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새로운 대한민국의 미래, 이재명 정부가 말하는 도약의 실체

경부고속도로·정보고속도로를 지나 AI 기반국가로…반도체·데이터센터·피지컬 AI가 다시 짜는 K경제의 성장 모델

2026-07-07     박준식 기자
새로운 대한민국, 이재명대통령. 사진=청와대,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박준식기자]경부고속도로는 산업화 시대의 대한민국을 움직인 물류 기반망이었다. 서울과 부산을 잇는 도로 위에서 공단과 항만, 철강과 자동차, 수출 제조업의 시간이 빨라졌다. 김대중 정부의 정보고속도로는 디지털 경제의 접속 기반망이었다. 초고속 인터넷과 통신망 위에서 벤처, 포털, 게임, 전자상거래, 디지털 행정이 커졌다. 이재명 정부가 2026년 6월 2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제시한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는 반도체, AI 데이터센터, 피지컬 AI를 묶어 인공지능 시대의 국가 기반망을 짜겠다는 구상에 가깝다.

대한민국 성장 모델은 늘 기반망의 전환과 함께 바뀌었다. 산업화 시대에는 도로와 항만, 공단이 제조업 국가를 만들었다. 정보화 시대에는 통신망과 인터넷 접속률이 디지털 강국의 출발선을 바꿨다. AI 시대에는 연산과 데이터, 전력과 물, 로봇과 현실 세계의 자동화가 같은 기반망 안에 들어온다. 이재명 정부가 말하는 ‘새로운 대한민국’은 단순히 AI를 잘 쓰는 나라가 아니라, AI가 돌아갈 국가 인프라를 직접 깔겠다는 쪽에 더 가깝다.

반도체는 AI 시대의 연산 고속도로다. 대규모 AI 모델을 학습시키고, 추론 서비스를 돌리고, 데이터센터를 확장하고, 공장과 로봇에 지능을 공급하려면 메모리와 연산 자원이 먼저 확보돼야 한다. 정부가 수도권 반도체 생산능력을 5년 안에 두 배로 확대하고, 2040년대 중후반으로 잡힌 팹 구축 시기를 2030년대 중반까지 최대 12년 앞당기겠다고 한 배경도 메모리 병목에 있다. AI 경쟁은 좋은 모델을 만드는 싸움이면서 동시에 필요한 시점에 충분한 반도체를 공급하는 싸움이다.

AI 데이터센터는 지능을 생산하는 새 공장이다. 정보고속도로가 데이터를 연결했다면, AI 데이터센터는 토큰과 추론 서비스를 만든다. 정부 발표에는 2029년까지 8.4GW, 2035년까지 총 18.4G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 투자 구상이 담겼다. 데이터센터는 서버 건물이 아니라 전력, 냉각, 클라우드 운용, 국산 NPU, 보안, 스토리지, 패키지 기판이 결합된 산업 설비다. 지능을 얼마나 싸고 안정적으로 생산하느냐가 AI 기본사회와 산업 AI 확산의 조건으로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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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지컬 AI는 생산된 지능이 현실 세계로 들어가는 통로다. 문서와 코드, 이미지 중심의 생성형 AI가 디지털 공간을 바꿨다면, 피지컬 AI는 공장, 물류, 조선, 자동차, 농업, 돌봄, 안전 현장을 바꾼다. 로봇이 상황을 인식하고 다음 행동을 예측하며 실제 공간에서 움직이려면 현장 데이터, 월드모델, 센서, 제어기술, 부품 양산체계가 함께 필요하다. 대한민국이 로봇을 잘 쓰는 나라에서 로봇을 만들고 수출하는 나라로 넘어가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력과 물은 이 구상의 가장 낮은 바닥이다. 반도체 팹과 AI 데이터센터는 전기와 물 없이는 가동되지 않는다. 정부 발표에는 서남권 반도체 공장에 필요한 6.3GW 전력과 65만톤 용수, 용인 반도체 팹에 필요한 약 15GW 전력과 150만톤 용수, 권역별 AI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8GW 이상 전력 공급 방안이 담겼다. 산업정책과 에너지정책이 따로 움직이던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전력망을 어디에 깔고, 물을 어떻게 확보하며, 전기요금 체계를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첨단산업의 입지를 결정한다.

호남, 충청, 영남의 재배치도 단순 균형발전 구호로 보기 어렵다. 수도권 반도체 벨트는 기존 생태계와 인재 측면에서 강하지만, 전력과 용수, 부지 확장에는 한계가 커졌다. 서남권은 제2의 반도체 생산기지, 충청권은 HBM과 첨단 패키징 거점, 영남권은 로봇·조선·배터리·소부장·우주항공 축으로 배치됐다. 전력과 용수, 넓은 부지, 물류 접근성, 대학과 인재, 정주 여건이 산업입지의 새 기준이 됐다.

광주 군공항 부지를 호남권 반도체 산단으로 조성하기로 한 후속 논의는 이런 변화의 상징적 대목이다. 기업들은 약 250만평 규모 부지 확보 가능성, 평탄화된 공항 부지의 공사 기간 단축 효과, 광주 도심과 KTX역 접근성, 도로·공항·항만과 연결되는 물류 조건을 검토했다. 정부는 관계 부처 협의를 거쳐 후보지 선정 절차를 마무리하고 산업단지 개발 후속 절차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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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형 첨단도시는 공장 중심 산업정책의 한계를 보완하는 장치다. 반도체 팹이 있어도 엔지니어가 살 도시가 없으면 투자는 오래가지 못한다. AI 데이터센터가 있어도 클라우드 운영 인력이 머물지 못하면 고비용 설비에 머문다. 피지컬 AI 생산기지가 있어도 대학, 연구기관, 실증 현장, 부품기업이 떨어져 있으면 산업 생태계는 약해진다. 산업, 연구, 주거, 교육, 의료, 문화, 교통을 한 도시 안에 묶는 구상은 AI 기반국가의 생활 인프라에 해당한다.

이재명 정부 구상의 장점은 큰 축을 동시에 잡았다는 데 있다. 반도체만 키우는 정책도 아니고, 데이터센터만 짓는 정책도 아니다. 반도체가 연산을 만들고, 데이터센터가 지능을 생산하고, 피지컬 AI가 현실 세계에서 움직이며, 전력망과 용수, 기업형 첨단도시가 이를 떠받치는 구조다. 경부고속도로가 물류를, 정보고속도로가 접속을 바꿨다면, AI 기반망은 연산과 지능, 현장 실행의 시간을 줄이려는 국가 프로젝트다.

동시에 이 구상은 매우 높은 집행 난도를 안고 있다. 반도체 산단은 부지와 보상, 전력망과 용수, 환경 절차와 인허가가 맞물린다. AI 데이터센터는 전력요금, 냉각, 클라우드 운용, 보안, 국산 장비 생태계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 피지컬 AI는 데이터팩토리, 월드모델, 취약 부품, 실증 공간, 안전 기준이 필요하다. 기업형 첨단도시는 주택과 학교, 병원, 교통, 대학과 연구기관까지 같은 시간표 안에 넣어야 한다.

대통령 주재 민관합동 점검회의를 매달 열고 청와대 전담기구를 두겠다는 후속 논의는 이런 복잡성을 반영한다. 발표 규모가 커질수록 실제 성패는 행정의 병목 제거 능력에서 갈린다. 토지 보상, 전력·용수 공급, 산단 지정, 환경 검토, 지방정부 협조, 기업의 장비 발주와 인력 확보가 따로 움직이면 완공 일정은 늦어진다. AI 경쟁에서 10년은 긴 시간이다. 속도전은 구호가 아니라 행정 처리 방식의 재설계를 뜻한다.

새로운 대한민국의 미래는 결국 세 가지 시간의 싸움이다. 반도체 팹을 얼마나 빨리 짓느냐, 데이터센터가 얼마나 안정적으로 지능을 생산하느냐, 피지컬 AI가 얼마나 빨리 공장과 도시로 들어가느냐의 싸움이다. 여기에 전력망과 물, 도시와 인재, 규제와 행정 속도가 함께 붙는다. 이재명 정부가 말하는 대한민국의 도약은 성장률 숫자를 단기간에 끌어올리는 처방보다, 다음 20년과 30년을 떠받칠 국가 기반망을 새로 깔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경부고속도로 위에서 제조업 국가가 만들어졌고, 정보고속도로 위에서 디지털 강국이 성장했다. AI 기반망 위에서 대한민국이 어떤 나라가 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피지컬 AI가 발표문 안의 삼각축에 머물지 않고 실제 공장, 전력망, 도시, 대학, 기업 생태계로 이어질 때 ‘새로운 대한민국’은 구호를 넘어 산업의 형태를 갖게 된다. 이재명 정부의 도약 구상도 결국 투자 발표액이 아니라 팹의 가동, 데이터센터의 연결, 로봇의 현장 확산, 지역 인재의 정착으로 평가받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