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디케어①] 아크네 스튜디오 바디케어, 향수 협업의 생활 소모품화
바디워시·바디밀크로 나뉜 같은 향, 프리미엄 바디케어의 가격·성분·실사용 기준 부상
[KtN 박채빈기자]오 드 퍼퓸으로 판매되던 향이 세정제와 보습제로 나뉘었다. 아크네 스튜디오(Acne Studios)가 에디션 드 퍼퓸 프레데릭 말(Éditions de Parfums Frédéric Malle)과 선보인 협업 향을 바디워시와 바디밀크로 확대하면서, 패션 향수 협업은 욕실과 보습 루틴까지 들어왔다. 브랜드에는 제품군 확장이지만, 소비자에게는 같은 향을 여러 단계의 제품으로 나눠 구매하는 구조다.
신제품은 바디워시와 바디밀크 두 종류다. 두 제품은 각각 200ml 용량으로 구성됐고, 2024년 공개된 ‘Acne Studios par Frédéric Malle’ 오 드 퍼퓸의 향 구조를 공유한다. 향은 알데하이드, 장미, 바이올렛, 오렌지 블로섬, 바닐라, 샌들우드, 피치 스킨, 화이트 머스크를 중심으로 제시됐다. 조향은 수지 르 헬리(Suzy Le Helley)가 맡았다.
기존 협업 라인은 10ml 퍼스 스프레이, 50ml·100ml 오 드 퍼퓸, 여행용 세트로 구성돼 있었다. 바디워시와 바디밀크가 추가되면서 같은 향은 분사형 향수에서 씻는 제품과 바르는 제품으로 분화했다. 향수 하나를 중심으로 샤워젤, 보디로션, 핸드크림, 헤어 퍼퓸 등으로 제품군을 넓히는 방식은 프리미엄 향수 시장에서 반복돼온 전략이다. 하나의 향을 여러 제품에 담으면 브랜드는 같은 이미지를 반복 판매할 수 있다.
바디워시와 바디밀크는 향수보다 소비 속도가 빠른 제품이다. 오 드 퍼퓸은 적은 양을 부분적으로 쓰지만, 바디워시는 샤워 때마다 일정량을 사용하고 바디밀크는 팔·다리·몸통 등 넓은 부위에 바른다. 제품 사용 빈도와 소진 속도는 향수보다 높아질 수밖에 없다. 프리미엄 바디케어가 브랜드에 유리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향수를 한 번 산 소비자에게 같은 향의 세정제와 보습제를 다시 제안할 수 있고, 재구매 주기도 향수보다 짧게 가져갈 수 있다.
소비자가 따질 기준은 제품마다 다르다. 바디워시는 세정 뒤 건조감, 피부 당김, 거품, 잔향, 세정 성분이 판단 대상이다. 바디밀크는 보습감, 흡수감, 끈적임, 향 지속 시간, 옷에 닿은 뒤의 잔향이 평가 기준이 된다. 같은 향을 공유해도 제품의 성격은 같지 않다. 바디워시는 물로 씻어내는 제품이고, 바디밀크는 피부에 남기는 제품이다.
향이 피부에 닿는 면적도 넓어진다. 오 드 퍼퓸은 손목이나 목 주변에 제한적으로 뿌리는 경우가 많다. 바디워시와 바디밀크는 더 넓은 피부에 직접 닿는다. 향을 일상적으로 쓰는 방식은 쉬워지지만, 민감 피부 소비자에게는 전성분과 향료 알레르겐 표시가 더 중요해진다. 특히 바디밀크는 피부에 남는 제품이기 때문에 향의 지속력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제품 외형은 기존 향수 라인과 같은 계열로 정리됐다. 검은 캡, 흰 라벨, 연한 핑크 톤이 반복되고, 바디워시는 투명 용기에 연분홍빛 제형을 담았다. 바디밀크는 흰색 계열 용기에 같은 라벨 구성을 적용했다. 외형은 향수와 바디케어를 하나의 라인으로 묶지만, 소비자가 더 오래 마주하는 것은 패키지보다 사용감과 성분 정보다.
프리미엄 바디케어는 일반 세정제나 보습제보다 높은 가격대에 놓이는 경우가 많다. 브랜드명과 향수 협업은 가격을 설명하는 요소가 될 수 있지만, 생활 제품의 재구매는 더 실질적인 기준으로 결정된다. 세정력이 평범하거나 보습 지속력이 짧거나 향이 과하면, 고가 이미지는 재구매 이유가 되기 어렵다. 향수의 이미지를 욕실 제품으로 옮기는 일과 욕실 제품으로서 설득력을 갖추는 일은 별개다.
아크네 스튜디오의 바디워시와 바디밀크는 패션 브랜드가 향수 협업을 생활 소모품으로 넓히는 흐름에 놓여 있다. 같은 향을 여러 제품으로 나누는 전략은 브랜드 접점을 늘리지만, 소비자 지출도 함께 늘린다. 향이 피부에 더 넓게 닿는 제품으로 바뀔수록 전성분, 알레르겐 표시, 사용감, 가격의 검증도 따라붙는다.
국내 시장에서는 출시 시점과 판매가, 수입·유통 경로, 제품별 전성분 표시가 제품 평가의 출발점이 된다. 오 드 퍼퓸 성분표를 바디워시와 바디밀크 성분표로 갈음할 수는 없다. 물로 씻어내는 바디워시와 피부에 남기는 바디밀크는 사용 조건이 다른 만큼, 실제 유통 제품의 라벨과 사용 주의 문구가 소비자 판단의 기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