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트렌드②] 디트로이트 재킷과 디어본 캔버스, 작업복 원단 위로 옮겨간 회화와 사진
Carhartt WIP의 대표 워크웨어를 작가 커미션의 바탕으로 바꾼 OOW® 전시, 입는 옷과 걸리는 작품 사이에 놓인 원단의 변화
[KtN 임민정기자]뉴욕 쇼윈도 안에 걸린 디트로이트 재킷은 몸을 감싸는 방향이 아니라 등을 정면으로 펼친 형태로 놓였다. 갈색 원단과 검은 칼라는 그대로 남았고, 등판에는 작가의 이미지가 올라갔다. 소매에는 “OOW® Carhartt WIP June–July 2026” 문구가 들어갔다. 차이나타운 쇼윈도에 걸린 60×60인치 디어본 캔버스는 같은 계열의 갈색 원단을 더 넓은 면으로 펼쳐 보였다. 옷과 천은 상품 진열이 아니라 작품 설치의 방식으로 관람자를 만났다.
카하트 WIP(Carhartt WIP)와 OOW®의 뉴욕 전시에서 가장 먼저 달라진 것은 재킷의 방향이다. 디트로이트 재킷은 본래 착용자의 어깨와 팔, 몸통을 따라 기능하는 옷이다. 쇼윈도 안에서는 몸의 윤곽보다 등판의 평면성이 강조된다. 앞판의 포켓이나 지퍼, 착장 실루엣이 아니라 봉제선, 등판의 면적, 원단의 밀도, 소매의 표기가 먼저 읽힌다. 입는 구조가 남아 있으나 쓰임은 보는 구조로 바뀐다.
디어본 캔버스는 재킷보다 더 직접적으로 원단의 면적을 드러낸다. 네 모서리는 금속 고리와 고정 장치로 잡혀 있고, 갈색 천에는 주름과 처짐이 남아 있다. 흰색 바탕의 회화 캔버스와 달리, 출발점부터 작업복의 색과 질감을 가진 표면이다. 작가의 선과 사진, 스프레이 흔적은 중립적인 배경 위에 얹히지 않는다. 산업용 원단의 두께와 색, 봉제의 감각을 지닌 바탕 위에서 이미지가 작동한다.
서키배트(Suckybat)의 작업은 가장 빠르게 표면을 장악한다. 검은 박쥐 형태의 태그는 디어본 캔버스 전면을 크게 가로지르고, 재킷 등판에서도 강한 흔적으로 남는다. 스프레이의 번짐과 흘러내림은 원단의 거친 표면과 직접 부딪힌다. 매끈하게 정리된 그래픽보다 몸의 속도와 팔의 움직임이 남아 있는 방식이다. 그래피티가 벽과 거리에서 얻어온 긴장감은 쇼윈도 안으로 들어와도 완전히 지워지지 않는다.
서키배트의 박쥐 형상은 카하트 WIP의 갈색 원단 위에서 로고처럼 정돈되지 않는다. 형태는 크고 선은 거칠며, 검은 안료는 천 위에서 무겁게 내려앉는다. 밝은 조명 아래에서도 흔적의 밀도는 거리의 표면을 떠올리게 한다. 디어본 캔버스는 그림을 위한 깨끗한 바탕이 아니라, 태그가 부딪히고 번지는 장소로 쓰인다. 디트로이트 재킷 역시 착용자의 뒤모습을 장식하는 옷이 아니라, 그래피티의 흔적을 보존하는 천으로 바뀐다.
타이터스 맥베스(Titus McBeath)의 작업은 속도가 다르다. 헛간, 나무, 울타리, 농가 이미지는 갈색 원단 위에 낮은 명암으로 자리 잡았다. 카하트 WIP의 워크웨어가 가진 노동의 이미지와 미국 중서부 농촌 풍경이 한 표면 안에서 만난다. 제공된 전시 소개는 맥베스가 오하이오 출신이며, 산업과 농촌의 이미지에서 영감을 받아왔고, 조부가 입었던 셔츠에서 이번 작업의 단서를 얻었다고 설명한다. 사진 속 캔버스 아래에는 작은 불꽃 오브제도 놓여 있다.
맥베스의 디어본 캔버스와 재킷은 새 옷의 표면보다 오래된 기억을 담은 천에 가깝게 읽힌다. 헛간의 붉은 형태, 울타리와 나무의 선, 농가 주변의 낮은 풍경은 작업복 원단의 색과 충돌하지 않고 스며든다. 워크웨어가 도시 패션의 상징으로 소비되는 순간에도, 원단은 노동과 생활의 배경을 완전히 잃지 않는다. 맥베스의 작업은 카하트 WIP의 옷을 브랜드 이미지로만 남겨두지 않고, 입었던 사람과 살았던 장소의 흔적으로 되돌린다.
도지 카누(Dozie Kanu)의 작업은 회화적 흔적보다 사진 이미지의 배치가 중심이다. 포르투갈 기반의 다학제 작가로 소개되는 카누는 건축, 디자인, 현대미술을 오가며 작업해 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사진 작업의 계보를 다시 끌어와 해안 풍경과 실내 이미지를 재킷과 캔버스에 나누어 놓았다. 디어본 캔버스 위의 푸른 해안 이미지는 갈색 바탕과 선명하게 대비되고, 재킷 등판의 실내 이미지는 옷의 사적인 성격을 다시 불러낸다.
카누의 이미지가 흥미로운 지점은 풍경 사진과 작업복 원단 사이의 거리감이다. 해안의 푸른색은 카하트 WIP의 갈색 천 위에서 낯설게 떠오른다. 실내 이미지가 재킷 등판에 얹히면 옷은 거리의 물건인 동시에 개인적 공간의 단편을 품은 물건이 된다. 디트로이트 재킷의 단단한 형식은 사진을 보호하는 틀처럼 작동하고, 디어본 캔버스의 넓은 면은 풍경을 하나의 벽면 이미지로 확장한다.
세 작가의 작업은 같은 재료를 쓰지만 표면을 다루는 방식은 분명히 갈린다. 서키배트는 태그와 스프레이의 속도로 원단을 덮고, 맥베스는 농촌 풍경과 착용의 기억을 천 위에 겹친다. 카누는 사진 이미지를 통해 외부 풍경과 사적 공간을 워크웨어 표면에 옮긴다. 같은 디트로이트 재킷과 디어본 캔버스가 그래피티, 회화적 풍경, 사진 설치의 바탕으로 나뉘는 셈이다.
패션 협업에서 옷은 대개 완성품으로 소비된다. 브랜드는 실루엣과 소재, 로고, 착장 이미지를 내세우고, 소비자는 입을 수 있는 상품으로 협업을 받아들인다. OOW®와 카하트 WIP의 전시는 접근 순서를 바꾼다. 디트로이트 재킷은 착장 이미지로 먼저 등장하지 않고, 쇼윈도 안에 걸린 등판으로 나타난다. 디어본 캔버스는 벽면 회화처럼 보이지만, 표면의 색과 처짐은 작업복 원단의 출처를 계속 드러낸다.
원단의 변화는 브랜드 이미지에도 영향을 준다. 카하트 WIP의 워크웨어는 튼튼한 옷, 거리 패션, 스케이트와 음악 문화의 이미지와 오래 연결돼 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내구성과 실용성의 언어가 작가의 표면 실험으로 옮겨간다. 갈색 천은 더러움과 마모를 견디는 기능적 소재이면서, 스프레이와 프린트, 회화적 이미지가 올라갈 수 있는 미술의 바탕이 된다. 제품의 강도와 작품의 표면성이 같은 원단 안에서 겹친다.
트라이베카와 차이나타운의 쇼윈도는 이러한 변화를 더 분명하게 만든다. 재킷은 옷장이나 매장 진열대가 아니라 흰 조명 아래 고정돼 있고, 캔버스는 갤러리 내부의 흰 벽보다 거리의 유리창 가까이에 놓인다. 보행자는 입을 수 있는지보다 먼저 무엇이 원단 위에 놓였는지를 본다. 판매용 상품의 정보보다 표면의 흔적, 이미지의 위치, 재료의 두께가 먼저 시선을 끈다.
디트로이트 재킷과 디어본 캔버스는 같은 워크웨어의 문법에서 출발한다. 하나는 몸을 통과해 기능하는 옷이고, 다른 하나는 넓은 면으로 펼쳐진 원단이다. 세 작가는 두 재료를 각각 다른 방식으로 밀어붙였고, 뉴욕의 유리창은 결과물을 상품과 작품 사이에 세웠다. 카하트 WIP와 OOW®의 전시는 워크웨어가 더 이상 입는 물건의 범주에만 머물지 않는 흐름을 구체적인 표면으로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