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 로랑 2027 여름 남성복④] 테크니컬 블루종과 블랙 수트, 기능복을 테일러링으로 끌어올린 방식
앤서니 바카렐로, 허리선·벨트·광택으로 스포츠웨어와 포멀웨어의 경계 조정
[KtN 임우경기자]생 로랑(Saint Laurent) 2027 여름 남성복은 수트만으로 짜인 컬렉션이 아니었다. 앤서니 바카렐로(Anthony Vaccarello)는 테크니컬 블루종, 하이웨이스트 팬츠, 블랙 수트, 유광 트렌치코트를 한 흐름 안에 놓으며 기능복과 포멀웨어의 간격을 좁혔다. 옷의 출발점은 서로 다르지만, 넓은 어깨와 높게 잡은 허리선, 손을 넣은 포켓, 발끝의 광택이 반복되며 생 로랑식 남성 실루엣으로 정리됐다.
라임빛에 가까운 옐로 블루종은 컬렉션의 기능적 면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낸다. 얇고 바스락거리는 질감의 소재는 몸에서 살짝 떠 있고, 소매와 상체에는 공기를 머금은 듯한 볼륨이 생긴다. 지퍼와 스냅, 하이넥 디테일은 스포츠웨어의 구조를 가져오지만, 하의는 깊은 주름의 그레이 테일러드 팬츠로 맞춰졌다. 상체의 가벼운 블루종과 하체의 무게감 있는 팬츠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착장의 중심은 허리선에 모인다.
허리에는 검은 벨트와 광택 있는 소재가 겹쳐진다. 벨트는 장식보다 구조에 가깝다. 부풀어 오른 블루종의 밑단을 잡아주고, 팬츠의 높은 허리를 더 또렷하게 만든다. 발끝의 투톤 유광 슈즈는 그레이 팬츠의 차분함을 바닥에서 한 번 끊는다. 기능복의 가벼움이 그대로 흘러내리지 않는 이유는 팬츠와 벨트, 슈즈가 각기 다른 방식으로 무게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블랙 수트는 같은 흐름을 가장 엄격한 방식으로 보여준다. 재킷은 넓은 어깨와 긴 라펠을 갖고, 앞 중심은 깊게 열렸다. 가슴 부근에는 골드 장식이 놓여 단색의 블랙 안에서 시선을 모은다. 팬츠는 발목이 드러나는 길이로 내려오고, 와인빛이 섞인 유광 슈즈가 검은 수트의 긴장을 낮은 위치에서 받아낸다. 블랙 수트는 전통적인 포멀웨어의 언어를 유지하면서도, 맨살과 장식 버튼으로 관능을 절제된 방식으로 끌어들인다.
샴페인 골드 계열 블루종은 기능복과 광택 소재의 결합을 보여준다. 상체는 부드러운 금속성 빛을 띠고, 목 주변은 높게 올라온 칼라와 여밈으로 감긴다. 블루종은 팬츠 안으로 넣어 입었고, 검은 하이웨이스트 팬츠는 허리에서 강하게 조여진다. 골드 톤 상의가 넓은 면으로 빛을 받는 동안, 검은 팬츠는 하체를 길고 무겁게 정리한다. 상체의 광택과 하체의 어둠이 맞붙는 지점에서 컬렉션의 밀도가 만들어진다.
파우더 블루 블루종은 같은 구조를 더 차갑고 부드러운 색으로 옮긴다. 블루종의 실루엣은 여전히 느슨하지만, 검은 팬츠와 벨트가 허리를 단단히 잡는다. 파란색 상의는 얼굴과 상체 주변을 밝히고, 검은 하의는 전체 착장을 아래로 눌러준다. 골드 톤 슈즈는 블루와 블랙 사이에 의외의 반사광을 넣는다. 색은 가벼워졌지만, 실루엣은 흐트러지지 않는다.
블랙 유광 트렌치코트는 기능복의 표면감을 극단적으로 밀어붙인 착장이다. 코트는 넓은 칼라와 풍성한 소매, 허리를 조인 벨트로 큰 부피를 통제한다. 소재는 빛을 강하게 받아 주름마다 다른 반사를 만들고, 목을 감싼 검은 패브릭은 얼굴 아래를 단단하게 정리한다. 긴 코트는 몸을 덮지만, 벨트가 허리를 묶으면서 실루엣은 느슨하게 퍼지지 않는다. 블랙은 단색이지만, 표면의 광택 때문에 같은 검은색 안에서도 여러 층으로 보인다.
블랙 수트는 컬렉션의 가장 간결한 결론에 가깝다. 재킷은 어깨를 크게 세우고, 안쪽을 비운 채 한 점의 골드 장식으로 앞 중심을 잡았다. 팬츠는 자연스럽게 내려오며, 브라운 계열 유광 슈즈가 검은 착장을 지나치게 무겁게 만들지 않는다. 상체의 빈 공간과 단단한 어깨선이 함께 놓이면서 수트는 권위와 노출 사이에 선다. 생 로랑이 이번 시즌 반복한 절제의 방식이 가장 적은 요소로 압축된다.
테크니컬 블루종과 블랙 수트는 서로 다른 옷처럼 보이지만, 바카렐로의 구성 안에서는 같은 원리로 움직인다. 블루종은 벨트와 하이웨이스트 팬츠를 통해 테일러링의 질서 안으로 들어오고, 수트는 맨살과 장식 버튼, 유광 슈즈를 통해 포멀웨어의 엄격함에서 조금 벗어난다. 기능복은 더 단정해지고, 수트는 더 관능적으로 낮아진다.
생 로랑 2027 여름 남성복의 네 번째 흐름은 소재의 성격을 바꾸는 데 있다. 나일론처럼 가벼운 블루종, 금속성 빛을 품은 상의, 검은 유광 트렌치코트, 매트한 블랙 수트가 같은 공간에 놓이며 남성복의 표면을 넓힌다. 앤서니 바카렐로는 스포츠웨어를 캐주얼하게 풀지 않고, 포멀웨어를 낡은 격식에 가두지 않는다. 허리선과 벨트, 어깨의 각도, 발끝의 광택이 서로 맞물리며 기능복과 수트 사이에 생 로랑 특유의 차갑고 절제된 남성성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