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The North Face Purple Label FW26, 산을 떠난 기능복의 낮은 온도
나나미카가 덜어낸 노스페이스의 장비성, 고프코어 이후 도시에 맞춰진 퍼포먼스웨어
[KtN 박인경기자]The North Face Purple Label FW26 캠페인에는 설산과 등반로 대신 회색 벽, 콘크리트 바닥, 항만 주변, 도시 외곽의 빛이 놓였다. 패딩, 윈드브레이커, 셸 팬츠, 카고 팬츠, 테크 백은 아웃도어의 어휘에 속하지만 착장의 목적지는 산보다 도시에 가깝다. 기능복은 극한 환경을 견디는 장비의 얼굴을 조금 내려놓고, 출근과 이동, 산책과 주말 외출이 겹치는 일상복의 표정으로 정리됐다.
고프코어는 지난 몇 년 동안 아웃도어웨어를 거리의 중심으로 끌어냈다. 방수 재킷, 플리스, 트레킹화, 카고 팬츠, 백팩은 등산과 캠핑장을 벗어나 도심 보도와 공항, 카페, 편집숍 주변에서 소비됐다. 기능성 소재와 포켓, 지퍼, 후드, 드로스트링은 실용의 장치이면서 취향을 표시하는 요소가 됐다. 산에 가지 않아도 산악복의 구조를 입는 시대가 열렸고, 기능복은 생활 방식과 태도를 함께 말하는 옷으로 바뀌었다.
The North Face Purple Label FW26은 고프코어가 만든 과잉의 뒤쪽에 서 있다. 더 큰 로고, 더 강한 색, 더 노골적인 기술 디테일로 밀어붙이지 않는다. 패딩의 부피는 크고 팬츠의 실루엣은 넓지만, 회색과 베이지, 브라운, 워시드 블루, 화이트가 옷의 온도를 낮춘다. 새 장비처럼 번쩍이는 표면보다 세탁을 거친 데님, 마른 니트, 오래 입은 면 소재, 흐린 콘크리트색이 앞에 놓인다. 기능복의 날카로운 인상이 생활복의 질감 안에서 무뎌진다.
더 노스 페이스(The North Face)의 이름은 여전히 기능의 신뢰를 보증한다. 방한, 방수, 등반, 탐험, 스포츠 퍼포먼스는 본가 노스페이스가 오랫동안 축적해온 이미지다. 나나미카(nanamica)가 전개하는 퍼플 라벨은 같은 유산을 다른 생활 반경 안에 배치한다. 본가가 혹한과 산악, 원정과 스포츠를 직접 떠올리게 한다면, 퍼플 라벨은 기능을 크게 말하기보다 착용자의 하루에 스며드는 쪽을 택한다. 브랜드의 출발점은 같아도 속도와 온도는 다르다.
FW26의 레이어링은 기능복을 생활복으로 옮기는 가장 직접적인 방식이다. 패딩 안에는 니트와 후디가 들어가고, 윈드브레이커는 데님과 맞물리며, 체크 셔츠와 스웨트 팬츠는 테크니컬한 표면을 누그러뜨린다. 기능성 아우터가 몸의 바깥을 감싸지만 착장 전체를 장악하지 않는다. 방풍과 보온의 구조 위에 체온과 사용감의 질감이 더해지면서 옷차림은 산행보다 이동, 체류, 산책, 낮은 활동성의 하루에 가까워진다.
색채 선택도 같은 흐름을 만든다. 회색은 기능복의 기술적 인상을 남기면서 시각적 압박을 낮춘다. 베이지와 브라운은 장비보다 워크웨어와 빈티지 캐주얼의 기억을 끌어온다. 워시드 블루는 데님과 셔츠의 익숙함을 더하고, 화이트는 가을·겨울 아우터의 무게를 덜어낸다. 다만 흰색 팬츠와 밝은 후디가 실제 도시 생활에서 늘 편한 선택은 아니다. 먼지, 비, 대중교통, 장시간 착용을 거치면 컬렉션 이미지의 산뜻함은 관리 부담으로 바뀔 수 있다.
퍼플 라벨의 설득력은 기능복을 세련되게 낮추는 데 있다. 패딩은 크지만 위협적이지 않고, 카고 팬츠는 기능적이지만 군복처럼 딱딱하게 닫히지 않는다. 테크 백은 장비의 성격을 남기지만 전체 착장 위에서 과하게 튀지 않는다. 기능은 살아 있으나 기능을 자랑하지 않는다. 산악복의 구조를 남긴 채 도시의 옷장 안으로 들어가려는 조정이 FW26 전반을 관통한다.
한계도 같은 자리에서 생긴다. 퍼플 라벨의 옷은 누구에게나 곧바로 이해되는 대중형 아웃도어와 거리가 있다. 낮은 채도, 넓은 실루엣, 워싱된 표면, 조용한 로고, 기능복과 빈티지 캐주얼의 혼합은 취향이 분명한 소비자에게 더 잘 맞는다. 선명한 브랜드 표식, 즉각적인 성능 이미지, 강한 색의 존재감을 원하는 소비자에게는 밋밋하게 보일 수 있다. 조용한 차별화는 깊이를 만들지만, 시장의 폭을 넓히는 방식과는 다르다.
생활복처럼 보이는 기능복이 실제로 생활복의 가격과 관리성을 갖췄는지도 따져볼 부분이다. 퍼플 라벨은 오트쿠튀르처럼 먼 세계는 아니지만, 제한된 유통과 높은 취향의 문맥 안에서 움직인다. 캠페인은 편안한 도시의 옷장을 제안하지만 구매 단계에서는 가격, 판매 지역, 사이즈 운용, 소재 관리, 실제 보온성과 방수성 같은 조건이 따라붙는다. 편해 보이는 옷과 정말 편하게 오래 입히는 옷은 같은 말이 아니다.
고프코어 이후 시장은 아웃도어의 더 큰 승리를 향해 직선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오히려 아웃도어가 도시 소비자의 요구에 맞춰 스스로를 낮추는 쪽으로 움직인다. 산악복의 구조는 남되 산악복의 표정은 줄어든다. 기능은 남되 기능의 구호는 작아진다. 로고는 남되 로고가 모든 것을 설명하지 않는다. 기능복은 더 멀리 가기 위한 옷에서 더 자주 입히기 위한 옷으로 이동하고 있다.
The North Face Purple Label FW26은 혁신을 크게 선언하는 컬렉션보다 정교한 편집에 가깝다. 산을 떠난 아웃도어웨어는 도시에서 더 큰 소리를 내지 않는다. 낮은 색, 넓은 실루엣, 익숙한 소재, 오래 입은 듯한 표면으로 일상에 남는 쪽을 고른다. 고프코어가 아웃도어를 거리의 전면에 세웠다면, 퍼플 라벨 FW26은 거리의 과시를 덜어낸 뒤 옷장 안으로 다시 접어 넣는다. 우리 시대의 퍼포먼스웨어는 성능을 크게 외치는 옷보다 자주 손이 가는 옷에 가까워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