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축구 혁신위원회, 정부 개입 논란 넘어 실행력 갖출까

K-축구 혁신위 출범 첫날, 위원장 교체·회장 사임 정몽규 회장 사임서 제출…2024년 감사 27건 위법 이후 1년 8개월 만

2026-07-07     임우경 기자
박지성·유승민 투톱 체제로 재편된 K-축구 혁신위원회/사진=문화체육관광부,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임우경기자] 지난 7월 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 베를린홀에서 'K-축구 혁신위원회' 출범식 단상에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박지성 국제축구연맹(FIFA) 분과위원회 위원,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이 나란히 섰다. 애초 공동위원장은 최 장관과 박지성 위원 두 사람으로 예고돼 있었다. 모두발언이 끝나자마자 최 장관은 공동위원장 자리를 유승민 회장에게 넘기고 일반 위원으로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날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사임서를 제출했다.

K-축구 혁신위원회 출범, 최휘영 장관 공동위원장 자리 내려놨다/사진=문화체육관광부,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최 장관은 이날 "축구협회의 독립성은 반드시 보장받아야 할 가치"라며 "정부가 법에 정해진 범위를 넘어 협회 사무에 개입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한 걸음 뒤에서 정책과 예산으로 지원하는 역할을 하겠다"고 설명했다. 장관이라는 고위 정치인이 공동위원장을 맡을 경우 정치적 개입 논란에서 자유롭기 어렵다는 점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FIFA는 회원 협회가 정부나 정치권의 부당한 간섭 없이 독립적으로 운영돼야 한다는 원칙을 두고 있으며, 인도·케냐·파키스탄 등은 정부나 법원이 협회 운영에 직접 개입했다는 이유로 FIFA 제재를 받은 전례가 있다.

K-축구 혁신위원회 출범, 최휘영 장관 공동위원장 자리 내려놨다/사진=문화체육관광부,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혁신위에는 박지성·유승민 공동위원장 외에 이영표·박주호 해설위원, 김승희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 조연상 한국프로축구연맹 사무총장, 유영근 변호사, 김대희 부경대 교수가 위원으로 참여한다. 모두발언 이후 회의는 비공개로 전환돼 곧바로 첫 회의가 진행됐다. 박지성 공동위원장은 "그간 현장에서 논의된 다양한 고민을 담아 대한민국 축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함께 설계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대표팀 감독 선임 문제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회 소관이라며 혁신위가 관여할 사안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혁신위는 K-축구 거버넌스 개선, 유소년 선수 육성, 첨단 기술 시스템 도입을 3대 과제로 삼아 한시적으로 운영된다.

박지성·유승민 투톱 체제로 재편된 K-축구 혁신위원회/사진=문화체육관광부,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이날 출범식은 2년 가까이 이어진 축구협회 관리·감독 논란의 연장선에 있다. 문체부는 2024년 11월 5일 특정감사 결과를 발표하며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과 축구인 사면, 축구종합센터 건립, 비상근 임원 자문료 지급, 지도자 강습회 운영 등 9개 분야에서 총 27건의 위법·부당 업무 처리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관련 금액은 56억 5,300만 원, 관계 인원은 19명이었다.

K-축구 혁신위원회, 정부 개입 논란 넘어 실행력 갖출까/사진=문화체육관광부,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선임 당시 정몽규 회장이 추천 권한 없이 면접에 관여해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 기능을 사실상 무력화했고,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에서도 권한 없는 기술총괄이사가 불공정하게 면접을 진행한 뒤 이사회에 서면 의결만 요구하는 형식적 절차를 밟았다. 문체부는 이를 근거로 정 회장과 상근부회장, 기술총괄이사 등에게 자격정지 이상의 중징계를 요구했다.

올해 4월 23일 서울행정법원 1심이 "문체부의 조치 요구가 부당하거나 위법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사진=문화체육관광부,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축구협회는 이 처분에 불복해 취소 소송과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서울행정법원은 2025년 2월 집행정지를 인용했고, 문체부의 항고에도 서울고법과 대법원이 같은 판단을 유지하면서 징계 효력은 정지 상태로 이어졌다. 그 사이 정몽규 회장은 제55대 협회장 선거에 출마해 4연임에 성공했다. 본안 소송에서는 올해 4월 23일 서울행정법원 1심이 "문체부의 조치 요구가 부당하거나 위법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홍명보 감독 선임에 대해서는 "추천 권한이 없는 기술총괄이사가 추천해 이사회의 감독 선임 권한이 형해화됐다"고 지적했다. /사진=문화체육관광부,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재판부는 클린스만 감독 선임에 대해 "정 회장이 권한 없이 개입해 전력강화위원회 기능을 무력화했다"고, 홍명보 감독 선임에 대해서는 "추천 권한이 없는 기술총괄이사가 추천해 이사회의 감독 선임 권한이 형해화됐다"고 지적했다. 판결 확정까지 30일간 집행정지 상태가 유지돼 협회는 항소 여부를 검토했고, 문체부는 4월 30일 협회에 조치 이행을 재차 촉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최휘영 장관은 당시 "부조리와 비위, 위법행위가 있었다면 상응하는 책임을 엄중히 묻겠다"고 밝혔다./사진=문화체육관광부,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이 국면에 결정타가 된 것이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이다. 홍명보 감독이 이끈 대표팀은 멕시코, 체코, 남아프리카공화국과 함께 편성된 A조에서 3위에 그쳐 32강 진출에 실패했다. 대회 전 비교적 무난한 조 편성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만큼 파장은 컸다. 홍 감독은 대회 직후 사퇴했고, 문체부는 6월 29일 이번 실패 원인을 규명하겠다며 별도의 특별감사를 예고했다. 최 장관은 당시 "부조리와 비위, 위법행위가 있었다면 상응하는 책임을 엄중히 묻겠다"고 밝혔다.

혁신위 출범과 정 회장 사임은 이 흐름의 결말이자 새로운 시작점이다.  /사진=문화체육관광부,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혁신위 출범과 정 회장 사임은 이 흐름의 결말이자 새로운 시작점이다. 축구협회 정관상 회장 궐위 시 60일 이내 신임 회장을 선출해야 하며, 정관 변경에는 FIFA 승인이 필요하다. 2027 AFC 아시안컵 사우디아라비아 대회가 6개월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협회장 선출과 감독 선임 절차가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 4월 판결에 대한 협회의 항소 여부, 6월 29일 예고된 새 특별감사 결과 발표 시점, 혁신위 논의가 실제 정관 개정이나 인선 구조 변화로 이어질지 여부가 향후 축구계 개혁의 실행력을 가늠할 변수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