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A]박희열 ‘Ambition’, 붉은 하늘 아래 검은 도시를 가로지른 초록 식생
97×116.8cm 아크릴 회화… 건축 윤곽과 식물 줄기가 만든 상승의 충돌
[KtN 박준식기자]붉은 하늘이 캔버스 위쪽을 넓게 덮고 있다. 아래쪽에는 검게 가라앉은 건축 윤곽이 이어지고, 초록 식생은 건물 앞을 가로지르며 위로 솟는다. 박희열(Hee Yeol, Park)의 ‘Ambition’은 도시를 밝은 성장의 상징으로만 세우지 않는다. 붉은 대기와 어두운 건물, 전면의 식물 줄기가 한자리에서 부딪히며 야심의 이미지를 불안정한 풍경으로 바꾼다.
‘Ambition’은 97×116.8cm 크기의 캔버스에 아크릴로 제작됐다. 박희열 회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초록과 붉은색의 대비가 이 작품에서도 강하게 작동한다. 다만 산과 들판, 연못을 다룬 작품들과 달리 ‘Ambition’에는 도시의 건축 윤곽이 뚜렷하게 들어온다. 자연은 도시 뒤로 물러서지 않고, 건물 앞에서 올라오며 작품의 시선을 먼저 붙잡는다.
붉은 하늘은 노을처럼 보이면서도 단순한 시간대의 설명으로 머물지 않는다. 검붉은 색, 자주색, 주황빛이 뒤섞인 하늘은 도시 위에 낮게 내려앉아 있다. 하늘이 밝게 열리기보다 두껍게 덮이면서, 아래쪽의 건물과 식생은 붉은 대기 아래 놓인 대상처럼 보인다. 하늘은 배경이 아니라 건축물과 식물을 함께 누르는 색의 층이다.
건축물은 어둡게 처리됐다. 왼쪽의 낮은 건물, 중앙의 각진 고층 윤곽, 오른쪽의 둥근 구조물은 모두 검은 덩어리에 가깝게 남는다. 초록빛 선들이 건물의 골격을 일부 드러내지만, 도시는 세밀한 구조로 설명되지 않는다. 밝은 창이나 거리의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붉은 하늘 아래 도시의 윤곽은 상승의 표지이면서 동시에 무겁게 가라앉은 실루엣으로 남는다.
초록 식생은 건물보다 앞에 놓인다. 아래쪽 풀은 짙은 초록으로 밀집하고, 중앙과 오른쪽의 줄기와 잎은 건축물의 전면을 가로지른다. 식물은 도시의 주변 장식이 아니다. 건물을 일부 가리고, 검은 윤곽 위로 자기 선을 세운다. 도시가 뒤쪽에서 어둡게 버티는 동안, 식생은 앞쪽에서 더 직접적으로 솟는다.
중앙의 가느다란 식물과 오른쪽의 큰 잎줄기는 건물의 수직선과 나란히 선다. 건축물의 선은 골격과 구조를 만들고, 식물의 선은 성장과 흔들림을 만든다. 두 수직선은 같은 방향으로 올라가지만 성격은 다르다. 건물은 무겁고, 식물은 살아 있으며, 하늘은 뜨겁다. ‘Ambition’에서 상승은 하나의 힘으로 정리되지 않고, 서로 다른 성질의 선들이 겹치며 만들어진다.
‘Ambition’이라는 말은 야심과 포부를 떠올리게 한다. 작품 안에서 야심은 성공의 이미지로 환하게 제시되지 않는다. 건물은 높이를 갖지만 어둡고, 하늘은 붉지만 명쾌하게 열리지 않으며, 식물은 자라나지만 도시를 완전히 지우지 못한다. 위로 향하는 힘은 분명하지만, 그 힘은 가볍게 뻗어나가기보다 붉은 대기와 검은 건물 사이에서 버틴다.
박희열의 붉은색은 이 작품에서 도시의 윤곽을 더 뜨겁게 만든다. 하늘이 푸르거나 회색이었다면 건축물과 식생의 관계는 더 차분하게 읽혔을 가능성이 크다. 붉은 하늘은 도시를 안정된 공간으로 두지 않고, 식생의 초록을 더 날카롭게 밀어 올린다. 붉은색과 초록의 대비는 작품을 빠르게 각인시키지만, 감정을 곧장 설명하는 방향으로 흐를 위험도 품고 있다.
검은 건축 윤곽은 붉은색의 열기를 붙잡는다. 하늘이 강하게 번지고 식생이 앞에서 솟아오르는 가운데, 건물은 낮고 무거운 리듬을 만든다. 도시의 선들은 완성된 질서보다 붉은 하늘 아래 남은 골격에 가깝다. 건물이 자세히 설명되지 않기 때문에, 관람자의 시선은 도시의 기능보다 실루엣과 식물의 충돌을 먼저 보게 된다.
자연과 도시는 이 작품에서 단순히 대립하지 않는다. 식물은 건물을 가리지만 지우지는 못하고, 건물은 식물 뒤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초록 줄기와 검은 건축 윤곽이 같은 자리에 겹치면서 도시와 자연은 서로의 영역을 침범한다. 박희열은 도시를 문명의 승리로, 자연을 순수한 대안으로 나누지 않는다. 두 힘은 붉은 하늘 아래에서 함께 버티고 있다.
박희열의 다른 풍경 작품에서 초록은 숲과 들판의 생명감을 만들고, 붉은색은 하늘과 태양, 수목의 온도를 높인다. ‘Ambition’에서는 그 색채 구조가 도시 풍경 안으로 들어온다. 초록은 식물의 생장을 만들고, 붉은색은 대기의 열기를 만든다. 검은 건물은 그 사이에서 도시의 무게를 남긴다. 자연의 색과 도시의 윤곽이 맞물리면서 작품은 평온한 풍경보다 힘겨루기의 장소로 바뀐다.
붉은 하늘만 남았다면 작품의 감정은 빠르게 닫혔을 수 있다. 검은 건물과 초록 식생이 함께 놓이면서 ‘Ambition’의 방향은 조금 더 복잡해진다. 하늘은 뜨겁게 덮고, 건물은 어둡게 남으며, 식물은 앞에서 솟는다. 어느 한 요소도 다른 요소를 완전히 밀어내지 못한다. 이 불완전한 균형이 작품의 밀도를 만든다.
‘Ambition’에서 도시는 밝게 빛나지 않는다. 검은 건축 윤곽은 붉은 하늘 아래 가라앉고, 초록 식생은 그 앞을 가로지르며 위로 솟는다. 하늘은 뜨겁고, 건물은 어둡고, 식물은 쉽게 물러서지 않는다. 박희열은 이 작품에서 야심을 성공의 이미지로 그리지 않는다. 붉은 대기와 검은 도시, 초록 생장이 서로를 밀고 누르는 자리에서 ‘Ambition’은 상승의 욕망이 아니라 버티는 힘의 풍경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