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orth Face Purple Label FW26②] 회색과 베이지가 낮춘 아웃도어의 온도

워시드 블루·화이트·브라운을 겹친 색채 전략, 기능복을 장비보다 옷장에 가깝게 조정

2026-07-08     박인경 기자
The North Face Purple Label FW26. 사진=The North Face Purple Label,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박인경기자]The North Face Purple Label FW26 컬렉션에서 강한 원색의 산악복 이미지는 뒤로 물러난다. 스톤 그레이, 드라이 베이지, 차콜, 딥 브라운, 워시드 블루, 화이트 계열이 패딩과 윈드브레이커, 셸 팬츠, 니트, 셔츠 위에 반복된다. 방한과 방풍을 떠올리게 하는 구조는 남아 있지만, 색은 기능복의 긴장을 낮추고 오래 입은 일상복의 표면에 가깝게 움직인다.

더 노스 페이스 퍼플 라벨(The North Face Purple Label)의 FW26은 색으로 브랜드의 위치를 먼저 조정한다. 더 노스 페이스 본가의 아웃도어웨어가 설산, 등반, 악천후, 원정의 이미지를 강하게 떠올리게 한다면, 퍼플 라벨은 같은 기능복의 틀을 낮은 채도 안에 넣는다. 검정과 형광색의 대비, 선명한 레드와 옐로, 강한 로고 배치 대신 흐린 회색과 바랜 블루, 마른 베이지가 컬렉션의 바탕을 이룬다. 옷은 장비처럼 튀기보다 이미 생활 속에 들어와 있는 물건처럼 보인다.

회색은 컬렉션에서 가장 넓게 쓰인다. 짙은 그레이 패딩, 차콜 계열 아우터, 푸른 기운이 섞인 회색 팬츠, 밝은 스톤 그레이 재킷이 서로 다른 농도로 이어진다. 회색은 기능복의 기술적 인상을 지우지 않으면서도 강도를 낮춘다. 검정보다 덜 단단하고, 흰색보다 덜 깨끗하며, 카키보다 덜 군사적이다. 퍼플 라벨은 이 중간값을 활용해 아웃도어웨어의 보호 기능을 남기면서도 도시복의 무심한 표정을 만든다.

베이지와 브라운 계열은 컬렉션의 건조한 질감을 맡는다. 모래빛 팬츠, 회갈색 아우터, 브라운 셔츠, 옅은 카키에 가까운 패딩은 산악복의 선명한 자연색과 다르다. 자연을 직접 재현하기보다 도시의 벽, 오래된 콘크리트, 빛바랜 면 소재, 먼지가 내려앉은 골목의 색에 가깝다. FW26의 베이지는 따뜻한 고급감보다 사용감에 가까운 방향으로 쓰인다. 깨끗하게 다듬은 럭셔리 뉴트럴이 아니라, 여러 번 입고 접힌 옷에서 나오는 낮은 온도다.

워시드 블루는 퍼플 라벨이 기능복을 캐주얼웨어로 낮추는 중요한 색이다. 데님 셔츠와 블루 계열 이너는 패딩과 셸 재킷 사이에서 기능성 소재의 차가움을 덜어낸다. 회색 아우터 안쪽에 들어간 블루는 옷차림을 산악 장비보다 평소 입던 셔츠와 팬츠의 연장선으로 옮긴다. 선명한 코발트나 스포츠 블루가 아니라 세탁을 거친 듯한 블루가 쓰였기 때문에, 컬렉션은 기능보다 착용 흔적에 가까운 인상을 남긴다.

The North Face Purple Label FW26. 사진=The North Face Purple Label,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화이트 계열의 사용은 FW26의 무게를 조정한다. 가을·겨울 컬렉션에서 흰색 팬츠와 흰색 후디는 실용 면에서 부담이 있는 선택이다. 흙, 비, 눈, 도시의 먼지를 쉽게 드러내는 색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퍼플 라벨은 흰색을 피하지 않는다. 밝은 후디와 팬츠는 패딩의 부피, 카고 팬츠의 투박함, 어두운 아우터의 중량감을 덜어낸다. 흰색이 들어가면서 옷차림은 혹한의 장비보다 계절이 넘어가는 시기의 생활복에 가까워진다.

색의 흐름은 소재와 함께 작동한다. 패딩의 부피와 셸 소재의 기능성, 브러시드 니트의 부드러운 표면, 데님의 워싱, 체크 셔츠의 캐주얼한 결이 한 착장 안에서 겹친다. 같은 회색이라도 패딩의 회색과 니트의 회색은 다르게 읽힌다. 패딩의 회색은 보호막에 가깝고, 니트의 회색은 체온에 가깝다. 팬츠의 회색은 활동성을 남기고, 워싱된 셔츠의 회색은 입던 옷의 시간을 만든다. 컬렉션은 색을 단순한 배색이 아니라 소재의 성격을 낮추고 섞는 장치로 쓴다.

여성 모델의 어두운 올리브 패딩 착장은 색의 조정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잘 드러낸다. 패딩은 크고 두껍지만, 강한 블랙이나 원색이 아니라 바랜 올리브에 가깝다. 안쪽의 브라운 계열 셔츠와 밝은 하의는 패딩의 무게를 덜어낸다. 강한 햇빛 아래에서 올리브와 브라운은 기능복의 차가운 표면보다 오래된 워크웨어의 질감에 가까워진다. 아웃도어의 구조가 남아 있어도 색은 도시의 낡은 벽과 잘 맞물린다.

회색 패딩과 네이비 니트, 차콜 팬츠를 겹친 남성 착장은 컬렉션의 차분한 축을 만든다. 상·하의 모두 어두운 계열이지만 블랙 일변도로 닫히지 않는다. 네이비 니트는 패딩의 기술적 인상을 부드럽게 만들고, 회색 팬츠는 전체 색조를 낮게 유지한다. 크로스백은 기능복의 장비적 요소를 남기지만, 색이 튀지 않아 착장 안에 묻힌다. 눈에 띄는 로고보다 색의 낮은 연결감이 앞선다.

밝은 회색 패딩과 흰색 후디, 흰색 팬츠를 겹친 착장은 FW26 안에서도 가장 가벼운 방향에 놓인다. 패딩은 부피가 크지만 색이 옅고, 후디와 팬츠가 같은 밝은 계열로 이어지면서 겨울 아우터의 압박이 줄어든다. 다만 흰색 계열의 비중이 커질수록 실제 일상에서의 관리 부담도 커진다. 퍼플 라벨의 이미지가 제안하는 깨끗한 도시적 기능복은 스타일 면에서 설득력이 있지만, 비와 눈, 대중교통, 장시간 착용을 거치는 실제 환경에서는 다른 평가를 받을 수 있다.

The North Face Purple Label FW26. 사진=The North Face Purple Label,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네이비와 차콜을 겹친 착장은 퍼플 라벨이 가장 안정적으로 다루는 영역이다. 흰색 티셔츠와 흰색 스니커즈가 어두운 아우터와 팬츠 사이에 들어가 전체를 답답하게 만들지 않는다. 짙은 색은 기능복의 안정감을 주고, 밝은 색은 도시 캐주얼의 여백을 만든다. 과시적인 색 배합은 아니지만, 퍼플 라벨이 본가의 아웃도어 이미지를 조용히 조정하는 방식은 이 착장에서 뚜렷하다.

오렌지 체크 셔츠와 스웨트 셋업 조합은 컬렉션의 색이 지나치게 무채색으로만 닫히지 않도록 만든다. 오렌지는 선명한 포인트지만, 체크 패턴과 흐린 배경, 회색 스웨트가 함께 놓이면서 강한 스포츠 컬러처럼 튀지 않는다. 기능복의 맥락 안에 플란넬 셔츠와 스웨트 팬츠가 들어오면, 컬렉션은 산악보다 동네, 장비보다 주말복에 가까워진다. 색은 아웃도어의 활동성을 남기되, 생활 반경을 좁고 구체적으로 만든다.

퍼플 라벨 FW26의 색채 전략은 고프코어 이후의 변화를 반영한다. 고프코어가 한때 셸 재킷과 트레킹화, 카고 팬츠를 강한 도시 스타일로 끌어올렸다면, FW26의 퍼플 라벨은 같은 어휘를 덜 말하게 만든다. 색은 바래고, 소재는 부드럽게 섞이며, 로고보다 표면의 질감이 앞선다. 기능복은 더 이상 새 장비처럼 반짝일 필요가 없다. 오랫동안 입은 옷처럼 보일 때 오히려 도시의 옷장에 더 쉽게 들어간다.

낮은 채도의 색은 동시에 시장의 폭을 제한할 수 있다. 퍼플 라벨의 회색, 베이지, 워시드 블루는 취향이 분명한 소비자에게 매력적이지만, 강한 시각적 효과를 기대하는 소비자에게는 밋밋하게 보일 수 있다. 기능복의 성능을 색으로 과시하지 않기 때문에 제품의 차이는 소재, 패턴, 착용감, 유통 맥락에서 판단된다. 브랜드를 이미 알고 있는 소비자에게는 깊이가 되지만, 멀리서 즉각 알아보이는 힘은 상대적으로 약하다.

The North Face Purple Label FW26에서 색은 장식이 아니라 브랜드의 태도다. 회색은 기능복의 긴장을 낮추고, 베이지와 브라운은 사용감을 만들며, 워시드 블루는 데일리웨어의 기억을 끌어온다. 화이트는 무거운 계절감을 덜어내지만 실제 착용의 부담도 함께 남긴다. 퍼플 라벨은 강한 색으로 아웃도어의 성능을 외치지 않는다. 낮은 색과 오래 입은 듯한 소재를 통해 기능복이 일상복으로 내려오는 과정을 조용히 밀어붙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