도 정해준다. 인물은 생각하는 존재로 읽히고, 정지된 자세와 표정은 내면을 향한 시선을 강화한다. 제목이 작품 해석을 돕는 동시에, 관람자가 다른 방향으로 오래 우회할 여지를 줄일 수도 있다. 박희열 회화에서 제목은 이미지와 거리를 두기보다 이미지의 감정 방향을 함께 밀어주는 경우가 많다.

" The heart of a Woman in the Forest "90.9 × 65.1cm Acrylic on canvas

‘The heart of a Woman in the Forest’는 숲속 인물을 다룬다. 인물은 자연 속에 놓였지만 자연과 완전히 섞이지 않는다. 숲은 밀도 높은 배경으로 작동하고, 인물은 그 안에서 감정의 초점이 된다. 제목은 여성의 마음과 숲을 직접 연결한다. 자연은 외부 풍경이 아니라 내면을 비추는 장소가 된다. 다만 제목이 해석의 방향을 강하게 제시하는 만큼, 작품을 읽는 길은 비교적 분명하게 좁혀진다.

새는 박희열 회화에서 반복되는 또 다른 상징이다. ‘The passion of a seagull’의 흰 갈매기는 보랏빛과 푸른빛이 섞인 배경 앞에 놓인다. 갈매기는 작은 생명체이면서도 독립된 초점으로 자리한다. 흰색의 몸은 주변 색과 뚜렷하게 구분되고, 새의 형태는 작품의 정서를 한곳으로 모은다. 제목에 들어간 ‘passion’은 갈매기를 단순한 자연 대상이 아니라 감정의 주체로 읽게 만든다.

" The passion of a seagull "55 × 46cm Acrylic on canvas

‘The passion of a seagull’에서 갈매기는 자유의 상징으로 쉽게 읽힌다. 날개와 바다, 이동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는 대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품 안의 갈매기는 거대한 비상보다 정지된 존재감에 가깝다. 배경의 보라와 푸른색은 격정보다 침묵에 가까운 분위기를 만들고, 갈매기는 그 안에서 조용한 집중점을 이룬다. 제목의 열정과 작품의 정지감이 서로 완전히 겹치지 않는 지점에서 작품의 긴장이 생긴다.

" Namsan Buddist Heart "90.9 × 65.1cm Acrylic on canvas

‘Namsan Buddist Heart’는 불상과 바위, 숲, 붉은 하늘을 결합한 작품이다. 불상은 구성 안에서 정적인 중심으로 놓이고, 바위는 주변의 무게를 잡는다. 숲과 붉은 하늘은 자연의 공간을 만들지만, 불상이 들어오면서 풍경은 사유와 기원의 장소로 바뀐다. 종교적 의미를 작가의 신앙이나 특정 의도로 단정할 수는 없다. 작품 안에서 불상은 자연 풍경을 정신적 공간으로 바꾸는 장치로 기능한다.

이 작품에서 바위는 단순한 자연물이 아니다. 바위는 불상 주변에 무게를 만들고, 숲과 하늘 사이에서 안정된 축을 제공한다. 박희열 회화에서 바위는 ‘A Museum Pond’의 수변 풍경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물과 꽃이 움직임을 만든다면, 바위는 시간을 멈추게 한다. ‘Namsan Buddist Heart’에서도 바위는 불상의 정지감과 맞물려 풍경의 속도를 낮춘다.

인물, 새, 불상은 서로 다른 대상이지만 박희열 회화 안에서는 비슷한 기능을 한다. 자연 속에 놓인 존재들이 작품의 의미를 모은다. 인물은 내면을, 새는 자유와 이동의 감각을, 불상은 침묵과 사유의 방향을 만든다. 대상은 쉽게 알아볼 수 있고, 상징도 비교적 빠르게 작동한다. 이 선명함은 관람자가 작품에 접근하는 데 도움을 준다.

상징의 선명함은 동시에 검토 지점이 된다. 새가 자유로, 불상이 기원으로, 숲속 인물이 내면으로 곧장 읽힐 때 작품의 의미는 빠르게 정리된다. 상징이 너무 매끄럽게 작동하면 관람자가 오래 머무를 여백은 줄어든다. 박희열의 상징 회화는 대상이 무엇을 뜻하는가보다, 대상과 색채, 구성이 얼마나 긴밀하게 맞물리는가에서 설득력을 얻는다.

‘L 'appartment(Summer)’에서 붉은 인물과 새가 초록 숲과 강하게 맞설 때 상징은 색채와 함께 살아난다. ‘A Moment of Serenity’에서 인물의 절제된 표정과 강한 색채가 충돌할 때 내면의 고요는 단순한 평온을 넘어선다. ‘The passion of a seagull’에서 제목의 열정과 갈매기의 정지감이 어긋날 때 작품은 더 오래 머무를 지점을 만든다. ‘Namsan Buddist Heart’에서 불상과 바위가 붉은 하늘과 숲 사이에 놓일 때 자연은 사유의 구조로 바뀐다.

[박희열 인사이트④] 박희열 회화의 인물과 새, 상징은 어디까지 열리는가. 사진=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박희열 회화에서 인물은 자연 바깥의 독립된 주인공으로 서지 않는다. 숲, 하늘, 물가, 바위와 함께 정서의 일부가 된다. 새와 불상도 마찬가지다. 대상은 풍경을 장식하지 않고 풍경의 의미를 바꾼다. 이 때문에 박희열의 자연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인간과 상징이 놓이는 심리적 공간으로 확장된다.

작품을 읽는 기준은 상징의 깊이를 단정하는 데 있지 않다. 붉은 드레스, 새, 불상, 바위, 숲속 인물은 모두 의미를 빠르게 불러오는 대상이다. 중요한 것은 그 의미가 작품 안에서 얼마나 견고하게 버티는가다. 색채와 대상이 느슨하게 연결되면 상징은 설명에 가까워지고, 색채·자세·구성이 함께 긴장을 만들면 상징은 작품의 밀도를 높인다.

박희열의 인물과 새, 불상과 바위는 자연 풍경 안에 놓인 정서의 좌표다. 자유와 고요, 열정과 침묵, 기원과 사유의 이미지는 작품을 여는 통로가 되지만, 동시에 해석을 빠르게 닫을 수 있는 장치이기도 하다. 박희열의 상징 회화는 대상이 익숙할수록 더 세밀하게 읽어야 한다. 작품의 힘은 상징이 무엇을 가리키는가보다, 상징이 색채와 자연의 구조 안에서 얼마나 오래 버티는가에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