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orth Face Purple Label FW26④] The North Face Purple Label, 본가 노스페이스와 갈라진 도시의 옷장
나나미카가 조정한 로고의 방향, 탐험의 기능을 생활의 습관으로 바꾼 브랜드 전략
[KtN 박인경기자]The North Face Purple Label FW26 컬렉션은 더 노스 페이스(The North Face)의 로고를 달고 있지만, 옷이 향하는 장소는 본가의 전통적인 산악 이미지와 다르다. 패딩, 윈드브레이커, 셸 팬츠, 카고 팬츠는 아웃도어의 구조를 유지한다. 다만 착장은 산 정상이나 혹한의 원정 대신 도시의 골목, 항만 주변, 콘크리트 벽, 일상적 이동 동선 안에 놓인다. 같은 로고에서 출발한 옷이 기능의 목적지를 바꾸는 방식이다.
더 노스 페이스 퍼플 라벨(The North Face Purple Label)은 일본에서 골드윈(Goldwin)이 운영하는 더 노스 페이스와 나나미카(nanamica)가 함께 전개하는 협업 라인이다. 나나미카는 퍼플 라벨을 더 노스 페이스의 아웃도어 기어를 바탕으로 하이패션 소재를 더하거나, 전통 소재와 캘리포니아 아웃도어의 뿌리를 유지하면서 사이즈와 핏을 현재에 맞게 조정한 캐주얼 아웃도어웨어로 설명한다.
더 노스 페이스의 강점은 기능의 신뢰에서 나온다. 방한, 방수, 등반, 트레킹, 원정, 스포츠 퍼포먼스는 브랜드가 오래 쌓아온 언어다. 퍼플 라벨은 같은 유산을 직접 부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패딩의 부피, 후드와 지퍼, 넓은 포켓, 셸 소재, 카고 팬츠, 윈드브레이커 같은 구조를 남긴다. 차이는 기능을 말하는 목소리의 크기에 있다. 본가가 기능을 전면에 세운다면, 퍼플 라벨은 기능을 옷장 안으로 밀어 넣는다.
FW26 캠페인에서 패딩은 장비처럼 서지 않는다. 어두운 올리브 톤의 오버사이즈 패딩은 브라운 계열 셔츠와 짧은 하의 위에 놓이고, 회색 패딩은 니트와 크로스백, 넓은 팬츠와 함께 입혀진다. 흰색 후디와 흰색 팬츠 위에 밝은 회색 패딩을 겹친 착장도 같은 방향이다. 보온성과 활동성을 떠올리게 하는 구조는 유지되지만, 스타일은 산악복의 긴장보다 도시 캐주얼의 느슨함에 가깝다.
나나미카의 역할은 로고를 새로 꾸미는 데 머물지 않는다. 퍼플 라벨은 더 노스 페이스의 기능복을 일본식 캐주얼웨어의 균형으로 다시 배열한다. 넓은 실루엣, 낮은 채도의 색, 워싱된 블루와 베이지, 니트와 체크 셔츠, 스웨트 팬츠와 데님은 기능복의 표면을 부드럽게 낮춘다. 아웃도어웨어가 “무엇을 견딜 수 있는가”를 말하던 방식에서 “어떤 생활 안에 들어갈 수 있는가”로 질문의 중심이 옮겨간다.
퍼플 라벨 품목명에서도 방향은 반복된다. Field Jacket, Field Pants, Mountain Wind Jacket, ALPHADRY Field 계열처럼 필드와 마운틴의 어휘가 남아 있고, 가격대와 품목 구성은 기능복의 기반을 유지한다. 다만 제품명 안의 기능적 단어와 캠페인 이미지의 생활적 착용 방식 사이에는 의도적인 간격이 있다. 산과 들의 언어를 빌리되, 실제 스타일링은 도시의 옷장 쪽으로 기운다.
퍼플 라벨이 본가와 갈라지는 지점은 로고의 사용 방식에서도 확인된다. 더 노스 페이스 본가의 로고는 대중적 신뢰를 보증하는 표식으로 작동한다. 퍼플 라벨의 로고는 더 조용하다. 로고의 크기보다 색, 핏, 소재 조합, 레이어링이 먼저 보인다. 브랜드를 모르는 사람에게는 평범한 회색 패딩이나 베이지 팬츠처럼 보일 수 있고, 브랜드를 아는 소비자에게는 본가와 다른 계열의 취향으로 읽힌다. 알아보는 사람만 알아보는 차별화가 퍼플 라벨의 시장성을 만든다.
이 전략은 장점과 한계를 동시에 갖는다. 퍼플 라벨은 본가의 기능적 신뢰를 바탕으로 출발하기 때문에 완전히 낯선 브랜드보다 설득력이 빠르다. 동시에 본가의 대중성을 그대로 따라가지 않기 때문에 더 좁은 취향의 소비자에게 맞춰질 수 있다. 그러나 좁은 취향은 곧 제한된 접근성을 뜻한다. 낮은 채도의 색, 넓은 실루엣, 빈티지한 표면, 기능복과 데일리웨어의 혼합은 선명한 로고와 강한 기능 이미지를 원하는 소비자에게는 다소 밋밋하게 보일 수 있다.
퍼플 라벨의 가격과 유통 조건도 브랜드의 성격을 규정한다. 일본 기반 협업 라인이라는 구조는 브랜드에 희소성과 취향의 밀도를 주지만, 동시에 대중적 접근을 어렵게 만든다. 컬렉션 이미지가 제안하는 ‘도시의 편안한 기능복’은 누구에게나 열린 일상복처럼 보이지만, 실제 구매 단계에서는 판매 지역, 환율, 수입 경로, 사이즈 선택, 소재별 관리 부담이 따라붙는다. 생활복처럼 보이는 옷이 생활복 가격으로 제공되는 것은 아니다.
FW26의 브랜드 이미지는 고프코어 이후의 시장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몇 년 동안 도시 패션은 셸 재킷, 트레킹화, 카고 팬츠, 방수 소재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본가 더 노스 페이스는 기능성과 대중성을 앞세워 넓은 소비층을 확보했고, 퍼플 라벨은 같은 흐름을 더 조용하고 취향적인 방식으로 편집한다. 고프코어가 기능복을 도시의 강한 시각 언어로 끌어올렸다면, 퍼플 라벨은 기능복을 다시 일상복의 낮은 온도로 조정한다.
본가와 퍼플 라벨의 관계는 단순한 상하 관계로 정리되지 않는다. 본가는 성능과 인지도, 폭넓은 유통망으로 시장의 중심을 유지한다. 퍼플 라벨은 같은 로고를 좁은 취향의 문맥으로 이동시킨다. 본가가 넓은 길이라면, 퍼플 라벨은 골목에 가깝다. 골목의 옷은 더 섬세하고 덜 시끄럽지만, 모두가 곧바로 이해하는 길은 아니다.
The North Face Purple Label FW26은 더 노스 페이스의 유산을 새롭게 꾸민 컬렉션이 아니라, 기능복의 사용처를 다시 설정한 컬렉션에 가깝다. 산악 장비의 구조는 남아 있고, 나나미카의 손을 거치며 색과 핏, 소재와 레이어링은 도시의 생활복으로 조정됐다. 퍼플 라벨의 힘은 본가 로고를 지우지 않으면서도 본가와 같은 방식으로 말하지 않는 데 있다. 다만 조용한 차별화는 넓은 대중성보다 선명한 취향에 기대는 전략이다. FW26은 더 노스 페이스가 하나의 로고 안에서 얼마나 다른 생활 반경을 만들 수 있는지, 동시에 그런 분화가 얼마나 제한된 시장 안에서 작동하는지를 함께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