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 없는 치료실, 김영훈 물리치료사의 몸을 읽는 법

컴퓨터공학에서 물리치료로 방향을 바꾼 수지 러스크병원 김영훈 치료사…환자 몸에 맞는 판단과 계속 배우는 태도 강조

2026-07-08     임우경 기자
정답 없는 치료실, 김영훈 물리치료사의 몸을 읽는 법. 사진=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임우경기자]수지 러스크병원 치료실에서 김영훈 물리치료사는 “정답이 없는 직업”이라는 말을 꺼냈다. 통증 부위가 같아도 환자의 몸은 다르고, 같은 허리 통증도 생활습관과 자세, 근력과 움직임에 따라 치료 방향이 달라진다는 뜻이었다. 물리치료를 정해진 기법을 반복하는 일로 생각했던 초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환자를 만날수록 치료실의 일은 더 어려워졌고, 공부해야 할 이유도 분명해졌다.

김 치료사의 첫 전공은 물리치료가 아니었다. 컴퓨터공학을 공부했고, 프로그래머로 일했다. 병원 현장과는 거리가 있는 출발이었다. 허리를 다쳐 병원을 찾은 경험이 진로를 흔들었다. 혼자 일하는 방식보다 사람들과 이야기하며 변화를 만드는 일이 자신의 성향에 더 맞는다는 생각도 커졌다. 사람을 치료하고, 회복 과정에서 보람을 느끼는 직업이라는 점이 회사를 접고 다시 대학에 들어가게 한 계기가 됐다.

컴퓨터 앞에서 코드를 다루던 사람은 이제 치료실에서 환자의 몸을 본다. 모니터와 키보드 대신 환자의 자세, 보행, 통증 양상, 생활습관을 읽는다. 직업은 크게 바뀌었지만, 김 치료사는 물리치료에서도 분석과 판단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분석의 대상이 기계나 프로그램이 아니라 매번 다른 몸이라는 점에서 더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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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는 환자 이야기는 치료 기술보다 관계에서 시작됐다. 허리가 불편해 잘 걷지 못하던 환자가 있었다. 처음에는 다른 병원을 다녀도 만족할 만한 변화를 느끼지 못한 상태였고, 김 치료사와의 관계도 쉽게 풀리지 않았다고 했다. 치료가 이어지며 걷는 일이 조금씩 편해졌고, 환자의 표정과 말투가 달라졌다. 김 치료사는 감사 인사를 전하던 얼굴을 오래 기억한다고 말했다.

환자의 변화는 치료사에게 큰 보람으로 남았다. 그러나 치료실은 늘 좋은 기억만 남기는 공간은 아니다. 아파서 찾아온 환자는 예민해질 수 있고, 오래 통증을 겪은 사람은 낯선 치료사에게 마음을 쉽게 열지 못한다. 김 치료사도 처음에는 날카로운 반응에 상처를 받은 적이 있다고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자신도 아프면 짜증이 나고 힘들 수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환자의 반응을 받아들이게 됐다고 말했다.

김 치료사가 가장 힘든 순간은 환자의 태도가 거칠 때가 아니었다. 자신의 부족함 때문에 치료 속도가 더뎌진다고 느낄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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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무지해서 환자분의 치료의 속도가 더뎌질 때, 그럴 때 정말 힘듭니다.”

이 말에는 젊은 치료사의 불안과 책임감이 함께 담겨 있다. 환자는 아파서 병원을 찾는다. 치료사가 몸을 충분히 읽지 못하면 치료 방향은 늦어질 수 있다. 김 치료사는 그 지점을 숨기지 않았다. 부족함을 인정하는 태도는 치료실에서 공부를 멈추지 않게 하는 압력이 됐다.

치료사들 사이의 협업도 이 지점에서 중요해진다. 김 치료사는 환자마다 몸 상태와 통증 양상이 다르기 때문에 동료 치료사들과 서로 의견을 나누고, 선배 치료사들의 조언을 받는다고 했다. 같은 허리 통증이라도 어떤 환자는 어깨와 등 움직임을 함께 봐야 하고, 어떤 환자는 다리나 골반의 부담을 확인해야 한다. 경험이 많은 치료사의 조언은 교과서로만 얻기 어려운 현장 판단을 보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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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사 자신의 몸도 예외는 아니었다. 김 치료사는 환자에게 자세를 지적하는 직업이지만, 치료를 하다 보면 치료사도 자세가 무너질 수 있다고 말했다. 환자 앞에서 구부정한 자세로 설명하면 신뢰가 생기기 어렵다는 생각 때문에 몸과 마음을 바로잡으려 한다고 했다. 치료사의 자세와 태도 역시 치료실의 일부가 되는 셈이다.

김 치료사가 최근 자주 마주하는 변수는 유튜브 건강정보다. 환자와 주변 사람들은 영상으로 허리, 목, 자세 정보를 쉽게 접한다. 정보 접근성이 높아진 일은 장점이지만, 화면 속 조언이 자신의 몸에 그대로 맞는다는 보장은 없다. 김 치료사는 유튜브를 “정보의 바다”라고 표현하면서도, 영상 속 정보가 곧 자기 몸의 답은 아니라고 짚었다.

잘못 이해한 자세는 통증을 키울 수 있다. 허리를 펴고 앉으라는 말을 듣고 허리를 과하게 꺾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김 치료사는 허리를 억지로 앞으로 밀어 세우는 방식보다 의자에 깊게 앉아 골반이 자연스럽게 세워지는 감각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허리만 힘으로 버티는 자세가 아니라, 골반과 허리가 함께 안정되는 앉은 자세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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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에게 조언할 때도 방식은 단순했다. 잘못된 자세를 조금 더 과하게 해보게 한다고 했다. 통증이나 불편감이 바로 느껴지면, 평소에 약한 강도로 같은 부담을 반복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몸으로 알게 된다.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직접 느끼게 하는 접근이다. 김 치료사는 환자나 지인에게 자세를 말할 때도 몸의 감각을 통해 이해시키려 했다.

스마트폰은 젊은 층의 자세를 바꾸는 대표적 생활도구가 됐다. 고개를 숙인 채 화면을 오래 보면 목은 앞으로 빠지고 어깨는 말린다. 허리도 함께 무너진다. 김 치료사는 스마트폰을 보더라도 등받이를 활용하고, 지나치게 고개를 숙이는 자세를 줄이는 편이 낫다고 했다. 어린 아이들은 스스로 자세를 조절하기 어렵기 때문에 부모가 사용 환경과 자세를 함께 봐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대중교통에서의 자세도 치료실 밖 몸 관리의 한 축이었다. 지하철과 버스 의자는 오래 앉기 편한 구조가 아닐 때가 많다. 엉덩이가 앞으로 빠지고, 허리는 소파에 기대듯 무너진다. 김 치료사는 가능한 엉덩이를 뒤쪽으로 밀어 넣고 앉는 습관을 강조했다. 버스 안에서 모두가 고개를 숙이고 스마트폰을 보는 현실도 언급했다. 창밖을 보고 주변을 살피는 시간만으로도 목과 허리의 곡선을 되찾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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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있을 때는 짝다리와 다리 꼬기가 문제가 된다. 한쪽 다리에만 체중을 싣는 습관은 골반을 기울게 만들 수 있다. 다리를 꼬는 습관도 반대로 꼬면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김 치료사는 한쪽으로 실린 부담을 반대쪽으로 옮기는 방식보다 체중을 골고루 가져가는 일이 중요하다고 했다. 나쁜 습관을 반대 방향으로 반복하는 일은 균형이 아니라 또 다른 부담이 될 수 있다.

김 치료사가 말하는 물리치료는 정형화된 답을 적용하는 일이 아니었다. 처음에는 치료가 어느 정도 정해진 방식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현장에서 만난 몸은 달랐다. 치료사마다 기법이 다르고, 환자의 몸에 맞는 접근도 달라졌다. 중요한 것은 기법을 많이 아는 일이 아니라 환자의 몸에 맞는 판단을 하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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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이 없는 직업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답이 없다는 말은 아무렇게나 해도 된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반대에 가깝다. 환자마다 다른 몸을 만나기 때문에 치료사는 더 많이 묻고, 더 많이 관찰하고, 더 많이 배워야 한다. 김 치료사는 익숙해지는 순간 안주할 수 있고, 안주하면 자신의 부족함이 드러난다고 말했다. 선배 치료사와 동료 치료사를 보며 배우고, 스스로 운동하고, 계속 성장하는 치료사가 되고 싶다는 계획도 밝혔다.

컴퓨터공학에서 물리치료로 옮겨온 김영훈 치료사의 이야기는 단순한 직업 전환담에 머물지 않는다. 혼자 화면 앞에서 일하던 사람은 이제 환자의 몸과 생활을 함께 읽는다. 유튜브 영상 속 자세보다 환자의 실제 몸을 보고, 통증 부위보다 생활 속 반복을 살피며, 정답보다 환자에게 맞는 방향을 찾는다. 김 치료사가 말한 물리치료의 어려움은 바로 그 지점에 있고, 치료실에서 느끼는 보람도 같은 자리에서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