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스 컬렉션 5억 달러 밤①] 모딜리아니 누드 6390만 달러, 루이스 컬렉션 최고가의 조건

1917~18년작 ‘Nu assis au collier’, 희소성·출처·장기 보유가 만든 최상위 가격

2026-06-27     임민정 기자
Amadeo Modigliani, Nu assis au collier (1917-18). 사진= Sotheby’s.

[KtN 임민정기자]아메데오 모딜리아니(Amedeo Modigliani)의 1917~18년작 ‘Nu assis au collier’가 런던 소더비에서 수수료 포함 4820만 파운드, 6390만 달러에 낙찰됐다. 조 루이스(Joe Lewis) 컬렉션 세일에서 가장 높은 가격을 기록한 작품이다. 25점 가운데 24점이 팔린 단일 소장품 경매에서 모딜리아니의 인체 회화는 희소한 모던 걸작에 최상위 자금이 다시 반응하는 지점을 압축했다.

어두운 실내 배경 앞에 앉은 여성은 눈을 감고 있다. 길게 늘어난 얼굴과 목, 낮게 감긴 눈꺼풀, 가늘게 내려온 코와 작게 다문 입술은 모딜리아니 인물화의 전형적인 형식을 이룬다. 한 손은 목걸이에 닿아 있고, 다른 손은 무릎 위로 내려와 있다. 붉은 기가 도는 피부색은 검은 후경과 맞물려 인체의 윤곽을 더 선명하게 밀어낸다. 침대와 벽면은 최소한의 구조만 남기고 물러나 있으며, 시선은 인물의 선과 색에 오래 머문다.

‘Nu assis au collier’는 이번 루이스 컬렉션 세일의 가격 질서를 가장 먼저 설명하는 작품이다. 추정가는 4500만 파운드 이상으로 제시됐고, 최종 가격은 구매자 수수료를 포함해 4820만 파운드까지 올라갔다. 달러 환산가는 6390만 달러다. 추정가는 수수료를 제외한 금액이고, 보도된 최종가는 수수료를 포함한 가격이다. 고가 경매 결과를 읽을 때 두 숫자의 차이는 작품의 실제 가격대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모딜리아니의 누드 회화는 작가 시장에서 별도의 가격대를 형성해왔다. 1917~18년 파리에서 제작된 누드 연작은 생전 전시 당시에도 논란을 불렀고, 이후 작가의 짧은 생애와 맞물려 시장에서 희소성이 커졌다. ‘Nu assis au collier’는 노골적인 서사보다 선과 형태의 압축으로 인체를 세운다. 길게 정리된 얼굴, 비례를 달리한 목과 어깨, 따뜻한 살색과 어두운 배경의 대비는 관능성보다 조형적 간결함에 가깝다.

가격을 만든 조건은 작가명 하나로 설명되지 않는다. 작품은 1995년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조 루이스에게 넘어갔고, 약 30년 동안 루이스 컬렉션 안에 머문 뒤 다시 시장에 나왔다. 당시 매입가는 1240만 달러였다. 이번 낙찰가 6390만 달러는 표면상 매입가의 다섯 배를 넘지만, 미술품 수익률은 낙찰가만으로 계산하기 어렵다. 장기 보유 기간 동안의 보험료, 보관비, 컨디션 관리 비용, 세금, 경매 수수료, 환율, 기회비용을 제외한 금액이기 때문이다.

고가 미술품 시장에서 장기 보유 이력은 가격의 일부가 된다. 자주 거래된 작품보다 오랜 기간 주요 컬렉션에 머문 작품은 경매장에 나왔을 때 더 강한 주목을 받는다. 작품의 상태와 출처가 명확하고, 전시·문헌 이력이 축적돼 있을수록 가격 방어력도 커진다. ‘Nu assis au collier’는 작가의 대표적 주제, 1917~18년이라는 제작 시기, 오랜 소장 이력, 단일 컬렉션 세일의 서사가 한 점에 겹친 경우다.

이번 경매가 더 눈에 띈 대목은 보증 없는 구조였다. 루이스 컬렉션 25점에는 보증이 붙지 않았고, 이 가운데 미판매는 1점에 그쳤다. 보증은 고가 작품이 일정 금액 이상 팔리도록 경매사나 제3자가 위험을 나눠 갖는 장치다. 보증 없이도 모딜리아니 누드가 6390만 달러에 거래됐다는 사실은 작품의 희소성과 컬렉션의 이름이 충분히 강할 때 경매장이 별도의 안전장치 없이도 수요를 끌어낼 수 있음을 뜻한다.

루이스 컬렉션 전체 결과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단일 소장품 세일은 2억9630만 파운드, 3억9260만 달러를 기록했고, 이어 열린 모던·컨템퍼러리 세일까지 포함한 소더비의 이날 밤 총액은 3억9340만 파운드, 5억2070만 달러에 이르렀다. 다만 이 숫자를 미술시장 전반의 회복으로 넓혀 쓰기는 어렵다. 가격은 최상위 작가, 희소 작품, 강한 출처가 결합한 좁은 구간에 집중됐다.

팬데믹 이후 동시대미술 일부에서는 젊은 작가 작품의 빠른 상승과 조정이 반복됐다. 반면 이번 세일의 상위권에는 모딜리아니, 클림트, 프로이트, 실레처럼 이미 미술사적 위치가 굳어진 작가들이 놓였다. 구매자는 유행의 속도보다 검증된 시간에 더 큰 금액을 지불했다. 특히 인체와 초상, 누드처럼 미술사적 계보가 분명한 장르는 최상위 시장에서 여전히 강한 설득력을 가졌다.

모딜리아니 누드의 6390만 달러 낙찰은 자극적인 주제가 만든 단발성 가격이 아니다. 인물의 형식을 독자적으로 구축한 작가의 위치, 시장에 자주 나오지 않는 주요 시기 작품, 30년 가까운 보유 이력, 단일 컬렉션 세일의 집중도가 함께 만든 결과다. 작품은 한 점의 회화로 팔렸지만, 구매자가 지불한 가격 안에는 작품이 거쳐온 시간과 소유의 기록이 함께 들어갔다.

런던 소더비의 기록적인 밤에서 모딜리아니의 ‘Nu assis au collier’는 루이스 컬렉션의 최고가 작품이 됐다. 6390만 달러라는 가격은 최상위 미술시장이 다시 넓어졌다는 신호가 아니라, 더 좁고 까다로운 조건을 통과한 작품에 자금이 집중되고 있다는 결과에 가깝다. 작가명만으로 가격이 움직이는 시기는 지나가고 있다. 지금의 고가 경매장은 작품의 희소성, 출처, 보유 기간, 전시·문헌 이력까지 함께 계산하는 시장으로 바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