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is Vuitton①] 루이비통 SS27, 서핑과 댄디즘을 겹친 퍼렐식 남성복
파리 모래 런웨이 위 웻수트 질감·느슨한 수트·유리벽 캠퍼로 확장한 여행의 문법
[KtN 박인경기자]루이비통(Louis Vuitton)이 파리에서 퍼렐 윌리엄스(Pharrell Williams)의 2027 봄·여름 남성 컬렉션을 공개했다. 남성복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퍼렐 윌리엄스는 이번 시즌 서핑 문화와 댄디즘을 한 무대에 올렸다. 모래가 깔린 야외 런웨이, 거대한 파도 구조물, 유리벽 캠퍼, 웻수트 질감과 느슨한 테일러링은 루이비통 남성복이 ‘여행’의 언어를 다시 현재형으로 바꾸는 방식이었다.
파리 남성복 패션위크 첫날, 루이비통 쇼장은 해변의 지형을 빌린 공간으로 바뀌었다. 모래 위에는 파도 구조물이 세워졌고, 런웨이 한쪽에는 은빛 캠퍼가 놓였다. 달빛과 별빛 아래 진행된 쇼는 도시와 해변 사이에 선 남성을 전면에 세웠다. 퍼렐 윌리엄스가 루이비통 남성복에서 반복해온 이동, 음악, 스트리트 문화, 셀러브리티 네트워크는 이번 시즌 서핑이라는 생활 방식으로 모였다.
컬렉션의 출발점은 서핑 전통과 댄디 경험의 결합이다. 웻수트는 기능복의 형태로 남지 않고, 테일러링과 맞물려 새로운 남성복 표면이 됐다. 해변에서 입는 옷과 도시에서 입는 옷을 분리하지 않고, 루이비통은 두 영역을 하나의 이동식 옷장으로 묶었다. 바다를 향한 옷차림과 파리의 정장 문화가 한 컬렉션 안에서 겹치며, 남성복의 격식은 한층 느슨해졌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변화는 소재와 질감이었다. 웻수트에서 가져온 탄성 있는 표면, 햇빛과 소금기에 닳은 듯한 데님, 패치 장식 아우터, 비즈 장식 봄버, 로브형 코트가 이어졌다. 손으로 꼰 듯한 질감과 바다를 연상시키는 장식은 해변의 자유로운 분위기를 만들었고, 테일러링과 가죽 액세서리는 루이비통이 오랫동안 쌓아온 하우스 코드를 붙잡았다.
수트는 각을 세운 권위보다 이동성에 가까웠다. 재킷과 팬츠의 실루엣은 몸을 조이는 방식보다 해변과 도시를 오갈 수 있는 여유를 택했다. 셔츠, 니트, 보드쇼츠, 아우터는 각각의 용도를 강하게 주장하지 않고, 서로 겹쳐 입을 수 있는 층위로 놓였다. 퍼렐 윌리엄스가 제시한 댄디는 정장을 고수하는 남성이 아니라, 수트 위에 해변의 감각을 덧입는 인물에 가까웠다.
서핑보드는 루이비통의 여행 서사를 직접 드러내는 물건으로 등장했다. 트렁크와 가방으로 출발한 루이비통의 역사는 이번 쇼에서 캠퍼, 보드, 해변 장비로 확장됐다. 로고 서핑보드는 휴양지의 장식에 머물지 않고, 브랜드가 오랫동안 다뤄온 이동성과 소유의 감각을 새로운 형태로 보여줬다. 여행 가방을 들고 도시를 이동하던 고객은 이제 보드와 캠퍼를 통해 해변까지 확장된 생활 방식을 소비하는 인물로 재설정됐다.
루이비통 SS27의 남성상은 정장과 스포츠웨어 사이의 중간 지대에 놓인다. 기존 럭셔리 남성복에서 수트는 사회적 지위와 격식을 대표했고, 스포츠웨어는 활동성과 젊은 이미지를 맡아왔다. 이번 컬렉션은 웻수트 질감과 수트 실루엣을 나란히 세우며 두 언어를 충돌시키지 않았다. 해변의 기능복은 도시의 외출복으로 옮겨졌고, 테일러링은 엄격한 오피스웨어가 아니라 여행자의 옷으로 느슨해졌다.
색감과 장식도 서핑 문화를 직접 가져오기보다 루이비통식 표면으로 재가공됐다. 햇볕에 바랜 소재, 손맛이 남은 텍스처, 바다를 떠올리게 하는 장식은 휴양지 이미지를 만들면서도 과도하게 가볍지 않았다. 비즈 장식과 패치워크는 보헤미안 분위기를 더했고, 테일러링과 가죽 액세서리는 럭셔리 하우스의 밀도를 유지했다. 컬렉션은 해변의 자유로움을 말하면서도 장인정신과 여행의 코드를 놓지 않았다.
무대 연출은 옷의 방향을 압축적으로 보여줬다. 높이 약 8m 규모의 파도 구조물, 모래가 깔린 런웨이, 은빛 캠퍼는 컬렉션의 서사를 하나의 공간으로 묶었다. 파리는 쇼 기간 폭염을 겪었고, 대형 물 구조물과 공공공간 활용을 둘러싼 논란도 뒤따랐다. 물은 폐쇄형 시스템으로 사용된 뒤 파리 하수 시스템으로 되돌아갔고, 모래는 현장 배구장과 재활용 파트너를 통해 재사용될 예정으로 알려졌다.
쇼의 규모는 퍼렐 윌리엄스 체제 루이비통의 특징을 다시 드러냈다. 퍼렐 윌리엄스는 음악, 스트리트 문화, 스포츠 코드, 셀러브리티 네트워크를 남성복 안으로 끌어들이는 데 익숙한 인물이다. 이번 시즌에는 서핑이라는 전 세계적 라이프스타일 문화를 중심에 놓고, 도시 남성복의 문법을 해변 쪽으로 밀어냈다. 다만 거대한 파도 구조물과 모래 런웨이가 옷보다 먼저 소비될 위험도 함께 남았다. 쇼가 강한 이미지를 만들수록 컬렉션의 실루엣과 소재, 실제 판매 라인의 완성도는 더 엄격하게 평가받게 된다.
루이비통 SS27은 서핑을 휴양지의 장식으로만 쓰지 않았다. 웻수트의 기능성, 수트의 형식성, 데님의 낡은 질감, 캠퍼와 서핑보드의 이동성은 하나의 남성복 세계로 연결됐다. 퍼렐 윌리엄스가 제시한 서퍼 댄디는 바다와 도시 사이에 서 있는 인물이자, 루이비통이 다음 시즌 남성복에서 팔고자 하는 생활 방식의 압축형이다. 판매 가격, 국내 입고 품목, 실제 제품 구성은 추가 확인이 필요한 영역으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