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생 살해’ 장윤기 물품 폐기…현직 경찰관 부친, 친족 특례로 입건 제외

[분석 리포트] 압수수색 뒤 원룸 정리 과정서 개인 물품 폐기 장윤기 증거 물품 없앤 부친은 현직 경찰…처벌 막은 ‘친족 특례’ 논란 검찰 보완수사서 성범죄 목적 판단 근거 추가 확인 정성호 법무장관 “친족 특례 개선 검토 필요”

2026-07-02     김 규운 기자
‘여고생 살해’ 장윤기 물품 폐기…현직 경찰관 부친, 친족 특례로 입건 제외  사진=2026. 07.02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김 규운기자]  ‘광주 여고생 살해’ 피고인 장윤기의 범행 목적 분석에 활용된 개인 물품 일부가 수사 초기 압수수색 뒤 가족에 의해 폐기된 사실이 확인됐다. 물품을 폐기한 인물은 현직 경찰관인 장윤기의 부친이었다. 검찰은 친족이 가족을 위해 증거를 인멸한 경우 처벌하지 않는 형법상 특례를 고려해 장윤기의 부모를 형사입건하지 않았다.

□ 사건 사흘 뒤 원룸 정리…보존 조치 없던 물품 폐기

장윤기의 부친은 사건 발생 사흘 뒤인 5월 8일 광주 광산구에 있는 장윤기의 원룸을 정리했다. 압수수색 영장 집행으로 주요 증거물 확보가 끝난 뒤였고, 경찰은 원룸에 별도의 보존 조치를 하지 않았다.

장윤기의 부친은 원룸 안에 있던 물건을 치우는 과정에서 성인용품 리얼돌을 해체해 폐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리얼돌에서 장윤기의 유전자정보와 감식 보고서, 훼손 상태를 촬영한 영상 등을 확보했기 때문에 부피가 큰 실물을 증거물로 수거할 필요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판단은 달랐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훼손된 리얼돌 등을 장윤기의 범행 목적을 뒷받침하는 주요 근거로 보고, 일반 살인죄보다 무거운 강간살인죄를 적용해 장윤기를 재판에 넘겼다. 실물은 이미 폐기된 상태였고, 재판에는 경찰이 촬영한 영상 등 자료가 증거로 제출됐다.

□ 피처폰 소각, SUV 블랙박스 메모리카드 뒤늦게 확보

장윤기의 부친은 장윤기가 중고등학교 재학 시절 사용했던 구형 휴대전화 여러 대도 소각해 없앤 것으로 전해졌다. 장윤기의 부모는 아들이 구속된 뒤 전남 지역 농촌 마을에 임시 거처를 마련했고, 이곳에서 다른 폐기물과 함께 휴대전화를 불태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실은 검찰의 추가 압수수색 과정에서 확인됐다.

범행 도구로 지목된 스포츠유틸리티차량도 초기 수사 단계에서 가족에게 인계됐다. 검찰은 보완수사 과정에서 차량 내부에 숨겨져 있던 블랙박스 메모리카드를 압수했다. 해당 메모리카드에는 장윤기의 범행 전 행적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수사 단계에서 확보되지 않았던 증거들이 검찰 보완수사에서 추가로 확인되면서, 초동수사 당시 증거 보존 범위가 적절했는지에 대한 논란도 불가피해졌다. 중대 강력범죄 수사에서 디지털 자료, 개인 물품, 차량 내부 저장장치까지 어느 선에서 보존해야 하는지 다시 살펴봐야 할 대목이다.

□ 친족 특례가 막은 형사입건…현직 경찰 신분 논란 더해져

검찰은 장윤기의 부모를 형사입건하지 않았다. 형법 제155조는 타인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없애거나 숨기는 행위를 처벌하도록 규정하지만, 친족 또는 동거 가족이 본인을 위해 같은 죄를 저지른 경우 처벌하지 않는 특례를 두고 있다.

이번 사안은 단순히 가족이 피고인을 감싼 문제로만 보이지 않는다. 장윤기의 부친은 현직 경찰관이다. 수사 절차와 증거 보존의 의미를 일반인보다 더 잘 알 수 있는 직업적 위치에 있었던 만큼, 법적 처벌 가능성과 별개로 공직 윤리와 경찰 조직의 신뢰 문제가 함께 제기된다. 장윤기의 부친은 사건 이후 휴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친족 특례는 가족 간 인륜 관계를 고려해 만들어진 조항이지만, 중대범죄 사건에서 증거가 실제로 사라진 뒤에도 형사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한계를 드러냈다. 특히 증거를 없앤 사람이 수사기관 구성원일 때까지 같은 특례가 그대로 적용되는 구조가 타당한지를 두고 법 개정 논의가 커질 가능성이 있다.

‘여고생 살해’ 장윤기 물품 폐기…현직 경찰관 부친, 친족 특례로 입건 제외  사진=2026. 07.02  정성호 법무부 장관 sns  갈무리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 법무부 장관까지 언급한 제도 개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이번 사안을 두고 친족 특례 개선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정 장관은 경찰 수사에서 압수되지 않았던 증거들의 존재를 검찰 보완수사 단계에서 확인해 장윤기의 성범죄 의도를 밝혀냈다고 설명했다. 또 현직 경찰관인 부친이 중요 증거를 인멸했음에도 곧바로 처벌하기 어려운 현실을 지적하며, 친족 특례의 개선 여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법무부 장관의 발언은 장윤기 사건을 개별 피고인의 재판 문제에서 형사사법 제도 논의로 넓혔다. 증거인멸죄 친족 특례가 유지될 경우 중대범죄 수사에서 실체적 진실 발견이 침해될 수 있고, 반대로 특례를 폐지하거나 축소할 경우 가족관계 보호라는 기존 입법 취지와 충돌한다. 이번 사건은 두 가치가 정면으로 맞부딪힌 사례가 됐다.

□ 장윤기, 강간살인 등 혐의로 재판행

장윤기는 지난 5월 5일 오전 0시 10분께 광주 광산구 월계동의 인적 드문 보행로에서 여고생을 성폭행 목적으로 납치하려다 뜻대로 되지 않자 흉기로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현장에서 피해자를 도우려던 고교생에게도 흉기를 휘두른 혐의를 받는다.

장윤기는 아르바이트 동료였던 베트남 국적 여성을 상대로 스토킹과 성폭행을 저지른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보완수사를 거쳐 장윤기의 범행 목적에 납치와 성폭행 의도가 있었다고 판단했고, 강간살인죄 등을 적용했다.

장윤기 사건은 피해자의 생명을 앗아간 강력범죄를 넘어, 수사기관의 증거 보존 기준과 친족 증거인멸 특례의 허점을 동시에 드러냈다. 재판에서는 장윤기의 범행 목적과 죄책이 핵심 쟁점으로 다뤄지고, 제도권에서는 중대범죄 사건에서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증거 폐기 책임을 면제하는 현행 규정의 손질 여부가 후속 논의로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