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E des GARÇONS HOMME PLUS SS27④] 포인티 부츠의 귀환, 행진을 춤으로 바꾼 신발

‘If The War Were To End..’의 풋웨어 분석 2015년 ‘Jugo’ 부츠에서 Mexicana 협업까지 이어진 컬트 신발의 재등장

2026-07-01     임우경 기자
COMME des GARÇONS HOMME PLUS SS27 Debuts Dual-Act Show "If The War Were To End..". 사진=COMME des GARÇONS,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임우경기자]꼼데가르송 옴므 플러스(COMME des GARÇONS HOMME PLUS) 2027 봄·여름 남성복 컬렉션에서 신발은 착장의 마지막 장식에 머물지 않았다. 길게 뻗은 앞코, 위로 말린 곡선, 걷는 동작을 과장하는 형태가 런웨이의 속도를 바꿨다. 가와쿠보 레이(Rei Kawakubo)는 ‘If The War Were To End..’라는 제목 아래 전쟁 이후의 남성복을 밝은 색과 느슨한 비율로 풀었고, 포인티 부츠는 군화와 전투화의 무게를 밀어낸 가장 강한 장치로 등장했다.

멕시칸 포인티 부츠는 꼼데가르송 옴므 플러스의 낯선 선택이 아니었다. 2015년 봄·여름 시즌 ‘Jugo’ 부츠는 멕시코 구아라체로 부츠에서 출발한 디자인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부츠는 지나치게 길게 뻗은 앞코, 발목을 감싸는 구조, 옆면의 탄성 패널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SS27의 귀환은 단순한 복각보다 아카이브를 현재의 쇼 문법 안에 다시 배치한 선택에 가깝다.

COMME des GARÇONS HOMME PLUS SS27 Debuts Dual-Act Show "If The War Were To End..". 사진=COMME des GARÇONS,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이번 시즌의 포인티 부츠는 2015년 부츠가 남긴 기억을 다시 불러오되, 컬렉션 전체의 색채와 비율 안에서 다른 역할을 맡았다. 2015년의 부츠가 과장 그 자체로 충격을 만들었다면, SS27의 부츠는 스트라이프 코트, 파스텔 카무플라주, 쇼츠와 스커트 레이어 사이에서 보행의 리듬을 바꿨다. 길어진 앞코는 발끝을 시선의 끝으로 끌고 갔고, 위로 휘어진 곡선은 걸음을 직선 행진보다 춤에 가까운 동작으로 보이게 했다.

전쟁 이후를 상상한 컬렉션에서 신발의 역할은 특히 중요하다. 군복의 아래에는 군화가 놓인다. 군화는 발을 보호하고, 땅을 단단히 딛게 하며, 같은 속도로 걷는 몸을 만든다. 꼼데가르송 옴므 플러스 SS27의 포인티 부츠는 그런 기능과 거리를 둔다. 발을 효율적으로 감추거나 보호하기보다, 발끝을 과장해 몸의 움직임을 드러낸다. 전투의 보폭이 아니라 무대의 보폭, 행진의 질서가 아니라 축제의 과잉에 가까운 신발이다.

COMME des GARÇONS HOMME PLUS SS27 Debuts Dual-Act Show "If The War Were To End..". 사진=COMME des GARÇONS,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길게 뻗은 앞코는 착장의 비율도 바꿨다. 긴 코트와 프록코트, 헐렁한 쇼츠, 스커트 레이어가 만든 상하 비율은 발끝에서 한 번 더 늘어났다. 신발이 작고 얌전했다면 시선은 코트와 문양에서 멈췄을 것이다. 포인티 부츠는 발끝까지 착장의 긴장을 밀어내며, 몸 전체를 하나의 이상한 실루엣으로 만들었다. 옷의 과장은 상체와 하체에만 머물지 않고, 바닥에 닿는 지점까지 이어졌다.

멕시칸 댄싱 부츠의 문화적 출처도 이번 분석에서 빠질 수 없다. 구아라체로 부츠는 멕시코의 댄스 문화와 연결된 신발로 알려져 있으며, 길게 뻗은 앞코는 춤의 동작과 시각적 경쟁 안에서 의미를 얻었다. 꼼데가르송 옴므 플러스는 이 형태를 런웨이의 조형 언어로 끌어왔다. 다만 원문화의 맥락을 지운 채 ‘기괴한 신발’로만 소비하면, 부츠가 가진 문화적 배경은 사라진다. SS27의 부츠를 읽을 때는 디자인의 충격과 함께 출처가 되는 춤 문화의 맥락도 함께 놓아야 한다.

COMME des GARÇONS HOMME PLUS SS27 Debuts Dual-Act Show "If The War Were To End..". 사진=COMME des GARÇONS,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Mexicana와의 협업은 이번 부츠의 물성을 뒷받침한다. 런웨이에 등장한 부츠는 단지 과장된 조형물이 아니라, 서부 부츠와 무대적 신발의 계보를 럭셔리 남성복 안으로 끌어온 결과물이다. 꼼데가르송 옴므 플러스는 이미 여러 시즌에 걸쳐 구두, 부츠, 더비 슈즈, 스니커즈 협업을 남성복 실험의 일부로 활용해왔다. SS27에서도 George Cox와 Kids Love Gaite 협업 신발이 함께 등장하며, 풋웨어는 컬렉션의 부속품이 아니라 별도의 축으로 확장됐다.

George Cox는 영국 크리퍼와 서브컬처 신발의 기억을 가진 이름이다. Kids Love Gaite는 일본 남성복과 구두 문화 안에서 비교적 정교한 구두 실루엣을 다뤄온 브랜드로 분류된다. 두 협업은 포인티 부츠처럼 극단적인 조형은 아니더라도, 꼼데가르송 옴므 플러스가 신발을 통해 남성복의 태도를 조정하는 방식을 보여준다. 신발은 발을 보호하는 기능을 넘어, 착장의 계급감, 서브컬처, 유머, 아카이브를 한꺼번에 드러내는 매개가 됐다.

포인티 부츠의 귀환은 최근 패션계의 아카이브 활용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럭셔리 브랜드들은 과거 컬렉션의 상징적 아이템을 다시 불러와 현재의 시장과 팬덤을 연결한다. 다만 꼼데가르송 옴므 플러스의 방식은 향수에 기대는 복고와 다르다. 2015년 부츠의 충격을 그대로 반복하기보다, ‘If The War Were To End..’라는 시즌의 문장 안에서 다시 의미를 얻도록 배치했다. 전쟁의 신발이 아니라 전쟁 이후의 과장된 발끝으로 바뀐 셈이다.

COMME des GARÇONS HOMME PLUS SS27 Debuts Dual-Act Show "If The War Were To End..". 사진=COMME des GARÇONS,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상업성의 측면에서도 포인티 부츠는 일반적인 히트 상품과 다른 위치에 있다. 긴 앞코와 강한 형태는 대중적 착용성을 넓히기보다 컬렉터, 편집숍, 브랜드 팬덤의 욕망을 자극한다. 많은 사람이 매일 신을 신발이라기보다, 브랜드가 어떤 상상력을 가졌는지 단번에 보여주는 물건에 가깝다. 꼼데가르송 옴므 플러스는 이 지점을 잘 알고 있다. 런웨이에서 신발은 판매 가능한 제품이면서 동시에 컬렉션의 이미지를 압축하는 상징물로 작동했다.

이번 부츠가 컬렉션 안에서 갖는 힘은 옷과 따로 놀지 않는 데 있다. 파스텔 카무플라주가 군복의 문양을 부드럽게 바꾸고, 스트라이프 코트가 남성복의 질서를 흔들고, 쇼츠와 스커트가 하반신의 비율을 바꾸는 동안, 포인티 부츠는 걷는 방식 자체를 달라 보이게 했다. 옷이 방어를 내려놓았다면, 신발은 행진을 내려놓았다. 그래서 SS27의 풋웨어는 컬렉션의 마지막 장식이 아니라, 전쟁 이후의 몸을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장치가 됐다.

꼼데가르송 옴므 플러스 SS27의 포인티 부츠는 2015년 ‘Jugo’ 부츠의 기억을 다시 꺼낸 아카이브이자, ‘If The War Were To End..’라는 시즌 제목을 발끝에서 완성한 장치였다. 길게 뻗고 위로 말린 앞코는 군화의 단단한 보폭과 거리를 만들었고, 스트라이프 코트와 파스텔 카무플라주, 쇼츠와 스커트 레이어가 만든 느슨한 남성복에 과장된 움직임을 더했다. 이번 컬렉션에서 신발은 발을 보호하는 물건보다 몸의 리듬을 바꾸는 물건에 가까웠다. 전쟁 이후를 상상한 남성복은 군화가 아니라 춤에 가까운 부츠를 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