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협 없는 연기 액션 폭발! 황정민·조인성·정호연의 상상 초월 SF '호프' [종합]
[KtN 현장] "타협은 없다" 10년 만에 등판한 나홍진의 '호프', 압도적 스케일의 실체 황정민, 보이지 않는 존재 앞에서 계산한 연기 정호연, 눈빛과 속도로 완성한 순경 ‘성애’ 조인성, 3개월 승마 훈련과 마지막 액션 시퀀스
[KtN 김동희기자] "시나리오대로 타협 없이 찍었다"는 나홍진 감독의 말처럼, 보이지 않는 존재를 상상하며 고난도 계산 연기를 펼친 황정민 씨, 3개월간 승마를 완벽 마스터하며 야생적 액션을 보여준 조인성 씨, 드리프트와 유탄 발사기까지 소화하며 속도감을 더한 정호연 씨까지! 배우들의 피땀 눈물 어린 열연이 현장을 압도했다.
▢ 칸 이후 국내 첫 공개, 서울에 도착한 ‘호프’
영화 ‘호프’ 언론배급시사회가 6일 오후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렸다. 나홍진 감독과 배우 황정민, 조인성, 정호연이 참석한 자리에서 작품은 국내 매체 앞에 처음 공개됐다.
‘호프’는 비무장지대에 위치한 호포항 출장소장 ‘범석’이 동네 청년들로부터 호랑이가 출현했다는 소식을 듣고, 온 마을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믿기 어려운 현실을 마주하며 시작되는 영화다. ‘곡성’ 이후 10년 만에 관객을 만나는 나홍진 감독의 신작이자, 제79회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작이다.
▢ 나홍진 감독, “타협 없이 촬영해보고 싶었다”
나홍진 감독은 ‘호프’를 준비한 과정부터 남달랐다. 나 감독은 “촬영 1년 전부터 콘티와 스토리보드를 완성해둔 상태에서 이를 실제 촬영으로 어떻게 구현할지 스태프들과 오랫동안 논의했다”고 말했다. 이어 “시나리오와 스토리보드대로 타협 없이 촬영해보고 싶었다. 그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준비 과정이 길었다”고 설명했다.
영화의 결말도 나홍진 감독이 의도적으로 선택한 지점이다. 나 감독은 “이 영화가 끝나고 나면 그 이후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다”며 “관객들마다 다른 상상을 하시겠지만, 뭘 보여줘도 상상 속의 장면이 될 것 같았다. 영화는 여기서 마무리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추가 설명보다 여운을 남기는 쪽을 택한 셈이다.
나 감독은 “더 이야기한다면 중언이 될 것 같았다. 이 이야기가 훌륭하진 않을진 몰라도 완결성은 분명히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호프’의 마지막은 사건을 완전히 설명하기보다, 호포항 이후의 시간을 관객의 상상 안에 남겨두는 구조에 가깝다.
▢ 인간과 외계인의 거리, 캐스팅으로 만든 낯섦
‘호프’는 인간과 외계인의 입장 차이, 서로를 알지 못하는 무지가 빚어낸 거대한 사건을 다룬다. 나홍진 감독은 호포항 사람들은 한국 배우들이, 외계인 캐릭터는 해외 배우들이 맡는 방식으로 대비를 만들었다.
마이클 패스벤더(Michael Fassbender), 알리시아 비칸데르(Alicia Vikander), 테일러 러셀(Taylor Russell), 카메론 브리튼(Cameron Britton)의 합류는 작품의 스케일을 넓히는 축이다. 황정민, 조인성, 정호연이 호포항의 현실을 붙든다면, 해외 배우들은 마을 바깥에서 밀려온 낯선 존재감을 확장한다.
황정민 캐스팅은 오래전부터 놓인 선택이었다. 나홍진 감독은 “‘범석’이라는 캐릭터는 시나리오를 쓰는 단계부터 황정민 선배를 떠올리며 작업했다”며 “필연적이고 당연한 캐스팅이었다”고 말했다.
조인성에 대해서는 현장에서의 태도와 집중력을 높게 평가했다. 나 감독은 “실제로 함께 작업해보니 집중력과 현장에서의 태도, 배우로서 갖춰야 할 여러 면이 존경스러울 정도였다”고 밝혔다.
정호연 캐스팅은 황정민의 추천에서 시작됐다. 나 감독은 “황정민 선배가 정호연 배우를 꼭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라고 귀띔해주셨다”며 “제가 캐릭터에 바랐던 모습을 평소에도 자연스럽게 갖고 있는 배우였다”고 말했다.
▢ 황정민, 보이지 않는 존재 앞에서 계산한 연기
황정민은 호포항 출장소장 ‘범석’ 역을 맡았다. 마을에 닥친 믿기 어려운 현실 앞에서 책임감과 두려움을 동시에 안은 인물이다. ‘곡성’에 이어 나홍진 감독과 다시 만난 황정민은 작품의 중심에서 호포항의 혼란을 받아낸다.
황정민은 이번 작업을 “상상만으로 연기하는 경험”이라고 설명했다. “배우들에게도 익숙한 방식은 아니었다”며 “상상력을 극대화하는 연기가 무엇일지 많이 고민했다”고 말했다.
실제 촬영 현장에서는 눈앞에 존재하지 않는 상대를 상정해야 했다. 황정민은 “내 눈앞에 있는 존재의 키가 어느 정도인지, 시선을 어느 높이에 맞춰야 하는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요청은 있었지만 실제로는 앞에 아무것도 없는 상태였다”며 “특별히 계산이 필요한 연기였다”고 전했다. 보이지 않는 외계 존재를 현실처럼 받아들여야 했던 연기 방식이 ‘호프’의 긴장감을 떠받친다.
▢ 조인성, 3개월 승마 훈련과 마지막 액션 시퀀스
조인성은 남다른 생존 본능을 지닌 호포항 청년 ‘성기’로 등장한다. 기존의 도시적이고 세련된 이미지보다 거칠고 야생적인 움직임이 앞에 놓인다. 말, 숲, 총기 액션이 이어지는 장면들은 조인성의 신체적 존재감을 크게 활용한다.
조인성은 마지막 액션 시퀀스를 가장 어려웠던 장면으로 꼽았다. 조인성은 “옆에서 차를 몰고 함께 해줬던 황정민 선배님, 정호연 씨도 호흡 맞추기가 힘들었던 장면인 것 같다”며 “어렵게 찍은 만큼 위대한 장면이 나왔다고 생각할 정도로 마음속으로는 뿌듯하고 고생한 보람이 있는 시퀀스”라고 말했다.
승마 액션도 쉽지 않은 준비 과정을 거쳤다. 조인성은 촬영을 위해 약 3개월 동안 승마 훈련을 했다. “일주일에 두세 번씩 3개월 동안 연습했다”며 “허락된 공간 안에서 산도 타보고, 말과 호흡도 맞추면서 감을 익히려고 노력했는데 쉽지 않더라”고 밝혔다.
말을 다루는 촬영은 기계 장비와 달랐다. 조인성은 “자동차나 오토바이와 달리 말은 동물이기 때문에 말의 컨디션이 저와 맞지 않으면 언제든 제 의도와 다르게 급브레이크를 밟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성기의 야생적 에너지는 배우의 몸과 훈련이 맞물린 결과에 가깝다.
▢ 정호연, 눈빛과 속도로 완성한 순경 ‘성애’
정호연은 어떤 상황에서도 제 일을 해내는 호포항 순경 ‘성애’ 역을 맡았다. 카체이싱, 드리프트, 유탄 발사기 등 강도 높은 액션을 소화하며 영화의 속도를 끌어올린다.
정호연은 ‘호프’를 “굉장한 도전”이었다고 말했다. 대사의 주고받음보다 눈빛과 움직임으로 맞춰야 하는 현장이 많았다. 정호연은 “말로 대화한다기보다는 눈빛으로 대화가 이뤄졌기 때문에 그 속도를 따라잡는 게 어려웠다”고 밝혔다.
현장 적응이 이어지면서 배우들의 합도 단단해졌다. 정호연은 “나중에는 한 몸이 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좋은 합이었다”고 말했다. 성애의 액션은 단순한 볼거리보다, 호포항의 혼란 속에서도 자기 위치를 지키는 인물의 태도와 맞닿아 있다.
▢ 외계인이 나타난 호포항, 장르가 한꺼번에 충돌한 156분
‘호프’는 외계인의 출현을 단순한 장면적 볼거리로 쓰지 않는다. 호랑이 출현 소식에서 시작된 불안은 호포항 전체를 흔드는 사건으로 번지고, 마을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는 현실 앞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버틴다.
영화는 SF, 액션, 스릴러, 공포, 블랙코미디가 맞물린 구조로 전개된다. 나홍진 감독 특유의 긴장감은 유지되지만, 이번에는 외계 존재와 인간의 충돌이라는 더 큰 스케일로 확장됐다. 황정민의 계산된 연기, 조인성의 몸을 건 액션, 정호연의 속도감 있는 움직임이 호포항의 사건을 한층 거칠게 밀어붙인다.
▢ 국내 개봉과 북미 개봉, 관객 반응으로 넘어간 관심
황정민은 이날 ‘호프’의 성적에 대한 기대도 숨기지 않았다. 황정민은 “9월에는 북미 개봉을 하게 되는데 우리나라 영화도 전 세계에서 잘 돼서 다들 행복하게 웃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호프’는 오는 15일 국내 개봉한다. 칸 경쟁 부문 초청, 글로벌 배우들의 합류, 황정민·조인성·정호연의 액션 에너지는 개봉 전 기대감을 키운 요소다. 나홍진 감독이 “타협 없이” 구현하려 한 세계가 국내 관객에게 어떤 반응을 얻을지, 호포항에 나타난 외계 존재는 개봉 이후 한국영화 시장의 가장 뜨거운 화제로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