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스크 물리치료실①] 같은 통증, 같은 치료가 답은 아니다
수지 러스크병원 김영훈 물리치료사가 짚은 생활습관 속 통증…물리치료는 통증 부위보다 몸의 반응과 반복된 자세를 함께 본다
[KtN 임우경기자]허리가 아프다고 모두 같은 허리 통증은 아니다. 오래 앉아 생긴 허리 통증, 스마트폰을 내려다보며 목과 등이 함께 굳은 상태, 한쪽 다리에 체중을 싣는 습관이 골반과 허리에 부담을 준 경우는 치료실에서 다르게 봐야 한다. 통증이 나타난 부위는 같아도 몸이 통증을 만든 과정은 환자마다 다르다.
물리치료를 전기치료나 온열치료, 통증 부위 처치 정도로만 이해하면 재활 현장의 중요한 부분을 놓치기 쉽다. 치료실에서 물리치료사는 환자의 통증 부위뿐 아니라 앉는 자세, 걷는 방식, 스마트폰을 보는 습관, 대중교통에서 몸을 기대는 방향, 다리 꼬기와 짝다리처럼 반복되는 생활 동작을 함께 살핀다. 통증은 한 지점에서 느껴지지만, 몸은 여러 관절과 근육이 연결된 상태로 움직인다.
수지 러스크병원 김영훈 물리치료사는 환자의 몸을 정해진 공식처럼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학교와 현장에서 익힌 지식은 치료의 출발점이지만, 실제 환자의 몸은 매번 다르게 반응한다. 같은 허리 통증이라도 어떤 환자는 골반과 다리 움직임을 함께 봐야 하고, 어떤 환자는 어깨와 등, 앉는 자세까지 확인해야 한다. 김 치료사는 물리치료 현장을 이렇게 표현했다.
“정답이 없는 직업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답이 없다는 말은 기준 없이 치료한다는 뜻이 아니다. 환자마다 몸의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더 많이 관찰하고, 더 조심스럽게 판단하고, 치료 방향을 환자 몸에 맞춰야 한다는 의미에 가깝다. 물리치료는 특정 부위를 반복적으로 풀어주는 일이 아니라, 통증이 생긴 배경과 몸의 반응을 함께 확인하는 과정이다.
최근 치료실에서 자주 마주하는 변수는 온라인 건강정보다. 유튜브와 짧은 영상에는 허리 펴기, 목 스트레칭, 거북목 교정, 코어 운동 같은 콘텐츠가 넘쳐난다. 정보 접근성이 높아진 것은 분명한 변화지만, 영상 속 자세가 모든 사람에게 맞는 처방은 아니다. 같은 동작이라도 목의 상태, 허리 각도, 골반 위치, 근력 수준에 따라 몸의 반응은 달라질 수 있다. 김 치료사도 유튜브를 통해 얻은 자세 정보를 자기 몸에 그대로 적용하는 흐름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잘못 이해한 자세는 통증을 줄이기보다 통증을 키울 수 있다. 허리를 펴고 앉으라는 말을 듣고 허리를 과하게 꺾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허리를 앞으로 밀어 세우면 겉으로는 반듯해 보일 수 있지만, 허리 주변 근육과 관절에는 부담이 커질 수 있다. 김 치료사는 의자에 깊게 앉아 골반이 자연스럽게 세워지는 감각을 강조했다. 허리만 힘으로 버티는 자세보다 골반과 몸통 전체가 함께 안정되는 앉은 자세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스마트폰 사용은 젊은 층과 아이들의 자세를 바꾸는 대표적 생활습관으로 꼽힌다. 고개를 숙인 채 화면을 오래 보면 목은 앞으로 빠지고, 어깨는 말리며, 허리까지 함께 무너진다. 스마트폰을 볼 때 등받이를 활용하고, 지나치게 고개를 숙이는 자세를 줄이는 편이 목과 허리 부담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어린 아이들은 스스로 자세를 조절하기 어렵기 때문에 부모가 사용 환경과 자세를 함께 살피는 과정도 필요하다.
대중교통에서의 자세도 몸에 남는다. 지하철과 버스 의자는 깊이 앉기 어렵고, 흔들림 때문에 몸이 쉽게 무너진다. 엉덩이가 앞으로 빠지고, 허리는 소파에 기대듯 둥글게 말린다. 여기에 스마트폰 사용까지 더해지면 목과 허리의 부담은 커진다. 엉덩이를 뒤쪽으로 밀어 넣고 앉는 습관, 고개를 숙인 화면만 보기보다 시선을 바꾸며 목의 위치를 조정하는 습관은 일상에서 시작할 수 있는 작은 관리법이다.
서 있을 때는 짝다리와 다리 꼬기가 체중 분산의 문제로 이어진다. 한쪽 다리에만 체중을 싣는 습관은 골반을 한 방향으로 기울게 만들 수 있다. 다리를 꼬는 습관도 반대로 꼬면 균형이 맞는 방식이 아니다. 한쪽으로 실린 부담을 반대쪽으로 옮기는 일보다 체중을 양쪽으로 고르게 나누는 일이 중요하다. 나쁜 습관을 반대 방향으로 반복하는 일은 교정이 아니라 또 다른 부담이 될 수 있다.
물리치료에서 생활습관을 묻는 이유는 치료실 밖에 있다. 치료실에서 통증이 줄어도 같은 자세와 같은 움직임이 반복되면 몸은 다시 같은 방향으로 부담을 받는다. 허리가 아픈 환자가 치료 뒤에도 계속 허리를 꺾어 앉고, 목 통증 환자가 침대에서 스마트폰을 오래 내려다보며, 다리 통증 환자가 한쪽 다리에만 체중을 싣는다면 통증은 반복될 가능성이 커진다.
환자가 가져온 건강정보도 치료실에서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어떤 영상을 보고 어떤 동작을 따라 했는지, 어떤 자세가 좋다고 생각했는지, 통증이 줄었다고 느낀 동작과 더 아파진 동작이 무엇인지 확인해야 한다. 물리치료는 환자의 말을 듣고, 몸의 반응을 확인하고, 생활 속 반복을 함께 살피는 과정에서 방향을 잡는다.
자세를 고치는 일도 “똑바로 앉기”라는 말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골반이 어느 위치에 놓이는지, 체중이 어느 쪽으로 실리는지, 목과 어깨가 과하게 긴장하지는 않는지 스스로 알아차리는 과정이 필요하다. 통증 관리는 치료실에서 시작될 수 있지만, 통증을 줄이는 생활은 병원 밖에서 더 오래 이어진다.
같은 통증이라도 같은 치료가 답이 될 수 없는 배경은 여기에 있다. 몸은 하루아침에 무너지지 않는다. 오래 앉는 시간, 스마트폰을 보는 각도, 대중교통에서 기대는 방향, 짝다리와 다리 꼬기처럼 사소해 보이는 습관이 쌓여 통증의 배경을 만든다. 물리치료실에서 환자의 생활을 묻는 이유는 통증의 시작점이 병원 밖 일상에 놓여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