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SHIOTSUKI SS27③] SOSHIOTSUKI SS27 패션 트렌드, 바랜 색으로 바꾼 봄여름 남성복

드라이 베이지·적갈색·페이드 블루에 담긴 시간의 질감

2026-06-30     박인경 기자
SOSHIOTSUKI SS27 Subverts Tailoring with Dalí-Inspired "Melting" Silhouettes 사진=SOSHIOTSUKI,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박인경기자]소시오츠키(SOSHIOTSUKI)의 2027 봄여름 컬렉션은 선명한 계절색보다 빛이 빠진 색을 앞세웠다. 드라이 베이지, 점토빛 적갈색, 햇빛에 바랜 블루 계열이 재킷과 팬츠, 셔츠, 쇼츠의 실루엣을 따라 이어졌다. 봄여름 컬렉션에서 흔히 기대되는 청량한 색감보다 마른 공기와 햇빛을 오래 통과한 듯한 색채가 컬렉션 전반을 지배했다.

오쓰키 소시(Soshi Otsuki)가 전개하는 소시오츠키는 SS27 컬렉션 ‘The Persistence of Memory’에서 시간의 감각을 형태뿐 아니라 색과 소재로도 옮겼다. 칼라와 라펠, 여밈이 녹아내리는 듯한 실루엣을 만들었다면, 소재와 색은 오래된 옷에 남는 건조함과 색의 흐림을 담당했다. 컬렉션 전체는 막 생산된 새 옷의 선명함보다 이미 착용자의 시간 속을 지나온 듯한 인상에 가까웠다.

SOSHIOTSUKI SS27 Subverts Tailoring with Dalí-Inspired "Melting" Silhouettes 사진=SOSHIOTSUKI,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드라이 베이지는 컬렉션의 바탕을 잡는다. 밝지만 깨끗하게 빛나지 않고, 마른 흙이나 오래된 리넨처럼 수분이 빠진 분위기를 만든다. 점토빛 적갈색은 따뜻한 색이지만 화려하게 튀지 않는다. 햇빛에 바랜 블루 계열은 여름의 청량함보다 시간이 지나 색이 옅어진 셔츠나 작업복의 기억에 더 가깝다. 세 색은 계절감을 직접 드러내기보다, 옷에 축적된 시간을 색으로 번역한다.

소재 선택도 같은 흐름 위에 놓인다. 울과 리넨은 서로 다른 경사와 위사를 활용해 단색처럼 보이면서도 깊이를 남긴다. 빛의 각도와 움직임에 따라 색이 납작하게 멈추지 않고, 직물 안쪽에서 미세하게 달라진다. 코튼 계열은 의복 염색과 워싱을 거쳐 처음부터 오래 입은 옷의 감각을 갖는다. 색을 입힌 뒤 다시 씻어내는 과정은 새 옷에 시간의 흔적을 먼저 넣는 방식이다.

SOSHIOTSUKI SS27 Subverts Tailoring with Dalí-Inspired "Melting" Silhouettes 사진=SOSHIOTSUKI,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봄여름 남성복에서 가벼움은 대개 얇은 소재와 밝은 색, 넉넉한 실루엣으로 표현돼왔다. 소시오츠키 SS27은 같은 계절을 다루면서도 방향을 다르게 잡았다. 소재는 가벼워졌지만 색은 선명해지지 않았다. 실루엣은 느슨해졌지만 옷의 표정은 밝게 들뜨지 않았다. 휴양지의 옷차림을 다루면서도 해변의 즉각적인 쾌감보다, 오래된 휴가지 사진처럼 색이 바랜 기억에 가까운 정서를 만들었다.

20년 이상 전의 직물을 재현한 접근은 컬렉션의 시간성을 더 분명하게 만든다. 복고풍 무늬나 과거 유행의 직접적인 재현이 아니라, 오래된 텍스타일이 가진 밀도와 색의 흐림을 현재의 옷으로 옮기는 방식이다. 낡은 것을 그대로 되살리는 데 목적이 있지 않다. 과거의 소재감이 현재의 패턴과 실루엣 안에서 다시 작동하도록 만든다.

SOSHIOTSUKI SS27 Subverts Tailoring with Dalí-Inspired "Melting" Silhouettes 사진=SOSHIOTSUKI,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소시오츠키의 소재 감각은 일본 생산이라는 조건과도 맞물린다. 컬렉션은 일본에서 제작됐고, 새롭게 개발한 오리지널 원단과 과거 직물의 재현을 함께 사용했다. 패턴, 염색, 워싱, 마감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야 가능한 방식이다. 색과 소재의 미묘한 차이를 컬렉션 전체의 언어로 만들려면, 디자인 단계의 아이디어만으로는 부족하다. 원단 개발과 가공, 봉제의 세부 조율이 함께 따라와야 한다.

최근 남성복에서 ‘조용한 존재감’은 중요한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로고와 장식, 강한 색으로 눈에 띄기보다 소재의 깊이, 색의 농도, 착용 기간이 남기는 변화를 앞세우는 방식이다. 소시오츠키 SS27도 같은 흐름과 맞닿아 있다. 다만 단정한 미니멀리즘으로 물러서지 않고, 녹아내린 듯한 테일러링과 바랜 색을 함께 놓으며 더 불안정한 아름다움을 만든다.

SOSHIOTSUKI SS27 Subverts Tailoring with Dalí-Inspired "Melting" Silhouettes 사진=SOSHIOTSUKI,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컬렉션의 색채는 노스탤지어를 직접 말하지 않는다. 대신 오래 입은 옷의 색, 햇빛에 노출된 직물, 건조한 공기를 지난 리넨과 코튼의 감각을 통해 기억의 층을 만든다. 옷은 새것이지만 색은 새것처럼 행동하지 않는다. 착용자가 입기 전부터 이미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듯한 상태로 놓인다.

소재와 색의 선택은 2027 봄여름 남성복의 한 흐름을 압축한다. 남성복은 더 가볍고 편안해지고 있지만, 모든 변화가 밝고 경쾌한 방향으로만 움직이지는 않는다. 소시오츠키 SS27은 편안함 안에 건조한 색과 오래된 소재감을 넣었다. 계절의 가벼움과 시간의 무게가 같은 옷 안에서 만난다.

SOSHIOTSUKI SS27 Subverts Tailoring with Dalí-Inspired "Melting" Silhouettes 사진=SOSHIOTSUKI,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소시오츠키 SS27의 패션 트렌드는 색을 크게 외치는 방식이 아니다. 드라이 베이지, 점토빛 적갈색, 바랜 블루는 컬렉션의 분위기를 낮은 온도로 끌고 간다. 울과 리넨, 의복 염색 코튼, 재현 텍스타일은 새 시즌의 옷에 오래된 시간의 결을 입힌다. 2027 봄여름 남성복에서 소시오츠키가 꺼낸 변화는 더 화려한 계절감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며 깊어지는 색과 소재의 설득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